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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디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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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iles
작품등록일 :
2021.04.17 17:12
최근연재일 :
2021.07.02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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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0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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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1)

DUMMY

영결식장 안의 공기가, 목을 매섭게 조여오듯 나를 짓눌렀다.

나는 참지 못하고 영결식장에서 뛰쳐나왔다. 목을 매만질 정도로, 나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처음부터 가지 말았어야 했다. 식은땀이 흐른다. 나는...


“하...”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미친놈처럼 들리겠지만, 망자들이 나를 잡기 위해 마수를 뻗는 것만 같았다.


“하아... 하아...”


다리가 저려오고, 나를 이상하게 보는 주변의 시선이 느껴질 즈음.

망자들의 검은 손이 착각이라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그저, 내 피해망상이라는 것을.

나는 대체 뭘하고 있는 걸까. 군에 끌려와, 멋대로 전투에 나가고, 멋대로 착각하고.


“후우...”


ㅡ마스터.


“뭐지...?”


귓가에,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것마저도 착각일까.

아니, 아니... 이건 착각이 아니야. 이 목소리 역시, 레이드 속에 있었으니 분명히 기억한다.

그 기억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기억에 남은 목소리는 바로 내 뒤에 서있었으니까.


“마스터. 괜찮으신가요?”

“레티시아...! 도대체 어ᄄᅠᇂ게?”

“제가 마스터를 찾아올 수 있는 방법은 2가지 뿐입니다. 먼저 부르시거나, 아니면...”


[레티시아: 분류-근거리 딜러, Lv .2 소모 코스트 2, 저지 가능 몬스터: 3]


“레벨업인가...”

“마스터의 뜻을 묻기 위해서 뵈러 왔습니다.”


그 곳에는 바로 레티시아가 대기하고 있었다.

이 기묘한 인연은,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웨이브 디펜스를 통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레벨업 시스템. 그게 그녀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아마 스탯 분배 때문이겠지.


“뜻이라니?”

“레벨업에 따라, 운명의 서를 더 써내려갈 수 있으십니다.”

“운명의 서라니, 정보창을 말하는 거야? 원래는 스탯 분배잖아?”

“스탯...?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요?”

“설마... 스탯 분배 시스템이 통째로 바뀐 건가? 하지만 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본래는 평범한 RPG 게임처럼, 웨이브 디펜스는 스탯 분배제다.

하지만, 레티시아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새로 바뀐 세계, 그리고 게임.

레벨 시스템도 완전히 달라진 건가? 그렇다면 운명의 서... 레티시아가 말하는 건...


“대체... 운명의 서를 쓴다는 게 뭘 말하는 거야?”

“말 그대로입니다. 마스터께서 제 운명을 제시해주시는 거에요.”

“내가 운명을 정한다고? 운명...? 뭐...?!”

“부탁드리겠습니다.”

“...”

“마스터?”

“그런건가. 그렇게 된 건가...”


레티시아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마도 레벨 디자인에 관련된 이야기였다.

운명의 서는 바로 캐릭터의 정보를 의미할 것이고, 그걸 갱신할 수 있다는 소리인가.

내가 기록한 레티시아라는 캐릭터가 그대로 현실에 튀어나왔으니, 그리 놀랄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비워둘 수는 있는 거야?”

“마스터께서 그것을 원하신다면,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저 역시 변하지 못할 겁니다.“

”레벨 디자인이 이렇게 바뀔 줄이야... 쓸 수 있는 내용에는 제한이 없는 거야?“

”네. 그렇습니다.“

”그런가...“


보아하니, 정보 갱신을 통해 능력 향상을 이끄는 구조로 개편된 것 같다.

도대체 왜 이렇게 개편된 것인지는 미지수지만, 결국 내가 레티시아의 설정을 갱신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웃긴 이야기다. 그녀의 싸움이 얼마나 고달팠을지 직접 겪었는데, 그걸 쓴 내가 어떻게 그녀의 운명을 전한단 말인가?


”레티시아.“

”네?“

”네가 원하는 그대로 쓸게.“

”...?!“

”그대로 쓸테니까. 부담없이 말해봐.“

”... 제겐 그럴 자격이 없습니다.“

”나한테는 그럴 자격이 있는 것처럼 말하네.“


내가 내린 결론은 그녀가 스스로 정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 결론에, 레티시아는 정색하면서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시켰다.

내겐 누군가의 운명을 정할만한 능력도, 책임질 수 있는 담력도 없다. 하지만 레티시아는 나를 놓아주지 않을 모양이었다.


”나는.... 이렇게 될 줄 몰랐다 하더라도... 네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어. 또 뭘 할 자격이 있겠어?“

”마스터. 그건... 마스터께서 주신 운명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잖아. 레티시아.“

”무슨 말씀이십니까?“

”차라리 솔직히 말해줘. 욕을 하라고...“

”마스터...“


그 버섯과 같은, 괴물들과 평생 싸울 운명을 내가 부여했다.

