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치트키 활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틴델
작품등록일 :
2021.04.15 16:02
최근연재일 :
2021.05.13 06:0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838
추천수 :
40
글자수 :
90,524

작성
21.04.18 22:00
조회
62
추천
3
글자
14쪽

인생은 타이밍 (4)

DUMMY

“꺄악!!!!”



마이크를 통해 찢어지는 비명 소리가 들리고, 동시에 양이화가 눈 앞에서 사라졌다. 마치 세상의 모든 소리가 사라진 듯, 정적이 감돈다.


박 소장은 도시락을 집어던지고 무대 뒤 계단으로 달려가고 있다. 황pd는 카메라를 설치해 놓은 높은 단상 위에서 허겁지겁 내려오고 있다. 놀란 스태프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입을 틀어막기도, 또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장재한은 잠시 머뭇하다 앞으로 뛰어가 무대로 훌쩍 올라갔다.


가라 앉은 무대 바닥 밑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신음하는 양이화가 보인다.



“아....나 좀...”



장재한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굳어 있었다.

그것도 잠시, 박 소장이 달려와 거칠게 장재한을 밀쳐냈다.



“조연출! 사무소 의료팀 불러! 119도 부르고!”



뒤따라온 황pd는 조연출에게 윽박을 질렀다.

박 소장은 무대 밑 양이화에게로 상체를 숙여 상태를 살폈다. 뒤에서는 앰뷸런스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넘어진 장재한은 처음 보는 장면에 충격을 받아 그대로 굳어있었다.



축제 관리사무소의 의료팀이 도착해 양이화에게 응급 조치를 취하는 동안, 박 소장은 넘어진 장재한의 멱살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팔을 잡아 무대 뒤 쪽으로 데려가 벽으로 밀쳤다.

맥 없이 뒷 머리가 찧였지만, 장재한은 아픔도 못 느낄 만큼 넋이 나가있었다.



“무대 체크 제대로 했나?”

“······”


“마!! 정신 안차리나! 무대 체크 했나? 안했나?!”



박 소장 아저씨의 안색은 사색이 되어있다. 아저씨는 내가 처음 보는 표정을 하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대기.. pd님이 대기실부터 가라고 해서..”

“대기실 나와서는? 화장실 가기 전에는!!”

“아... 안한 것 같아요.”

“똑바로 말해라 니. 체크를 아예 안한거가, 안한 거 같은기가? 확실하게 말해라!”



박 소장 아저씨의 목소리가 떨렸다.



“······ 안 했어요.”



아수라장이 된 현장.


삐익- 하고 울리는 마이크 소리,

얼굴이 하얗게 질려 눈 앞에서 화를 내는 박 소장 아저씨,

머리를 부여 잡고 있는 연출 팀,

죄인처럼 구석에 있는 나를 못 본 듯 빠르게 지나쳐 가는 황pd,

구급차가 들어올 자리를 만들기 위해 주차된 차들을 황급히 빼고 있는 스탭들,

여전히 흘러나오는 뽕짝 전주까지....

신생 축제 리허설 무대가 주는 특유의 엉성함과 난잡한 분위기까지 더해져 아비규환이었다.



“하.. 진짜 이 새ㄲ...”



박 소장은 일단 수습부터가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무대 아래에서 공구를 가지고 올라가 사고 난 지점의 주위 바닥들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마음이 급해 잘 해체되지 않는 바닥 자재는 손과 허벅지로 힘을 줘 뜯어냈다. 박 소장의 손바닥에서 피가 났다.


어느 정도 공간이 확보되고, 이내 앰뷸런스가 도착했다.

양이화는 들 것에 실려 무대 아래로 내려와 땅바닥에서 추가적인 응급 처치를 받고 있었다.



“소장님. 축제 개장까지 5분이요. 이거 가능해요?”

“해보겠심더. 야!! 일로 온나!”


아르바이트 알바들도 밥 먹기를 멈추고 무대로 달려와 보조 작업을 다시 진행했다. mc는 개장이 연기될 것을 대비하여 수정된 문구를 외우고 있었다.

현장에는 욕설과 소음이 난무했다.


정신없는 현장에 갈 길을 잃고 서 있는 장재한의 어깨를 터질 듯이 꽉 잡아채는 누군가.



“너지?”



황pd였다.



“니가 무대 담당했지?”



