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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치트키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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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델
작품등록일 :
2021.04.15 16:02
최근연재일 :
2021.05.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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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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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허상과 실상 (2)

DUMMY

박 소장과 통화를 마친 조창영이 병실로 들어갔다. 장재한을 호출하고서는 신나 있는 양이화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누가봐도 좋은 일이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오빵. 뭐래애?”



조창영은 양이화에게 위약금, 그리고 관계자 사과가 어렵다는 걸 설득시켜야 했다. 양이화의 컨디션이 최상으로 좋아보이는 지금이 적기였다.



“죄송하다고 엄청 사과하더라고.”

“박 소장님? 그 아저씨는 착해.”

“응. 위약금 물어주시려고 하더라. 내가 너 잡힌 스케줄 다 취소되는 거라 대략 양이화 몸값이 천 단위정도 됩니다. 했어.”



보통은 몸값이라는 표현은 무대 1회차당 출연료를 이야기함에도 불구하고, 조창영은 수십회차 출연료에 위약금까지 더한 값을 잡아 표현했다.

그게 양이화를 우쭐하게 만든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응. 뭐래?”

“벌벌 떠시면서도 배상하겠다고 하시더라. 목소리가 덜덜 떨리는데 참...”

“떨어? 박 소장 아저씨 회사면 진짜 쪼그맣고 힘도 없을텐데.”

“축제측이 아니라 설치 사무소에서 해결 봐야하는 일인가봐. 그래서, 이화 너가 좀 싫어할 수도 있는데..”



조창영은 양이화를 한번 쳐다봤다. 양이화는 자신의 노래를 구체적으로 칭찬해주던 박 소장을 좋은 기억으로 남겨두고 있었다.



“나 괜찮아. 오빠. 말해봐. 왜?”

“내가 갚지 말라고 했어. 어렵게 몸 써가면서 일하시는 분인데, 솔직히 우리한테 돈 천만원이 돈이냐?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한거지. 근데 아버지같은 분이 목소리가 덜덜 떨리는데, 내가 거기다 대고 어떻게 돈 언제까지 보내라 하겠어. 우리야 휴가 한번만 가도 금방 쓰는 돈이잖아. 내가 대신 너 용돈으로 줄게. 이화 괜찮지?”

“오빠 생각이 그럼 나도 괜찮아. 나 용돈 안줘도 돼!”

“그래. 어려운 사람들한테 베풀면서 같이 살자.”

“노블..뭐더라 그거 하는거지?”

“노블레스 오블리주?”

“응. 오빠 맨날 하는 거! 나도 뭐...”



양이화는 사람들에게 베푸는 걸 좋아했다. 물론, 한정적인 조건이 수반되어야 성립되는 얘기였다.

첫째, 갑의 위치에 있을 때 일방적으로 베푸는 것.

둘째, 생색낼만 할 것.

셋째, 받는 이들이 양이화가 얼마나 아름다운 인성을 가진 사람인지 표현하고 추앙할 것.



“박 소장 아저씨가 너한테 고마워하실거야.”

“관계자 사과는? 한대?”



이미 양이화에게 중요한 것은 장재한으로 핀트를 옮겨갔지만,



“영 곤란한가봐. 축제 쪽이랑 소통이 어려운지 아직 얘기를 못 전했다고 하더라고.”

“말도 안 꺼냈다고? 그럼 안되지!”



그럼에도, 손해를 보는 건 싫었다. 위약금이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베푼다고 넘어가 줄 수는 있었지만. 자기네 축제 무대에 섰던 가수인데. 사과 정도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양이화의 마인드를 뼛속까지 꿰뚫어보는 장재한이 입을 열었다.



“얘기하러 가겠다고 했는데, 내가 말렸어.”

“왜?”

“잘 생각해봐. 오히려 우리가 손해일 수도 있어. 우리가 아직 무명이잖아. 힘이 없는데 괜히 사과하라고 불렀다가, 눈 밖에 나면 어쩔래? 이 바닥 소문이 얼마나 빠른데. 양이화 이렇게 까다로우니까 무대 세우지말라고 쫙 소문 돌면 우리만 손해야.”

