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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망겜 생활 [수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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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학도C
작품등록일 :
2021.04.06 10:37
최근연재일 :
2021.06.08 10:30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2,205
추천수 :
7
글자수 :
449,834

작성
21.05.19 11:54
조회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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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윤지오는 죽지 못해 살았다.

DUMMY

윤지오는 죽지 못해 살았다.


그 모습을 굳이 비유하자면. 플레이스토어에 널리고 깔린 방치형 모바일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

등교 시간이 되었으니 등교를 했고, 점심시간이 되었으니 점심을 먹었으며, 하교 시간이 되었으니 집에 갔다. 아, 물론 필요한 스탯을 올릴 수 있는 레벨 업은 하지 않은 채로.


유일하게 전심전력을 다해 했던 것은 연습장에 다다다 대왕을 그리는 것뿐.

다다다 대왕을 필두로 한 게임 캐릭터를 그릴 때만 잠수 타던 감각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야자는 쨌다.

숨이 막혔기 때문이었다.

수업 중에도 하늘을 바라보며 아, 저쪽으로 녹아들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부지기수다.



뭐.


그냥, 이 세상에서 살기가 싫었다.

왜 굳이 이런 세상에 윤지오가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할 수만 있다면 나의 가족들, 그리고 나를 기억하는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에 대한 기억을 모조리 지우고, 게임 속에서 NPC로 살고 싶었다.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뒤틀린 나의 부모 관계도, 좀처럼 가까워지지도 않는 형제 관계도, 빈약한 나의 친구 관계도 모두 다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내가 살기에는 이 세상은 너무나 어려웠고, 반대로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에는 내가 너무 섬세했다.


고통과 모든 것이 차단된 세계가 있고, 그 세계에서 살 수 있는 영주권이 있다면, 무슨 일을 해서라도, 설령 내 영혼을 거기에 바치는 일이 있더라도 얻고 말텐데.


예전 윤지오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을 어느 정도 떨쳐버린 지금도, 경계하지 않으면 그런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들어 온다.



······.


지금의 나는 어떠냐고?

글쎄올시다.


네 덕분에 살아갈 희망과 절망을 얻은 몸이라 우선은 살만은 해.


적어도 이거 하나는 장담할 수 있어.


아, 맞다.

하나만 물어보자.


있잖아······ 그 때, 너 대체 왜 그랬어?





*




오랜만에 꿈을 꿨다.


고2의 불 꺼진 교실.

아마 시간대는 내 속에서 무엇인가가 뚝 부러진 그 날 이후인 것으로 추정된다.


교실의 왼쪽에는 2단으로 되어있는 가로 책장이 줄지어 있었고, 그 책장에는 가지런히 책이 꽂혀있었다. 모두 같은 책, 달의 커브의 캐릭터 설정 집이다.


긴 창문 사이로 노을빛이 새어 들어왔고, 창문이 열려있는 제일 앞 창문 쪽 커튼은 가끔 부풀어 올랐다가 쪼그라들기를 반복했다.

커튼은 벽과 같이, 약간 파란빛이 도는 하얀색이었지만 노을 덕분인지 뭔가 따뜻한 빛을 품고 있었다.


“저기.”


앳된 여학생의 블루가 보인다.


“저기.”

“······.”

“지오.”

“······.”


순간 옆에서 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내 어깨를 두드린 손에서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화이트 머스크의 냄새가 났다.


“지오? 윤지오.”

“······.”

“무슨 일 있어? 평소대로라면 그래도 대답은 해줬긴 했잖아? 컨디션이라도 나빠?”


아준이는 평소보다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

40명의 책걸상이 있는 꽤 넒은 교실에 2명밖에 없어서 그런지, 작게 줄인 아준이의 목소리가 잘 들렸다.


“······.”


아.

이건 내가 일부러 다무는 것이 아니다.

지금 나는 여기 있는 아준이에게 말을 걸고 있다.


미안해. 고마워.


내가 바보인 덕분에 네가 그렇게 돼버렸어. 괜찮아? 제이드에게 뚫린 곳은 어때? 피오에게 뚫린 목은? 아무렇지도 않아?

처음 게임 세상에 올 때 힘들었지? 무서웠지? 슬펐겠지? 집에 돌아가고 싶었겠지?

있잖아. 만약에 너를 다시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면 내가 바로 너를 되돌려줄게.


여, 여기는 게임 세상이니까 너를 되돌릴 수 있는 방법 한 두 개 쯤은 있을 거야!


진짜, 꼭.

약속이야.


빈 말 아냐!


내용물을 숟가락으로 꽉꽉 눌러 담은 밀폐용기가 언제라도 내 마음속에 있었다.


근데 지금 왜 나는 왜 손가락 몇 마디도 움직이지 못하는 거냐.

이럴 때 말하라고 있는 내 입술은 왜 제구실을 못 하고 있는 거냐.

어이! 꿈에서는 말해야하지 않냐? 그런데 왜 내 몸도 입도 심지어 마음 한구석도, 두려움을 느끼고는 부들거리고 있는 거냐?


