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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망나니 때문에 못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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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루도스
작품등록일 :
2021.04.15 18:01
최근연재일 :
2021.05.12 20:0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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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55
추천수 :
115
글자수 :
134,435

작성
21.05.08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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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성장통

DUMMY

“씨···바아아알!”


또 실패다.

나는 팔을 부여잡으며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바닥에는 출혈로 인한 핏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졌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통증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차라리 포기하고 편하게 살다가 죽는 건 어떨까.

어차피 미래의 일이니까 그동안은 게임지식을 이용해 적당히 사는 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가야지··· 가족들이 있는데.’


하지만 원래 세계에 있던 가족들이 생각났다.

그것을 생각하면 여기에 남아 있고 싶다는 생각이 싹 사라졌다.


“후우··· 흡···.”


나는 남은 한쪽 팔로 다리를 지탱하며 겨우 일어섰다.

그리고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보건실로 향했다.


‘그래도 가까운 곳에서 인챈트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네···.’


첫번 째 시도 이후, 나는 보건실의 바로 옆에 있는 빈 교실에서 인챈트를 시작했다.

어차피 실패하면 보건실에 갈 거 그나마 가까운 곳에서 시도하고 빠르게 보건실에 가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다고 보건실에서 인챈트를 하는 건 너무 눈치가 보이기도 했고, 실패할 경우 이런 식으로 피가 터지면서 주변에 흩뿌려지기에 갈 수 없기도 했다.


“···왔니.”


나는 이제는 질렸다는 눈으로 보는 유하영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하지만··· 부탁··· 드리겠습니다···.”


“······.”


숨이 계속해서 차올라서 말을 제대로 내뱉을 수가 없었다.

당장에라도 뻗고 싶지만 겨우겨우 정신을 유지하고 있었다.

정신을 잃을 시간은 없었다. 치료가 끝난다면 바로 다시 가서 한 번 더 인챈트를 시도할 예정이다.

아직 시간은 3시 보건교사인 그녀의 퇴근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으므로 한 번 정도는 더 시도할 시간이 남았다.



***



시계는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잔업이나 추가수업 혹은 활동이 남지 않은 교사와 교관들이 퇴근할 시간.

하지만 아무런 일이 남아있지 않음에도 교관인 한수원은 교무실에 남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너무 무모하긴 하군요.”


“그러게요··· 이해는 하지만 너무 심한 것 같아서요.”


백선우에 관한 이야기때문이었다.

보건교사인 유하영이 찾아와서 그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은 게 원인이었다.


원래 유하영은 생도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는 않는다. 보건교사로서 당연한 소양이었다. 그러나 이번 일은 예외였다.

적어도 담임인 한수원는 알아야한다고 생각했다.


“매번 어느 한 군데를 다치고서··· 적어도 하루에 두 번꼴로 말이죠.”


유하영은 백선우가 한두 번 정도 시도하고 포기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몇 번이고 계속해서 보건실에 왔다.

어느 때는 팔, 어느 때는 다리.

매번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다.


“솔직히 저는 이 학교에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유하영은 솔직하게 자신이 느끼고 있는 바를 말했다.

그녀는 아카데미 출신이 아니다.

그저 평범한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치유의 이능을 각성하고 치유 헌터의 길을 걷게된 이였다.

그렇기에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이 학교에 무슨 메리트가 있길래, 그렇게까지 목숨을 걸고 다니려고 하는지.


“평범한 고통도 아니죠. 폭발한 마력에 의해 해당 신체부위에 있는 마력회로들이 타들어가고, 피부가 터지고 뼈 또한 손상되요. 도저히 일개 생도가 버틸만한 고통이 아니에요. 전문적으로 헌터 활동을 하는 이들에게 PTSD가 괜히 오는 게 아니에요.”


유하영은 열변을 토해냈다.


“한 교관님은 이게 맞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한수원은 그녀의 말에 잠시 대답을 유보했다.

맞다. 아니다.

그러한 단순한 단어로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노력과 고통.

그 둘은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정신적인 것이든 신체적인 것이든, 노력에는 고통이 따른다.

일정 선까지는 그 고통이 존재하지 않을 수 있지만, 어느 선을 넘으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그리고 노력의 양이 증가할 수록 그 양은 증가한다.


한수원은 그런 노력은 좋았다.

현재의 자신을 있도록 해준 것이니까.

재능이 없던 자신을 3급 헌터, 아케데미 교관의 자리에까지 앉게 해준 것이 그 노력이다.

수많은 고통이 따랐지만 그것을 견뎌내고 이 자리에까지 왔다.


하지만 백선우가 그것을 견뎌낼 수 있는지 없는지는 다른 문제였다.

노력의 과정에서 찾아오는 고통에 부서지고, 부러져서 다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과연 그러한 상황을 방관하는 것이 맞는 일일까?

생각은 길지 않았다.


“녀석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결국 선택을 하는 건 백선우다.

아무리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결국 책임과 결과를 감당하는 건 그 녀석이다.

그 과정에서 부러져서 쓰러지는 것도, 결국 실패를 하여 넘어지는 것도.

전부 녀석의 책임.


타인인 자신이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감당할 수 없으니까.

감당을 넘어서 애초에 관여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게 잘못된 길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게 교관의 역할이니까요. 선생님도 아시잖습니까.”


“저도 알고 있어요. 그렇긴 한데··· 아무래도 어린 애다 보니까.”


“백선우도 한 명의 헌터입니다.”


