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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치트키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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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델
작품등록일 :
2021.04.15 16:02
최근연재일 :
2021.05.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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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4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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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트키 튜토리얼 (3)

DUMMY

황PD는 얇은 천막 틈에서 흘러나오는 뒷담화를 들으며 다음 축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었다. 보통의 사람들이란, 이렇게 뒷담화를 통해 소속감을 공고히 하기도 했다.


황PD가 겪어온 거친 일터에서는 다소 흔한 일이었다. 앞 뒤 없는 성격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앞에서는 절절 매다가 뒤에서는 여포가 되는 사람도 있는 게 당연했다.



“으음~ 음~ 음음~”



황PD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오히려 콧노래를 부르며 장비를 만졌다. 연출팀의 뒷담화를 제지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연출 팀장 급이 주도하는 루머 생성에 함부로 찬물을 끼얹으려 들었다가는, 팀의 사기를 꺾어버릴 수도 있다.


심지어 양이화는 힘 없는 무명가수였다. 양이화에게 특별히 악 감정은 없었다.

다만 황PD는 먹잇감 하나에 모두가 행복 할 수 있다면, 기꺼이 희생 시키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PD님, 확실하게 했심더.”



어제 사고가 난 이후부터, 박 소장은 밤을 꼬박 새워가며 수 십 번씩 점검을 했다. 시의원들은 그 정성을 좋게 봤다. 황PD도 더 이상의 사건이 없다면 기회를 주기로 했다.



“가서 쉬세요.”



박 소장은 황PD에게 머리 숙여 인사를 했다. 연출팀 부스 안에서는 적나라한 뒷담화가 계속 되었다. 박 소장도 듣고는 민망한 듯 자리를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그 때 였다.



< 하지 마세요! 맞잖아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한 사람 매도하는 게 잘 하는 거에요?! >



천막 틈새로 상기된 표정의 장재한이 보였다.

황PD는 바람이 불때마다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부스 안의 장재한을 빤히 쳐다봤다.



“쟈, 쟈가 와 저라노?”



천막 틈새를 기웃거리며 상황을 파악한 박 소장은 당황해 천막으로 들어가 장재한을 말리려고 했다.

황PD는 박 소장을 손으로 제지하며 고개를 저었다.



“놔둬요. 들어가신다고 달라질 것 없어요.”



한때는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그리고, 재밌잖아요.”



박 소장은 황PD를 복잡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황PD는 부스 틈새로 장재한을 쳐다보며 금방이라도 웃음을 터트릴 것처럼 입가 근육을 씰룩거렸다.

장재한은 마구 쏟아 붓고는 도망치듯 반대편 천막을 걷고 부스를 떠났다. 연출팀에서는 다시 뒷담화가 시작되었다.



“어려서 그런지 패기가 좋아요. ···하지만.”



황PD는 웃음기가 싹 가신 채로 박 소장을 내려다 봤다.



“이틀이나 소란을 피웠네요.”



박 소장은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황PD는 한 쪽 눈썹을 올렸다. 박 소장의 입에서 황PD가 듣고 싶은 답이 나오지 않았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문제고요.”



한마디를 덧붙였다. 박 소장 정도의 나이면 이제 척하면 척이었다.



“하모예, 맞심미더. ··· 재한이는, 내일부터 현장 안 나올낍니더.”



박 소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단번에 알아들은 박 소장이 황PD는 퍽 마음에 들었던지 웃으며 악수를 건네었다.



“우리 오래 봅시다. 박 소장님.”



악수를 마친 박 소장은 낯빛이 어두워진 채로 뒤를 돌아갔다.

황PD는 이번 일을 계기로 연출 팀장의 권위를 세우고, 소속감을 높여 ‘자신의 사람’들을 만들 생각이었다. 황PD가 연출 팀 부스 안에서 있었던 일을 알게 되었고, 이 이유로 장재한을 잘랐다는 뉴스를 흘리면 된다. 실로 간단한 일이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가르쳐 줘야 했다.


단순한 실수보다 더 나쁜 것은, 내 편이 되지 않은 것.

내 사람들을 기분 상하게 한 것.



“어린 날의 치기란... 쓸 데가 없지.”



잊고 있던 예전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황PD는 장재한이 쏟아 부은 마지막 말을 곱씹었다.


