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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망나니 때문에 못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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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루도스
작품등록일 :
2021.04.15 18:01
최근연재일 :
2021.05.12 20:0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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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8
추천수 :
115
글자수 :
134,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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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6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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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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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2쪽

빙의

DUMMY

잠에서 깨어났는데 나른한 기분은 없고 또렷한 정신만 남아 있었다.

피로를 달고 사는 나로서는 좋은 일이었지만 동시에 이상함을 느꼈다.


‘뭐야?’


분명 보여야 할 천장이 보이지 않았다.

익숙한 천장 대신 웬 낯선 사람 하나가 보였다.

당연하게도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적당히 큰 키에, 남자다운 외모, 한수원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는 교관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527위 백선우. 2회 연속 낙제. 다음번이 마지막이다.”


“······.”


눈앞의 남자는 자신의 목에 걸린 교관증을 짜증스럽게 벗어던지며 자신에게 말했다.


“불만이라도 있는 건가? 그렇다면 어쩔 거지 무언가 바뀌기라도 하는가? 세상은 불공평하고 불합리해. 누군가는 태어날 때부터 1급 헌터가 될 자질을 가지고 있지만, 누군가는 평생을 노력해도 7급은커녕 8급 헌터도 되지 못하지. 그 불합리함을 깨고 싶다면 평범한 노력만으로는 부족해.”


침묵하고 있는 내가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해서 불만이 있다고 생각했나 보다.


‘시발 당연히 있지.’


불만이 없을 수가 없었다.

그게 한수원이 내린 결정 때문은 아니었지만.

그는 나를 붙잡고 열변을 토해냈고, 나는 그것을 대충 흘려들었다.


‘도대체 무슨 상황인데?’


분명 잠을 자기 전까지만 했어도 자신은 방에 있었다.

교관? 낙제? 그런 것과는 전혀 연관이 없었다.

학교는 졸업한 몇 년은 됐고, 교관은 군대에서나 보던 사람이었다. 그것도 이렇게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가 아니라, 군복을 입고 있는 교관 말이다.

그런데 눈을 떠 보니 이상한 교무실에 들어와있고, 눈앞의 한수원이라는 이에게 훈계를 듣고 있었다.


“넋이 나갔군··· 어쨌든 명심해라. 다음 달 평가에서 낙제, F를 받게 되면 퇴학이다. 퇴학을 당하고 싶지 않다면 마지막까지 발악해라.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수원은 쯧 하고, 혀를 차며 손을 휙휙 저었다. 나가라는 뉘앙스로 보였다.

나는 그의 말에 몸을 돌려 문을 나섰다.


‘···후우.”


갑작스러운 상황이었다.

눈을 뜨니 웬 처음 보는 장소에 처음 보는 사람이 자신에게 설교를 하고 있었다.

당황스럽고 난감하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당황스러운 감정은 점차 줄어들었고, 멍하니 상황을 관찰하기보다는 움직여서 정보를 얻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천천히 복도를 거닐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평범한 학교의 복도였다. 대학교보다는 고등학교에 가까운··· 그런 곳이었다.

적당한 창가를 찾은 나는 바깥을 바라보았다.


“뭐야···.”


난생처음 보는 풍경.

주변에는 그리 높지 않은 건물들이 적당히 거리를 메우고 있었으며, 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바다가 보였다.

마치 이곳이 섬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며 복도를 지나다니는 이들의 대화를 들었다.


“마력시험 난이도 왜 이러냐 진짜. 한 시간 동안 눈빠지게 봐서 나온 게 고작 50점이야. 에휴··· 한숨만 나온다.”


“너만 그런 줄 아냐? 나도 망했어. 신시아는 이번에도 100점인 것 같던데?”


“뭐, 진짜?”


“어, 신시아가 100점이고, 그다음이 90점 맞은 이도율일걸?”


“미쳤다 미쳤어. 그냥 종 자체가 다른 거 같은데. 특히 100점은 진짜 선 넘은 거 아니야? 마지막 문제는 아카데미에서 작정하고 냈다고 들었는데···.”


“그러게. 아 맞다. 또···”


학생들은 대화를 나누며 계단 위로 사라졌다.

대화를 요약하자면 이번에 마력시험이란 걸 봤는데, 거기서 신시아가 100점을 맞아 1등을 했고, 2등은 90점을 맞은 이도율이더라. 그런 내용이었다.


