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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디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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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iles
작품등록일 :
2021.04.1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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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2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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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4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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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End)

DUMMY

“곧 부산시민공원이에요.”

“...”

“더 재촉할 줄 알았는데요.”

“그냥...”

“그냥?”


소형전술차량의 조금은 퍽퍽한 시트에 몸을 뉘이며, 창 밖을 보았다.

건물들이 비좁게 늘어선 부산 도심과, 도로를 가득 채운 전술차량의 행렬.

부산시민공원을 통제하기 위해 인근 부대에서 증원 요청을 한건가. 내 평생 이런 풍경을 볼 줄은 몰랐는데.


“뜬금없지만...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

“쓸데없는 소리겠지.”

”항상 그렇죠.”


레티시아를 불러오기 위해 온 부산시민공원.

그 광대한 부지는 순식간에 장병들에 의해 통제되고, 바리케이드가 걸렸다.

비현실적이네... 판타지 세계도 다녀온 마당에, 내가 말하는 건 이상하겠지만.


“안좋은 비현실만 연달아 일어나는게 현실이니까요.”


시민공원 내부로 걸어가며, 중령은 한마디 덧붙였다.

안좋은 비현실의 연속. 나도 현실이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때때로 빌고 싶을 때가 있다.

대학 입시, 시험 결과, 고백. 내가 부족하더라도, 희망을 가질 수 있기를 빌고 싶을 때가 있다.


[레티시아: 분류-근거리 딜러, Lv .2 소모 코스트 4, 저지 가능 몬스터: 3]


“레티시아...”


희망. 정말 존재한다면, 나는 빌어보고 싶다.

레티시아가 살아있다고 믿기에. 그 믿음이, 의미가 있기를...


“레티시아!”


외쳤다. 미친놈이라고 할 정도로, 외쳤다.

이 목소리가 들릴 리는 없지만, 가만히 있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내 상상이 그녀의 세계를 구성했다면, 내 목소리가 그녀의 앞을 열어주길 바라면서 나는 외쳤다.


“계속 있을 생각인가요?”

“...”


점점 어둠이 찾아오는 공원. 내 손은 스마트폰을 놓지 않았지만, 응답은 없었다.

의미 없는 짓이라고 생각했는지, 중령이 내게 철수를 권유했다. 하지만 나는...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그저, 흘러가는 시간과 빛을 바라볼 뿐.


ㅡ마스터.


“설마... 레티시아...?”


그러다 문득,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내 착각이겠지만, 내겐 하나의 확신으로 들렸다.


[캐릭터 명-레티시아의 운명 개변이 종료되었습니다.]


[AP 2만큼을 소모하여 운명 개변에 따른 스탯 조정을 완료하시겠습니까?]


“믿어. 네가... 거기 있을 거라고.”


레티시아는 살아있다. 이 사실은, 의심의 여지조차도 없다.

내 착각일지도 모를, 그녀의 목소리가 그 믿음을 내 심장 속까지 구겨넣었다.

그러자 내 앞에, 하나의 UI가 떠올랐다. 게임 웨이브 디펜스의, 콘솔창이었다. 운명 개변, 이야기 그 너머에, 그녀가 있다.


“어떤 방법이든 돌아와! 멍청아!!!”


[운명 개변에 따른 캐릭터의 직업이 변경되었습니다.]


[캐릭터 레티시아 – 직업 분류 (최후의 기사단장)]


[최후의 기사단장 전용 신규 스킬 생성 – 마지막 방벽]


내 외침과 함께, 콘솔창들이 바쁘게 나타났다 사라져갔다.

이 콘솔창들은 레티시아의 바뀐 운명들을 바쁘게 매듭짓고 있었다.

내가 적은 평화는 파멸의 마지막이었고, 레티시아는 평생을 지켰던 왕국의 수도를 눈 앞에서 잃었다.


“...”


이제와서 그녀를 위한다는 것도 이기심일 뿐.

그럼에도, 그녀가 살길 바랬다. 그저, 살아서 내 앞에 다시 있기를.

손을 뻗었다. 허공이었지만, 그 손을 레티시아가 채워줄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았다.


“마스터...”


