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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디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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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iles
작품등록일 :
2021.04.17 17:12
최근연재일 :
2021.07.02 00:4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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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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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3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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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1-웨이브 디펜스(6)

DUMMY

ㅡ큰 비둘기로부터, 베타 라인에 위치한 전 비둘기에. 더 이상의 후퇴는 엄금한다. 가능한 모든 화력을 동원하여 최대한 적을 저지하라.


ㅡ반복한다. 모든 화력을 동원하여, 최대한 적을 저지하라.


트럭에 올라탄 중령의 무전기는 쉴틈없이 사령부의 명령을 전했다.

무전기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 이외에는, 조용했다. 나를 포함해서, 모두들 입을 열지 않았다.

계엄령에 의해 가게의 불은 모두 꺼졌고, 거리를 밝히는 것은 군 차량의 전조등 뿐이었다.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았지만, 지금으로선 오히려 이게 나았다.


“이 버스들은...”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겠죠.”

“... 아무런 의미가 없는 짓이야.”

“의미가 없다고요? 그 버섯들을 보고 그런 말이 나오나요?”

“대로만 막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잖아! 저 버섯들은 우회로를 찾을만한 지능이 있다고!!”

“그게 아니에요.”


날 태운 트럭은 금방 마지막 방어선인 베타 라인까지 도달했다.

온천장역 건물을 낀 베타 라인에는 군부대가 설치한 대규모 바리케이트가 있었다.

그리고 몬스터가 진입하면 도로를 틀어막을 경찰 버스와 임시 크레인도 설치되어 있었다. 몬스터들을 막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지만, 이 빌어먹을 바리케이트론 20초도 시간을 끌지 못할 게 ᄈᅠᆫ했다. 쓸모 없는 발악이었다.


“그게 아니라고? 단순히 시간을 몇 초 끌기 위해서 몇 명이나 더 죽이려는 거지?”

“네?”

“애초에 왜 이 미친 괴물들을 막으려고 하는 건데?”

“...”

“군은 막을 능력이 없어. 그렇다면 왜 길을 비우지 않는 거지? 단순한 체면치레인가?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높으신 분들이 질책당할까 봐?”

“그것도 완전히 아니라고는 할 수 없겠죠.”

“병신 짓거리야. 이거 전부다... 쓸모없는 짓거리라고!!”


트럭에 탄 채로, 나는 중령에게 이 미친 짓에 대해 쏘아붙였다.

중령에게 아무런 결정권이 없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이건, 내 입장에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이건 윗놈들의 폭탄 돌리기였다. 그들에겐,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보다 병들을 갈아넣는 게 더 편하겠지.

내 말을 들은 중령은 의외로 덤덤히 내 말을 받아쳤다. 그런가... 그녀도 나름의 결론을 이미 내린 건가. 그렇다면 대체 왜...!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뭐?”

“...”

“무슨 말을 하려는...”


중령은 뭔가를 알고 있었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지 않았다.

그녀의 대답을 채 다 끌어내기 전에, 익숙한 소리가 내 귀를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ㅡ쿵.


ㅡ쿵. 쿵.


버섯들이 아스팔트를 짓뭉개는 소리.

그 끝나지 않는 소리가 전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알렸다.


“숨돌릴 시간도 없는 건가.”

“레티시아의 힘을 빌릴 때네요.”


[재배치 대기시간 2:14]


“재배치까지 2분 더 남았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2분...”

“벌써 여기까지 왔다면... 늦을지도 모르겠어.”

“아직 늦지 않았어요.”


몬스터들은 너무나도 빠르게 방어선까지 다다랐다.

처음엔 대로를 따라 지연전을 할 생각이었지만, 재배치에 시스템적인 제약이 있다는 걸 망각하고 있었다. 가디언을 재배치하기 위해서는 10분이 필요하다는 그 사실을.

레이드 한번이 30분이니, 사실상 지연전은 불가능했다. 레티시아를 재배치하기 위한 시간은 2분. 이제는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다. 겁쟁이라 해도 좋았다. 그냥, 이제 그만하고 싶었다.


“늦게 만들지 않을 거에요!!”

“뭘 하려는 거야?”

“사령부에 공습을 요청할 거에요.”

“그만둬.”

“네?”

“그만두라고! 보여주기라면 이 정도면 충분하잖아!”

“...”


이서윤 중령은 확실한 목소리와 함께 무전기를 들었다.

곧바로 공습을 요청하겠다는 말에, 나는 기겁하며 중령의 팔을 붙잡았다.

내가 공습에 휩쓸리는 것도 문제지만, 더 많은 사람이 죽을 이유는 없다고! 이럴 이유가 없잖아!


“여기는 화랑, 퍼스트 캐릭터의 재배치에 1분 53초가 걸린다. 작전 계획에 따라 공습을 요청한다.”


ㅡ여기는 큰 비둘기, 화랑의 요청을 승인한다. 베타 라인에 접근하는 몬스터에 대한 각 비둘기의 선제 사격을 허가한다.


