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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디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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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iles
작품등록일 :
2021.04.1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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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2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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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2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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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4)

DUMMY

책임진다는 말이 별로 설득력이 없던걸까. 너무 반응이 없잖아.

아이린 대주교와 레티시아의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그럴 자신이 없다. 자신은 없지만, 도망칠 수는 없기에 나는 벽면에 걸린 십자가를 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마스터...”

“몬스터들은 기본적으로 마나를 따라간다고 했던가.”

“예. 그래서 마법진에...”

“마법진의 마나를 끊으면?”

“네?”

“마법진의 마나를 끊으면 몬스터들도 자연스럽게 흩어지는 것 아니야?”

마법진의 마나에 몬스터들이 모인다면, 그 근원을 제거하면 안될까?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데. 왜 그런 시도를 하지 않는지 나는 이해되지 않았다.


“고귀하신 분이여. 마법진의 정체를 모르는 이상 마나를 함부로 끊었다간 어ᄄᅠᆫ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마스터께서는 마나가 어디서 공급되는지 알고 계십니까?”

“아니.”

“...”

“...”

“한번 알아봐야지.”


마법진의 마나를 끊는다는 발상에, 아이린 대주교가 당황하며 만류했다.

하긴, 한참 돌아가는 기계에 전기를 끊으면 과부화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니, 비슷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애초에 로직을 모르니,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왜 가능성조차도 생각하지 않는 거지?


“마스터.”

“응?”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거기까지 접근하는 게...”

“잠깐만, 아이린 대주교님. 마나를 공급한다는 것은 주로 어ᄄᅠᆫ 형식입니까?”

“주로 시전자가 옆에서 공급합니다. 하지만 이런 대규모 마법진이라면... 다른 장치가 있을 겁니다.”

“그 장치를 찾아낼 필요가 있겠군요.”

“하지만 힘들 겁니다.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이런 장치를 둘 때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 놓거든요.”


레티시아와 아이린 대주교는 합리적으로 안되는 무리인 쌓아갔다.

둘의 의견은 틀린 게 아니지만, 합리성의 함정에 빠진 것 같은데. 진정한 합리는 모든 가능성에 대해 넓게 생각하는 것이다.

이 빌어먹을 마법진에 대해 최대한 깊게 파고들기 위해서, 나는 아이린 대주교에게 마나의 근원에 대해서 캐물었다. 다른 장치라, 엔진같은 건가.


“마스터, 그 근처까지 접근하는 건 자살행위입니다.”

“굳이 그 근처까지 접근할 필요가 없다면?”

“예...?”

“마나가 전송이 된다면, 간섭되는 경우도 있습니까?”

“네?”

“그럴 가능성도 있을 것 같아서요.”

“마법은 잘 모르겠지만... 신성술의 결계를 응용한다면... 원래 있는 마나의 흐름이 왜곡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린 대주교, 빠르게 준비하실 수 있으십니까?”


굳이 그 마법진의 근원을 위해 몬스터를 뚫고 지나갈 필요는 없다면?

레이더의 원리를 응용해서, 그 마법진에서 새어나오는 막대한 마나의 방향을 알아낸다면 정밀 타격도 가능하다. 마법이 있다고 하니까.

내 말을 들은 아이린 대주교는, 아까와는 다른 어조로 손의 십자가를 다잡았다.


“어디까지 이론의 이야기라서... 신의 도움이 없다면 실현이 되긴 할지...”

“될 겁니다.”

“...?”


살다보면,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차오를 때가 있다.

나에겐 지금이 그랬다. 가능할 것이다. 가능하지 않으면 안된다.

신이 나에게 무엇을 바라고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해결책은 존재할 것이다.


“양심이 있다면, 적어도 상황을 해결할 열쇠는 줄테니까요.”


정체불명의 이세계, 그리고 그 세계를 관통하는 레티시아의 운명.

내가 여기에 이렇게 존재한다면, 그것은 분명 신의 뜻이기에, 이게 내 운명이었다.


“고귀한 분의 영도대로, 준비하겠나이다.”


아이린 대주교는 마지못해 내 이야기를 받아들였다.

그녀에게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고귀함만큼, 불안함 역시 공기에 스며들었다.

그 따가운 대기의 농도가, 어쩌면 이 작전의 확률이었다. 그걸 깨달은 나는, 더 말하지 않고 대신전을 빠져나왔다.


“마스터!”

“왜?”

“너무 무모한 계획입니다! 방법이 검증되지도 않았고, 그 장치를 날려버린다고 성곽 바깥에서 마법을 쓰는 건 자살행위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처하겠지.”

“그걸 아시면서 왜...!”

“이게 최선이니까. 너도 알고 있잖아. 레티시아.”


말없이 정원을 빠져나가는 나를, 달려온 레티시아가 붙잡았다.

검증되지도 않은 신성술로, 있을지도 모르는 장치를 찾아서, 캐스팅 시간이 긴 마법을 쓴다는 작전. 그녀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모양이었다.

받아들이기 힘들겠지. 긴 캐스팅 시간동안 마법사들을 지켜야 하는건 기사단이니. 사실상 고기방패를 하라는 소리다.


