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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치트키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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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델
작품등록일 :
2021.04.15 16:02
최근연재일 :
2021.05.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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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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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인생은 타이밍 (5)

DUMMY

“아. 명함”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들었다.


[조창영]


부자 형님의 이름이었다.

명함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를 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을거다. 100만원, 아니 잘만 구슬리면 300만원은 줄 지도 모른다.


같은 다리라도 양이화는 몇 천만원 짜리 다리일테지만, 내 다리는 소득 증빙도 안되는 다리.

살면서 좋은 실비 보험 하나도 들어 놓은 게 없고, 이런 상황에는 어떻게 해야할 지 나에게 가르쳐 줄 가족도 없다. 막막하기 짝이 없었다.



“조창영, 제이와이 엔터 대표?”



처음 들어 보는 소속사였다.

다시 명함을 집어 넣었다. 이럴 시간이 없었다. 418호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차라리 욕을 들어서라도 이 일이 해결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3일이라도 서 있을 수 있는데.


418호로 돌아가는데, 엘레베이터에서 문이 열렸다.



“418호가 어디에요?”



남자 목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간호사가 안내한 쪽으로 몸을 트는 남자와 마주쳤다.


조창영이다.

그는 내 얼굴을 알아본 듯 눈이 커지더니 내 다리를 쳐다봤다.



“여기서 치료 받으셨어요? 어떻대요?”

“응급차 안에서 소독만 받았어요. 혹시 양이화씨 찾아 오신 거에요?”

“네. 여자친구라서.... 스태프로 오셨구나.”



내 옷을 밝은 곳에서 보고 단번에 상황을 파악한 조창영은 나를 붙잡았다. 방금까지 있었던 자판기 앞을 가리켰다.



“잠깐 뭐라도 마시면서 얘기 좀 할래요?”




* * *




“말씀 편하게 해주세요, 형님.”

“그러니까, 용역 업체에서 일어난 사고라서 주최 측은 책임을 질 수 없다 이거지?”

“그게 저희 업체 문제라기보다는.. 제 잘못이죠.”



분명 양이화와는 성격이 달라 보였다.

거기다 이 정도로 성공한 사람이라면 상황을 극단적으로만 받아들이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고 도박을 걸었다.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한 얘기를 위주로 했다.


나에게 마음의 빚이 있는 만큼 내 얘기를 우호적으로 들어 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화는 돈 보다는 사과 한마디면 되는데.”

“네. 그러실 거 같아요. 형님도 부자시고, 가수님도 고급지셔서.. 돈보다는 사과가 필요하신 거죠. 근데 워낙에 pd님도 그렇고 현장 고위 관계자들은 다들 바쁘다보니까..”



눈치로 살아온지가 몇 년인데.


비위를 맞추기 위한 칭찬은 필수였다.

부자라는 단어에 조창영은 희미하게 웃었다.



“뭔 부자야, 내가. 근데 이화한테는 바빠서 사과 못한단 식으로 말하면 아마 쟤 가만히 안 있을거야. 안 그래도 자존심도 센데, 무명생활 오래 해서 자격지심이 좀 있어.”

“예.”


조창영. 제이와이엔터 대표.

일종의 1인 기획사라고 했다. 그가 운영하는 많은 사업 분야들 중에 하나일 뿐, 무명인 양이화를 위한 명목상의 회사였다. 소규모인 만큼 양이화의 대타를 뛰어줄 가수는 없다고 했다.


내 착각일 수도 있지만, 조창영은 이상하게도 내 편인 것 같았다.

얘기를 하는 내내 느릿한 말투와 신뢰가는 중저음, 거기다 진솔한 눈빛까지... 조금만 더 오래 같이 있었더라면 내 속 이야기까지 술술 꺼내놓았을 지도 모른다.



“신곡이 나온 지 얼마 안됐어. 그래서 행사를 많이 잡았거든. 위약금은 조율을 해봐야 알겠지만, 천 단위 될거야.”



위약금이 천 만원이 넘는다는 말에 안색이 어두워진 장재한을 보고 조창영은 생각에 빠졌다.

어린 친구가 이 빚을 쉽게 갚을 리가 만무했다. 그렇다고 용역 사무소나 축제 측에 피해가 가면 안된다고 사정을 해대니,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하나 고민했다.



“이화가 성격이 조금이라도 손해 보면 불같이 화내고 하루 종일 울고 그래. 나도 골치 아프다. 이거 수술해도 회복까지 오래 걸리면 몇 달은 징징거리겠네... 후.”



하긴 남자친구면 저 성격을 제일 가까이서 볼 텐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 제가 학생이라서요..

저도 대학교 휴학하고 알바하다가 이렇게 된거라서요. 저희 소장님도 빚 때문에 너무 힘드시고 겨우 일감 따낸건데..

제가 학교 선생님 하려고 임용 준비중인데 법적으로 가버리면 꿈도 포기 해야되고, 돈 문제가 너무 크다보니까 제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정말 죄송하지만 형님이 한번 여자친구 분한테 잘 말씀 해주시면 안될까요?”



