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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iles
작품등록일 :
2021.04.17 17:12
최근연재일 :
2021.07.02 00:4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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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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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4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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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7)

DUMMY

“이쪽입니다!”


에드 부기사단장이 있을 첩탑은 몬스터들이 침입한 경로 한복판에 있었다.

정면으로 빠르게 돌파하는 건 불가능했기에, 멀리 돌아가 내성 바깥으로 침투하는 루트였다.


“전방에 고블린 다수!”

“끼에에에에!”

“끄아아아아아!”


길을 막는 것은 수백마리의 고블린 떼였다. 중간 중간, 오우거도 몇 마리 섞여 있었다.

이 세계에서의 몬스터는, 내가 내 인생에서 보아왔던 괴물들의 집합. 여러분이 아는 그 존재들과 다르지 않다. 흉폭하고, 끔찍했다.


“그대로 돌파한다! 창 들어!”

“창 들어!”

“자세 세워! 돌격 준비!!”


고블린 대집단을 확인한 순간, 기사단은 진형을 갖췄다.

언뜻 보기엔 로마군의 귀갑진을 닮은 진형. 내 로망이었지만, 그걸 신경쓸 새는 없었다.

금세 기사들에게 둘러쌓인 나는, 기사들의 무거운 발걸음을 따라 천천히 이동했다.


ㅡ쿵. 쿵. 쿵.


무거운 방패와 갑옷소리의 공명.

고블린 대집단은 그 소리를 듣고, 한점에 귀를 기울였다.

뭐, 방패에 가려서 제대로 보이진 않지만, 놈들은 쉽게 다가오지 못했다.

그렇게 놈들의 눈동자가 보일 정도의 거리에 다다랐을까. 갑자기, 나를 떠미는 기사들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리고, 외쳤다.


“돌파!!”


순간 열리는 방패. 그리고 들어오는 빛줄기 속에서, 나는 보았다.

전열의 기사들이 뽑아든 창과, 검기를 만나 뻗어나가는 투창들의 향연을.


ㅡ콰아앙!


“끄에에에에!!”

“으아아아아!”


20여개의 투창이 그대로 앞열을 쓸어버렸다.

그 위력은 정확하게 크래모어, 아니 그 이상이었기에,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몬스터들은 터져나갔다. 잘 훈련된 기사들과, 일개 고블린. 싸움이 되지 않았다.


“방패 들어!! 밀고 나간다!”

“방패 들어!!!”

“끄아아아아아아!”


투창을 던진 기사들은 다시 방패를 들고 진형을 갖췄다.

족히 7m가 넘는 오우거들이 팔로 그 진형을 가격했지만, 기사들의 의지는 굳건했다.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했던가. 그들에게 주어진 검기라는 초능력이 힘이라면, 그들의 의지는 책임이었다.


“2열! 검기 준비!”

ㅡ쾅! 쾅! 쾅!


“버텨!!!”

“으아아아아아아!”


ㅡ위이이잉!


“돌파!!!”


나는 방패를 들진 않았지만, 그 충격은 고스란히 전해졌다.

망치에 맞는 못의 심정이 이랬을까. 충격에 자연스럽게 피가 머리로 솟구치며,

오우거들의 가격이 잠잠해진 한순간, 방패가 열리면서 두 번째 투창이 오우거 무리에게 날아들었다.



ㅡ콰아아아앙!


“그대로 뚫고 지나간다!! 발검!!!”


그 괴물들의 약점인 머리통에 정확히 투창이 적중한 순간, 기사들은 검을 들었다.

귀갑진 위에서 터진 오우거들의 머리통은 그대로 스프링클러처럼 피를 내뱉었고, 그 피에 듬뿍 적셔진 기사들은 투구를 닦고 살육전에 뛰어들었다.


“으아아아아아!”

“따라오십시오!!”


사방에서 피가 튀고, 생명이 꺼지는 아비규환.

정신을 잃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지만, 선임 기사가 내 팔을 붙잡고 길을 찾았다.

전장은 처음이 아니었지만, 비명과 피, 폭발이 함께하는 이곳에서 정신을 잃지 않는 게 내 최선이었다.


“소대장님! 첨탑 위쪽을 보십시오!”

“성체 와이번...”

“날아올랐습니다! 이쪽을 보고 있습니다!!!”

“다들 건물 안으로 엄폐해!!”


드디어 첩탐이 보이기 시작할 즈음, 다른 불청객이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달렸다. 내가 생각하는 와이번은 꽤나 쌘 존재였다.

드래곤까지는 아니어도, 하늘을 날아다니며 이따금 땅에 화염을 도배해버리는 그런 존재.


ㅡ쿠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렇다.

공중 화염방사기에 가까운 존재였다.


“젠장, 젠장, 젠장!!”

“와이번이 있다면 한꺼번에 움직일 수 없습니다!”


