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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디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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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iles
작품등록일 :
2021.04.17 17:12
최근연재일 :
2021.07.02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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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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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7,979

작성
21.04.26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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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1-웨이브 디펜스(4)

DUMMY

레티시아를 앉힌 나는, 한동안 말을 잇지 않았다.

분명 할 말은 있을 터인데, 이상하게도 왜 입이 떨어지지 않는 걸까.


"밤인데... 이렇게 빛이..."

"신기해?"

"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눈을 빛내는 레티시아였다.

그녀가 있던 세계에는 이런 밤의 불빛이 흔하지 않은 걸까.

평범한 부산의 야경도, 그녀의 눈에서는 환한 보석의 연속인 것 같다. 그래. 이 분위기라면 말을 꺼낼 수 있을 것 같다.


"너는... 아니, 너희들은 대체 어디서 온 거지?"

"어디서 왔냐고 하심은...?"

"네가 알고 있는 것, 그대로 말하면 돼."

"각자 다 다를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공통점...?"

"네."


캐릭터. 그들은 어디에서 오고, 왜 이 세계에 오는가.

그들이 우리와 같은 세계를 살지 않는다는 건, 한눈에 직감할 수 있었다.

내 직감을 들은 레티시아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모두 털어놓았다.


"저희의 과거와 현재는, 모두 마스터께서 정하셨다는 겁니다."


비록 왜 '캐릭터'가 오게 되었는지는 모르더라도, 그녀는 답을 주었다.

'캐릭터', 그들이 있던 세계는, 바로 내가 쓴 스크립트를 따른다는 것. 그렇다.

이제 내가 쓴 레티시아의 정보는, 단순한 스크립트가 아닌 그녀의 운명을 결정했다는 소리였다.


"단순한 스크립트가 아니었다고?"

"저는 마스터의 부름이 없을 때엔, 크리티아스 왕국의 방비 임무를 맡고 있어요."

"크리티아스..."

"큰 왕국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곳이에요."

"평화로운 곳은... 아니겠네."

"몬스터의 침공이 계속되고 있으니까요. 저희에게 전쟁은 일상입니다."


분명 내가 적은 레티시아의 정보는 전란으로 가득한 왕국의 기사...

그녀가 말한 크리티아스 왕국은 내 생각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조금도.

내가 한 인간의 운명을 결정했다는 사실이, 레티시아의 목소리로 상기되기 시작했다.


"혹시 내가 쓴 스크립트 때문에...?"

"그럴 거예요. 저희들의 일생은 마스터께서 기록해주시니까요."

"..."

"마스터?"

"나를..."


내가 그녀의 운명을 결정했다. 그것도 최악의 운명으로.

쉽사리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내가 본 괴물들과 계속 맞섰다는 게...

그런 괴물들과 계속 싸워야만 하는 부조리함을 두고 뭐라고 해야 하지?


"나를 원망한 적은 없어?"

"원망...?"

"내가 쓴 스크립트 때문에 그런 일들을 겪는 거잖아..."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뭐...?"

"마스터가 정해주신 운명을 살아가는 건 당연하니까요."


레티시아는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웃고 있었다.

자동차, 야경, 이따금 들려오는 거리의 노랫소리. 그런 것들을 느끼며, 흥미로워할 뿐이었다.

그녀는 전란에 휩싸이게 된 것을 나 때문이라고 인식하지 못했다. 인식하더라도, 그것이 부조리하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

"마스터?"

"당연하다니... 당연하다고? 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거지? 도대체 왜?"

"이게 제 일이고, 사명이니까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어요."

"사명이라니, 그건 내가... 홧김에 쓴..."

"그럼에도 이게 제 사명임에는 다름이 없어요."


이쯤 되면 그녀를 순수하다고 해야 하나, 멍청하다 해야 하나.

이 세상에 당연한 게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런 게 존재한다면 유전무죄 무전유죄 정도겠지.

레티시아의 확신은 어디서 나오는 거지? 대체... 사명이라는 말을 어찌 그리 자연스럽게...


"사명..."


너무나도 혼란스럽다.

차라리 레티시아가 나를 팼으면 더 나았을 텐데.

사명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은, 그 눈빛은 내가 부러울 정도였다.


"마스터?"

"...“

"마스터? 어디 불편하신가요?"

"나는... 가봐야겠어."

"예?"


너무 큰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레티시아는 이야기를 나누기에 너무, 부담스러운 사람... 아니, 캐릭터였다.