그 이외에도 몇몇이 지나가면서 이야기를 더 들었지만 상황을 파악하기에는 첫 번째 대화만으로도 충분했다.


‘···어이가 없네.’


교관에게 훈계를 받으며 얻은 정보, 복도를 지나다니는 학생들의 대화에서 얻은 정보들을 조합하니 얼토당토않는 결과가 떠올랐다.

한수원, 아카데미, 이도율, 신시아.

나는 이것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익숙하다 못해 친숙하기까지 할 정도.


헌터사가 라는 게임 속의 아카데미의 교관인 한수원.

아카데미 생도이자 게임의 주인공인 이도율.

그리고 메인 캐릭터이자 히로인인 신시아.


그것들을 파악함과 동시에 내가 무슨 상황에 처했는지도 알게 되었다.

어처구니가 없고, 누구에게 말해봤자 정신병자 취급 밖에 받지 못하겠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빙의라니.’


나는 빙의했다.

그것도 잠을 청하기 직전에 플레이한 헌터 사가라는 게임 속에.

퇴학까지 얼마 남지 않은 엑스트라가 되었다.



***



한국 국제 초인 사관학교.

통칭 아카데미라고 불리며 초인 양성기관으로 괴수나 빌런에 대응할 헌터들을 양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교육기관.


한국의 다섯 사관학교, 그중에서도 첫 번째로 꼽히며 세계에서도 이름을 알아주는 유명한 아카데미.

그게 바로 한초사였다.

보통은 어감 때문인지 어쩐지 다들 아카데미라고 부르지만.


“그런데 퇴학을 당하게 생겼다는 거네.”


백선우.

내가 자리한 육체의 주인의 이름이었다.

성적은 527명 중 527등으로 꼴등.


월례평가에서 3회 연속으로 낙제를 받으면 퇴학을 당하는데 이 녀석은 이미 3, 4월의 월례평가에서 낙제를 받았다. 그리고 5월에도 낙제를 받으면 퇴학이고.

게임상에서 잠시 언급이 되었는데 결국 5월에 낙제를 면치 못해 퇴학을 당하고 이후 언급조차 되지 않는 비운의 캐릭터였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퇴학을 당한다는 것 중요한 사실이다.

내가 아니라 백선우에게 말이다.

하지만 나는 진짜 백선우도 아니고 이 세계에 미련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돌아가고 싶은 쪽이다.

그런데 아카데미에서 퇴학을 당하건 말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어차피 주인공도 있고 조연들도 있을 텐데.’


빙의를 했지만 천년만년 이곳에서 살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추측건대 게임을 클리어하거나 그러면 돌아가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별다른 방법도 없는데.


‘걔네가 알아서 해주겠지 뭐.’


어쨌든 엔딩을 보면 현실로 돌아갈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생각을 했다.

헌터사가의 특징 중 하나는 엑스트라가 활약하지 않아도 좋은 결말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적당히 좋은 주연 조연들을 영입해서 스토리를 진행 시키면 엔딩을 볼 수 있다.


‘적당히 게임 지식을 이용해서 먹고살면 되려나.’


그런 점에서 나는 그들에게 필요가 없었다.

내가 나서고 말고 할 것 없이 주인공인 이도율이 알아서 엔딩을 볼 테니까.

나는 그동안 헌터사가의 정보들을 이용해 적당히 돈을 벌어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기 전까지. 쭉.


‘이렇게 생각하니까 한결 낫네.’


아카데미를 졸업하면 도움이 되긴 할 것이다.

설정상 졸업만 해도 6급 헌터증과 온갖 길드에서 러브콜이 들어온다. 어마어마한 연봉은 덤이고.


하지만 돈보다는 목숨이 중요했다.

헌터는 괴수, 그리고 빌런과 싸우는 존재다. 게임을 플레이할 때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지만 현실에서 그들을 마주하기는 싫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고 돈을 벌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나는 그것이 싫었다.


‘괜히 죽을 일 있나. 그냥 게임 속 지식으로 돈만 벌어도 편하게 살 수 있는데.’


평범한 현대인이었던 자신이 괴수와 싸우고 빌러들과 대적한다?

우스갯소리다. 말이 되지 않았다.

차라리 마력을 각성하고 교육을 받은 초·중학생이 나보다 더 잘 싸울 것이다.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그냥 퇴학을 당하기로 결정했다.