와이번의 거대한 불줄기를 나는 성곽 초소로 뛰어들어 겨우 피했다.

으... 팔이 따가운걸 보니, 불길에 스쳐 데인 모양이었다. 젠장. 이딴 생각은 하고 싶지 않은데, 저 밖으로 나가야 했다.


“제가 먼저 나갈테니 다들 빠져나가세요!”

“그럴 수는 없습니다! 기사된 몸으로서 어찌 선지자님을 방패삼아 빠져나간단 말입니까!”

“진정으로, 죽어도 후회하지 않겠습니까?”

“...”

“그러면 비키세요. 어중간한 마음으론 미끼도 못하니까.”


미친 짓이다. 미친 짓인건 알고 있다. 조금만 스쳐도 고통스럽게 죽겠지.

이 앞의 기사는 나 대신 죽겠다고 하는데, 문제는 죽을 생각을 하는 미끼는 쓸모가 없다는 점이었다. 왜 다들 죽으려고 하는 거야?

시간이 없다. 와이번이 이 초소로 화염이라도 쏟아내는 날엔, 말 그대로 통구이행이었다.


“으아아아아아!”


달렸다. 날아다니는 게 아닐지 의심될 정도로, 달렸다.

에드가 있을 첩탑의 입구만 바라보며, 정신없이 발을 뻗었다.

바로 그 때. 첩탑이 바로 보이는 내성곽 위에서는, 한 마도사 집단이 와이번을 향해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제2 마도대!! 캐스팅! 목표! 성체 와이번!!”


ㅡ콰앙! 콰아앙!


마도사 다수가 시전한 화염구가, 나를 향해 불을 내뿜으려던 와이번에 직격했다.

이 세계에서 처음 오는 행운에 감사하며, 나는 첩탑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도, 통구이 신세는 면했다.


“후우... 후...”


원형으로 이루어진 첩탑엔, 병사들의 시신이 널부러져 있었다.

시신을 밟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면서, 나는 위를 향해서 뛰어갔다.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조금... 운동을 해둘걸... 빌어먹을... 하아... 저 끝에... 있는 건... 역시, 아직 여기에 있었나.


“잘 뛰시는군요.”

“...”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만나고 보니 말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잘 뛴다고 칭찬하는건 이 미친놈 나름의 인사일까. 에드 부기사단장은 마법진 탐색 장치 옆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에드 부기사단장.”

“살아계실 줄 알았습니다. 마스터 서.”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지?”

“차원을 넘나드신다는 것 정도일까요.”

“뭐만 하면 거짓말이군. 미친놈.”


살아있을 줄 알았다는 말에서, 나는 에드의 정체를 직감했다.

나와 같이 다른 차원에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상상에서 창조된 존재는 아니었다. 몬스터와 인간의 중간. 이성을 가진 괴물. 그는 이 싸움의 무의미를 알고 있었다.


“어쩌실 겁니까?”

“뭐?”

“이 상황의 급변은 모두 당신이 만들어낸 운명. 결론을 내야하지 않겠습니까.”

“내게 선택지가 있는 것처럼 말하는군.”

“이 전쟁을 끝내는걸 바라시지 않습니까? 그럼 선택지가 2가지 존재하겠죠.”

“네가 하고 싶은 말은...”


레티시아와 이 사태가 관련이 있다는 것까지 알고 있는 건가?

굳이 말을 덧붙일 필요는 없겠다. 어떻게 알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에드가 말하려는 건 분명했다. 이 전쟁의 종결을 위한 선택. 에드는 그 선택을 나에게 미루고 있었다.


“당신의 세계와, 이 세계. 선택하십시오.”


이 장치를 파괴하고 그대로 수도를 포기하거나, 마법진을 파괴하고 막대한 희생을 치르거나. 뭘 택하더라도 잃는 선택지들 뿐이었다.


“레티시아도 이 말을 들었었겠지.”

“단장님을 만나고 오셨습니까.”

“레티시아는 순진한 면이 있으니까. 곧이곧대로 듣고 고뇌했겠지.”

“순진하다기보단, 합리적이신겁니다.”

“합리적이라고?”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걸 정확히 꿰뚫고 계시니까요.”

“멍청한 자식.”

“...?”


이 이분법을 레티시아도 직접 마주했던 건가. 가혹하네.

순간, 짜증이 치솟았다. 선택지라는 말같지도 않은 걸로 그녀를 얼마나 몰아붙였을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경제학을 배운 사람으로서, 합리성이라는 말로 사람을 매혹하는 꼬라지는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흑백논리로 합리성이라는 말을 더럽히지 마. 그냥 네 머리가 딸리는 것 뿐이니까.”

“... 누구의 지능이 부족한진 결과가 말해주겠죠.”

“죽는게 답이라고 하는 놈보단 잘났으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겠는데.”

