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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치트키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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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델
작품등록일 :
2021.04.15 16:02
최근연재일 :
2021.05.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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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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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인생은 타이밍 (1)

DUMMY

“학생! 종점이야.”


작은 마을버스 안에는 달달거리는 시동 소리만 울렸다. 기사는 백미러를 통해 맨 뒷좌석에서 졸고 있는 학생을 바라봤다. 몇 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자 벨트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자고 있던 청년이 벌떡 일어나 꾸벅 인사를 하고 뒷문으로 빠르게 내렸다. 기사는 앳되어 보이던 청년을 안쓰럽게 생각하곤 다시 차를 몰았다.


익숙한 동네 주민들을 제외하고, 이 새벽에 잠이 덜 깬 채로 종점에서 내리는 젊은 외지인들의 9할은 일용직 노동자였다.



* * *



내리자마자 차가운 바닷바람에 정신이 들었다. 부둣가를 따라 걷다보니 짠 냄새가 슬며시 느껴졌다. 조업 배들이 하나 둘 씩 항구에 보이기 시작하고, 바로 앞에는 트럭이 오가고 있었다. 고무장갑을 끼고 대게를 옮기는 상인들의 말소리가 들려온다.



“우리 김 사장님~ 매대 준비는 다 끝나셨습니까?”

“한 박스만 손질하믄 끝나지라. 이모! 아따, 2kg 남았잖여!”



그렇게 안으로 들어갈수록, 목청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대는 상인들이 점점 많아졌다. 왼편에는 내 나이 또래로 보이는 애들이 있다. '스태프'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등짝에 프린트 된 형광 조끼를 입고, 안내 목걸이를 목에 걸고 있다. 행사 진행을 맡은 청년들답게 말끔하게 차려 입고선, 그새 친해졌는지 꺄르륵 거리고 있다.


나도 멈춰 서서 주차된 트럭 유리창에 얼굴을 비춰본다.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퉁퉁 부어오른 얼굴에 까치집을 하고 있는 머리.



“좀 씻고 올 걸 그랬나.”



목이 잠겨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는다. 손을 비벼 잔 열으로 붕붕 뜬 머리를 눌러 봤지만 정전기에 따끔 할 뿐 답도 없다.

나중에 화장실 가서 물이라도 칠해야겠다.


하품을 쩍 하고 있는데 얼굴로 뭔가 떨어진다. 깜짝 놀라 움츠렸다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니 높은 사다리를 타고 전봇대 사이에 현수막을 달고 있는 아저씨들이 내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 거 놓치면 어뜩혀!”

“미안함다. 거 좀 이리로 올려 주쇼.”



[어서오세요! 병강광역시 제 1회 대게축제]

라고 적힌 현수막이었다.


아저씨 쪽으로 팔을 뻗어 올려주었다. 건네받은 두 사람은 균형을 맞춰 현수막을 달기를 계속했다.

아직은 동이 트지 않아 어두운 와중에도 여기 사람들은 분주하게 축제의 개막을 준비하고 있었다. 먹거리를 손질하고, 관광객들이 즐길 행사를 예행 연습하느라 북새통이었다. 이 분주한 공간과는 어울리지 않게 쭈뼛거리는 또래 청년들이 몇 명 서 있다.

저기다. 그리고 역시나 박 소장 아저씨가 보인다.



“소장님! 일찍 오셨네요.”

“어이, 재한이! 어서오고!”



서글서글하게 사람 좋은 미소로 화답하는 박 소장 아저씨. 작년부터 축제 무대설치 일이 있을 때마다 연락해서 내게 알바 자리를 주고 있는 아저씨다.



“장재한씨?”



내 이름을 부르는 낮고 차가운 목소리에 돌아보니, 테 없는 안경을 쓴 남자가 한껏 머리를 뒤로 넘긴 채로 A4 서류 파일을 들고 서 있었다. 보통은 개막을 준비하는 날 새벽에는 다들 편하게 입고 일 하는데, 이 사람은 빳빳하게 다려 깃이 살아 있는 셔츠를 깔끔하게 차려 입고 있다.



“네. 장재한 입니다.”

“박 소장한테는 얘기 들었고요. 오늘 연출 맡은 pd고요. 생방송으로 지역 방송사에 송출 되는 건 아시고?”

“네. 알고 있습니다.”