아카데미에 입학한 직후, 생도의 신분은 F급 헌터와 같다.

실제로도 던전에 들어갈 수 있는 헌터.

성인과 별 다를 바가 없다는 말이었다.


“···그렇네요. 아무래도 제가 너무 참견한 것 같네요.”


“아닙니다. 생도들을 걱정하는 게 보건교사의 일이잖습니까.”


한수원은 희미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그래도 부러지지 않도록 옆에서 버팀목이 되어주는 게 선생의 역할이겠죠. 필요한 일 있으면 말씀해 주십쇼.”


선택을 강요하고 책임을 대신 져줄 수는 없어도, 도와줄 수는 있다.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것.

그것이 선생의 역할이었다.


그렇게 대화가 끝이 났을 무렵, 유하영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만 가봐야겠네요. 백선우 생도가 또 다쳐서 보건실로 향하고 있다네요.”


들어왔을 때와 달리 보건실로 향하는 그녀의 얼굴은 한층 밝아 보였다.



***



눈앞에는 괴수가 하나 있었다.


삼각형의 머리, 낫을 연상시키는 날카로운 갈퀴.

짙은 보라색의 거대한 체형.

그리고 불타오르는 듯한 빨간 눈.


7급 괴수, 어둠불꽃 사마귀다


어둠에 동화하여 먹잇감을 사냥하는 밤의 포식자.

나는 가상현실 속에서 그녀석과 싸우고 있었다.


‘더럽게 빠르네···.’


움직임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놈이 지나간 자리에는 옅은 열기가 남아 있었다.

몸에서는 뜨거울 열기가 방출되고 있었고, 그 갈퀴는 어둡게 불타고 있었다.


‘역시 소환하길 잘했네.’


녀석을 소환한 이유는 별 거 없었다.

그냥 7급 중에서 상대하기 까다로운 놈들을 골라서 싸우기로 했을 뿐이다.

이번 중간고사의 메인인 실기에서는 랜덤한 괴수와 1:1로 싸우게 된다.


6~9급 중 선택을 할 수 있는데 그 중 적어도 7급은 상대할 수 있어야한다.

그래야만 B+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그것도 잡지 못한다면 B+은 커녕 B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꼼짝없이 퇴학이다.


“그래도 해볼만 해.”


신체 인챈트도 몇 부위를 성공했기 때문.

왼팔과 오른쪽 다리가 그 결과물이었다.

합쳐서 아홉 번 정도 시도를 했다.

계속 보건실을 들락날락하며 하루에 두세 번 씩 시도를 했고 그 결과 두 곳에 인챈트를 하는 데에 성공한 것.

실패할 때마다 고통이 상당했는데··· 나도 내가 이정도까지 할 수 있는 놈인지는 처음 알았다.

아무튼 시험도 얼마 남지 않았고, 나는 시험에 대비해서 괴수와 싸우고 있었다.


나는 롱소드를 들며 왼쪽 허리춤에 있는 단검을 매만졌다.

신체인챈트와 함께, 가장 중요한 녀석이다.


무려 lv.3의 인챈트가 되어 있는 녀석이니까.


그래도 리치가 짧은 관계로 이런 상황에서는 쓰기가 애매한 녀석이었다.

단검술이 lv.3이라고는 하나 근접한 상태에서는 신체능력이 받쳐주지 않아서 제대로 피하기가 힘드니 말이다.


그 예시로.


쌔앵-!


상당히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지금도, 녀석의 공격을 피하기가 힘들었다.

재빠르게 거리를 좁혀서 갈퀴를 휘두른다.


녀석의 갈퀴를 튕겨낼 때마다 뜨거운 열기가 검을 타고 올라온다.

동시에 온전히 막아내지 못해 생긴 팔의 상처에서 고통이 느껴진다.


‘너무 빨라.’


근력과 민첩성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체력도 멀쩡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바로 눈이 따라갈 수가 없다는 것.

놈의 움직임은 내 시야에 제대로 포착되지 않았고, 나는 예측을 하거나 공격을 하려는 타이밍에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관계로 제대로 된 피해를 입힐 수도 없었다.


“제길··· 이젠 눈이 문제냐.”


인지하고는 있던 문제다.

이것도 신체 인챈트를 생각하게 된 계기 중 하나니까.


나는 가상현실을 종료했다.

어차피 이대로 싸워봤자 별 의미도 없다.

싸워볼만 하고, 실제로 이길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했다.

이런 방식으로 싸운다면 이무기의 눈물을 먹는다고 하더라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는 없다.

7급 정도야 아카데미 생도의 50%이상이 1:1로 상대한다면 무난하게 잡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이 상태로는 이긴다고 하더라도 B+을 받을 수 없다는 말이었다.

이무기의 눈물을 먹고, 대장간의 축복을 사용해도 말이다.


‘다른 선택지가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


정말 원하지 않고, 하기 싫었던 선택이다.

지금도 다른 방법을 찾고 있었고 찾기만 한다면 그 방법을 선택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태껏 찾지 못하고 있었다.

기억에 문제가 있지 않는 한, 지금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하나 뿐이었다.


이도율만 아니었어도 이런 선택은 하지 않는 건데···.

제길.

던전에서 놈의 망나니성의 제대로 봐버린 이상 선택지가 없었다.

놈을 가만히 두면 세계고 뭐고 좆될 게 뻔히 보였다.


“눈에 인챈트를 하게 될 줄이야···.”


결국 나는 눈에 인챈트를 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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