“저를 일부러 자극하려는 이유가 뭡니까?”

“이유? 내 배를 찌른 놈한테 빡대가리라고 하는게 잘못됐냐?”

“... 생각보다 막무가내시군요. 또 죽고 싶으신 겁니까?”

“살인협박까지 하려는 것 보니 급해진 모양이네.”


그 뒤로 이어진 것은 그다지 보기 좋은 설전은 아니었다.

이 상상속의 이세계의 운명을 바꿔놓을 자리라고는, 도저히 보기 힘든 이야기들.

나는 일부러 그를 떠보았다. 도대체 왜 내게 이 선택을 미루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레티시아를 어지간히 좋아하나보네. 나를 죽이지도, 직접 선택을 하지도 못하는 걸 보면.”

“굳이 단장님께 미움받고 싶진 않으니까요.”

“책임을 지기엔 자신감이 없다 이건가.”

“그래서, 어쩌실 겁니까?”


뭐, 사실 처음부터 이유는 하나뿐이었겠지만. 역시 레티시안가.

저번에도 느꼈지만, 이 자식이 레티시아에게 품는 감정은 동경 이상이었다.

그녀에게 기사의 책무를 포기하라고 말할 책임감은 없는 건가. 역시, 내 앞의 놈은 단순한 비겁자였다.


“이이제이.”


하지만 에드 부기사단장이 필요했다.

그가 말한 또 다른 가능성을 위해선, 그가 필요했다.


“네?”

“저기서 몬스터들이 쏟아진다면, 밖에 모인 저 미친놈들이랑 충돌시킬 수도 있겠지.”

“게이트가 열리게 놔두겠다는 소립니까?”

“그래. 대신... 놈들끼리 충돌할 씨앗을 심어놓아야지.”

“이성이 없는 괴물들인데 어떻게 하겠다는...”

“더 쉬운거지. 그 새끼들은 마나만 쫒으니까.”

“...”


이이제이. 오랑캐로 오랑캐를 상대한다는 전략. 그게 내 가능성이었다.

한국과 연결된 게이트에서 쏟아질 몬스터들과, 밖에 모인 몬스터들을 충돌시킨다면...

수도, 혹은 기사단.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아도 될 여유가 생길지도 모른다.


“하하... 하하하하하하!”

“왜 웃어?”

“생각보다 더 무모하네요. 당신은.”


내 말을 들은 그는 미소에서, 폭소로 감정을 표출했다.

이 미친놈이 웃는걸 보니, 기분이 이상했지만 적어도 내 말을 듣는다는 표시였다.


“그래서, 저 수많은 몬스터들을 뚫고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마나 공급원으로부터 마법진까지, 몬스터가 다다르지 못하게 해둔 길이 있겠지. 그걸 이용해서 접근할거야.”

“접근에 성공하더라도 서로 충돌하도록 유도하긴 힘들텐데요.”

“이 몬스터들, 네가 유도한 거 아니야?”

“그건...”


최종임무. 몬스터에 대한 유도 및 공작. 이게 놈이 필요한 이유였다.

이 결계 돌파도 그가 뒷공작을 했다는 건 뻔히 알 수 있는 사실. 그 실력이 있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저보고 자살임무를 하란 소리시군요.”

“어쩔거냐?”

“쓸모가 없으면 저를 죽이겠다는 말씀인가요?”

“시간 없으니까 빨리 결정해. 아니면 방법을 설명하던지.”

“... 왜 저를 믿는 겁니까?”

“너도... 나와 비슷하니까.”

“비슷하다고요?”

“그래.”


그가 맡을 임무는 바로 자살임무에 가까웠지만, 그야말로 핵심이었다.

확실히 에드가 배신이라도 한다면, 모두 몰살이겠지. 상상도 하기 싫지만 그게 사실이다.

부단장은 바로 그 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살해당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등을 내주는 꼬라지라니. 나도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의 행동을 보고 확신했다.


“레티시아를 더 힘들게 만들고 싶진 않잖아.”

“...”


에드의 모든 행동에는 레티시아를 위한 진심이 담겨있었다.

그 행동의 방향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레티시아를 위한 것이라면... 믿... 젠장. 믿고 싶진 않지만 배신은 하지 않겠지.


“저는 단장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수행할 뿐입니다.”


에드는 내가 들고 있는, 레티시아의 검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레티시아가 원하는 것. 그 말의 의미를 잘 알지는 모르겠지만 에드는 그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지도-부산 북부 다음 웨이브까지 대기 시간]


[05:00]


에드가 떠난 자리에는, 지나간 시간만이 남아있었다.

내 품에 있던 스마트폰은 5시간의 유예를 알렸고, 이제는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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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5) 21.05.15 17 0 12쪽
12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4) 21.05.12 18 0 13쪽
11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3) 21.05.10 23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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