마침 게임 지식도 있겠다. 그걸 이용해 적당히 돈을 벌고 조용히 살아가면 될 것이다.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생각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 캐릭터도 주인공과 같은 반이었던가.’


초반에 퇴학을 당하고 등장하지 않는 캐릭터였지만, 주인공과 같은 반이었던 걸로 기억을 한다.

그리고 그 반에는 다른 메인 캐릭터들도 있을 것이고.


‘주인공하고 히로인들이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하기는 하네.’


게임 속 화면으로만 보던 이들이다.

그런 그들이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하기는 했다.


‘1학년 1반.’


나는 계단을 통해 층을 이동하며 반을 확인했다.

기억하기로 헌터 사가 내의 아카데미는 한 층에 한 반이 있던 걸로 기억을 했다.

1-4, 1-3, 1-2···.


‘여기네.’


그렇게 1층에 도착했다.

문의 위쪽에는 1-1이라고 쓰인 패가 걸려져 있었다.

나는 교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교실에는 애들이 별로 없었다.

나는 반을 둘러보며 생도들의 명찰을 살폈다.


-이도율-


그리고 원작 주인공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이를 발견했다.


‘여자?’


그런데 의문이 한 가지 있었다.

눈앞의 이도율은 여자라는 것.


‘남자일 줄 알았는데.’


헌터사가에서는 주인공의 성별을 골라서 플레이할 수 있다.

다만, 히로인들이 여자캐릭터이고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인공인 이도율은 현실에서 남자로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여자 캐릭터로 플레이한다고 스토리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스토리는 성별에 구애받을 점이 없기도 했다.

이름도 그대로 스토리도 그대로. 다른 추가적인 요소는 하나도 없다.

그냥 게임에는 영향을 하나도 주지 않는 설정이라고 생각하면 됐다. 이도율이 여자이건 남자이건 게임을 진행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웃긴 점은 여자인 이도율로 진행을 하더라도 히로인들과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인데··· 아무튼.

나도 남캐보다는 여캐로 플레이하는 걸 더 선호했기에, 모드가 추가된 이후에는 여캐로 플레이했다.


‘뭐, 나랑은 딱히 상관은 없는 이야기지.’


어차피 나는 퇴학을 당하고 나갈 것이다.

이도율이 여자건 남자건 내 알 바는 아니었다.

그녀는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네가 잘 해야 내가 편하게 산다.’


이도율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저 녀석만 있으면 세계는 무사할 것이다.

나는 퇴학을 당한 후 편하게 이세계 라이프를 즐기다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면 된다.


그렇게 적당히 자리를 찾아서 앉으려던 찰나.

뒤에서 욕설이 들렸다.


“하, 시발.”


이도율이었다.


‘응?’


나는 욕설에 당황해서 고개를 돌렸다.

갑자기 사이좋게 이야기하고 있던 둘의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이도율이 욕을 했다고?’


이도율은 품행이 단정한 모범생이다. 약자를 배려하고 빌런과 괴수를 척결한다는 목표가 있는 성인군자 캐릭터이다.

그만큼 게임 내에서 욕설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사 스크립트에서 욕설을 사용하는 경우를 거의 보질 못했다.

특정 루트 한 군데에서 성격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바뀌기는 하지만, 아직 그 루트를 탈 수 있는 시기는 아니었다.


그녀는 욕설에 이어서 대화를 나누던 친구의 얼굴에 주먹을 휘갈겼다.

주먹을 맞은 친구는 그대로 책상 위를 날아가다가 바닥에 뒹굴었다.


“미, 미미 미안해.”


“좆까세요.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이도율은 엎어진 친구가 사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멱살을 부여잡으며 계속해서 얼굴을 후려쳤다.

주먹질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주저함도 없었다.

퍽 퍽- 콰직- 살벌한 소리가 교실에 울려펴졌다.


‘미친?’


멀쩡하게 대화를 하다가 난데없이 사람을 패는 모습에 당황을 금치 못했다.

게다가 어떤 이유건 간에 폭력을 휘둘렀으니 징계를 받을 텐데, 그런 건 생각을 안 한 것처럼 두들겨 패고 있었다.


‘···잠깐만. 설마?’


그때 머릿속으로 지나가는 한 가지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작가의말

반갑습니다!


*0418기준 이도율 관련 언급 및 서술을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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