내 등에 묵직한 무게가 실렸다. 레티시아였다.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나는 그녀에게 등을 내준채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너...!”

“부름에 너무 늦게... 답하여 죄송합니다...”

“...”


온갖 감정이 휘몰아쳤지만, 나는 말을 아꼈다.

그저, 레티시아의 변하지 않은 목소리와, 조금 더 상기된 체온을 느낄 뿐.

그렇게 한동안, 움직이지 않다가, 나는 천천히 돌아보았다. 언제 보아도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적발.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그녀를 껴안았다.


“마스터?!”

“...”

“피가 묻어요. 떨어지시는 것이...”

“알고 있어. 알고 있다고...”

“...”


피가 묻은 것을 넘어, 절여진 수준의 갑옷을 입은 레티시아.

진득하게 그 피가 들러붙었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그녀를 안은채로, 놓아주지 않았다.

사랑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기묘했고, 경외라고 하기엔 너무도 강렬한 그녀를, 나는 놓아주지 않았다.


[레이드 종료 – 02:11]


“레이드가 종료되면 다시 돌아가야 할텐데... 젠장.”

“괜찮아요. 이제는...”

“...?”

“이제는 걱정되지 않으니까요.”


이 어색한 재회를 이어갈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세계에서 시작했던 레이드는, 어느새 그 시간을 다해가고 있었다.

이 레이드가 종료되면 다시 돌아가야할 터. 발을 동동 구르던 차에, 레티시아는 뜬금없는 이야기를 꺼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거야...?”

“마스터의 부름 덕분에, 조력자께서 저희 위치를 알고 찾아와주실 수 있었어요.”

“조력자?”

“네. 남쪽의 현자... 그 분이 너무 늦지 않게 찾아오셨어요. 이 곳으로 게이트를 잇게 도와주신 것도 그 분이구요.”

“현자...?”


레티시아의 입에서 올라온 조력자의 존재는, 의외였다.

몬스터의 파도가 밀고 지나갔을텐데, 대체 그 속에서 어떻게 했던 거지?

너무 타이밍이 좋아서, 나를 안심시키려고 하는 거짓말처럼 들릴 정도였다. 거짓말은 아닌 거 같은데...


“마스터, 마지막으로 드릴 말씀이 있어요.”

“...?”

“에드 부단장이 마법진 조작에 실패한 이유... 그리고 이단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레티시아는 시급히 말을 전하려고 했다.

에드 부단장, 이단자들, 그리고... 신를 자칭하던 의문의 존재에 대해서였다.


“그것들의 모든 근원은 이 세계에 있어요.”

“그야 그 세계를 내가 구성해서...”

“아니요. 마스터. 그 이야기가 아니에요.

”뭐?“


생각보다 레티시아의 입에서 나온 말은 식상했다.

당연히 뭔가 연관이 있겠지. 그리 생각하던 내게, 레티시아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마스터의 목숨을 노리는 이가, 이 세계에 있어요.“


단순한 연관성의 문제가 아닌, 확실한 위협에 대한 이야기.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눈을 키우며 레티시아의 표정을 엿보았지만,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었다.


“뭐...?”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 못한 채로, 3차 레이드는 끝이 났다.

레티시아의 말이 남긴 진한 의문과 함께, 그녀는 빛의 잔재를 남기며 사라졌다.







이번 3차 레이드는, 그 어떤 몬스터도 나오지 않았다.

폭풍전야라고 하던가, 아무런 피해도 없었지만 그와 동시에 사람들은 불안해했다.

크리티아스를 덮친 그 몬스터 무리는... 본래 부산을 휩쓸 무리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집중이 되지 않기 마련이었다.

“목숨을 노린다고...”


조금은 떠들썩한 카페에서, 애써 공부를 하며 레티시아의 말을 계속 곱씹었다.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웨이브 디펜스. 이 미친 게임의 정체조차도 모르는 상황인데... 대체 누가 내 목숨을 노린단 거지?


“야, 야! 서재현!”

“어...?”

“곧 중간고산데 정신이 빠져있으면 어떻게 하냐?”

“그랬나.”

“너...”


내 앞에서 같이 공부하던 의대생, 이승우가 내 표정을 보더니 말했다.