“그것도 맞는 거 같고.. 그래도 내가 당한 거 사과도 못 받아?”

“지금은 못 받지. 나중엔 받을 수 있게 해줄게. 내가. 너 앨범 잘 뽑아서 대박만 나면, 그때는 양이화 앞에 PD고 뭐고 다 와서 조아리게 해줄게. 내가 너 행복하게 해줄 평생 책임질 사람이잖아.”



양이화는 조창영의 이런 말을 좋아했다. 애정표현에 서툰 사람이었기 때문에, 더 진심이 느껴졌다.



“흐응~ 뭐야아? 그래두 나 기분 쫌 나빴엉. 내가 많은 거 바라는 것도 아닌데.”

“축제 측도 거들먹 거린다기보다는, 설치업체 고용해서 벌어진 일이니까. 그리고 따지고 보면 전부 장재한 그 사람 책임이라고 봐야지. 장재한씨 계속 쓰는 거에 대해서 세게 항의했어.”

“어?”



잠깐 잊고 있었던 장재한의 이름이 나오자 양이화가 또 반응했다.

두고두고 이 얘기가 계속 회자되지 않으려면, 이 일을 덮을만한 좋은 일이 필요했다.



“짤렸어. 그 사람. 내가 이화 다리 그렇게 만든 사람이 계속 일하면, 이화 트라우마 생긴다고 무대 못 선다고 강력하게 항의했어. 짜르겠대. 곧 통보 받을거야.”

“그럼... 어떡해?”

“그거 해야지. 노블레스 오블리주. 짤리면 우리가 거둬줘야지. 아무리 잘못했어도 한 청년의 생계를 위협하면 안되니까. 오늘 내일 중으로 전화 올 것 같은데?”



양이화의 얼굴이 씰룩거렸다. 놀람과 반가움과 기쁨과 걱정이 범벅된 묘한 표정이었다. 조창영이 캐치 못했을 리가 없었다.



“꺄- ”



양이화는 그 이후로 보상, 사과에 대해 한 마디도 의문을 품거나 언급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도 꺄르륵,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도 마찬가지.

1층 로비가 다 울리도록 꺄르륵 거렸다.




* * *


숨을까?! 숨어야 되나?

어차피 봐야하긴 하지만 지금은 마주치기 싫다..

두 사람은 외출을 하는 지 저편에서부터 걸어오고 있었다. 이대로 의자에 앉아있으면 바로 맞닥뜨릴 위치였다.


장재한은 엘리베이터를 탔다.

3층 산부인과, 영상의학과, 내시경센터

2층 정형외과, 흉부외과, 가정의학과, 안과, 안과, 안과....


‘안과’라는 글자가 또 눈 앞에 아른 거렸다.


휠체화에 앉은 양이화의 실내화가 빼꼼 보였다.

닫힘 버튼을 눌렀다.

양이화가 지나가다 엘리베이터 안쪽으로 고개를 무심코 돌리는 그 순간, 문이 닫혔다.



“휴.”



장재한은 크게 숨을 내쉬었다.


매 맞는 건 나중으로 미룰수록 좋지.

6시부터라고 긴장 풀고 편하게 있었는데 갑자기 나타날 게 뭐야.

준비 안된 채로 맞는 것보다, 마음 단단히 먹고 맞는 게 훨씬 낫다.



[2층입니다.]



얼떨결에 내린 장재한의 눈 앞에 엘리베이터 안내판에 써 있던 ‘안과’ 글씨가 아른거렸다.

그러고보니, ‘기한’도 그렇고 ‘하지 마세요’도 그렇고.

이상하잖아.


눈이 자극이 받아서 맛이 갔나?



“접수 하러 오셨어요?”



접수처 직원이 내 쪽을 바라봤다.



‘안과’

‘안과’

‘안과’


가라고? 말하라고?

눈 앞에서 글자가 깜빡이고 있었다.