“저기 지오.”


나는 아준이가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내 의지대로 그녀에게 대답하지를 못했다.


“···누군가에게 들었는데, 너 너무 안에 숨기고 있지는 않냐? 물론 숨기는 건 나야 상관없지만 말이야.”

“······.”

“그렇게 숨기다가 나, 너 쓰러질까 봐 너무 무서워.”


그 말에 내 제어를 벗어난 몸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어이?

···.

어이! 그쪽으로 가지 마! 그쪽으로 가지마라고!


어딘가에서 쿵, 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펼쳐진 광경.


잠시 의식을 놓았다가 다시 잡은 그 짧은 시간 동안, 나의 제어를 벗어난 내 몸은 어느새 내 자리였던 책상을 박차고 벗어나 옆에 앉아있던 아준이의 앞까지 왔다.

그리고.

그대로 아준이의 와이셔츠 옷깃을 잡고, 밀쳐 넘어뜨렸다. 아준이는 의자와 함께 나무바닥에 내팽겨쳤다.


‘으왓!’

‘쿠당당당탕!’


쿠당당탕하는 소리와 동시에 나와 아준이 주위로 큰 돌풍이 불어왔고, 그 여파로 인해서 주변에 있던 책걸상이 모두 입자화되어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나는 아래에 아준이를 깔아뭉갠 채로 언제 생겼는지 모를 단검을 손에 쥐고 있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동요를 감출 수 없었다. 눈은 갈 곳을 잃은 지 오래되었고, 심장 소리는 이젠 심장만이 아니라, 손까지 전이 될 정도로 크게 울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거 다 무용지물. 꿈속의 나는 그저 어딘가에 홀린 눈빛으로 아준이에게 단검을 겨누고 있었다.


자, 잠시만?

왜, 아준이를 깔아뭉개고 있는 거야?

왜, 지금 내가 냉정하게 있을 수 있는 건데? 무슨 낯짝으로?

왜, 내가 아준이에게 단검을 겨누고 있는 건데?


그리고 왜!

아준이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가만히 있는 거냐고!

지금 상황 너도 알고 있잖아? 응? 지금 너 나에게 깔아뭉개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왜 그렇게 실실 쪼개고 있는 거냐고?


자, 잠시만.

찌르지 마!

제발 찌르지 마! 꿈속의 나!


너, 도대체 아준이에게 뭐 하는 거야?


“······.”

“······.”


아.

검은 에너지 탄으로 만든 단검을 치켜들고 금방이라도 찌를 것 같은 나를 보며 아준이는 한술 더 떠서 엄지로 자신의 심장을 가리켰다.


“···죽여.”

“······.”

“···그래야 너 사는 거 맞지? 그치?”



순간적으로 눈물이 났다.


아. 아니야.

아니라고. 절대. 절대 아냐. 그건 오해야.


제발.


“죽여.”



그 말이 신호였다.


단검을 든 내 팔에 힘이 들어갔고, 곧이어 아준이의 심장을 향해 돌진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하얀 교실에 피가 튀었고, 나는 그 즉시로 꿈에서 깰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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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SOS (1) 21.06.05 8 0 12쪽
77 파장 21.06.04 10 0 7쪽
76 YOUR BEST FRIEND 21.06.03 7 0 11쪽
75 your best friend 21.06.02 6 0 13쪽
74 스크린 속의 그 녀석 21.06.01 8 0 7쪽
73 가능성의 세계 21.05.31 9 0 14쪽
72 나와 함께, 영원히. 21.05.28 9 0 5쪽
71 ETERNAL (2) 21.05.27 11 0 15쪽
70 ETERNAL (1) 21.05.26 21 0 14쪽
69 주사위 게임 (3) 21.05.25 9 0 14쪽
68 주사위 게임 (2) 21.05.24 7 0 13쪽
67 주사위 게임 (1) 21.05.23 12 0 12쪽
66 Endless 21.05.22 11 0 15쪽
65 슈퍼 셰이킹 울트라 디럭스 봄버 (2) 21.05.21 11 0 13쪽
64 슈퍼 셰이킹 울트라 디럭스 봄버 (1) 21.05.20 10 0 13쪽
» 윤지오는 죽지 못해 살았다. 21.05.19 10 0 7쪽
62 어차피 게임 스토리...? (5) 21.05.18 14 0 11쪽
61 어차피 게임 스토리...? (4) 21.05.17 14 0 13쪽
60 어차피 게임 스토리...? (3) 21.05.16 13 0 13쪽
59 어차피 게임 스토리...? (2) 21.05.15 12 0 11쪽
58 어차피 게임 스토리...? (1) 21.05.14 16 0 14쪽
57 버그? (2) 21.05.13 13 0 12쪽
56 버그? (1) 21.05.12 23 0 12쪽
55 스케치북 21.05.11 14 0 9쪽
54 유토피아 (2) 21.05.11 13 0 12쪽
53 유토피아 (1) 21.05.10 1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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