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치트키 활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틴델
작품등록일 :
2021.04.15 16:02
최근연재일 :
2021.05.13 06:0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850
추천수 :
40
글자수 :
90,524

작성
21.04.26 23:00
조회
40
추천
4
글자
13쪽

나의 영화가 시작된다 (1)

DUMMY

“어서 오세요.”



작년 여름, 그를 처음 만났다.



“구경 좀.. 할게요..”



양이화는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도 핸드폰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설렁설렁 건네는 인사에 돌아오는 젊은 남자의 목소리를 듣고 그제서야 출입문을 쳐다봤다.

여름 로퍼에, 단정한 슬랙스, 하얀 셔츠를 입은 젊은 남자 손님이었다.



“편하게 보세요.”



구제 스타일이라는 멋진 이름을 빌리기에는, 사실 허름한 가게였다. 20평 남짓한 규모에 한쪽 벽에 쌓인 옷은 창고같았다. 옷들이 깨끗하게 세탁되어 있어도 특유의 퀘퀘한 먼지 냄새를 풍겼다.


양이화의 집안은 오랫동안 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일을 하는 동안, 이토록 멀끔한 30대 남자가 손님으로 오는 경우는 드물었다. 대부분 근처 공사장에서 일을 하거나, 집에 고쳐야 할 부분이 있어 작업복이 필요하거나, 셀프 염색을 위해 한번 입고 버릴 옷을 구하러 오는 경우였다.

자신을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은 젊은 사람들이 올만한 가게가 아니었다. 디자인보다는 섬유라는 기본 기능에만 충실한 옷들이 9할이었기 때문이다.


가끔 젊은 남자가 오더라도, 두 번 이상 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양이화는 보기드문 30대 남자 손님이 조금은 신경쓰였지만 그 뿐이었다.



“계산할게요.”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남자가 계산대 앞에 섰다. 양이화는 게임을 멈추고 핸드폰을 놓았다. 카운터에 놓인 티셔츠와 바지는 생각보다 많았다. 하루, 이틀 입을 양이 아니었다.


양이화는 옷을 접으면서 갸우뚱 했다.

가게를 잘 찾아보면 빈티지한 스타일을 뽐낼 수 있는 옷들도 있기는 했다.

오래 찾아봐야 하긴 하지만..


남자의 멀끔한 행색과는 다르게, 남자가 고른 옷들은 다소 남루한 스타일이었다. 잿빛, 곤색, 눈에 튀지 않는 어두운 색들. 옷을 접으면서 간혹 세탁을 허술하게 해 밥풀이 굳은 채로 붙어 있는 옷도 있었다. 양이화는 남자가 볼세라 손톱으로 빠르게 뜯어냈다.


‘집에서 페인트칠을 하나?

셀프 염색을 하나?

사용감이 있는 옷들만 고르네.

옷 고르는 스타일이 구린 것 같진 않은데..

무슨 상관이야. 뭘 사든.

많이 사면 됐지.’



“다 해서 7만원이요.”



택이 붙어 있지 않은 옷들의 가격은 부르는 사람 마음대로였다. 양이화는 처음 오고 말 손님들에게는 종종 금액을 부풀려서 받고는 했다. 저렴한 구제 옷이라 환불이 안된다는 핑계를 둘러대면 어차피 돈 버리는 셈 치고 더 안오면 그만인 손님들이었으니까.


이 남자 손님은 아무런 의심도 없이 7만원을 냈다.

남자에게 가장 큰 봉투에 한가득 짐을 싸줬다. 남자는 옷을 양 손에 들고 걸어 갔다.



“또 오세요, 손님~”



마음에도 없는 형식적인 인사를 건네자 남자는 뒤돌아 까딱 고개를 숙이고 갔다.

양이화는 속으로 생각했다.


‘순진하기는.’



다시 오지 않을 손님을 배웅하며, 장부를 펼쳤다.

양이화는 잠시 고민하더니 펜을 들어 장부에 [4만 3천원 판매]를 적었다.

그리곤 계산대에서 2만 7천원을 거슬러 자신의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할무니 미안. 이건 삥땅 아니고 장사 수완이 좋은 걸로 쳐요.”