"도저히... 너를 이해하지 못하겠어."


이 자리가 너무 부담스러워서, 토할 것만 같았다.

먼저 벤치에서 일어난 나는 레티시아를 두고 걸어갔다.


"ㅁ... 마스터!"

"...?"

"저... 저기..."

"뭐?"

"마스터께서 명령하지 않으시면 저는 왕국으로 돌아갈 수 없어요..."

"아... 그런가."


[대기 상태 해제]


"..."


아, 맞다. 내가 멋대로 불렀으면 당연히 보내줘야지.

음... 대기 상태 해제라... 이걸 누르기 전에, 하나 묻고 싶은 게 있어.

적어도 그건 듣고, 이 부담스러운 자리를 떠나든지 해야겠다.


"마지막으로 하나 묻고 싶은데."

"네."

"왜 마스터. 마스터 거리는 거야?"

"제 창조주이시니까요. 세상을 만든 분이시기도 하고."

"창조주라니, 뭔 말도 안 되는..."

"저는 캐릭터일 뿐이고, 마스터는 저희의 이야기를 만드시는 분이에요."


창조주. 그 한마디에, 레티시아의 생각이 조금 이해되기 시작했다.

내가 그녀를 특이하게 생각하듯, 레티시아도 역시 나를 같은 '존재'로 보지 않았다.

그에게 나는, 성경에 나오는 그 분과 같은 하나의 초월자로 보일 뿐이었다.


"마스터가 어떤 운명을 정하시든, 제가 감히 마음을 품을 수는 없습니다."


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그런 의문만을 남겨둔 채로, 레티시아는 빛의 잔영과 함께 사라졌다.







가치 없는 내 시간은 너무도 빠르게 흘렀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아침, 그리고 김밥으로 때우는 점심, 그리고...


[현 시간부터 야간통행금지령을 부산 전역에 발령합니다.]


[계엄사령부로부터, 국민 여러분들께 알려드립니다. 현 시간부터 야간통행...]


계엄령 하에 떨어진 야간통행금지령이 존재하는 저녁.

정부는 일주일 전의 테러를 자세히 설명하진 못했지만, 이제 모두들 알고 있었다.

정부가 해결하지 못하는 모종의 일이 있고, 계엄령의 목적은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외계인이니, 아니니 그런 건 이제 상관없었다.


"수신양호, 지점 배치 완료."

"..."

"서재현 씨. 준비하세요."

"..."

"서재현 씨?"

"이봐."


평소와 달리, 차량이 완전히 다니지 않는 도로.

그 도로 한가운데에서, 나는 아무런 생각 없이 도로의 끝을 바라보았다.

내 옆에는 군 병력과 이서윤 중령이 있었는데, 말을 걸어오는 그녀에게 문득 질문을 던졌다.


"무슨 일이죠?"

"왜 군인이 된 거지?"

"네? 갑자기 그건 왜..."

"궁금해져서, 말하기 싫으면 말하지 않아도 돼."

"당신은... 하아... 군인이 된 이유라... 말로 설명하긴 어렵네요."

"많은 이유가 있는 건가?"


레티시아와 이서윤 중령을 겹쳐서 보고 있는 걸까.

멍청한 질문이라는 건 알고 있다. 사람마다 다 다를테고,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지.

설명하진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이 질문은 자연스럽게 튀어나와, 그녀에게 꽂혔다.


"그렇죠.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여기 남아있는 이유는 한 가지뿐이에요."

"군에 남아있는 이유...?"

"이게 내 사명이라는 확신이 들었거든요."

"사명이라고?"

"왜... 왜요? 불만 있는 겁니까?"


돌아온 대답은, 의아하게도... 레티시아와 비슷했다.

사명. 두 글자로 이루어진 야속한 단어를 입에 올리는 그녀는 덤덤했다.


"그 확신은 어디서 오는 건데?"

"... 지킬 게 있으니까요."

"지킬 게 있다...라."

"월급이든, 안전한 직장이든, 가족이든, 조국이든... 다들 지킬 게 있으니까요."

"장교는 다 비슷한 걸지도 모르겠어."


간단했다. 지켜야할 것이 있기에 사명으로 여긴다는 것.

레티시아도 그런 마음으로 끝없는 전투에 몸을 던진 것일까.

나로서는 너무 이해하기 어려운 대답이었다. 자그마한 행복에 묶여서, 평생을 괴롭게 살아가는 게 좋은 건가?


"저번엔... 내가 실언을 한 건지도 모르겠어."