<어른 맞습니까?>


흔한 어른이 되지 않으려고 했는데.

사실은 흔한 어른, 그게 정답일 수도 있더라고.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호기로운 어린 친구였다. 황PD는 어렸던 자기 자신과 장재한이 자꾸 겹쳐 보여 흥미로웠다.



“확실히 재미있네. 어떻게 되려나? ···”



황PD는 부스 밖에서 조창영에게 꾸벅 인사하는 장재한을 보며 중얼거렸다. 잠시 후, 조창영의 차는 요란하게 시동을 걸고 축제 현장을 떠났다.




* * *


간이 화장실의 문이 열렸다. 한참 만에 나온 장재한은 한결 돌아온 안색으로 손을 씻었다. 삐그덕 거리는 계단 소리에 놀라 행여나 무너질까 손잡이를 꽉 붙들며 내려왔다.



“개 쪽 당할 뻔 했네, 씨.”



시간이 꽤 지났는지 연출 팀은 식사를 마치고 각자의 자리에서 바쁘게 일을 하고 있었다. 장재한은 연출팀의 부스를 피해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걷는 동안 장재한은 생각에 빠졌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친하지 않은 누군가를 위해 화를 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방금 질러버린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이상하단 말이야. 내 의지로 한 게 아니었어.”



방귀가 갑자기 나오는 바람에 안 들키려고 소리를 지른 것을 빼고도, 그 휘황찬란한 쉴드는 설명이 안 되었다.

무의식적으로 양이화를 좋게 보고 있었나, 내가? 어제 그 서러운 꼴을 당하고?


마치 머릿속에서 연습이라도 해본 것처럼 양이화를 위한 항변을 줄줄 읊어댔던 자신을 곱씹어 보면서 걸었다.


저기 박 소장님이 보인다. 장재한은 박 소장에게 다가 갔다.



“소장님!”

“어찌 됬노?”



박 소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지만, 표정 관리가 안 되어 붉으락푸르락 하는 낌새가 보였다. 장재한은 그저 몸을 쓰는 일을 하고 땀을 흘려 힘들어서 그러시나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가방 양이화씨가 가져가셨어요.”

“그래. 니는 어짤끼고?”

“원래는 저녁에 가방 들고 병원가기로 했는데, 모르겠어요.”

“그쪽에서 연락 오지 않긋나.”



이야기를 하는 내내 표정이 좋지 않은 박 소장을 장재한은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렇겠죠? 기다려보려구요. 근데 안 좋은 일 있으셨어요?”

“아이다.”



몸이 고된 일이다보니 안색이 안 좋을 때도 여러 번 있었지만,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양이화씨 쪽 잘 마무리 된다 쳐도, 저희 다음 축제는 힘든 거죠?”

“아이다. 다음에도 같이 하자 하드라. 잘 수습했다.”

“엇? 진짜요?”



기쁜 소식에 반가워 얼굴에 미소가 번진 나를 두고도 박 소장 아저씨는 먼 산만 바라본다.



“다음에는, 이런 일 없도록 할게요. 죄송해요.”

“다음 없다. 재한아.”

“네? 다음에도 같이 하자고 했다면서요? 무슨..”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하고 있는 나를 보고는 박 소장 아저씨는 한숨을 한번 푹 쉬었다. 마음 먹은 듯 박 소장 아저씨가 언성을 높였다.



“니 만다꼬 그랬노?”

“뭐가요?”

“내 어제 니한테 말 안 했드나. 니가 뭐 정의의 사도가?”

“네?”

“와 연출팀한테 가가 그 난리를 쳐놨냐고! 납작 엎드리가꼬 주워 먹기만 하믄 된다고 안했나?”



박 소장 아저씨의 눈에는 원망이 가득했다. 그러나 일이 잘못 될 것 같아서, 단지 그 이유만은 아닌 것 같다. 아저씨는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내가 니를 얼마나 아끼노? 니가 미워가 이래 말하나 내가? 니를 내 아들만큼 아끼니까 이라지. 누가 니한테 이런 거 알려주노? 가서 싸워라 하고 결과는 니가 다 감당하라 해삐고 뒷전에서 구경하지!”

“그게, 하··· 그러려던 건 아닌데.”

