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 조선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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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른발왼발
작품등록일 :
2021.04.1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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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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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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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화. 만력제의 마지막 항쟁

DUMMY

명나라 남쪽 끝 작은 성에는 만력제가 이마를 짚고서 앉아있었다. 만력제는 어디부터 잘못되었는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어찌하여 자신이 이렇게 궁지에 몰렸는지를 고심하던 만력제는 끝내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변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만력제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렇게 계속 같은 동작을 반복하던 만력제는 끝내 포기한 듯 허공을 보다가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대신들은 엎드려 함께 울면서 소리쳤다.


“황제 폐하. 마음을 굳건히 하시옵소서.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굳건히 하셔야 하옵니다.”


지금 만력제의 귀에는 아무런 말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힘없이 앉아있는 만력제에게 이제는 이마저도 사치였다는 듯이 병사하나가 뛰쳐 들어왔다.


“황제 폐하. 지금 조선군이 성 주변에 몰려들고 있다고 하옵니다. 아마도 공성전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이옵니다.”


만력제는 보고하는 병사를 잠시 힘없이 바라보다가 귀찮다는 듯이 손을 내저으며 말하였다.


“제독은 알아서 하거라.”


옆을 지키던 이여송 제독은 병사와 함께 급하게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밀려드는 조선군을 바라보다가 이내 썩은 얼굴로 혼잣말을 하였다.


“여기가 끝인가? 젠장, 이게 뭐야?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술이나 한잔할 것을.”


이여송 제독은 넋 놓고 혼자서 푸념하듯 혼잣말을 하다가 옆에 서 있는 부관을 바라보며 명령을 내렸다.


“우리 멋있게 죽자. 더 물러날 곳도 없고, 어차피 저들과 싸워봐야 이길 수도 없다. 그러니, 멋있게 먼저 간 병사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죽자.”


이여송 제독의 말에 옆을 지키던 부관이 미소를 지으며 알았다는 듯이 힘있게 반례를 하고 물러갔다. 부관은 병사들 앞에 서서 외치며 말하였다.


“오늘이 우리의 마지막일 것 같구나. 오늘은 황제를 위해서도 아니고, 저기 제독을 위해서도 아닌, 자기 자신의 이름으로 싸워라. 하늘나라에 가서 먼저 간 형제들을 만났을 때 부끄럽지 않게 싸우자.”


“......”


“우리가 저들을 이길 리가 없다는 것은 너희 모두 잘 알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이 자리를 나의 무덤으로 삼으려 한다. 나와 함께 죽고자 하는 이는 나를 따르라.”


“와~! 와~! 그래, 죽자. 죽으러 가자.”


병사들의 눈에 다시 이채가 감돌며 싸울 의욕이 생겨났다. 모두가 죽음을 받아들이면서 더는 무서운 것이 없어졌다. 그래서 병사들은 담담하게 성곽 앞에 서서 조선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조선군은 공격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


성안에서 엄청난 함성이 울려 퍼졌다. 정문부와 황진은 의아한 듯 성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정문부가 알았다는 듯이 말하였다.


“저들이 이제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군요.”


정문부의 말에 황진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답하였다.


“그러게 말입니다. 저들이 투항하기를 바랬건만. 진정 저들을 모두 죽여야 한단 말입니까?”


정문부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말하였다. 사실 몇 차례 대화도 시도해보았으나, 만력제는 완강하게 버티며 싸움만을 고집하였다. 이유는 자신이 더 갈 곳이 없어졌음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지금 명은 여러 나라로 쪼개져서 광해를 추앙하며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만력제는 처음에는 화를 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설 자리가 없음을 깨닫고 있었다.


“어찌하겠습니까? 저들이 이제는 마음을 굳혔으니, 이제는 더 이상 저들에게 자비는 모욕일 것입니다. 저들의 뜻을 받들어 마지막 공성전을 준비하겠습니다.”


정문부의 말에 황진은 굳은 얼굴을 하며 물러갔다. 황진과 정문부는 마지막 전쟁을 하기 위해서 남은 화력을 한꺼번에 쏟아부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성을 둘러싸듯이 비격진천뢰와 불화탄과 신기전이 저녁노을이 물 들어갈 때쯤 불을 뿜으며 성안으로 날아갔다.


성안에서는 악 소리를 지를 시간조차 없이 엄청난 화염과 폭발로 순식간에 모든 것이 재가 되어버렸다. 해가 지고 어두컴컴해진 하늘을 성에서 피어오른 화염이 밝히고 있었다. 하지만, 성을 탈출하여 도망치는 병사들도 있었다. 조선군은 그들을 잡지 않았고, 그냥 보내주었다.


하지만, 성안에서는 항복할 마음이 없었다. 숨어서 끝내 마지막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었다. 성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조선군은 여기저기 널려있는 시체들을 보았다. 하지만, 끝나지 않았다는 듯이 살기가 느껴졌다.


“그래,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모두 조심히 전진하고 수색하라.”