나를 원망하지 않을 리가 없다. 그랬다면, 그게 기만이었다. 내가 레티시아였다면, 이미 나를 죽였겠지. 내가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그걸 모를 수는 없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예 마스터를 원망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래. 당연하겠지.“

”하지만 저번에도 말씀드렸듯이, 제게 남은 것은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어째서지?“

”예?“

”도대체 왜... 왜 그딴 거짓말을 하는 건데?“

”마스터...“

”차라리 나를 찔러! 찌르라고!“

”마스터! 위험합니다!“


감사하다는 말. 레티시아의 눈빛과 말은 어디까지나 진심을 말하고 있었다.

그 진심을 납득할 수 없어서일까. 답답할일지, 분노일지 모르는 감정이 순간적으로 치솟았다.

레티시아의 검을 뽑은 내가 자결을 기도하자, 놀란 그녀는 맨손으로 검날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녀의 손을 타고 흐르는 피가, 레티시아의 본심을 그대로 비췄다.


”너...“

”저는, 정신을 차렸을 때부터 기사였습니다. 유년기도, 가문도, 가족도 없이 제게 주어진 건 마스터의 존재와, 크리티아스 왕국의 직책. 다른 건 없었죠.“

”...“

“다른 이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제게 주어진 직책을, 마스터를 원망할 때가 더 많았습니다. 특히...”

“거기에도 몬스터의 대규모 습격이... 있었겠지.”


캐릭터의 삶은, 인간과는 전혀 다른 기억으로 구성된다.

레티시아를 구성하는 기억은, 인격을 만드는 유년기가 없다. 그녀의 기억은, 검을 들었을 때부터 시작하니까.

그렇기에 그녀는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을 가지고 잔혹한 운명에 맞선 것이었다.


“어떤 운명이든, 인간이 만족할 수 있는 운명은 없습니다. 마스터. 그렇기에 생을 주신 당신께, 한없이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


연관성 없이 순수하고, 한없이 객관적이었기에, 그녀는 말할 수 있는 것이었다.

사람은 어ᄄᅠᆫ 선택을 해도 후회하기에, 어ᄄᅠᆫ 운명을 주었든 레티시아는 생을 준 나에게 감사한다는 이야기.

헛소리처럼 들렸지만, 그녀의 경험이 무게를 더하여 내게 비수처럼 꽂혔다.


“마스터, 무엇을 잃으신 겁니까?”

“뭐?”

“사람을 알아가는 속도보다, 잃어가는 속도가 빨랐을 때, 저도 그런 표정을 짓곤 했습니다.”

“...”

“말해주십시오. 무엇을 잃으셨는지.”

“모르겠어. 아무것도...”

“... 사실 아는 경우보단 모르는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르죠.”


그녀와 나의 대화는 의심을 넘어, 나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갔다.

레티시아는 알고 있었다. 아니, 알 수밖에 없었다. 그녀도 나와 다르지 않은 길을 걸어었기에.

내가 후회의 격류 속에서 겨우 몸부림 치고 있다는 것을, 레티시아는 바로 알아보았다.


“레티시아는... 수없이 겪었겠지. 이런 걸.”

“상실에 횟수는 의미가 없습니다. 익숙할 수 없는 함정이니까요.

”적어도 그때, 내가 잘못한 건 없어.“

”그 말씀이 틀리진 않겠죠. 하지만 마스터는 진정으로 납득하셨습니까?“

“...”

”직면하셔야 합니다. 그게 무엇인지 모르더라도.”

“영화 주인공들이 그러곤 했지. 더 나은 길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그건 망령일 뿐입니다. 마스터는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의미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 의미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레티시아가 최선을 다했다고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나아졌다.

담배를 피며 시름을 잊는 것과 같이, 레티시아와 말을 나누며 나는 애써 벌어진 상처에 붕대를 덧댔다.


“... 그렇겠지.”

“무엇이 되었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선택하셔야 합니다.”

“...”

“잡으시든, 잡지 않으시든. 선택하신 순간, 되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피가 흐르는 검을 건넸다.

나 자신을 찌르든, 레티시아를 찌르든, 괴물을 찌르든. 이제는 선택하라는 의미였다.

나는... 모르겠다. 쉽게 내리기 어려운 결단, 그렇기에 그녀의 검집에 순간 눈이 향했다.


“이 흠집들은 뭐지? 일부러 새긴 것 같은데.”

“저와 함께 싸운 이들을 묻은 횟수입니다.”

“... 왜 검집에 새긴 거지?”

“그들이 제가 검을 잡을 이유가 되어줬으니까요.”

“생각의 역전인가...”


그 검집에는 수를 세기 힘든 숫자의 흠이 새겨져있었다.

남아있는 이들을 위해, 죽은 이들을 기리며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낸 걸까.

진부한 이야기만 하는 것 같지만, 산 자를 위해 그녀는 계속 싸운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나는 그녀처럼 숭고하지도, 목숨을 바칠 정도로 연관된 이도 없다. 그저, 자신의 선택 하나 제대로 결정하지 못해 이리 후회하는 인간이지. 이유 같은 건...