“양이화씨가 니한테 밥 먹여주드나? 니 밥그릇은 니가 챙기야 되는 거 아이가! 내 못산다 진짜.”



장재한은 멋쩍게 웃었다. 어째 혼이 나는데도 기분이 나쁘지가 않았다. 박 소장 아저씨만큼은 애정 어린 걱정을 해주는 분이라고 생각했기에.



“앞으로는 안 그럴게요.”

“앞으로가 어데 있노? 니 pd님 있는 현장에는 인자 못 나온다.”

“황pd 그 사람이 저 짜르래요?”

“내가 니 짜르는기다.”



박 소장은 장재한이 늘 안타까웠다. 어린 청년이 가진 야망에 비해 현실이 따라주지 않아 끊임없이 무력해 질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도 그랬다. 박 소장은 사실 자신을 먼저 생각했다. 장재한이 이번 사고를 온전히 책임진다는 의미로 해고 되면, 앞으로의 현장 일감이 보장된다는 얘기에 일말의 고민 없이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


장재한이 순진하게 박 소장을 믿는 것도, 미안했다.

아무리 눈칫밥 먹고 자라 눈치코치로 여기까지 왔다지만, 세월의 풍파 속에서 구른 박 소장에게는 그저 순진한 소년이었다.

박 소장은 장재한에 대한 애정과 걱정과 또 이기심이 범벅되어 혼란스러웠다.



“몇 달만. 내가 다시 자리 잡으면, 니 또 안부르겠나. 쪼매만 기다리라. 과외를 더 잡든가 해가꼬 지내고 있그라.”

“네.”

“일 한거는 정산 일에 보낼게.”

“전에 말씀 드린 가불은, 안되겠죠? 소장님?”

“사무소 형편 뻔히 안다이가.”

“그죠? 네.”



장재한은 씁쓸하게 되물었다. 오늘까지 월세를 보내야 했다.

박 소장은 풀 죽은 장재한이 신경쓰였다.



“문 탐정 출소 몇 달 안 남았데이. 전할 말 있으면 또 하고.”

“나오셔야 진행이 되니까... 기다려야죠. 문 탐정님도 건강 하시죠?”

“그 인간 성격에 깜빵에서도 잘 지내지.”




* * *




[띠링- 이체가 완료 되었습니다.]


시계를 보니 23시 40분. 오늘이 끝나기 20분 전이었다.

시간을 확인한 장재한은 오늘 하루동안의 긴장이 다 풀려 벽에 몸을 기대었다.



“고맙다. 니 덕분에 20분 남기고 월세 보냈다.”



장재한은 고급 오피스텔 창가 틀에 기대어 있었다. 같은 보육원에서 자란 오현우는, 주방에서 장재한을 슬쩍 바라봤다.



“사정 안 좋으면 천천히 갚어. 내가 돈이 많잖니~?”

“··· 다음 달에 갚을게. 고맙다.”



심각해 보이는 장재한이 걱정되어 장난을 덧붙였다. 장재한은 지쳐있었다.


장재한은 오현우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의 야경을 내려다 보았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방송국, 명문 중고등학교의 운동장, 예산이 많이 들어가 화려하게 꾸며진 공원들, 8차선 도로가 한 눈에 들어왔다. 저마다 바쁘게 하루를 마감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니가 돈 빌려달라길래 좀 놀랬다. 죽어도 어렵단 소리 안하더니.”



오현우는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왔다.



“청약 깰까 했는데, 그건 차마 못 깨겠더라.”

“장재한. 그건 손 대지마. 돈 없으면 나한테 말하고.”



창문 틈으로 바람이 불어왔다. 장재한은 반짝거리는 야경을 계속 바라봤다. 공기마저 산뜻했다.

장재한의 옥탑방에서 바라보는 야경과는 달랐다. 장재한은 창가에 놓인 망원경들 중 하나를 손으로 집어 들었다.



“이거 뭐냐? 너 변태냐?”



오현우는 피식 웃었다.



“그걸로 사람 구경하면 재밌어. 차도 많고, 사람도 많고.”

“나가서 직접 보면 되지. 맨날 집 밖을 안 나가니까 이딴거나 종류별로 사놓고.”

“각도가 다르지. 사람을 위에서 내려 보는 것과, 정면으로 보는 건.”



