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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망나니 때문에 못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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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루도스
작품등록일 :
2021.04.15 18:01
최근연재일 :
2021.05.12 20: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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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15
글자수 :
134,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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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7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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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빙의

DUMMY

헌터사가(HunterSaga)에는 여러 가지 엔딩이 있다.

플레이어는 주인공인 이도율을 컨트롤하여 아카데미 외·내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마주하며 어떠한 결정을 할지 선택한다.

그리고 그 선택에 따라 스토리는 분기된다.


선택지에 따라 플레이어 캐릭터인 이도율과 주변 캐릭터들의 성격, 성장 여부, 더 나아가서는 생사 여부까지 변해가며 다양한 엔딩을 볼 수 있는 게임. 그것이 헌터사가의 기본적인 게임 구조다.


처음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대개 게임사의 의도대로 플레이하기 마련.

그렇게 플레이했을 때 스토리의 막바지에 다다르면 보게 되는 것이 바로 노말 엔딩이다.

아무도 죽지 않고, 이도율과 조력자들에 의해 세계가 평화를 맞이하는 평범한 엔딩.

해피 엔딩에 속하며 몇 번은 본 엔딩이었다.


하지만 수십 번 게임을 플레이했기 때문에 노말 엔딩은 지루했다.

공개된 엔딩 또한 모두 몇 번씩은 본 것들이었고, 그렇기에 밝혀지지 않은 히든 엔딩을 찾아다녔다.


말했다시피 헌터사가의 엔딩은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분기되기 때문에 독특하고 특이한 선택을 할수록 엔딩 또한 그에 맞게 바뀐다.

그런 이유로 게임을 할 때마다 특수한 컨셉을 잡으며 플레이했고, 그 결과 많은 히든 엔딩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거기서 더 나아가 수 년을 컨셉을 잡으며 플레이를 이어나갔고, 히든 엔딩 중에서도 구별될 만큼 특이한 엔딩을 하나 발견했다.


망나니 엔딩.


모든 선택지와 트리거를 망가뜨려야 비로소 루트에 진입할 수 있는 특이한 엔딩.

그런 루트를 타야만 볼 수 있는 엔딩인 만큼 특별한 부분이 몇 있다.

이 엔딩의 루트에서는 다른 어떤 루트에서보다 빠르고 신속하게 강해질 수 있는 게 그 부분 중 하나였다.

성장 이벤트가 자주 출몰하며 기회란 기회는 모조리 잡아들인다. 그리고 강해지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만큼 독선적이고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 미친놈이 된다.

성격 또한 점점 변해가며, 시간이 지날수록 선택지 또한 대부분 부정적인 측면이 강해진다.


그 과정에서 세계는 말 그대로 초토화가 되고 오직 주인공인 이도율만 살아남는다.

조연들도 대다수 죽고 히로인도 죽는다.

그리고 최종보스를 잡고 이도율까지 자결하니 그야말로 베드 엔딩의 끝이 아닐 수가 없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몇 가지 있었다.


‘망나니 루트를 타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


괴랄한 진입 난이도를 가진 대신, 한 번 진입하면 다른 루트로 갈아탈 수가 없다.

물론 이건 게임에서나 적용되는 점이고 현실에서까지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이보다는 다른 하나가 중요했다.


‘성격 또한 망나니가 된다는 것.’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캐릭터들의 성격이 변하는 게임인 만큼, 망나니 루트를 타면 그에 걸맞게 주인공의 성격이 변해간다.

점점 부정적이고, 독선적이고, 이기적으로.


그렇게 선택지 또한 성격에 맞게 제한되는데···.

후반에 나온 선택지 하나만 봐도 그의 성격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있다.

가장 기억 속에 남는 건, 히로인이 빌런에게 인질로 잡혔을 때이다.

나온 선택지는,

[인질을 신경 쓰지 않고 빌런을 공격한다]

[인질을 관통하여 빌런을 확실하게 죽인다]

이 두 가지였다.


솔직히 선택지를 보고 기겁했다.

주인공이 이렇게까지 미친놈으로 변하는구나 싶었다.


아무튼 그 루트에 진입할 수 있는 시점은··· 2학년 때다.

지금으로부터 1년은 뒤의 시점.


···그런데 이도율은 이미 망나니가 되어 있었다.



***



“오늘은 마력의 간섭 범위에 대해 알아볼 거예요. 마력학I 58p를 펴주세요.”