혼잣말을 하면서 양이화는 풉 웃었다. 기분이 좋았다. 2만 7천원이면 로드샵에서 기초화장품 2개는 살 수 있는 가격이었다.



* * *



매주 화요일마다 양이화는 혼자 가게에서 근무했다.

평상시에 양이화가 밤 무대와 중형 마트의 개업 행사를 돌때면, 근처에 사는 아주머니를 직원으로 써서 가게를 맡겼다. 직원 아주머니는 양이화의 가게에 친한 동네 아줌마들을 모아 수다를 떨었다. 미용실 강 사장님, 당구장 전 사모님, 슈퍼 임 사모님 ... 이런 사람들이었다.


가게에는 늘 손님보다 놀러온 아줌마들이 많았다.

아침과 점심에는 식사를 한다고, 저녁에는 작은 TV로 드라마를 모여서 본다는 이유였다. 떠들썩한 분위기에 새로운 손님들의 유입은 계속해서 끊어졌다. 단골 손님들도 동네에서 마당발인 아줌마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게 부담스러워 발길을 머뭇거렸다.


남자가 다녀간 지 딱 일주일이 되는 화요일, 양이화는 혼자서 근무하고 있었다.


하루 종일 손님이 없었다.

점심엔 편의점에서 콜라랑 라면이랑 계란을 사와서 먹었고,

저녁은 배달 시켜먹은 걸 고려하면, ... 적자다.


빈 장부를 뒤적이던 양이화는 기지개를 폈다.



“아무렴 어때.”



양이화는 할머니가 먹고 살 생활비 정도만 나오면 아무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부모의 빚을 갚는 건, 양이화가 행사 무대를 뛰는 것으로 충분히 버틸 수 있었다.

일주일 내내 쉬는 날이 없던 양이화에게는 지금 이상의 열정이 자리잡기 힘들었다.

가게는 지긋지긋했고, 그래서 애정이 없었고, 당장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게 중요했지. 멀리 보는 것은 버거웠다.


쉽게 말해 동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망해가는 가게였다.



[띠링-]



출입문에 매달아 놓은 작은 종이 울렸다.



“어서 오세요.”



어? 그 남자다.

양이화는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0원으로 오늘 장사를 마감하지 않을 수 있겠다, 지난 주처럼만 팔면 2만원은 따로 챙길 수도 있겠다, 하는 기대감에 미소가 번졌다.


양이화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어떤 옷 찾으세요?”

“그냥.. 편한 옷이요. 무난한 거로.”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멀리서 봤을 때보다 잘 생겼다.

긴 속눈썹에, 좋은 피부, 살집이 살짝 있어 덩치도 좋았다.

느릿하게 여유로운 말투도 기분 좋게 느껴졌다.

어른들이 보면 인물이 훤하다고 좋아했을 상이었다.



“손님이 입으실 거에요?”

“아니요.. 저 말고.”

“그럼 누가 입으세요?”

“아.. 외국에 기부 하는 곳이 있어서요. 제가 고를게요.”



양이화는 한 발 물러섰다.

말을 걸자 당황한 티가 역력한 손님을 더 부담스럽게 할 수는 없었다.

호구를 놓쳤다가는 양이화만 손해였다.



“어쩐지~ 손님 평소 스타일은 댄디하신데 다른 스타일의 옷을 고르셔서요.”



양이화는 살짝 물러서면서도 입에 발린 소리를 했다.

남자의 손에 든 옷을 스캔했다.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곤색, 쥐색, 회색 하는 무난하고 튀지 않는 색감이었다.


지난 번에 왔을 때도 그렇고, 오늘 입은 셔츠도 그렇고.

회사원 같은데. 사업하나?



“어머~ 기부라니. 좋은 일도 하시네요. 역시 사업가 분들이 배포가 크셔서~”



양이화의 계속되는 칭찬에 남자는 의식한 듯 더 많은 옷들을 손에 쥐었다.

계산대 앞에서 한참동안 계산기를 두드리던 양이화는, 능청스럽게 얘기했다.



“37만원입니다. 근데 35만원만 주세요. 존경스러운 일 하시는데 저도 동참하고 싶어요.”

“아이, 아니에요.”