"...?"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진 않아. 하지만..."

"됐어요. 뭔 소리를 하려는 건진 알겠으니까."

"..."

"당신은 그런 소리를 할 만한 상황에 있으니까요."


문득 사과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내가 그들의 역할을 대신해줄 수는 없으니까. 생각이 달라도, 그들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내 사과 아닌 사과를 들은 중령은, 아주 연하게 입꼬리를 띄우며 운을 마무리 지었다.


"그런 걸로 사람을 미워하진 않아요."


죽을지도 모른다는 이 상황에서...

목숨이 하나라는 공통점을 가진 그녀는 나를 탓하지 않았다.


[00:03]


[00:02]


[00:01]


[지도-부산 북부의 두 번째 레이드를 시작합니다.]


어색한 상황에서, 내 스마트폰이 시간을 알렸다.

이 빌어먹을 게임이 단순히 신의 장난은 아닐까. 그런 기대를 했었는데.

안타깝게도, 신은 한번으로 멈출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ㅡ교대역 부근으로부터 게이트 발생 확인. 즉시 이동해 알파 라인까지 전진.


"수신 양호. 3조 알파 라인까지 이동하겠음."

"알파 라인이 어딘데?"

"교대역 위쪽 동래역에 일단 방어선을 칠거에요. 상업지구 근처에서 싸우는 게 최선이니까요."

"돈보단 사람이 중요하긴 하지. 아마도."

"금정구 관할은 저희 팀이니까 빨리 이동하죠."


부산 지역을 빠르게 스캔한 결과, 몬스터들의 시작점은 빠르게 도출되었다.

몬스터들은 교대역으로부터 동래역 쪽으로 대로를 타고 북상하고 있었다.

일단 중령에게 들은 전술 계획으론, 그 몬스터들이 흩어지기 전에 빠르게 제압한다는 소리였다. 말은 쉽지.


ㅡ쿠르르르르...


"장갑차..."

"시민 접근은 52사단 예하 대대들이 통제하고 있어요."

"군은 시민 통제 빼고 아무것도 안할 생각인가?"

"베타 라인부터는 개입하겠지만... 뭐, 일단 새로운 작계가 받아들여졌어요."

"윗분들도 꽤나 고생중이겠는데."


대기 중이던 나는 빠르게 군 차량을 타고 방어선으로 이동했다.

동래역 주변은 거대한 사거리가 존재해 시가지였지만, 확 트인 공간이 존재했다.

역을 중심으로 너비 500제곱미터 정도의 사거리는 장갑차와 바리케이트가 모조리 봉쇄했고, 그 안에 있는 건 중령과 나, 일부 관측 장교 뿐이었다.


"..."

"어디 가시는 건데요!"

"어디 빌딩에나 숨으려고. 근데 다 잠궈 놨으려나."

"네?"

"그 버섯 놈들이 얼마나 무서운데. 설마 정면에 그대로 노출되라고?"

"제가 전달을 안 해줬나 보네요?"

"전달할 게 있다고?"


주변의 구조물을 확인한 나는 곧바로 자리를 옮기려고... 했는데.

중령은 자리를 뜨려는 나의 어깨를 붙잡았다. 뭐, 뭐야? 왜 사람을 잡어?

아니, 몬스터들이 온다며? 이 다급한 상황에 뭘 더 전달한다는 거야?


"목소리가 닿지 않으면, 명령을 전달할 수 없다는 보고가 있었어요."

"뭐?"

"200m. 그러니까 목소리가 닿는 범위 정도엔 있어야 한다는 소리에요."

"200m라고? 아니, 잠깐만... 그 정도면 휩쓸릴 수도 있잖아!"

"이 부대들은 단순히 시민들의 대피와 접근 차단만을 위한 게 아니에요."

"뭐...?"


200m...? 아니, 200m면 거의 근접이잖아?

한 번도 그런 말은 들은 적이 없는데? 최전방에서 틀어막으라고...?

그 모든 물음을 비웃듯이, 어깨에 손을 올렸던 중령은 주변의 군부대를 돌아보며 말했다.


"당신의 탈주를 방지하고, 호위하기 위해 존재하고 있는 거죠."

"뭐어어어어어어어?!"


시민 소개, 필요도 없을 군 병력 배치.

이 모든 게, 내 묏자리를 깔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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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4) 21.05.12 1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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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2) 21.05.10 2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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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1-웨이브 디펜스(4) 21.04.26 6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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