* * *






“그러니까, 헤드라이트 불빛 때문에 자극을 세게 받고 그 이후로는 환자분 눈에 자꾸 글자가 보인다? 이 말씀이신거죠?”

“네. 그런데... 몇 개만요. 글자가 진짜 많이 보이잖아요. 근데 그 중에 몇 개만 선택적으로 그래요. 보이는 게 아니라, 아니 보이는데. 빛처럼 보인다고 해야되나? 뭐라고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빛의 잔상이 남는 느낌이요. 왜 반전된 사진 보면 오래 보면 눈에 테두리가 남잖아요. 형태가 남아서 계속 눈을 감아도 떠도 보이는 그런 거요.”



장재한은 제대로 설명도 못할 이 증상을 버벅거리면서 안과 전문의에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전문의는 기기를 통해 빛을 쏘아보고, 여러 차례 글을 읽어보게도 시키고, 잔상이 어떨 때 남는지를 테스트 했다.



“자극을 크게 받아서 그 여파가 있는 것 같네요. 빛의 자극이 쫙 들어오니까, 자극이 없어진 후에도 시각기관이 흥분을 하는 거죠. 그래서 형태가 계속 잔상으로 남는 것 같은데.”

“저 말고 이런 증상을 가진 환자들이 있었나요?”

“잔상을 호소하시는 분들은 꽤 계세요. 환자들마다 자극광의 밝기가 어땠는지, 색감은 또 어땠는지, 노출된 시간이 길었는지, 또 눈 상태가 좀 피곤했는지. 이런 것들에 따라서 다 다르게 나타나기는 해요. 강하게 섬광을 받았으니까 오랫동안 그런 현상이 이루어지기는 하는데.”

“저처럼 글자가 보이나요?”

“딱 정해서 글자라기 보다는 글자를 포함한 모든 빛의 형태에 영향을 받는거죠. 꼭 글자에 한정되지는 않고, 가로등 불빛이나, 물건을 볼 때나. 다 포함이 되죠. 일반적으로는 비문증이나 잔상 증상을 호소하시더라도 환자분처럼 그렇게 선택적으로 되지는 않거든요.”



의사는 또 다른 검사를 준비하면서 계속 갸웃거렸다.

어째저째 안과에 오긴 했지만, 장재한도 자신의 증상이 일반적인 증상은 아닐거라 직감하고 있었다.



“선생님. 이상한 소리처럼 들리실 수도 있는데.”

“편하게 말씀 하셔도 됩니다.”

“그니까, 하... 제가요. 장난치려는 게 아니구요. 저 이상한 사람도 아니구요. 제가 위기에 빠졌을 때마다 나오는 능력인 거 같아요. 그 글자를 그대로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잖아요? 그럼 글자가 깜빡거려요.”



눈을 들여다보는 안과 의사, 그리고 그 옆에서 증상대로 의료 차트를 받아적던 간호사, 의사를 보조하던 간호사까지 셋의 행동이 일제히 머뭇거렸다.



“제가 그런 행동이나 말을 하잖아요? 그럼 문제가 해결 되기도 하더라구요. 정답이 정해져 있는 걸 제가 맞춘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어요. 그러고 나면 또 글자가 사라져요. 증상이 나올 때는 모든 사람 얼굴에 겹쳐 보였다고 하면, 제가 그 글자대로 말이나 행동을 하고 나면 그게 없어져요. 정상인처럼 돌아가는 거죠. 지금은 정상인이에요. 근데 아까는 비정상이었어요.”



의료 차트를 받아적던 간호사는 손을 입에 가져다대고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장재한을 쳐다봤다. 안과 의사는 장재한을 빤히 쳐다봤다. 헛기침을 몇 번 하던 의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크흠. 자. 망막이 흥분해서 벌어진 일시적인 증상일 수 있어요. 술 담배 하지 마시고 야채위주로 드시구요. 잔상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 대부분 호전되니까 기다려보죠. 정밀 진단했을때는 특별히 시력 저하는 없거든요. 안구 주위 뼈에도 통증 없고, 두통도 없으시고. 피로해서 그런 걸 수 있으니까 시각기관이 안정을 취할 수 있게 인공눈물이랑 약 처방은 해드릴거에요.”