남자는 명품 로고가 큼직한 지갑을 꺼냈다.

그 안에는 만원짜리가 가득 들어있었다.


현금 장사하나?

현금을 저렇게 많이 들고 다니네.


각진 지갑은 꽉 찬 현금 때문에 모양이 뒤틀려 있었다.



“헤엑- 현금이 너무 많으셔서 소매치기라도 당하실까봐 겁나요. 조심하세요.”

“하하하... 뭐. 얼마 안되는데요.”



양이화는 눈웃음을 쳤다.


양손 가득 낑낑대면서 택시를 잡는 남자의 뒷 모습을 보면서 순진한 남자를 골려먹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손에 쥔 두둑한 현금을 보고는 미안함은 싹 가셨다. 양이화는 텅 빈 가게를 뛰어다니며 크게 웃었다.


양이화는 남자가 떠나고 장부에 12만원을 적어 넣었다.



“35에서 12를 빼면~ 꺄! 좋아!”



그렇게 남자는, 그 다음주도, 또 다음주도 양이화의 가게에 찾아왔다.

양이화는 아예 남자가 살 법한 옷을 골라 따로 빼두었고, 덕분에 남자의 쇼핑 시간은 줄어든 대신 빈 가게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더 길어졌다.


두 사람은 친분이 깊어져 가게에서 야식으로 배달 떡볶이를 함께 먹기도 했다.



“손님은 이름이 뭐에요? 우리 몇 번 봤는데 이름을 몰라서요.”

“조창영이에요.”



조창영은 그 다음주에는 명품 운동화를 신고 찾아왔고, 또 다음주에는 비싼 시계를 차고 왔다. 그러더니 늦여름 무렵이 되자 이제는 아예 슈퍼카를 타고 왔다.


양이화는 옷을 큰 봉투에 개어 담으며 가게 유리 창 밖의 슈퍼카를 쳐다봤다.



“저런 거 진짜 처음 봐요. 전 이렇게 큰 사업하시는 분인 줄 몰랐어요.”

“쌔삥이에요. 출고가 딜레이 돼서 저도 저번주 주말에서야 받았어요.”

“창영씨 스타일이랑 딱이에요. 오늘은 48만원 계산해 드릴게요.”



지갑에서 돈을 꺼내어 세는 조창영과, 호들갑을 떨며 가게 밖을 쳐다 보는 양이화.

양이화는 조창영이 건넨 돈에서 3만원을 빼서 다시 내밀었다.



“?”

“저 차 한번 태워주시면 45만원으로 깎아드릴게요.”



조창영은 양이화의 장난끼 어린 부탁을 귀엽게 생각했다.


그렇게 드라이브를 하고, 한강도 보고, 또 어떤 날은 바다도 가고, 또 어떤 날은 일찍 가게를 마감하고 양이화의 집에도 바래다주며 두 사람은 가까워졌다.





* * *






“우리 아름다운 양이화씨의 무대 만나 보셨습니다!”



지방의 마트 개업식에 초청받은 양이화는, 공연을 마치고 내려왔다. 무대 아래에는 사람들이 한 곳에 몰려 사진을 찍고 있었다. 작은 지방에서는 보기 힘든 슈퍼카 한 대가 주차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양이화는 빙긋 웃었다.



“옵빠!”



양이화의 부름에 한 켠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던 조창영은 차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수직으로 꺾이는 도어를 보고 근처 동네에 사는 주민들은 저마다 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댔다. 양이화는 그 시선이 익숙한 듯 조수석에 탔다.



“고마워요. 나 데리러 와줘서.”

“근처에 일 있는 김에 너도 보려고 온거야.”

“오빠 아니었음 나 시외버스 타고 완전 힘들게 서울 올라갔을텐데.”



공연하는 동안에는 나이대가 있는 어르신들만 양이화의 노래를 들으며 호응해줬었다. 나머지는 양이화에게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무대를 내려온 이 곳에서는 남녀노소할 것 없이 모두들 슈퍼카, 그리고 슈퍼카의 오너인 조창영을 주목했다. 심지어는 오너의 옆 자리에 타는 그녀까지도 같은 눈길을 받았다.


양이화는 마음 한편으로 우쭐했다.