“근데 나이가, 스물 초중반? ... 경력이 짧네요.”



pd는 안경을 올리며 순간적으로 내 모습을 위 아래로 훑어본다. 대충 묶은 리본 한 쪽이 풀려 균형이 안 맞는 운동화 끈, 동네 슈퍼 갈 때나 입을 법한 추리닝 반바지와 후드 티, 더벅머리까지 이 사람의 마음에 들 리가 없다.

pd의 표정이 좋지 않다. 옆에 쌓아놓은 노란 사과박스 하나를 바닥으로 툭 내려 놓고는 나를 쳐다본다. 박 소장 아저씨가 눈치를 채고 중간에 끼어 들어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으로 냉랭한 분위기를 무마하려 애쓴다.



“이 친구가 일을 그래 잘한다 아입니꺼. 첫날 왔는데 우째 이래 꼼꼼한가 감탄을 어마어마하게 했으요. 내가 이래가 같이 일 다닐때마다 옆에 끼고 댕기는 거 아이겄습니까? 못 미더울 게 하~나도 없어예. 나이도 젊으니깐 아르바이트 친구들이랑도 소통도 잘 되고예, 아하하..”



박 소장 아저씨의 얘기를 들으면서도 pd는 여전히 미심쩍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 시선을 거두고는 서류 뭉치를 마저 확인한다. 한숨을 쉬면서 종이를 몇 장 넘기며 중얼거리는 pd.



“어린 애들은 현장에서 꼭 사고를 쳐서 말이죠. 뒤처리 해야 하는 게 영 골칫거리라서.”



다 들려. 이 양반아.

처음 보자마자 시비라니...


빈정이 상해서 내 표정도 덩달아 일그러지자 박 소장 아저씨가 나에게 풀으라는 듯 눈썹을 휘어가며 눈짓을 했다. 눈으로 곁눈질을 하면서 입으로는 삐죽거리면서 불만을 표하자 아저씨가 끄덕거리며 내 기분을 풀어주려고 애를 쓰신다. 아저씨 표정을 보니 웃음이 나올 것 같다.



“장재한씨.”



pd가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마자 표정을 바꿔 사회 생활용 미소를 띄우며 경청하는 척을 했다. 박 소장 아저씨는 내가 아까와는 다른 표정을 짓자 안도한 듯 작게 숨을 내쉬었다.



“여기 좀 후지긴 해도 개막부터 폐막까지 도지사님, 시의원님들이 매일 올 거에요. 유명 셰프들, 가수들 다 올거고. 공중파 리포터들도 올거야. 내 말 이해했죠? 굉.장.히 중요한 무대라는 뜻.”

“아이고, 마, 걱정 마이소! pd님. 내가 보장한다 아입니꺼.”



슬쩍 내 쪽을 보는 pd에게 싱긋 웃어보였다.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고 했는데 이제는 옛말인지 오히려 더 굳어진 얼굴로 입을 연다.



“알바들 잘 챙기시고요. 사고 치지 마시고. 제발.”

“넵. 열심히 하겠습니다.”



일단 머리 숙여 인사는 했다. pd는 대답도 없이 박스를 슬쩍 내 쪽으로 발로 밀어 놓고는 뒤돌아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통성명도 없네.

성이라도 가르쳐줄 법 한데, 그냥 '피디님'이라니. 하긴 이 축제만 끝나면 볼 일이 없긴 하지만.. 좀 친절하면 덧나나? 얼굴에 깐깐해요라고 쓰여있네 아주. 눈 마주치면 숨이 턱 막히고. 어휴.


박 소장 아저씨는 내게 알바생들 명단을 주고는 pd의 뒤를 따라간다. 아무래도 나에 대한 걱정을 하지 말라는 얘기를 하러 가신 듯 했다.


박 소장 아저씨가 건넨 명단을 받아들었다. 주변을 뻘쭘하게 맴돌고 있던 일일 알바생들을 줄 세워 이름을 호명하며 인원을 확인했다.



“자, 각자 옷이랑 휴대폰은 여기 박스 안에다가 넣어주시면 됩니다. 5분 뒤에 팀 나눠서 집합할게요. 환복하시고 다시 오시면 됩니다.”



박스를 뒤적거려서 대충 사이즈가 맞는 유니폼을 찾는다. 입고 있던 옷을 훌렁 벗어 스태프 옷으로 갈아입는 나를 보고 주위에 있던 알바 애들은 당황스러운 눈치였다.