“제가 마스터의 이유가 되겠습니다.”

“...?”

“멈춰야 할 이유만큼, 제가 나아가야 할 이유가 되겠습니다.”

“이유...”


레티시아는 내 손에 검을 쥐여주며, 말했다.

옳고 그름, 그런 복잡한 것들은 모른다. 하지만, 내 앞에 이유가 있었다.

내가 만들었고, 내가 휘말리게 했고, 내게 위로까지 해주는, 살아있는 이유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적어도 내 잘못은 다잡고 그만둬야겠지. 내 손으로.”


[레티시아: 분류-근거리 딜러, Lv .2 소모 코스트 2, 저지 가능 몬스터: 3]


[전란에 고통받는 크리티아스 왕국의 기사.]


[정보 추가입력 한도-공백포함 20자]


나는 떨리는 손으로 피가 말라붙은 스마트폰을 들었다.

내가 다시 그 미친 곳에 돌아가야할 이유가 있다면, 그건 그녀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

레티시아의 캐릭터 정보창에 들어가, 갱신을 누르자 마치 종이와 같은 콘솔이 공중에 떠올랐다.


“이 콘솔은... 하긴, 이젠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니.”


[전란에 고통받는 크리티아스 왕국의 기사. 전란을 끝내고 평화롭게..]


“...”


[전란을 끝내고 평화로운 삶을 살게 됨.]


검에서 흐르는 레티시아의 핏방울로 콘솔에 글자를 써내려갔다.

모자라는 분량은, 내 손가락에 상처를 내서 직접 썼다. 왠지, 그래야할 것 같았다.

조금 힘빠지는, 어ᄄᅠᇂ게 보면 유치하기까지 한 글자들. 그 글자들이 내가 벌여놓은 이 말같지도 않은 촌극을 멈춰주길 바랄 뿐이다.


[정보 입력 완료. 반영값을 캐릭터에 적용합니다.]


“마스터! 엎드리세요! 게이트입니다!”

“게이트라니? 갑자기 왜...?”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갑작스럽게 차원 전이가 일어나고 있어요!”

“그러면 이게...!”


내가 콘솔에 쓴 글자들이 갱신을 끝내자, 갑자기 게이트가 튀어나왔다.

바닥으로부터 솟아오르는 거대한 빛기둥, 레티시아가 나타났을 때와 동일한 광경이었다.


“충격에 대비하셔야 합니다!!”

“으... 으아아아아아!!”


차이가 있다면, 이번엔 내가 그 빛기둥을 맞고 있다는 점.

그리고 머리가 더럽게 아파온다는 점이었다. 가끔씩 있지 않은가. 목욕탕에서 있다가 나오면 드는 그런 현기증. 그런 느낌이 내 대뇌를 덮쳤고, 이윽고 나는 의식을 잃었다.


“으으...”

“마스터. 마스터!”


의식의 단절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눈을 뜨자마자, 그녀의 얼굴이 바로 내 눈 앞에 있었다.

기사의 훈련으로 단련된 그녀의 허벅지가, 내 머리를 지탱하며 무릎배게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멋부리기엔 늦었지만, 좀 멋쩍네. 음... 으으...


“으?! 미안!”

“아닙니다. 괜찮으십니까?”

“으... 일단은 괜찮아.”

“여기는...?”

“아, 마스터께서는 처음 보셨겠군요.”


헐레벌ᄄᅠᆨ 일어난 나는,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공기 자체가 틀린 광경, 벽돌과 철로 이루어진 거대한 도시가 내 눈을 잡아끌었다.

나는 지금, 거대한 성곽 위에 있었다. 수많은 세월, 괴물들의 침입을 막는 장엄한 성벽이었다.


“이곳이 크리티아스 왕국의 수도입니다.”


천년왕국 크리티아스.

레티시아가 존재하는 차원의, 인류의 마지막 보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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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9) 21.06.02 14 0 14쪽
16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8) 21.05.30 11 0 17쪽
15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7) 21.05.24 14 0 12쪽
14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6) 21.05.19 20 0 15쪽
13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5) 21.05.15 17 0 12쪽
12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4) 21.05.12 18 0 13쪽
11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3) 21.05.10 23 0 16쪽
10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2) 21.05.10 22 0 12쪽
»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1) 21.05.10 45 0 13쪽
8 Ep.1-웨이브 디펜스(END) 21.05.10 41 0 13쪽
7 Ep.1-웨이브 디펜스(6) 21.04.30 66 0 12쪽
6 Ep.1-웨이브 디펜스(5) 21.04.28 61 0 14쪽
5 Ep.1-웨이브 디펜스(4) 21.04.26 69 0 12쪽
4 Ep.1-웨이브 디펜스(3) 21.04.23 71 0 13쪽
3 Ep.1-웨이브 디펜스(2) 21.04.21 80 0 14쪽
2 Ep.1-웨이브 디펜스(1) +2 21.04.19 116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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