“창영 오빠. 어릴때요. 동화책 보면 백마 탄 왕자님 나오잖아요.”

“응.”

“난 오빠가 내 백마 탄 왕자님 같아.”

“내가?”



요란한 배기음과 함께 차는 서울로 향했다.



“조창영씨 당신! 당신은 거지같은 내 인생에 한 줄기 빛이요, 소금이요~ 헤헤헤”

“흐하하하-! 무슨 내가 빛이고 소금이야!”



장난스러운 양이화의 말에 조창영도 기분이 좋아져 호탕하게 폭소했다.

양이화는 조창영을 사랑스럽게 쳐다봤다. 설레여 입술을 깨물기도 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진짜! 나 오빠 아니었으면, 이런 세상은 평생 몰랐을 걸? 죽을 때까지?”

“그 정도야?”



양이화는 사뭇 진지해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난 농담 안 해. 오빠한테 하는 거 다 진심이에요.”



조창영을 만나게 된 이후 양이화의 삶에는 큰 변화가 찾아왔다.

화요일마다 무기력하게 가게를 지키고 있었던 양이화는, 직원 아주머니에게 화요일도 가게를 맡기기로 했다. 조창영의 일이 바빠 화요일밖에 시간을 못 낼 때도 있었기 때문에, 그를 만나기 위해서라면 오분 대기조도 마다하지 않았다.


아주머니 입장에서는 집에서 노나 가게에서 노나 다를 게 없었기 때문에 나쁘지 않았다.

물론 양이화 역시, 애정이 없는 가게에 무기력하게 앉아서 하루를 보내는 것보다는

설렘으로 하루를 보내는 게 더 좋았다.



“내가 오빠랑 친해지면서 느낀건데, 나 너무 힘들게 살았다고. 고생했다고 오빠를 하늘에서 선물로 내려 준 것 같애.”



양이화는 울컥했다.



“이화야. 왜 울먹거려. 내 여자친구라도 되면 맨날 감격해서 울겠다?”

“오빠 여자친구? 내가 오빠한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양이화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빨간불 신호에 걸린 조창영의 차가 멈춰 섰다.


몇 달간 서로를 알아오는 내내 양이화는 호감의 표시를 아끼지 않았고, 무던한 성격인 조창영은 그 표현에 마음을 열어갔다. 양이화는 조창영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만날 때마다 강조했고, 조창영은 양이화와 함께 있을 때면 자존감이 차올랐다.


.

“사귈까 우리?”



그 때, 양이화는 확신했다.


힘들기만 하던 나에게 드디어 영화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고,

늘 엑스트라였던 나는 이제 주연을 도맡았다고.


언제 끝나는 지 몰라서

마음껏 사랑도 꿈도 이룰 수 없었던,

이 지옥같은 시간이 정말로 끝이 보인다고

마음 속에서 카운트다운을 외치고 있었다.


조창영이라는 동아줄만 잘 잡고 있으면,

나의 영화가 시작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치트키 활용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치트키 보는 능력을 갖게 된 거라고? 21.05.13 12 1 14쪽
14 치킨 복사하는 방법 알려줄까? 21.05.06 18 1 14쪽
13 허상과 실상 (2) 21.05.04 23 1 13쪽
12 허상과 실상 21.05.02 28 1 12쪽
11 나의 영화가 시작된다 (3) 21.04.30 30 1 14쪽
10 나의 영화가 시작된다 (2) 21.04.29 31 2 13쪽
» 나의 영화가 시작된다 (1) +1 21.04.26 41 4 13쪽
8 치트키 튜토리얼 (3) +1 21.04.24 56 4 14쪽
7 치트키 튜토리얼 (2) +1 21.04.23 61 4 13쪽
6 치트키 튜토리얼 (1) +1 21.04.20 83 3 13쪽
5 인생은 타이밍 (5) +1 21.04.19 76 4 13쪽
4 인생은 타이밍 (4) +1 21.04.18 63 3 14쪽
3 인생은 타이밍 (3) +1 21.04.17 75 4 15쪽
2 인생은 타이밍 (2) +1 21.04.16 93 3 13쪽
1 인생은 타이밍 (1) +1 21.04.15 161 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틴델'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