조선의 장수는 병사들을 이끌고 조심히 성안을 수색하며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건물을 돌아서 성 뒤편으로 다다랐을 때, 백여 명 정도의 명나라 군대가 모여있었다. 모두가 결의에 찬 눈빛으로 대열을 갖추고 있었다.


그 뒤에는 만력제가 근엄하게 의자에 앉아서 있었다. 아무래도 이들은 마지막까지 왕을 지키며 죽을 마음인 것 같았다. 이괄 과 원충서는 잠시 대치하며 서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정문부가 들어왔다.


이여송 제독과 정문부는 멀리서 서로를 쳐다보며 서 있었다. 그리고, 조선군과 명나라군은 서로 노려보기만 할 뿐, 서로 공격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먼저 침묵을 깬 것은 만력제였다. 만력제는 거만하게 외치듯 말하였다.


“네놈들이 감히 하늘을 향해서 칼을 들이댄단 말이냐. 그것이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단 말이냐? 내 마지막으로 명하겠다. 지금이라도 물러간다면 내 문제 삼지 않고 너희는 보내주겠다.”


만력제는 마지막까지 허세를 부렸다. 아니 어쩌면 자신도 말이 안 됨을 알면서도 마지막으로 할 말이 이것밖에 없었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허세면서도 마음에 있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만력제의 말에 오히려 명나라 병사들의 눈에는 힘이 들어갔다.


“지금이라도 투항을 한다면, 자비를 베풀어 모두를 살려주겠소. 하지만, 마지막까지 싸우겠다면 우리는 더 이상 자비를 베풀지 아니 할 것이오.”


정문부가 힘 있는 말로 대답을 주었다. 그러자, 만력제는 미간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노여움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만력제는 검을 앞으로 뻗으며 말하였다.


“감히, 변방의 장수주제에 자비를 베풀겠다는 막말을 한단 말이냐? 감히, 조선이 언제부터 대 명나라에 이렇게 당당할 수가 있단 말이냐? 그래 알았다. 그렇다면, 오늘 과인이 대명나라의 위엄을 보여주겠다. 모두 저 조선의 역도들에게 대명나라의 위엄을 보여주어라.”


만력제의 말에 명나라 병사들이 함성을 질렀다. 마치,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것처럼 모두가 함성을 지르며 앞으로 한발씩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러자 조선군은 이에 반응하며 앞으로 나가며 마지막 싸움이 벌어지기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원충서를 중심으로 이괄 과 황박 그리고 임꺽정이 앞으로 나서며 선봉에 섰다. 임꺽정은 황박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형님은 이제 나이도 있으신데, 뒤로 물러나시오. 제가 알아서 정리하고 보고 할 테니 말이오.”


황박은 임꺽정의 뒤통수를 때리며 말하였다.


“이런 싹수없는 놈. 역시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면 안 된다고 하더니만, 무술 좀 가르쳐놨더니 이제는 나를 뒷방 늙은이 취급을 하는구나. 오냐, 저 오랑캐 놈들을 잡기 전에 네놈부터 요절을 내야겠구나.”


임꺽정은 황박을 보며 이빨을 드러내고 웃으며 말하였다.


“잘못했소이다. 그러니 한 번만 용서하시오. 그리고, 우리 지금 조금 진지해야 하는데 너무 장난같이 하는 거 아닌지.”


임꺽정이 주위를 둘러보자 병사들이 쳐다보고 있었다. 항상 장난기가 넘치는 임꺽정은 주위 병사들에게 긴장을 풀어주는 힐링 같은 존재였다. 명나라군이 함성을 지르며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러자 황박이 임꺽정의 뒤통수를 세게 때리며 외쳤다.


“가자~!”


임꺽정은 뒤통수를 왼손으로 비비면서 황박을 노려보며 앞으로 뛰쳐나갔다. 하지만, 이내 눈에서는 이채가 흐르며 칼춤을 추고 있었다. 원충서 장군은 창을 휘두르며 앞으로 나갔다. 그러자, 이여송 제독을 만났다. 이여송 제독은 원충서 장군을 보더니, 칼을 뽑으며 눈으로 대화를 하였다.


자신의 마지막을 잘 부탁한다는 듯 잠시 원충서 장군을 쳐다보다가 이내 칼로 허공을 가르며 앞으로 달려들었다. 원충서 장군은 그런 이여송 제독을 향해서 창을 휘두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둘의 싸움은 몇 합을 겨누지 않고 이여송 제독의 목이 달아나면서 끝났다.


명나라 군대는 마지막까지 목숨을 걸고 싸웠다. 그리고 장렬하게 죽었다. 이들은 최후의 용사였다. 만력제는 칼을 들고 앞으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원충서 장군의 창에 의해서 칼이 부러지면서 그 자리에서 조선군에게 잡혔다.


광해 앞으로 끌려온 만력제는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힘없이 땅을 쳐다보던 만력제는 광해를 바라보더니 웃었다.


