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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디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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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iles
작품등록일 :
2021.04.1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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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9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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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6)

DUMMY

“하아...”


집으로 돌아왔다는 실감은 애초부터 없었다.

평상시라면 공부를 끝내고 도서관에서 돌아올만한 시간. 하지만 지금은...

공부를 놓은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마지막으로 이 폰으로 인강을 들은지도 꽤 지났고.


[대기 모드]


침대에 누운 나는, 말없이 스마트폰을 바라보았다.

안타깝지만, 이 게임이 레티시아를 만나게 해줄 유일한 수단이었다.

대기 모드라고 쓰인 이 버튼을 눌러야만 했지만, 누르고 싶지 않았다. 내가 죽었던 그 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


하지만... 레티시아가 거기에 있다.

어쩌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한 기사가, 거기에 있었다.

그렇게 버튼을 눌렀고, 그와 동시에 거대한 빛의 기둥이 내 방을 가득 채웠다. 그 기적을 앞에 두고, 나는 계속 기다렸다.


“바쁜가보네. 그게 아니라면... 뭐, 상관없나.”


계속 그 게이트를 주시했지만,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처음부터 순탄하게 흘러갈 것이라고는 기대하진 않았지만, 역시 김이 새는걸.

가자. 레티시아가 올 수 없다면, 내가 저 너머로 걸어가자. 내가... 다시 죽음을 경험하더라도.


“여긴...”


빛의 길을 따라 넘어간 나는 한 장소에 다다랐다.

방보단 넓고, 건물보다는 작았지만 거대한 목재 벽난로가 그 공허함을 채우고 있었다.

그 벽난로 옆에, 의자에 앉아 불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가 있었다.


“레티시아.”

“마스터...!”

“명상을 방해한게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오신 건가요?!”

“네가 나에게 온 방식, 그대로. 다행히 타면 탈수록 나아지네.”

“...”


역시 레티시아네. 한발자국을 뜨자마자, 그녀는 뒤돌아보았다.

단숨에 기척을 읽고 검을 집어드니, 그 기세에 내가 놀라 뒷걸음칠 정도였다.

놀라긴 했는데 그래도 나름 놀라주니까, 찾아온 보람은 있네. 생각보다 건강한 것 같아서 다행이야.


“레티시아.”

“죄송합니다. 마스터. 저는 결코 마스터의 뜻을 저버리려는 게 아니라...”

“아니! 아니야! 그런 말을 들으러 온 게 아니야. 오히려 내가 할 말이니까.”

“그럼에도 제가 여기에 있는 것은...”

“네가 무력으로 납치될만한 사람은 아니니까. 네 뜻이었겠지. 여기 있는 것도.”

“... 마스터께는 도저히 숨길 수가 없군요.”


에드의 말과 달리, 그녀는 납치당한 게 아니었다.

그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레티시아에겐 묘한 안정감이 있었다.

그런가. 그녀가 원해서 온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부기사단장 에드가 내민 다른 선택지에 마음이 이끌렸다는 건가.


“이유를 듣고 싶은데. 말해줄 수 있겠어?”

“이 작전에 참가할 수 없었습니다.”

“기사단이 인간 방벽이 되는 건 마음에 안 들겠지.”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고?”

“에드는 만나보셨습니까?”


자신과 함께했던 동료들을 희생시키는 전략을 누가 납득하겠나.

애초에 레티시아를 설득하러 온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레티시아는 다른 이유를 언급하고 있었다. 에드를 만나봤냐는 건... 잠깐만!


“너... 알고 있었던거야?”

“마스터께는 더 빨리 말씀드려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 쓸데없이 사람이 착하네. 덕분에 손톱에 찔려 죽었었지만.”

“네?!”

“레티시아를 존경한다고 했었나. 그래서 널 힘들게 만드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겠지.”

“죄송합니다! 제 목숨으로 그 실책을 만회할 수 있다면...!”

“참 힘들게 산다. 죽어서 대체 뭐하려고.”

“에드는...”


레티시아는 에드의 정체를 알고 있었던건가. 빨리좀 말하지.

조금 의외였다. 그녀라면 에드를 사정없이 죽여버릴 것 같았건만, 가엾게 여긴걸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레티시아는 이 쿠데타를 알고 있었는지, 도대체 어떻게 설득당한건지.