ㅡ그리고... 곧 비둘기 둥지로부터 달걀을 ᄄᅠᆯ어뜨리겠다.


“일어나세요. 빨리 엄폐해야해요.”

“너...!”

“곧 공습 지원이 시작될 거에요. 여기도 말려들 수 있다고요! 빨리 일어나세요!!”


중령은 내 손을 뿌리치고 결국 공습 요청을 사령부에 전했다.

그녀의 눈은, 그 무엇도 흔들 수 없는 확신으로 가득 차서, 나에게 강압적으로 다가왔다.

이 여자는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고지식한 거지? 죽고 싶으면 혼자 죽으면 되잖아?


“이럴 이유는 없었잖아. 이럴 필요는...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

“... 제가 당신에게 이해받으려고 여기 있는 줄 아나요?”

“...?”

“저도 죽고 싶진 않아요.”


중령을 탓할 일은 아니라는 걸 알고는 있다.

그녀의 행동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전장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그녀도, 몬스터도, 죽어가야 하는 이유도.


ㅡ콰아앙!


ㅡ콰아아아앙!


ㅡ콰앙!


ㅡ콰아아아!


몬스터의 발을 묶기 위한 공습은 곧바로 이어졌다.

앞에 펼쳐진 빌딩숲과, 그 빌딩숲 사이의 도로를 버스들과 일부 구조물이 막았고, 거기에 갇힌 몬스터들의 발을 묶기 위해 공습은 주로 도로를 향해 쏟아졌다.

공습 뿐만 아니라, 빌딩 속에 매복한 각 분대가 지속적으로 몬스터들을 향해 화력을 투사했다. 좁은 도시의 회랑에 화력 투사가 이어지자, 폭음이 파도치듯 내 귀를 강타했다.


“으...”


나는 땅에 엎드린 채로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 압도적인 진동과 소리가, 내 다리의 긴장을 모두 녹여버렸다.


ㅡ쾅!


ㅡ쾅 쾅! 쾅! 콰아아앙!


나는 겨우 고개를 들어, 주변을 돌아보았다.

버섯들에 의해 아작나는 버스 바리케이드, 그에 반해 흐르지 않는 무색한 시간.

빌딩 사이사이에서 병들이 최선을 다해 화력을 쏟아부었지만, 굳건해 보였던 장벽에는 금이 갔다.


“중령님! 방어선이 뚫렸습니다!”

“서재현 씨. 서재현 씨!!”

“알았어. 알았다고!! 알았단 말이야!!!


ㅡ콰아앙!

ㅡ콰아아아아아!!


결국 장벽은 버섯들의 몸통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공습이 이어지는 와중, 옆에 있던 중령이 겨우 몸을 일으킨 내 어깨를 붙잡고 마구 흔들었다.

계속되는 폭음에 누구를 탓하고자 하는 생각조차도 희미해져서, 나는 대기를 끝난 레티시아를 소환했다.


”마스터... 괜찮으신 겁니까...?“


”...“


”... 명을 받들겠습니다.“


레티시아를 앞에 둔 나는 할 말을 생각해내지도, 꺼내지도 못했다.

내 표정이 그리 좋지는 않나 보다. 내가 걱정되는 건지, 그녀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런 걱정이 스며들지는 않았다. 나는 마치 하나의 막에 씌인 듯, 주변의 자극에 점점 둔감해지기 시작했다.


ㅡ콰앙!


ㅡ쿠우우우웅!


”...“


폭음도, 비명도 점점 무뎌져간다.

몸의 방어기제일까. 이 상황을 뇌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회색빛으로 물든 시야에, 갑자기 이쪽으로 뛰어오는 한 군인들의 무리가 보였다.


”아아아아아악!!“

”...?!“

”으아아아... 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아...“

”물... 물...! 물! 물 가져와! 빨리!!!“

”으으으으... 으으으...“


그 군인들은 들것에 한 병사를 싣고 후방으로 빠지고 있었다.

그 병사는 버섯의 강산에 맞은 모양이었는데, 산에 맞은 복부는 군복과 섞여 녹아가고 있었다.

후방 막사에서 달려나온 중대 군의관이 그 병사에게 달라붙어 물을 뿌려댔지만, 소용은 없었다. 복부의 살을 녹여가던 강산은 이제 뼈를 드러낼 정도였다.


”으으.. 으아아으...“


”이런 씨발...“


나는... 나는 자연스럽게 그 병사를 따라갔다.

그 뒤의 기억은, 쏟아져 들어오는 병사들과 모여든 구급차, 그리고 레티시아.

온갖 것들이 얽히며, 내 기억의 빈칸을 계속 쌓아나갔다. 회색빛으로 물든 시야가 빨간색으로 겹쳐지기까진,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비명. 비명. 비명. 그러다 침묵.

비명. 비명. 비명. 비명. 비명. 비명. 비명. 비명. 비명. 비명. 비명. 비명. 비명. 비명. 비명. 비명. 비명. 비명. 비명. 비명. 비명. 비명. 비명. 비명.