“하하하. 그대가 광해구먼. 말이 되지 않아. 어떻게 그대 같은 이가 조선이라는 작은 나라에 태어날 수가 있단 말인가? 자네의 아비를 보았을 때만 해도 조선은 그저 변방의 작은 땅이었건만. 어떻게 자네 같은 자가 태어날 수가 있단 말인가?”


만력제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은 싸웠고, 졌다. 그리고 이렇게 그의 앞에 비참하게 앉아있었다. 만력제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는 듯이 말하였다.


“이제 나를 죽이거라. 나를 죽이지 않는다면 너는 대업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나를 죽여야 너의 대업은 완성이 되는 것이다. 아니 그러냐?”


만력제의 말에 광해는 미소를 지으며 술을 따라주었다. 만력제는 광해를 쳐다보며 술을 마셨다. 그리고, 광해는 다시 술을 따라주었다. 그렇게 석 잔의 술을 따라주고서 광해가 입을 열었다.


“나는 당신에게 두 가지를 권하겠소. 여기서 백성들이 원하는 대로 죽어줄 것인지. 아니면, 남동쪽의 섬으로 가서 조용히 살 것인지. 그대가 택하시오.”


광해는 마지막으로 만력제에게 선택을 주었다. 섬으로 들어간다면 어느 정도 경제적 기반을 가지고 살 수 있게 하여 주려 하였다. 하지만, 만력제는 이미 삶의 이유를 잃었다. 그래서 광해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자네 같으면 살겠는가? 천하를 가졌던 이가, 그렇게 살 수가 있다고 생각하였단 말인가?”


만력제는 고개를 저으며 광해가 들고 있던 술병을 빼앗았다. 그리고는 광해의 잔에 따라주며 말을 이었다.


“축하하네. 자네는 천하를 얻었어. 그러면 마무리를 잘해야지. 아니 그런가. 지금 나를 죽여야 백성들의 마음을 얻을 수가 있을 것이네. 그러니 어서 나를 죽이고 천하를 누리게나.”


만력제는 이미 죽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광해는 그런 만력제가 따라준 술잔을 비우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만력제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정문부 장군의 칼에 죽음을 맞았다.


이렇게 만력제는 남쪽 끝 작은 성에서 최후를 맞이하였다. 그렇게 명은 사라지고 새로운 두 개의 조선과 여덟 개의 나라들이 만들어졌다. 병력은 조선만이 가질 수 있었으며 여덟 개의 나라들은 조선의 통치하에 모든 정책을 펼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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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100화. 돌아왔다. 감사합니다. +12 21.08.31 1,766 36 10쪽
» 99화. 만력제의 마지막 항쟁 +1 21.08.30 1,514 36 12쪽
98 98화. 광해의 명나라 정벌 +1 21.08.27 1,473 33 11쪽
97 97화. 광해의 명나라 정벌 +3 21.08.26 1,412 30 11쪽
96 96화. 광해의 통치방법 +1 21.08.25 1,459 33 11쪽
95 95화. 광해의 명나라 정벌 +2 21.08.24 1,514 33 11쪽
94 94화. 광해의 명나라 정벌 +2 21.08.23 1,553 32 11쪽
93 93화. 광해의 명나라 정벌 +1 21.08.20 1,690 34 11쪽
92 92화. 명나라 정벌을 위한 준비 +3 21.08.19 1,589 36 12쪽
91 91화. 거북선의 등장 +2 21.08.18 1,558 33 12쪽
90 90화. 일본으로 출정 +4 21.08.17 1,534 32 11쪽
89 89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결단 +1 21.08.16 1,463 35 11쪽
88 88화. 만력제의 꼼수 +5 21.08.13 1,530 31 11쪽
87 87화. 누르하치의 명나라 공격 +5 21.08.12 1,500 36 11쪽
86 86화 원숭한 장군 +1 21.08.11 1,527 35 11쪽
85 85화. 누르하치의 습격 +2 21.08.10 1,568 31 11쪽
84 84화. 청을 세운 누르하치 +5 21.08.09 1,601 35 12쪽
83 83화. 구루타이의 역습 +1 21.08.06 1,653 36 12쪽
82 82화. 세자빈과 중전의 회임 +1 21.08.05 1,679 33 12쪽
81 81화. 조선과 여진족의 화해 +4 21.08.04 1,733 34 12쪽
80 80화. 이순신 장군의 산해관 공격 +4 21.08.03 1,771 37 12쪽
79 79화. 구루타이 +1 21.08.02 1,713 30 12쪽
78 78화. 누르하치 +1 21.07.30 1,826 30 12쪽
77 77화. 명나라 황제 만력제 +12 21.07.29 1,800 29 12쪽
76 76화. 명나라 환관 +1 21.07.28 1,728 34 12쪽
75 75화 고리대금 업자들 +2 21.07.27 1,708 37 12쪽
74 74화. 사천현감 정득열 +3 21.07.26 1,781 32 12쪽
73 73화. 인목대비 +7 21.07.23 1,961 33 11쪽
72 72화 임꺽정 +1 21.07.22 1,858 35 12쪽
71 71화. 백정 각시놀이 +5 21.07.21 1,876 3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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