목이 메여 차마 대답 소리도 내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내 말 잘 들어. 입원이면 입원, 치료면 치료.

양이화씨한테 이게 다 누구 책임인지 잘 설명하고 병원 따라가서 수습하고 와.”

“···예.”

“축제 성공적으로 끝날 때까지, 주최 측에 피해가 오면 안 돼. 내 말 이해 하지? 기사 한 줄, 전화 한 통도 안된다는 뜻.”

“예..”



그의 표정은 이루 말할 것 없이 차가웠다.

어떤 것도 되물을 수 조차 없을만큼.

황pd는 누워서 치료를 받고 있는 양이화를 바라보며 복화술이라도 하듯 낮게 읊조렸다.



“니가 싼 똥 니 손으로 치워.

똥물 튀기면, 니들 이 바닥 다시는 못 들어올 줄 알아.”



황pd는 굳은 표정으로 자기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내 손에 쥐어주었다. 그리곤 내 옷을 잡아 세게 끌어당기며 앰뷸런스 쪽으로 향했다.



“보호자 한 분 같이 가셔야 합니다! 누구 없으세요?”



앰뷸런스에 양이화를 태운 구급대원이 바깥으로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황pd는 내 뒷덜미를 질질 잡아끌어 양이화가 탄 앰뷸런스 안으로 밀어 넣었다.




* * *



앰뷸런스 안에서 양이화는 통증을 참지 못하고 울다가, 죽은 듯 조용하다가, 또 다시 울다가를 반복했다. 몸이 아픈 것 보다 놀란 게 더 큰 듯 했다.

과호흡 증상으로 숨이 넘어 갈 뻔 하기도 했다.


구조대원이 위 아래로 바쁘게 응급처치 할 동안 나는 양이화의 발 끝에 앉아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선생님도 다치신 거죠?”



내 다리를 보며 응급대원이 얘기했다. 낮은 간이 의자를 내쪽으로 밀어 다리를 올리라고 하더니 소독을 해 주었다.



“정확한 건 병원 도착해서 찍어봐야 알겠지만, 저희가 볼 때는 여성 환자분은 지금 골절상으로 추정 되구요. 골절이면 회복까지는 시간이 꽤 걸려요. 그리고 남성 환자분은 일상 생활은 크게 무리 없으시겠지만 몇 바늘은 꿰매셔야 되거든요?”



소독약이 따끔했지만 양이화 앞에서는 아플 수도 없었다.



“그냥 두면 안 나아져요?”

“뼈 건드린 건 아닌 거 같은데, 보통 이정도면 꿰매셔야 되구요. 걷는데 지장 없으셔도 정밀 검사는 해보셔야 해요.”




* * *



양이화의 진단을 맡은 의사는 붓기가 있어 수술 날짜가 며칠 뒤로 잡혔다고 했다. 보호자로 양이화의 할머니가 도착했고, 둘은 입원을 하기로 하고 418호 병실로 들어갔다.

장재한이 입원실 앞 의자에서 대기하는 내내, 양이화는 복도까지 울리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거지같애! 거지같애!! 나 가만 안 있을 거야! 이거 소송 걸거야! 책임자 싹 다 와서 사과하라 그래!”

“이화야. 화 좀 가라 앉히고 좀, 너무 그러지도 말어.”

“할머니 이제 가!”

“아가 5분 있다 갈게, 응?”



애 다루듯 어르고 달래는 양이화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씩씩거리던 양이화는 그 뒤로도 한참을 소리를 질러댔다.



“아냐, 그냥 가! 나 할머니 있으면 못 쉬잖아! 그리고 저 인간하고 얘기해야 돼. 오빠! 지금 오고 있어?”



가라, 좀 있다 가겠다 등의 실랑이가 오갔다. 양이화는 주변 사람들에게 여기 저기 전화를 하는 듯 했다. 병실 문 틈으로 새어나오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마무리 되는 기미를 보이자 나는 더 불안해졌다.

저 성질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드르륵-]



병실의 문이 열리고 양이화의 할머니가 나왔다.

땅만 보고 있던 나는 벌떡 일어서서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



“애가 놀래서 그렇지. 잘 얘기하면 또 금방 풀려요.”



그럴 것 같진 않던데...



“죄송합니다.”

“일부러 한 것도 아닌데 뭘.. 고생 좀 해요.”