자존심 같은 건 필요 없었다.

감정적으로 매달려보자는 심정으로 구구절절한 사연을 쏟아냈다.

‘선생님을 하려고 한다’는 말에 조창영의 눈썹이 희미하게 꿈틀거렸다. 통한 모양이다.

조창영은 나를 빤히 쳐다봤다.



“잠시만. 나 담배 한 대만. 대가리 터질 것 같다.”



‘대가리?’


그새 내가 편해진 건가? 원래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인건가?

생각한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다.



조창영이 향한 테라스에는 ‘금연’ 표시가 큼직하게 붙어있었다. 그러나 대가리가 터질 것 같다는 데 부탁하는 입장에 괜히 가서 긁어 부스럼 만들 수는 없었다.


나는 조창영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쪽을 택했다. 일어나 조용히 휴게실의 유리문을 닫았다. 병원 관계자들 몇 명이 돌아다녔고, 나는 학창시절에 망보듯이 조창영의 흡연을 들키지 않게끔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담배 피우는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더 불안해졌다. 희망의 끈을 놓칠 수는 없었다.


‘잠재력도 꿈도 있지만 가난한 청년.

부자들은 종종 미래를 보고 투자하지 않나?

이 정도 비하인드 라면 배포 한번 베풀어도 후회 안할 만 하지 않나?

보통 드라마에서는 기적같이 빚을 탕감해준다던지 하던데...’


테라스 한켠에서 담배를 피우던 조창영이 뒤를 돌아 나를 보고 손짓했다. 헐레벌떡 뛰어 그쪽으로 갔다.



“뛰지마. 너 다리 아프다. 아무리 생각해도 거기 진짜 너무하네. 너처럼 어린 애가 무슨 힘이 있다고 이걸 해결하라고 보내냐?”

“... 제가 잘못한 거라서요. 형님.”



입 밖으로 나올 말을 예측할 수 없었다. 제발.



“일단 너 여기서 치료는 받아라. 원무과에 수납해 놓을 테니까 치료 받고 다시 올라와.”

“여기 너무 비싸서 제가 동네 병원 가서 치료할게요, 형님.”

“됐어~ 뭘 또 그렇게 하냐. 그냥 여기서 해. 다리 다친 거는 비싼데서 제대로 치료 받아야 돼. 그리고 이화 위약금은, ···”



심장이 터질 것 같다.



“··· 내가 빌려줄까, 너한테?”



응?



“제가 빌려도, 갚을 수가 없어서요. 형님.”

“하긴 부모님한테 말씀 드리기도 그렇겠다. 넌 교사 하면 돈 안정적으로 벌 텐데 왜 현장 일을 하냐?”

“집안 사정이 안 좋아서요, 형님... 등록금도 제가 다 해결하구요.”



보육원을 나올 때 퇴소한 형 누나들이 그랬다. 어디에서든 가족이 있는 척 하라고.



“시험 붙으려면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 거 아냐?”

“공부로는 자신 있습니다. 올해 임용이라 빨리 합격할 수 있는데 반년 치 생활비만 벌고 공부 집중하려고 했습니다. 과외랑 현장일 하면서... 근데 그게 어려워서요..”



우물쭈물 얘기를 쏟아내는 내 말을 듣기는 하는 건지 조창영은 담배를 뻑뻑 피워가며 한숨을 쉬었다.



“얼마 버냐?”

“네?”

“과외랑 현장 일 하면 한 달에 200은 버냐?”

“일 많을 때는 그 언저리까지는 법니다.”



조창영이 담배를 물고 나를 빤히 쳐다본다.



“내 밑에서 일 해서 갚아볼래? 잘만 하면 500도 줄 수 있는데.”



뜻밖의 제안이었다. 머뭇거리자 조창영은 음료수 캔 안에 피우던 담배를 넣어 불을 껐다.



“과외 하는 거 보면 머리는 좋을 거고,

말하는 거 보니까 착한 것 같고,

끝 까지 니 책임이라고 하는 거 보니까 책임감도 있고.

현장 일이면 체력도 좋을 거고,

내 밑에서 일할 친구 찾고 있었는데 딱 너 정도면 괜찮을 것 같은데.

거기다 치료 받으러 병원도 자주 가야할 거잖아.

그럼 다른 일 하기는 어려울 거고. 아니야?”

“아···”

“나쁘지 않은 제안일 것 같은데 고민되나보네? 할 마음 생기면 연락 해. 나야 너 아니어도 고용하면 되니까.”



일생일대의 기회일까?



“좀 갑작스러워서요.”

“사정이 딱하기도 하고, 뭣보다 나 때문에 다리 다쳤으니까 그러지.”

“전 좋기는 한데...”

“됐고, 천천히 생각해 봐. 고민 충분히 해도 돼. 어떻게 이 자리에서 정하냐? 일단 이화한테는 티 내지 말고. 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고 나는 아쉬운 거 없으니까 니가 선택 하는거야.”