길거리에서 옷 한번 갈아입어 본 적 없나?

몇 명은 화장실로 가기도 하고, 또 몇 명은 눈치를 살피며 차 뒤에 숨어 누가 쳐다보기라도 할까 싶어 후다닥 갈아입기도 했다. 박 소장 아저씨도 어느샌가 옆으로 와 환복을 마치고 얼굴에 썬크림을 투박하게 바르고 있었다.



“아저씨. 근데 좀 까탈스러워 보이죠? 저 사람.”

“으응, 서울에서 뭔 프로그램 pd 하다가 강원도 내려가가꼬 손대는 축제마다 대박이 났다 하대? 저래 보이도 한 번 맘에만 들면 끝까지 밀어 준다 안하나. 최소 1년 동안은 일감 걱정이 없단다이가.”

“pd가 그 정도로 꽂아줄 힘이 있어요?”


내 물음에 아저씨는 즉답했다.



“하모. 저 양반이 이 판에서는 유명인사다이가. 그라고 대가리! 이 대가리가 또 비상해가 들판 밖에 없는 시골 가가꼬 봄바람 축제를 기획을 해뿌고, 산골 가면 산림욕 축제를 만들어삐고, 여기도 뭔 대게 축제를 만들었다이까. ‘무에서 유를 만든다’ 알제? 특색 없는 시골도 신생 축제를 만들어삐니까 정치인이고 조폭이고 할 거 없이 냄새 맡고 들러 붙는다 하대.”

“냄새? 돈 냄새요?”



박 소장 아저씨가 주위를 의식해 목소리를 낮춰 말을 이어갔다.



“아무도 안 찾는 시골에 가가, 갖다 붙이가 축제를 개최하는기라. 그게 인자 지역 상품이 되삔다이가. 주민들이야 관광객 오면은 좋은기고, 정치인들은 표 얻어가 좋고, 한 따까리 하는 행님들은! 니 여름에 바닷가 가면 파라솔 장사 하는 사람들 있제? 내나 그거처럼 장사 자리를 판다하드라고.”

“흠, 잘난 척 하더니. 결국 뭐 조폭 끄나풀 그런건가봐요?”

“쉿. 니 말 조심 안하나! 우리가 알아야 될 게 뭐가 있겠노. 세상 천지에 비리 없는 판이 어데 있노? 니가 뭐 정의의 사도가? 우리는 실수만 안하고, 우리의 일을 하고, 무난하게 주워 먹기만 하믄 되는기라. 알겠나?”

“저도 아무래도 상관 없어요. 그냥 재밌잖아요.”



아저씨의 무대 설치 사무소는 경영난으로 인해 다음 달 대출까지 받을 생각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일거리가 없기도 했다.


행사 이틀 전, 원래 오늘 무대 설치를 맡기로 했던 기존 업체가 펑크가 났다고 급하게 연락이 왔다. 기존 업체의 20대 직원이 실수를 해서 다른 지역축제 도중 화재 사고가 터진 것이었다. 빗물이 부스에서 떨어져야 하는 데 설치를 잘못해서 빗물이 천장에 고이면서 천막이 무너져 요리중이던 테이블에서 화재 사고가 터졌다고 했다.


저 깐깐해 보이는 pd가 나를 그런 표정으로 봤던 게 이해가 되기도 한다.

덕분에 나도 하루만에 미달된 알바 인원들 채우느라 한 숨도 자지 못하고 고생 꽤나 했었다. 인근 시내의 대학교 커뮤니티를 통해 일일 알바 자리를 겨우 채워왔다.

박 소장 아저씨는 대타로 들어온 자리에 풍문으로만 듣던 저 pd가 있는 게 마음에 든 듯 했다. 정확히는, 저 pd를 만나게 된 것보다는 다음 일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지는 발판이 마련되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 * *






능숙하게 무대 설치를 하기 시작했다. 반복 작업은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자재를 나르고 지시하고 감독하기를 반복했다. 오후까지 계속되는 작업에 알바생들도 익숙해진 모양이다. 무대 아래 의자도 열 맞춰서 깔아 놓았다.