[지도-부산 북부의 두 번째 레이드를 종료합니다.]


[다음 레이드까지, 168시간 남았습니다.]



ㅡ큰 비둘기로부터 전 비둘기에, 모든 몬스터의 소멸을 확인, 현 시간부로 작전을 종료한다.


ㅡ반복한다. 현 시간부로, 작전을 종료한다.


웃긴 이야기는, 이 모든 희생에도...

다른 방면에서 접근하는 몬스터 4기를 막지 못했다는 점이다.








[전국 도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테러범의 공격은 이어졌습니다.]


[정부는 그동안 제기되었던 현 문제에 대한 일부 기밀을 공개하고, 금일 18:00에 계엄령을 해지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군은 전사한 장병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하고, 사법권과 행정권 이양을 위해 최선을...]


”...“


손가락부터, 발가락까지. 경련처럼 움직이던 내 몸은 서서히 주변을 인식했다.

내 몸은 집에 있었다. 어떻게 집에서 이불을 끌어안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집이었다.

끄지 않고 나갔던 TV만 요란하게 이 참사를 보도할 뿐이었고, 나머지는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낮은 천장, 어두운 조명, 더러운 내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ㅡ쿵! 쿵쿵쿵!


”으...“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쿵. 쿵. 쿵. 너무나도 익숙한 소리가 내 귀에 꽂힌다.

뭐지? 내 손이 ᄄᅠᆯ린다. 소리에 맞춰서, 손이 거침없이 ᄄᅠᆯ리기 시작한다.


ㅡ쿵쿵쿵쿵!


기억이 무섭게 소리를 잠식해간다. 새겨진 공포가, 손과 다리에 전해진다.

내가 깨닫는 것보다, 몸이 그 소리에 더 빨리 반응했다. 그날의 기억이, 그대로 몸에 전해졌다.

한 손으로 다른 손을 부여잡고, 나는 겨우 기어가서 문고리를 잡았다.


”문 두드리지마 개새끼야!!“


”...?“


문을 열자마자, 반사적으로 큰 목소리가 내 입에서 튀어나갔다.

그 문 앞에 서있던 것은, 사복 차림의 이서윤 중령이었다. 내 고함을 듣고 놀랬는지, 그녀는 한발자국 물러섰다.

젠장, 이러려던게 아니었는데. 이러면 내가 개자식 같잖아. 억울하게 말이야.


”괜찮은 건가요...?“

”... 그래. 여기는 뭐하러 온 거지?“

”당신의 경호도 내 임무 중 하나니까요.“

”경호는 개뿔. 개가 웃겠군.“

”어ᄍᅠᆯ 생각이죠?“

”뭐가?“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잖아요. 서재현 씨.“


중령이 직접 찾아온걸 보니, 오랜 시간이 지난 모양이었다.

내가 살아있는 걸 확인하기 위해 온 건가. 누군가에게 쓸모가 있다는 건 재밌네.

뭔가를 원하는 인간은 간단하다. 그녀도 뭔가를 원하고 여기 찾아왔으니, 오히려 이야기 하기엔 더 편했다.


”뭐가 됐든 현관에서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

”엉망이야. 내줄 건 우리집에 없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생각보다는 낫네요.“

”너한테 그런 소리를 들을 이유는 없어.“

”말하는 걸 보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네요.“


본래 여자를 집에 들이는 건 익숙하지 않지만, 중령은 내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더러운 옷더미들을 치우고, 그녀를 대충 탁자에 앉혔다. 이제 서로 솔직해질 시간이었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는 사람은 말을 돌린다. 중령은 특히 그럴테니, 내가 먼저 나서기로 했다.


”너를 여기에 들인 이유는 단 하나야.“

”...?“


침대에 걸쳐앉은 나는, 바로 본론을 꺼냈다.

지금만큼 확신을 가지고 말한 적은 없다. 그 어느 때에도.


”이 미친짓을 그만둬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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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8) 21.05.30 12 0 17쪽
15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7) 21.05.24 14 0 12쪽
14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6) 21.05.19 21 0 15쪽
13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5) 21.05.15 17 0 12쪽
12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4) 21.05.12 18 0 13쪽
11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3) 21.05.10 23 0 16쪽
10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2) 21.05.10 22 0 12쪽
9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1) 21.05.10 45 0 13쪽
8 Ep.1-웨이브 디펜스(END) 21.05.10 41 0 13쪽
» Ep.1-웨이브 디펜스(6) 21.04.30 67 0 12쪽
6 Ep.1-웨이브 디펜스(5) 21.04.28 62 0 14쪽
5 Ep.1-웨이브 디펜스(4) 21.04.26 69 0 12쪽
4 Ep.1-웨이브 디펜스(3) 21.04.23 71 0 13쪽
3 Ep.1-웨이브 디펜스(2) 21.04.21 80 0 14쪽
2 Ep.1-웨이브 디펜스(1) +2 21.04.19 116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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