장재한은 망원경을 들어 눈에 가까이 댔다. 다루는 게 서툴러서인지 눈에 들어오는 건 딱히 없었다.



“내 취향은 확실히 아냐. 으으..”



장재한은 자리를 옮겨 오현우가 앉아있는 컴퓨터 뒤 소파에 앉았다.



“오현우. 니네 집 좋다.”

“내 집이냐, 집 주인 집이지.”

“그래도. 오현우 성공한 거 보니까 멋지다.”

“너도 좋은 집으로 이사 가야지. 태양이 형님도 빨리 찾고.”



태양이 형. 문 탐정이 수감되기 직전까지 찾고 있었던 사람.



“어떻게 해야 되냐, 나. 돈 어떻게 버냐? 임용은 멀었고.”

“과외 홍보해서 얼른 잡어. 너 공부 잘하잖아.”

“학기 중이라서 비수기야. 과외 잡으려면 애들 겨울 방학때 홍보 쫙 돌렸어야해. 현장 일이 돈은 잘 벌었는데. 하..씨.”



오현우는 벽을 가득 메운 모니터들을 정신없이 보고 있었다. 차트들이 휘황찬란하게 요동쳤다. 오전 내내 매매했던 내역을 복기하고 있었다. 보육원에서 보호종료 후 오현우는, 개인 트레이더가 되어 또래 중에서 가장 빨리 자리를 잡았다. 이런 고급 오피스텔에서도 살고.



“주식이라도 배워 보든가.”

“내 머리로 되겠냐?”

“그렇긴 하네. 넌 돌아다니는 거 좋아해서 안 돼.”

“너처럼 집에만 셀프 감금된 채로 주식쟁이하다 죽는 건 싫어.”



오현우는 장재한의 말에 킥킥 웃으면서도 눈은 차트에 고정해 있었다. 인터넷 창을 옆 모니터에 띄워 뉴스 기사를 서치하기도 했다.

장재한은 눈을 감고 생각에 빠져있었다.



“너 그 사람한테 연락 해보는 건 어떻냐?”

“누구? 조창영?”



오현우는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이었다.



“니가 망설일 처지는 아니지.”

“모르겠다. 왜 이렇게 안 끌리는건지”

“끌리긴. 지금 여자친구 골라?”



장재한은 오현우의 뒷통수에 대고 이야기 했다.



“우린 알잖아. 직감 같은 거? 그게 안 끌려.”

“직감? 사람을 안 만난지가 오래 되어서 모르겠는데.”

“넌 지금 배가 불렀어. 동물원에 잡혀 간 동물 같은 거지. 정글에서 살다보면, 야생의 감이란 게 살아있거든. 그 사람들 알고 나서부터 일이 다 꼬였어. 깊게 엮이면 엿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오현우는 뒤를 돌아 같잖다는 듯 웃었다.



“넌 맨날 그러더라. 그 본능 때문에 놓친 기회가 몇이냐? 신중한 것도 좋은데 그러다가 좋은 기회 다 놓친다. 우리 아직 어려. 실패해도 좋을 나이잖아.”

“암튼 그런게 있다고, 생존 본능.”

“실패해도 뭐 어때. 우리가 처음부터 뭐 됐냐?”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조창영이었다.

오현우는 내 핸드폰에 찍힌 이름을 보고는 나를 쳐다봤다.



“본능 따라갈래, 현실 잡을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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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허상과 실상 21.05.02 2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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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나의 영화가 시작된다 (2) 21.04.29 32 2 13쪽
9 나의 영화가 시작된다 (1) +1 21.04.26 41 4 13쪽
» 치트키 튜토리얼 (3) +1 21.04.24 57 4 14쪽
7 치트키 튜토리얼 (2) +1 21.04.23 61 4 13쪽
6 치트키 튜토리얼 (1) +1 21.04.20 83 3 13쪽
5 인생은 타이밍 (5) +1 21.04.19 76 4 13쪽
4 인생은 타이밍 (4) +1 21.04.18 63 3 14쪽
3 인생은 타이밍 (3) +1 21.04.17 75 4 15쪽
2 인생은 타이밍 (2) +1 21.04.16 93 3 13쪽
1 인생은 타이밍 (1) +1 21.04.15 161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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