내 어깨를 토닥거리고는 천천히 걸어가시는 양이화의 할머니. 뒷모습을 보고 있다가 한숨을 한번 들이 쉬고 뱉었다.


결심 했다.

부딪혀 보자.


병실 문 앞으로 가 노크를 했다.



[똑똑-]



문을 살짝 여니 눈 화장이 다 번진 채로 째려보고 있는 양이화가 있었다.



“진짜 죄송합니다.”

“어떡할 거에요? 내년까지 하이힐 못 신을 수도 있대요. 어떡할거냐고 묻잖아요!”



눈을 마주치기가 무섭다.



“제가 ··· 책임을 지겠습니다.”



양이화는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터트렸다.



“책임 진다고요? 그 쪽이 위약금 다 물을거에요?”

“위약금이요?”

“뭐야? 아무 대책도 없이 온거에요 지금?”



양이화의 목소리는 더 높고 날카로워졌다.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가만히 쳐다보더니 입을 여는 양이화.



“이봐요. 내 페이가 얼만지 알아?

당신 일주일 일해도 나 무대 한번 올라가는 거 만큼 못 벌어!

나 신곡 홍보로 스케줄 풀이거든?

위약금이면 몇 배는 더 물어내야하니까, 그 쪽에서 해결하면 되겠네. 내 소속사에서 내용증명 보낼 테니까 법대로 해요.

그리고 주최 측 총 책임자 불러서 사과하라고 전해요.”



양이화는 마구 쏘아붙였다. 이 때 전화기가 울리자 양이화는 말을 멈추고 내 쪽을 쳐다봤다.



“정말 죄송한데...잠시 전화 좀 받고 오겠습니다.”




* * *




“그래. 우예 됐노?”

“붓기가 심해서 수술까지는 며칠 걸린대요. 엄청 화났어요.”

“니는? 치료는 좀 했드나?”



그 와중에도 내 다리를 먼저 물어봐주는 박 소장 아저씨의 말에 멈칫했다. 아저씨의 성격 상 아마도 아까 화를 냈던 게 마음에 걸렸을 것이다.



“전 괜찮아요. 죄송해요, 소장님.”

“여는 일단 행사 시작했다. 문제 없이는 하고 있는데 행사 끝나고가 문제 아니겠나. 후....”



아저씨의 한숨 소리가 깊다.



“저, 양이화씨가 두 가지 말씀 하셨는데요. 신곡 행사 취소 될 거 같다고 그거 위약금 보상 문제랑 주최 측 총 책임자 와서 사과하러 오라고 하셨어요.”

“···재한아. 잘 들으래이. 일단 병원비는 pd님한테 받은 카드로 하고. 근데 그거 이상으로는 축제 쪽에서 보상 못할끼라. 위약금은 우리가, ···하, 쪼매 생각해보자. 그리고 pd님도 지금 자리 못 비우는데 총 책임자가 움직일 수나 있겠나? 시의원님들 오셔가 일정도 빠듯한데.”



아저씨와 머리를 맞대어 봐도 이 상황을 해결할 해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저 여자, 내가 실수 했을때만 해도 엄청 화냈었지.

그땐 소장님이 칭찬 몇 마디 했다고 마음이 금방 풀렸었는데..

지금은 그때랑은 좀 다르긴 하지만...



“저..소장님. 양이화씨 생각보다 좀 단순한 면도 있던 거 같은데... 그냥 주최 측이 병문안 와서 사과 한마디만 하면 또 풀릴 거 같기도 한데요.”



그냥 높으신 양반들이 와서 사과 한마디만 하면 또 스르르 화 풀리고 용서할 것 같은데.



“이화씨가 그런 사람 맞기는 해. 근데 ··· 재한이. 니는 안다이가. 우리 같은 사람들이 죽는다 해도 눈 하나 깜짝 안하는데, 무명 가수 하나 쪼매 다쳤다고 이 사람들이 움직이겠나? 아까도 이화씨가 걱정이 되가 뛰어간게 아니고, 축제 망칠까봐 뛰간기라. 이쪽 생리가 다 그런거 아니겠나.”



박 소장 아저씨의 목소리가 진지해졌다.

몇 년 전 무대 일을 하던 아저씨의 동료가 현장에서 크게 다쳤지만, 합당한 보상을 받지는 못했다. 아저씨는 술잔을 기울일 때마다 그 얘기를 꺼내곤 했다.