교탁의 앞에는 마력학I을 담당하는 교사, 이수연이 서 있었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책을 펴고 있지 않은 이가 있는지 살피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나 또한 가방에 있는 책을 꺼내며 옆을 힐끔 쳐다보았다.


‘망나니긴 해도 수업은 제대로 듣는구나···.’


아까 대화를 하던 친구를 팰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도율은 아주 얌전하고 모범적인 학생의 모습으로 수업을 듣고 있었다.


게임 속에서는 2학년 때에 루트에 진입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수업조차 제대로 듣지 않는다.

이 또한 선택지를 통해 알 수 있는데···.

[훈련실에서 개인 단련을 한다]

[외부 던전의 공략을 나간다]

이런 식으로 수업을 듣는다는 선택지가 아예 사라져 선택할 수조차 없게 된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이도율은 그나마 양반이었다.

수업은 제대로 듣고 있었으니까.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가 관건이었다.


‘일단 수업부터 듣자. 괜히 찍힐 수는 없지.’


이도율도 이도율이었지만 지금은 퇴학이 가장 큰 문제였다.

퇴학을 당하면 어차피 모두 도루묵이다.

이도율을 계도하려면 퇴학부터 막아야 했다.


앞으로 한 달.

그 기간 동안 좋은 평가를 받아 낙제를 면하려면 선생에게 찍히는 건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니다.

평가는 실력으로 받지만, 그 평가를 하는 건 교사와 교관이니 말이다.


“마력은 현재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물질계, 그리고 사념들이 존재하는 아계(亞界)에 간섭할 수 있는 힘이에요. 마력을 두르거나 마력을 사용하여 이능을 펼쳐야 아계에 존재하는 망령종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어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이수연은 칠판에 필기를 마치고 설명을 했다.


“예컨대 7급 망령종으로 분류되는 하급 사정령(邪精靈). 그들은 실체가 아차원인 정령계에 존재하는 괴수에요. 이들이 실체화를 해제하면 물리적인 공격으로 그들에게 해를 입힐 수 없어요.”


짝. 이수연이 손뼉을 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자 여기서 질문. 실체화를 하지 않은 망령종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방법은 총 2가지가 있어요. 뭘까요? 하나는 방금 말했고··· 다른 하나는 여러분들이 추측해보세요. 맞추는 사람에게는··· 이론수행점수 1점 추가해드릴게요.”


10초 정도가 지났지만 아무도 손을 드는 이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지금 이수연이 언급한 부분은 마력학I의 파트가 아니었다. 2학년 2학기에 배우는 괴수마력학에서나 나오는 내용이다.

아카데미에 다니는 생도들은 이런 교과목을 선행하기보다는, 전투에 관한 것을 더 많이 공부하고 연마하기에 선행학습을 하는 이들은 거의 없는 게 아니라 없었다.

신시아 정도를 제외하면.

결국 아카데미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론이 아닌 전투니까.


“백선우 생도?”


“아··· 네.”


이수연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백선우라는 이름이 자신을 부르는 이름임을 자각하고 대답했다.


“대답해보시겠어요?”


이수연은 굳이 자신을 콕 집어서 말했다.

나는 이수연의 지목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에 따라 주위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 느껴졌다.


“망령종은 물질계와 아계에 동시에 존재합니다. 실체는 아계에, 사념은 물질계에. 그러니까 그 사이를 잇는 선인 실버 코드를 제거하면 됩니다. 이 과정에서도 마력이 필요하지만 아무튼 그 실버 코드를 자르면 정령은 강제로 실체화가 됩니다.”


간단했다.

망령종을 잡는 방법은 두 가지다.

앞서 이수연이 설명했던 대로, 첫 번째 방법은 마력으로 냅다 패면 되는 것이고, 두 번째 방법은 실체와 사념을 잇는 선인 일명 ‘실버 코드’를 끊어서 강제로 실체화를 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물리적인 공격으로도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내가 이걸 왜 알고 있냐고?

헌터사가가 좆같은 게임이라 시험이벤트가 생겨나면 문제를 직접 외워서 풀어야했는데 그래서 기억하고 있다.


아무튼, 적절한 대답이었는지 이수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해요. 앉아도 좋아요. 이론수행점수 1점 드릴게요.”


나는 이수연의 말에 제자리에 앉았다.