“...”

“그나저나, 내일 결행인데 나를 상대할 시간이 있는 거야?”

“마스터의 말씀이시니 따르겠지만, 최선이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일지도 모르지. 레티시아의 말처럼 최선이 아닐지도.”

“그렇다면 적어도...!”

“됐어.”


레티시아는 떨리는 목소리를 억누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녀의 말은 그 중후함을 타고 공포처럼 내 뇌리에 박혔지만, 나는 뜻을 꺾지 않았다.


“내일의 최선이 지금의 최선보다 나을 리가 없잖아.”


하나의 균체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몬스터의 존재.

그 존재의 위험성을 알고 있는 이상, 최선을 생각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레티시아는 더이상 따라오지 않았고, 나는 해가 저물어가는 도시를 혼자 걸었다.

돌로 이루어진 이 문명의 이기는 더없이 차갑게 나를 반겼다. 사람들은 밤과 함께 찾아올 혼돈에 각자 다른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나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나는 걸을 뿐이었다. 걷고, 걸어서, 나를 휘감는 이상한 무력감을 ᄄᅠᆯ쳐내기 위해 발악했다.


“...”

“마스터 서! 단장께서는 대체 어디에 계십니까?”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겁니까.”

“예. 대체 어디에 가신 겁니까? 같이 가신 게 아닙니까?”

“같이 갔습니다만, 흩어졌습니다.”

“네?”

“글쎄요. 어딘가에는 있을 겁니다.”


기사단 본부 안으로 향하자, 에드 부기사단장이 나를 맞았다.

맞았다는 표현보단, 나에게 알아내고 싶은 게 있는 건가. 궁금한 건 레티시아의 행방.

레티시아가 나보다 먼저 온 줄 알았는데, 역시 쉽게 받아들이긴 힘들었나.


“마스터 서!”

“뭡니까?”

“아무런 일도 없으셨습니까? 단장께서는 이리 말없이 자리를 비우실 분이 아닙니다.”

“일이야 있었습니다.”

“무슨...?”

“내일 마법진을 파괴할 겁니다.”


에드는 납득하지 못했는지 건물로 들어가려는 나를 말로 붙잡았다.

잘 알고 있네. 레티시아가 별다른 일로 그러진 않지. 나는 있었던 일을 간단히 말했다.

딱히 숨기거나, 꾸밀 생각은 없다. 방법은 나중에 지령으로 내려오겠지.


“예...?”


놀란 모양이네.

뭐, 납득을 하든 말든 에드의 몫이다.


“레티시아는... 그 생각이 마음에 들지 않던 모양이더군요.”

“그 분을 찾아야 합니다.”

“글쎄요. 의미가 없을 겁니다.”

“단장님은 좋고 말고로 직무를 수행하실 분이 아닙니다! 무슨 신변의 문제가 생기신 겁니다!”

“신변의 문제라니, 그럴 리가...”

“저는 일단 단장님을 찾겠습니다. 마스터 서께서도 짐작 가는 곳이 있으시면...”


레티시아가 납치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그 레티시아가? 이 도시에서?

농담도 그런 농담은 없다. 확실히 레티시아가 감정에 연연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잠시 늦는 거겠지. 에드 부기사단장은 걱정이 많은 쪽인가.


“저기... 미스터 서?”

“무슨 일입니까?”

“피가...”

“...?!”


뭐야? 뭘 그리... 쳐다봐?

피? 피라니, 무슨... 소리야? 어? 이 붉은 건... 으아아아!!!


ㅡ쨍그랑!


내 옷을 파고드는 붉은 액체. 그 원천인 단검이 땅에 떨어졌다.

내 품에는 작은 단검이 있었다. 그 단검은, 마치 스펀지처럼 피를 머금었다.


“이게...”

“마스터 서, 아까 분명 단장님과 함께 하셨다고...”

“설마 나를 의심하는 겁니까?”

“죄송합니다. 일단 문제가 될 수 있는 이들은 모두 구금해야 합니다.”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알고 있잖습니까!!”

“지하에 모셔!!”


땅에 ᄄᅠᆯ어진 단검. 그 단검을 보고, 나와 에드는 눈빛을 나눴다.

나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누군가의 계략인건, 나도 한번에 깨달았다. 왜... 이런 일이 되어버린 거지? 내가 원한을 산 자가 있나? 아니야. 왜...

오래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에드 부기사단장은 내 말을 듣지 않았고, 나는 기사들의 손에 구금되어 지하 감옥에 끌려갔다.


“들어가십시오.”

“...”


기사들은 차가운 흙바닥과, 녹이 슨 철창이 공존하는 곳에 나를 던졌다.

당황했기 때문일까. 이 곳의 기묘한 분위기에 압도당한걸까. 나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ㅡ끼이이이이... 쾅!


철창의 날카로운 금속음이 이 공간을 완전히 단절시켰다.

이 갑작스러운 일이, 도대체 왜 일어난 걸까. 왜 이 타이밍에...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어ᄄᅠᇂ게든 발악할 무렵, 저 멀리서 뜬금없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에드 부기사단장!”