땀 범벅이 된 와중에 스트레칭을 하며 주위를 쳐다보니 박 소장 아저씨는 지친 기색도 없이 무거운 판자를 어깨에 짊어지고 싱글벙글 웃고 있다. 성격도 참 좋지. 매대를 차린 상인들하고 농담을 주고 받는 박 소장 아저씨를 멍하니 보고 있었는데 눈이 마주쳤다.




“재한이! 오늘 끝나고 대게에다 쏘주 한잔 하는거 어떻노? 이모가 싸게 해준댄다!”




웃으면서 내 쪽으로 다가오는 박 소장 아저씨.




“저도 그럼 좋은데, 과외가 있어서요.”

“아직도 하나? 니 진짜 열심히도 사네. 그래 열심히 돈 모아가 어따 쓸라고?”

“집이요. 집 하나만 딱 사면 편할 거 같아서요.”

“니 볼때마다 우리 아들 보내가 니한테 정신 교육을 배우고 오라 하면 좋겠다. 이 자식은 놀기만 하고 취직할 생각도 안하고 공부도 안하고.”

“하하... 뭐, 아직 어리잖아요. 근데 저는 돌아갈 집도 없잖아요. 아저씨가 있으니 놀수도 있는거죠 뭐.”



박 소장 아저씨는 살짝 아차 싶었는지 금방 내 얼굴을 살폈다. 돌아갈 집이 없는 나는, 보육원에서 퇴소한 이후부터는 월세 생활을 전전하고 있었다.



“금방 살끼다. 머스마들 내가 수도 없이 봤다이가. 근데 니 같은 애가 하나가 없드라고. 재한이 니는 진짜 부자 될기라. 세상 살다보믄 인자 사람 눈빛만 봐도 딱 느낌이 온다이가. 나중에 니 한 100억 버는거 아이가?”

“100억 생기면 아저씨 천만원 떼드릴게요. 헤헤.”

“내가 그거밖에 안되나? 한 오천은 주면 안되겠나?”

“그건 좀~?”



시시콜콜한 농담을 나누면서 웃고 있는데 pd가 뒤쪽에서 대본을 보며 우리 쪽으로 걸어 오고 있었다.



“아저씨! pd와요. 뒤에. 빨리 가요.”



아저씨는 옮기던 짐을 마저 옮기고, 나는 pd가 또 핀잔이라도 줄까 신경 쓰여 느릿느릿하게 움직이고 있는 보조 알바생들에게로 가서 일을 시키기 시작했다.



“아까 망치질 잘하시는 분 누구셨지? 어, a구역 담당하시면 되요. 여기 1번부터 28번까지. 표시된 거 보이세요? 못 박으면 되거든요. 그리고 나머지 분들은 계단 밑에 쌓여진 세트 자재들 트럭으로 옮길게요. 귀빈석 의자 까는 거는 두 명만 있어도 인원 되니까 빠르게 움직일게요.”



눈칫밥 먹고 크다보면 뒤통수에 눈이라도 달린 것처럼 일종의 투시능력이 생긴다. 삐딱하게 서서 내가 일을 잘 하고 있는 지 관찰하고 있을 pd의 시선이 보지 않아도 느껴졌다.



“장재한씨. 무대 체크 끝났어요?”

“어후, 깜짝이야! 네. 거의 끝났습니다. pd님.”



나이스 타이밍.


열심히 일한 티가 팍팍 난다. 땀에 쩔은 옷 좋고.

몰랐다는 듯 뒤돌아 서면서 놀란 표정 좋고.


작가의말

2010년대 초반의 <병강광역시>는 가상의 지명으로 서울 인근의 수도권 지역입니다. 이 지역은 서울과 인접한 시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개발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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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나의 영화가 시작된다 (2) 21.04.29 30 2 13쪽
9 나의 영화가 시작된다 (1) +1 21.04.26 40 4 13쪽
8 치트키 튜토리얼 (3) +1 21.04.24 55 4 14쪽
7 치트키 튜토리얼 (2) +1 21.04.23 58 4 13쪽
6 치트키 튜토리얼 (1) +1 21.04.20 79 3 13쪽
5 인생은 타이밍 (5) +1 21.04.19 74 4 13쪽
4 인생은 타이밍 (4) +1 21.04.18 62 3 14쪽
3 인생은 타이밍 (3) +1 21.04.17 74 4 15쪽
2 인생은 타이밍 (2) +1 21.04.16 91 3 13쪽
» 인생은 타이밍 (1) +1 21.04.15 159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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