“네에...”



장재한은 의문이 풀리지 않아 시무룩하게 앉아 있었다.



“환자분. 저희 쪽에서 정밀 검사했을 때 특별한 문제가 안 나오는데 증상이 지속되는 거면, 심리적인 문제일 수도 있어요.”

“심리요? 어떤...?”

“일상 생활에 큰 문제가 없다 하시면 괜찮은데, 증상이 계속되고 불편함을 호소하신다 하면 신경정신과 쪽으로도 열어두고 치료 받는 것도 권유를 해드리거든요.”

“아...”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극심할 경우에 우리 몸에는 다양한 증상이 발현될 수 있어요. 환자분께서 지금 '위기일 때 발현되는 능력인 것 같고, 정답을 맞추고 나면 사라진다.'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요. 저의 소견으로는 정신과 진료도 함께 보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진짜 내가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돌아버렸나?

안과에서 설명이 불가능한 증상이라면 뭐지?

내 심리가 만들어낸 허상인가?


그렇다기엔 설명이 안되는 게 너무 많았다.

집 주인 아저씨에게 지난 달과 똑같이 말했을 뿐인데 '기한'이라는 단어가 아른거려서 '기한'맞춰 보내겠다고 한 마디 하자마자, 그 말 많은 아저씨가 웃으면서 넘어가셨었다.

아니. 우연인가?

그날 따라 유독 아저씨가 기분이 좋으셨을 수도.

내 심리가 그냥 짜맞춘 걸 수도.


'하지 마세요'도.

남의 일에 끼는 건 딱 질색인데 갑자기 그 단어가 아른거렸었지. 그 단어를 이야기 한 덕분에 사람들 앞에서 큰 실수를 안 할 수 있었고.

만약 내가 그 말을 하지 않았으면? 터지기 직전까지 붙잡혀서 우물쭈물 하다가 싸버렸을수도 있다.

아니.

그냥 인사만 꾸벅 하고 나왔어도 넘어갔을 수도 있다.

진짜 내 심리가 만들어낸 허상인가....


처방전을 들고 지하에 있는 약국으로 내려가는 동안 장재한은 생각했다.




“안과 장재한 님. 안과 장재한 님. 약 나왔습니다.”

“수고하세요.”



지하에서 4층으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에 탄 장재한은 안연고를 짜 넣었다. 눈 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거기에 인공 눈물도 짜 넣었다. 주머니에 약들을 넣었다.

장재한의 눈은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고개를 왼쪽 오른쪽으로 돌려가며 눈 전체를 촉촉하게 만들었다.

모르겠다. 차라리 이게 나을 지도 몰라.



[1층입니다]



“장재한씨?”

“허억... 지금.. 우는 거에요?”



엘레베이터 문이 열렸다. 양이화와 조창영이 충격 받은 얼굴로 서 있었다.

또르르. 눈물이, 아니 안약이 흘렀다.



아니..

뭔가 오해하신 것 같은데요.

그것도.. 엄청..


작가의말


전편 글자수가 너무 길어 두 편으로 나누어 구성을 추가했습니다.

이전편을 보신 분은 * * * 윗 부분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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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나의 영화가 시작된다 (2) 21.04.29 30 2 13쪽
9 나의 영화가 시작된다 (1) +1 21.04.26 40 4 13쪽
8 치트키 튜토리얼 (3) +1 21.04.24 55 4 14쪽
7 치트키 튜토리얼 (2) +1 21.04.23 58 4 13쪽
6 치트키 튜토리얼 (1) +1 21.04.20 79 3 13쪽
5 인생은 타이밍 (5) +1 21.04.19 75 4 13쪽
4 인생은 타이밍 (4) +1 21.04.18 62 3 14쪽
3 인생은 타이밍 (3) +1 21.04.17 74 4 15쪽
2 인생은 타이밍 (2) +1 21.04.16 92 3 13쪽
1 인생은 타이밍 (1) +1 21.04.15 159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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