점점 가까워지는 윤곽에, 내 입에서 자연스럽게 말이 튀어나왔다.

이게 함정이란 것을 알아챈걸까? 이리 갑자기 찾아왔다는 건... 둘 중 하나다. 엄청 좋은 소식이거나, 엄청 나쁜 소식이거나.


“레티시아를 찾기로 한 것 아닙니까?”

“필요없습니다.”

“뭐... 뭐라고요?”

“그분은 제가 숨겼으니까요.”


이건... 뜬금없이 나타난 에드는,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 짐작도 안 될 정도의 말을 에드는 하고 있었다.


“... 무슨 의미로 말하는 겁니까?”

“레티시아 단장님은 제가 안전한 곳으로 모셨습니다.”

“그 말은...!”


아, 그런가. 엄청나게 나쁜 소식이다.

쿠데타였다. 혼자만의 쿠데타지만, 그 혼자가 부기사단장이라는 점이 문제였다.

왜 하필 지금이지? 이것도 내가 나타난 탓인가? 이것까지도 신의 장난이란 말인가?


“죽기 전에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마스터 서?”

“미친 놈...”

“마스터 서의 진짜 정체는 뭡니까? 레티시아 단장께서는 가족도, 친구도 없는 분입니다만. 어째서 당신같은 사람이 나타난 겁니까?”

“잘도 말해줄거라고 생각하는군.”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잠시, 재미있는 여흥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잠깐만.”


어느새 중갑을 갖춰 입은 이 미친놈은 내 정체를 궁금해하고 있었다.

이새끼, 스토커도 아니고 레티시아에 대해서 왜 이리 궁금해하는 거야? 애초에 왜 납치한 거지? 정권을 잡고 싶다면 여기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닐 텐데.

그 질문들을 쏟아내려고 했지만, 에드의 손이 검으로 가자 나는 겨우 하나의 질문을 꺼냈다.


“레티시아를 죽일 건가?”

“농담이 심하시군요. 제가 왜 그분을 죽인단 말입니까?”

“반역을 한 이상, 살아남지 못할 텐데.”

“단장을 죽인 사람은 당신입니다. 마스터 서. 누명을 씌우는 건 좀 그렇습니다만.”

“나에게 다 뒤집어 씌우겠다는 소린가.”

“저는 그 분을 존경합니다. 누구보다도 명예롭고, 어떤 것보다도 충실하시죠. 저는...”


그런가. 이 새끼는 나에게 전부 뒤집어씌울 생각이다.

나를 죽이고, 레티시아를 빼돌리면 그만이라는 소리인가. 이 세계에선 가능한 이야기다.

그는 레티시아에 집착하고 있었다. 일그러지는 입꼬리, 떨리는 목소리, 그건 질투를 뛰어넘은 경외였다. 그의 진심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니, 제가 본 모든 것들은 그분을 따라가진 못하겠죠.”

“너는...!”

“아, 추한 모습을 보여드렸군요.”

“몬스터들은 전부 이성이 없는 줄 알았는데.”

“저는 회색인입니다. 인간도, 몬스터도 아닐 뿐이죠.”

“...”


에드의 등에서, 조금씩 검은 날개가 솟아나기 시작했다. 몬스터였다.

‘종’이 변하는 모습은 내 생각보다도 기괴해서, 살해당할 것이란 두려움조차 잠시 잊었다.

회색인이라는 건... 인간도 아니고, 몬스터도 아니란 소리겠지. 하지만 확실하다. 놈은 적이다.


“밖의 몬스터들은... 네 짓이냐?”

“저 괴물들은... 글쎄요. 제가 한 건 아니지만, 제 마음대로 이용할 수는 있겠죠.”

“미친놈... 레티시아의 눈치도 생각보단 별론가 보군. 코앞의 적을 놓치고.”

“굳이 계속 말할 필요는 없겠죠. 저는 그분의 적이 아닙니다.”

“그러면 도대체 왜 이러는 건데!!”


에드는 검을 뽑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울버린도 울고갈, 날카로운 손톱을 바라보며 그는 허탈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화가 치밀었다. 이런 세계를 만든 나의 무의식에, 레티시아에게 짐을 지워버린 내 상상에 화가 치밀었다. 놈은, 그랬다.


“그분을 사랑하니까요.”

“미친 새끼...”


놈은 어쩌면 나보다 더, 진심으로 레티시아를 위하고 있었다.

이 미친놈의 마음을 돌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제 남은 것은, 결론 뿐이었다.


“이길 수 없는 싸움에 그녀를 끌어들일 수는 없습니다.”


그 말과 함께, 놈의 손톱이 내 복부를 관통했다.

비명을 쏟아낼 기력도 주지 않고, 정확하게 관통한 손톱은 피를 머금으며 내 마지막을 알렸다.


“너는... 틀렸어...”


나는 그렇게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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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7) 21.05.24 13 0 12쪽
14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6) 21.05.19 20 0 15쪽
13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5) 21.05.15 17 0 12쪽
»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4) 21.05.12 18 0 13쪽
11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3) 21.05.10 23 0 16쪽
10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2) 21.05.10 22 0 12쪽
9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1) 21.05.10 4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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