“뭐, 지금은 중요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작전을 하지 못하는 다른 이유는 뭔데?”

“마법진 때문입니다.”

“마법진을 파괴할 수 있는 가망이 없어서야?”

“아닙니다.”

“아니라고...?”

“마법진의 종류 때문입니다.”

“종류가 왜?”


벽난로 앞의 다른 의자에 앉으며, 나는 물었다.

이 기분좋아지는 따스함으로 마음을 다잡으며, 천천히 그 대답을 들었다.

마법진의 종류. 그게 대체 작전과 무슨 관계이기에 레티시아의 입에서 할 수 없다는 소리가 나오는 거지?


“거대한 게이트 마법진이라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마법진...?”

“마스터의 세계에서, 여기로 이어지는 게이트입니다.”


게이트라고? 한국에서 여기로 이어지는 게이트?

그 말을 듣고, 잠시 넋이 나간 듯 나는 말을 잃었다.

정말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지만... 그렇기에 납득할 수 있었다.


“그런가. 그래서였나.”

“제 본분은 마스터께서 계신 곳을 지키는 겁니다.”

“그 게이트를 붕괴시키면 수많은 몬스터들이 부산에 쏟아질 수도 있다는 건가...”

“...”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네.”

“저는... 할 수 없습니다.”


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대답이었다.

저 밖에 모인 몬스터들이 부산에 쏟아진다면, 만일 그런 일이 생긴다면... 장병들로 끝나지 않겠지. 만 명 단위의 시민들이... 그럴 일은 없어야겠지.

어쨌든, 레티시아로부터 이유를 들었다. 이제 내가 이 난제에 대답을 내놓을 차례였다.


“내가 할게.”

“...?”

“레티시아에게 책임을 죄다 떠넘길 수는 없잖아?”

“마스터...!”

“괜찮아.”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레티시아의 손에서, 그 검을 건네 받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으니까. 그래도 이 세계의 주인공인데, 조금 억울한걸.

내게 있는 주인공 특권이라고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것. 그정도인가. 끔찍하네. 끔찍해.


“이해하니까.”


그래도 죽어보니까, 한가지 장점은 있다.

그 누구보다도, 레티시아의 두려움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 그것 하나는 나았다.







밖에는 비가 왕창 내리고 있었다. 이런 날씨는 좋아하지 않는데.

어둠의 빈틈을 스며든 그 비는, 석조 건물의 차가운 표면을 타고 내게 스며들었다.

우산 없이는 다니기 힘든 거리를 지나, 저번에 발걸음을 옮겼던 거대한 정원으로 향했다. 이 정원 너머, 내가 찾는 사람이 있었다.


“누구시죠?”

“...”


내 앞을 가로막은 거대한 문. 나는 그 문을 밀었다.

그 안에는 하얀 대리석과 화려하고도 절제된 벽화가 조화를 이룬 방과, 한 사제가 있었다.

아이린 대주교. 그녀는 수도 방벽을 그린 수비 전도와, 잊혀졌던 신성술이 적힌 책들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선지자님!?”

“이상한 호칭은 그걸로 굳어졌나 봅니다.”

“이리 갑자기 찾아오실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레티시아의 검을 가지고 들어온 나를 아이린은 놀란 듯 바라보았다.

선지자라, 나쁜 호칭은 아닌데. 역시 아직도 과하잖아.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어.


“들어오기 힘들더군요. 레티시아의 검이 아니었으면 얼굴도 못볼 뻔 했네요.”

“갑자기 기사단장, 부단장, 선지자님까지 모두 실종되어서 놀랐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에드 부단장은 배신, 레티시아 기사단장은 작전 불능상태입니다.”

“예?!”

“기사단 지휘권을 후임자에게 넘겨야한다는 말을 하기 위해 왔습니다.”

“기사단 상층부가...”

“좋은 소식이었으면 좋았을텐데, 죄송합니다.”

“이것도 신의 뜻일지요...”


에드의 갑작스러운 쿠데타를 아직 파악하지도 못한 건가?

이 세계의 창세부터, 크리티아스를 지켜왔던 레티시아는 무너졌고, 수도의 방패인 기사단은 머리를 잃었다.

내가 전한 소식에 잠시 흔들렸던 아이린의 눈은 다시금 지도로 향했다. 그녀 역시, 다른 이들의 목숨을 책임지는 자.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겠지.