이론수행점수, 그러니까 수행평가 1점이 무슨소용이겠냐마는··· 월례평가에 반영이 된다고 하더라도 아주 미미한 수준일 것이다.

그보다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간고사에서 뭘 어떻게 할지 생각하는 게 더 유익하다.


“실버코드를 자른다니··· 그게 저희 실력으로 가능한 겁니까?”


한 생도가 손을 들며 이수연에게 질문했다.

이도율이었다.

수업도 잘 듣고, 질문도 하고 이러한 면만 보면 멀쩡한 모범생 같았다.


“하하, 지금 당장 여러분의 힘으로는 무리죠. 하지만 일정 이상의 경지, 마법사를 기준으로 5서클에 오르거나 특수한 이능을 가지고 있다면 ‘마력의 흐름’이라는 게 눈에 보이게 돼요. 마력의 흐름에 대해서는 저번 시간에 설명했죠?”


이수연의 말에 이도율은 끄덕였다.


“대답이 충분히 됐나요?”


“네, 감사합니다.”


이도율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자 그럼 다음은 마력의 구현에 대해서···.”


이수연은 계속해서 수업을 이어나갔다.

이론을 설명하고 생도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나를 콕 집어서 묻기도 했다.

나는 그때마다 그에 걸맞은 답을 내놓았고 총 4점이라는 이론수행점수를 얻었다.


그렇게 50분이 지났다.


딩댕-


수업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다음 시간까지 복습해오도록 하세요.”


이수연은 가지고 온 책을 들고 앞문을 통해 나갔다.

나는 그런 이수연을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뭐지?’


이도율도 이상하긴 했지만, 그 못지않게 이수연에게도 이상함을 느꼈다.

이상하리만큼 자신을 콕 집어서 불렀다.

다른 애들도 그렇게 부르긴 했지만···. 유독 자신을 많이 불렀다.

단순히 대답을 잘한 것 때문일까? 그런 것이라면 신시아를 불러도 될 터였다. 그녀는 이미 아카데미 전 학년의 공부를 끝마쳤을 테니 말이다. 필기 또한 학년 수석으로 입학을 했고.


‘모르겠네.’


생각을 해도 별 마땅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단순한 변덕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음 수업에 필요한 책을 꺼냈다.



***



오후 수업이 모두 끝났다.

대학교를 이미 졸업한 내가 다시 고등학교에 올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교실도 그렇고 분위기는 대학교랑 비슷했지만··· 아무튼.


“더럽게 피곤하네.”


나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기숙사로 향했다.

생도들은 모두 기숙사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백선우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다만 캠퍼스가 커서 교실에서 기숙사까지 가는 것도 10분이 넘게 걸렸다.

아카데미 부지가 넓어도 더럽게 넓었다.


‘그나저나 얘는 한수원 교관한테 무슨 죄라도 졌나?’


체육수업··· 그러니까 이곳 기준으로 실전 수업이 하나 있었다.

전투를 가르치는 수업인 만큼 평범한 교사가 아닌 교관이 생도들을 교육시했다.

그 교관은 아까 자신을 훈계하던 한수원이었고.


‘이해가 안 되네.’


원한이라도 있는 것인지 어쩐지, 한수원은 나를 계속해서 지목하며 계속 굴렸다.

전투 동작을 시범하며 부르는 것은 기본이고, 체력이 부족하다고 운동장을 돌고 오라는 등··· 시도 때도 없이 굴렀다.


“그나저나 마법사라고···.”


백선우의 생도증에는 그가 마법 분야로 입학했다고 쓰여 있었다.

한수원이 나를 굴리며 마법사도 체력을 길러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한 것을 보면 백선우가 마법사라는 것은 확실한 것 같았다.


다만 문제가 있다.


“내가 전혀 마법을 못 쓴다는 건데.”


헌터사가는 현대 판타지 세계관이다.

마력이 존재하고, 이능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마력을 통해 자신을 강화할 수도, 마법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능을 이용해 그 마법을 극대화시킬 수도, 마법과 구별되는 특이한 현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아무것도 없다.


마법은 고사하고 마력을 어떻게 다루는지도 모른다.

이능도 없다.

아카데미 생도라는 점 이외에는 평범한 사람이랑 다를 게 없었다.


‘그래도 다 방법이 있지.’


가진 게 없다면 얻으면 된다.

여기는 게임 속 세계였고, 나는 이 게임의 고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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