“아, 네.”

“치료 받고 올라오고. 먼저 가 있을게.”



인사를 꾸벅했다. 조창영은 휴게실의 유리문을 열고 418호로 가려다 갑자기 뒤를 돌았다.



“고맙다. 이거”



조창영은 씩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휴게실 벽의 금연 표시판을 가리킨다. 봤구나. 내가 망 보던 거.





* * *




치료를 받고 올라와 418호의 병실 문을 열자 양이화는 조창영의 품속에 갓난 아기처럼 안겨 있었다. 당황스러워 병실 입구에 서 있다가 민망하게 헛기침을 했다.



“크..흠.”



양이화는 퉁퉁 부은 눈을 하고선 입을 열었다. 아까와는 다르게 평온한 목소리였다.



“내 가방 가져와요.”

“그냥 또 사면 되잖아.”

“오빠가 100일 선물해준거잖아. 싫어!”



그 날카롭던 여자가 조창영 앞에서는 앙탈을 부렸다.



“오늘은 늦었으니까 가서 자고, 내일 가지고 와요.”

“오빠!”

“이화야.”


조창영은 양이화를 달래며 내게 눈 인사를 했다.



“...예.”



[드르륵-]



병실을 나오자마자 박 소장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비싸보이던 그 가방을 누군가 가져갔다면 더 큰일이었다.

연락이 닿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축제 장소로 돌아갈 요량이었다.



“소장님! 혹시 양이화씨 가방 보셨어요?”

“어, 재한이. 안 그래도 연출팀에서 분실물 같다고 보관할까 하길래 말해가 내 차에 넣어 놨다. 내 잘 챙기 놀테니깐 내일 과외 끝나고 온나.”




* * *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유독 발걸음이 무거웠다. 보통이었으면 축제 중간 중간 유지보수를 위해 근처에 숙소를 잡아두고 현장을 체크 했었겠지만, 박 소장 아저씨가 폐막식 전까지는 최대한 양이화 쪽을 케어해달라고 부탁해왔다.


사실은 현장으로 돌아갈 용기도 면목도 없었다.


게다가 내일은 과외 일정까지 있었다. 조창영이 자판기 앞에서 택시타고 가라고 쥐어줬던 현금 10만원이 있었지만, 내게는 사치였다.



[삑-]



버스에 올라 가방에서 굴러다니던 책을 꺼내 내일 과외 수업할 분량을 체크했다.


책을 읽으면서도 머릿속에는 다른 생각이 가득 했다. 내 다리를 다치게 한 사람의 여자 친구를 다치게 했고,

그거 때문에 현장 일은 못할 지경인데 동시에 남자는 같이 일을 하자고 제안하고,

아니 애초에 그 놈의 의자 닦아 달라는 까탈스러운 부탁만 안 했어도 이런 일까지 벌어지지는 않았을 텐데. 아니 저 남자가 놀라게 하지만 않았어도.


무엇을 선택해야할지, 또 포기해야 할지 현명한 답을 내리기에는 나는 너무 어리다.


다만 확실한 것은, 저 사람들과 엮이기 이전의 내 일상이 더 좋았다.

분명 저들과는 기 막힌 악연이었다.




* * *



막차 시간이라 병강 시내에서 집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르막길을 걸어 빌라 촌으로 진입했다.



“헉헉···”



숨이 절로 거칠어졌다. 오늘따라 인적도 없이 고요했다. 빌라의 쓰레기장 담벼락으로 붙어서 걸었다.

항상 이 시간이면 옆 건물에 사는 중학생이 학원을 마치고 돌아와 이 담벼락 위에 우유를 놓고 들어간다. 우유 급식을 먹기 싫어 학교에서부터 가지고 온 우유를 이곳에 버렸다.



“아싸! 흰 우유.”



작게 쾌재를 불렀다. 오늘은 흰우유다.

딸기우유나 초코우유가 나오는 날에는 우유가 없었다.


왼편과 오른편을 몇 번 씩 돌아보며 우유를 손에 넣었다.


1층을 지나 계단을 올랐다. 관리가 되지 않아 센서등이 켜지지 않았다. 3층에서 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불이 깜빡거린다.

손에 든 우유의 ‘유통기한’을 확인 했다. 넉넉했다.

4층에서 5층으로 오르는데 이상하게도 ‘기한’이라는 초록색 글씨가 계속 아른거렸다.


···깜빡이는 불에서 봐서 그런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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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치트키 튜토리얼 (2) +1 21.04.23 58 4 13쪽
6 치트키 튜토리얼 (1) +1 21.04.20 79 3 13쪽
» 인생은 타이밍 (5) +1 21.04.19 75 4 13쪽
4 인생은 타이밍 (4) +1 21.04.18 62 3 14쪽
3 인생은 타이밍 (3) +1 21.04.17 74 4 15쪽
2 인생은 타이밍 (2) +1 21.04.16 92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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