“신의 뜻을 나도 알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 선지자시여.”

“예?”

“기사단을 맡아주십시오.”

“...?”

“레티시아가 검을 맡겼다는 건, 단장이 당신을 후임자로 정했다는 것. 부탁드립니다.”

“잠, 잠깐만요. 갑자기 뭔 농담을 하는 겁니까?”


내가 잘못 들은건가? 기사단을 맡으라고? 아, 아니... 말이 되는...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레티시아처럼 검기를 쓸 수도, 전문적인 군사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야.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걸 시켜야지... 이 여자가...!

레티시아는 설마 이렇게 될 거라고 알고 이 검을 건넨 건가? 정말 그렇다면... 나는...


“농담이 아닙니다. 적임자는 선지자님 뿐입니다.”

“...”


내 손에 있는 검은 묵직했다. 너무나도 묵직해서, 검을 뽑을 수조차 없었다.

이게, 레티시아가 느껴왔던 책임의 무게... 그 반의 반도 되지 않을텐데, 어째서 이리도 무거운 걸까.


“아이린 대주교.”


나는 직감했다. 지금 이 검을 들면, 죽게 되리란 걸.

그렇기에 이 검을 들기 전, 내 앞에 있는 아이린 대주교에게 묻고 싶은 게 있었다.


“예.”

“만일... 신이 죽음이라는 선택지만을 준다면 어떻게 할 겁니까?”

“어려운 질문이네요. 그리고 많이 생각했던 질문입니다.”

“많이 생각했다고요?”

“저희는 모두 죽을 운명이니까요. 한때는... 운명을 탓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다르게 생각한다는 건...”


그녀의 입장에서는 꽤나 의아한 질문이겠지만, 아이린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내 시선을 마주하며 죽음에 대한 해석을 풀어놓았다. 모두 죽을 운명이라.

그 누구도 죽음을 피해가지 못한다. 내가 겪은 것도, 엄연히 따지면 죽음이 아닌 무언가였다.


“끝을 알기에, 그리고 끝을 모르기에 저희는 살아갈 수 있습니다.”

“... 그렇습니까. 그 말 그대로겠군요.”


그 마지막을, 아이린 대주교는 웃으면서 말하고 있었다.

죽음이 있기에, 삶이 있다. 삶이 있기에, 책임이 있다. 책임이 있기에, 의미가 있다.


“일단은, 제가 임시로 맡아두겠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의미를 찾는 것이다.

레티시아가 내게 준 책임을, 죽음을 무릅쓰고서라도 마무리해야 했다.


ㅡ캉! 캉! 캉! 캉!


“이 소리는...”


검을 집어든 내게 갑자기 귀를 꿰뚫는듯한 종소리가 울렸다.

이 종소리의 의미는 간단했다. 수도를 지키는 거대한 장벽이, 돌파당했다는 소리였다.


“대주교님!”

“무슨 일입니까?”

“적습입니다! 외곽 성벽이 공격받고 있습니다!”

“외곽 성벽이면 특별한 일이 아닌데, 왜 경종을 울린겁니까?”

“외곽 결계가... 무력화되었습니다.”

“네?!”


종소리를 들은 아이린 대주교는 단박에 밖으로 뛰쳐나갔다.

아이린 대주교의 모습을 확인한 한 기사가, 이 종이 울린 이유를 급히 설명했다.

수도를 지키는 방벽은 성벽 뿐만이 아니다. 성벽 전체를 둘러싼 거대 결계. 그 결계가 지상과 공중, 그리고 마법의 침입을 모두 막는다.


“무너진 결계를 통해 괴물들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수도를 방비하는 가장 큰 방벽이 무너졌다.

대공망이 뚫렸다고 하면 이해가 쉬울까. 굳이 따지자면 더 심각하지만.


“이건...”

“그쪽으로 가봐야겠습니다.”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일단 지휘부에서...”

“아니요.”


그래도 다행인 점은 무너진 부분이 일부분이라는 점이었다.

빠르게 가서, 다시 결계를 형성한다면 더 큰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위험하다고? 그거야 잘 알고 있지.


“레티시아의 빈자리를 채울겁니다.”


아까 지겹게 말하지 않았던가.

죽더라도, 나는 레티시아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항상, 전장에는 귀를 꿰뚫는 소리들이 있다. 포성이든, 비명이든.