아마 그 일이 떠오르신 것 같았다. 누구보다 이 판의 생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아저씨였다.



“그렇긴 하죠.”



수화기 너머로 아저씨를 찾는 거친 말투의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아저씨 쪽도 만만치 않게 깨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예~ 갑니다.) 니가 좀 고생해라. 이화씨 비위 최대한 맞추고 풀어드리래이. 재한이. ··· 잘 할 수 있제? 니는 똑똑하니까 잘 할끼다.”



한숨 섞인 박 소장 아저씨의 목소리에 힘이 빠졌다. 축제 리허설 사고를 직접 봤을 pd와 주최 관계자들. 그들이 주는 압박을 견디는 건, 오롯 현장에 있는 아저씨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이다.

양이화 한 사람만 마주하고 있어도 이 정도인데, 이번 행사를 지나 그 다음까지 책임져야 할 아저씨 입장에서는 더 압박이 클 것이다.

어쩌면 병원에 와 있는 게 더 다행일지도 모른다.



[꼬르륵-]



엘리베이터 앞 눈 앞에 보이는 병원 자판기.

천 원짜리를 꺼내 돈을 넣고 식혜를 뽑는다.

어제부터 잠도 못자고, 새벽부터 몸을 쓴데다가, 지금은 정신적인 부담까지 더해졌다.

삶이 너무 고달프다.


꼴깍대는 소리와 함께 식혜를 다 마셨다. 혀 끝에 채 나오지 못한 캔 안의 밥알들 몇 개가 닿인다. 굶주려 배가 아프기까지 해 식혜 속 밥알 몇 개도 아쉬울 지경이다. 혀를 몇 번 굴리다가 쓰레기통에 툭 집어 넣었다. 이젠 이런 것 조차 노력할 힘도 없다.



‘똥물 튀기면, 니들 이 바닥 다시는 못 들어올 줄 알아.’



똥물. pd에게 ‘양이화씨가 사과하러 오래요’ 라고 얘기하는 건, 그의 말대로 똥물을 튀기는 행동이나 다름 없었다.


아무것도 얻어낸 것 없는데 다시 병실로 들어가 양이화와 얘기를 해야한다. 주최 쪽으로 항의가 들어가지 않게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할까.

내가 할 수 있을까.

아저씨처럼 노래 칭찬이라도 해야 하나.

머릿속에는 사고가 날 때의 그 순간이 계속 떠오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대기실에 들어가지 않았으면, 도시락을 빨리 찾아 나왔으면, 그 많은 화장실 중 계단이 낡지 않은 화장실에 갔더라면,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좀만 더 늦게 켜졌더라면, 본넷에 물 휴지를 놓고 오지 않았더라면, 무대 체크부터 마치고 밥을 찾으러 갔더라면, 왜 이렇게 혼이 빠질만한 일들이 계속 생겼는 지 ......


정말 이상한 날이었다.



자판기에서 나온 거스름돈 동전 몇 개를 집어 주머니에 넣는다. 뭔가가 만져진다.



“아, ······명함.”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치트키 활용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치트키 보는 능력을 갖게 된 거라고? 21.05.13 12 1 14쪽
14 치킨 복사하는 방법 알려줄까? 21.05.06 17 1 14쪽
13 허상과 실상 (2) 21.05.04 23 1 13쪽
12 허상과 실상 21.05.02 28 1 12쪽
11 나의 영화가 시작된다 (3) 21.04.30 30 1 14쪽
10 나의 영화가 시작된다 (2) 21.04.29 30 2 13쪽
9 나의 영화가 시작된다 (1) +1 21.04.26 40 4 13쪽
8 치트키 튜토리얼 (3) +1 21.04.24 55 4 14쪽
7 치트키 튜토리얼 (2) +1 21.04.23 59 4 13쪽
6 치트키 튜토리얼 (1) +1 21.04.20 80 3 13쪽
5 인생은 타이밍 (5) +1 21.04.19 75 4 13쪽
» 인생은 타이밍 (4) +1 21.04.18 63 3 14쪽
3 인생은 타이밍 (3) +1 21.04.17 75 4 15쪽
2 인생은 타이밍 (2) +1 21.04.16 92 3 13쪽
1 인생은 타이밍 (1) +1 21.04.15 160 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틴델'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