처음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제정신을 유지하지 못한다. 유지하는 게, 미친놈이었다.

결계가 붕괴된 곳으로 접근할수록, 죽음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내 정신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ㅡ끼아아아아아아아!


나는 어느새 미친놈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 소리를 듣고도, 정상적인 생각과, 판단은 이어졌다.


“제 1 마도대는 적을 요격하라!”

“방패 들어!!”

“뒤쪽에서 더 날아옵니다!”


멀리서 보이는 장병들과 기사들, 마도사들이 공중 몬스터들을 막고 있었다.

작은 와이번, 그리고 가고일들이 내성과 성 아래의 수비 인원들을 매섭게 강습했다.

기사와 병사들의 방패가 하늘을 바라보았지만, 식칼보다도 날카로운 발톱은 방패째로 병사들의 심장을 파냈다.


ㅡ콰앙!


ㅡ콰아아앙!


아직 도망치지 않은, 용감한 마도사들이 화염 마법으로 가고일을 강타했다.

4발의 화염구에 2마리. 참 타산이 안맞는 전투법이다. 다르게 말하면, 중과부적이라는 소리였다.


“으아... 으아아아아아!”


ㅡ콰직!


내 앞에서 사람들이 죽어갔다. 피는 당연했다.

뼈도 튀어나왔다. 비명도 함께 얹어서, 사방을 빨간색으로 물들였다.

그 모습들을 보게 되면, 대부분 두려움에 빠진다. 정신이 갉아먹혀, 무뎌지거나, 무너진다. 나는 무뎌진 쪽이었다. 그들을 향해, 계속 걸어갔다.


“당신은...?”

“기사단 소속입니까?”

“예?”

“아이린 대주교 및 레티시아 기사단장으로부터 지휘권을 이관받았습니다.”

“예?!”

“지금 상황은 어떻습니까?”

“결계를 구성하는 2개 초소가 뚫렸고, 그 속으로 몬스터들이 진입하고 있습니다. 일단 보초를 서고 있는 장병들이 막고 있지만... 대처가...”


기사단 일부와 함께 현장에 도착한 나는 한 기사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지휘권이 이관되었다니까 놀란 모양인데, 사정을 봐줄 시간은 없다. 이미 외성은 무너진 건가... 2개 초소가 무너졌다면, 곧 두 번째 성벽도 무너지겠지.


“중과부적인가... 결계가 왜 뚫리게 된 겁니까?”

“모르겠습니다. 다만 위병 중에 한명이 에드 부기사단장님을 봤다고...”

“에드... 그 미친놈인가.”

“예?”

“몬스터들이 갑자기 몰려온 겁니까?”

“네. 결계가 문제가 생긴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은 건지...”

“그럴 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짐작가는 건 있군요.”


사실 외곽 방벽이 뚫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에드가 떠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에드가 관여한 모양이었다. 어째 생각을 빗나가지를 않네.

에드가 노리는 건 마법진 추적을 위한 술식 전개장치인가. 마침 이 근처니, 정확하겠지.


“남는 인원을 최대한 차출할 수 있겠습니까?”

“예비대 일부를... 어디로 보내실 생각이십니까?”

“내 짐작이 맞다면, 여기에 에드 부기사단장이 있을 겁니다.”

“이 대첨탑에...? 부기사단장님은 지금 부재중이신데...”

“수비 지휘를 부탁합니다.”

“부기사단장님을 도우러 가시는 겁니까?”

“그랬으면 좋겠군요.”


에드는 내 생각보다 훨씬 빨랐다.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렇게 일부 병력들을 빼내서, 에드 기사단장을 쫒아도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계산으로는, 안타깝게도 이게 최선이었다. 이대로 놈이 깽판을 치게 놔둔다면, 조금의 가능성도 없어질테니.


“...?”

“전 기사단에게 전하세요. 에드 부기사단장을 만나는 즉시...”


두려웠다. 그 이상의 말은 필요없었다. 계속, 망설였다.

놈은 인간이 아니다. 내가 상상한, 그 무언가의 잔여물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놈을 두렵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순히 놈에게 살해당해서가 아니었다.


“사살하라고.”


놈과 내가, 놈이 지은 웃음이, 그 생각까지도.

서로 소름끼치게 닮아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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