이 재수없는 놈이 나를 걱정하는 걸 보니, 어지간히 내 상태가 안좋은 모양이다.


“여친 생겼냐?”


ㅡ푸우우웁!!!


“아! 드러워! 미친놈아!”

“뭔 헛소리를 하는거야? 갑자기 여친이라니?”

“그럼 뭔데?”

“뭐냐니...?”

“제정신이 아니잖아. 하루이틀도 아니고.”

“...”


레티시아를 만나고 나서 벌써 3주. 그동안 내 모습이 녀석에겐 비정상으로 보였나.

웨이브 디펜스와 내 관계를 말해줄 수는 없으니, 나는 애써 말을 아꼈다. 이 녀석이라면 말해도 상관없을지도 모르지만... 녀석을 끌어들이고 싶진 않았다.


“왜 말이 없냐? 무섭게.”

“저번에 의료봉사를 갔었다고 했냐.”

“어. 근데 그건 왜?”

“의대생들까지 차출된거면 상황이 심각했나보네.”

“그랬지...”


말을 돌릴 겸, 그리고 갑자기 생각난 겸 나는 지난 이야기를 꺼냈다.

2번째 레이드, 수많은 이들이 희생된 그 날에 녀석은 의료 봉사를 나갔다.

아직 일반의 자격증도 없는 대학생들이, 사실상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행한 의료봉사였다.


“상황이 좋진 않았어. 환자를 분류하는 트리아지가 정말로 실행되는 건 처음봤으니까.”

“아무렇지도 않았냐?”

“갑자기?”

“말하기 싫으면 말아도 되고.”

“흐으음...”

“왜?”


놀랐다. 인싸라고 불리는 녀석의 얼굴이 이렇게 굳은 건 처음이었으니.

2차 레이드 때문에 꽤나 고생을 한 모양이었다. 아니, 그걸 넘은 지옥을 보았으려나.

내가 그 날에 대한 것을 묻자, 녀석은 그답지 않게 경계심을 가지고 나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 이야기는 왜하나 싶어서.”

“...”

“혹시... 주변인 중에 이번에...”

“아니, 그런건 아니고.”

“휴우... 그러면 왜 난린데? 나만 나쁜놈 될뻔 했네.”

“그건 이미 그런 거 같으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

“개소리는 넣어두세요.”


뭘 죽어. 죽긴. 내가 죽긴 했었는데 주변인 중에 죽은 인간은 없다고.

녀석은, 어이없는 대화에서 나오는 웃음으로 말을 돌렸다. 확실히 즐거운 주제는 아니어서, 나도 더 묻지 않았다.


“뭐, 너무 힘들다 싶으면 정말 정신과라도 가보는 게 어때?”

“그정도까진 아니고. 그리고... 그런 문제는 아니니까.”

“너도 성당이라도 가야겠네. 내가 가는 성당 갈래?”

“그래야 하나...”

“뭐? 찔러도 피도 안나오는 니가 이런데에 관심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모르겠다. 나도. 평생 신은 없다고 믿었었는데...”

“니가 그러는 거 보니 정말로 말센가보다.”


이야기는 갑자기 종교 쪽으로 빠져버렸다.

확실히 이번 사태로 종교를 찾는 이가 늘었다고 하던데, 이해된다.

게임 속에서나 보던 그 괴물들이 현실에 쏟아지는 꼴을 보고 있으면, 나라도 신을 찾게 되니까. 만난건 자칭 신, 이상한 존재였지만.


“하긴, 이 사태가 심판이라고 보는 신부님들도 나오니까...”

“심판?”

“이건 소문인데... 게이트로 빠져나간 몬스터들의 수만큼 사람들이 죽어나간다고 하던데.”

“사람이... 죽었다고?”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다가, 녀석의 입에서 심판이라는 말이 나왔다.

게이트를 통과한 몬스터의 수만큼 죽어나간다고...? 그런 소문이 돌았었나...

요즘 너무 정신이 없어서 듣지를 못했는데. 잠깐만, 만약 그 소문이 전부 사실이라고 한다면...


“그래. 그날... 실제로 정말 엄청나게 많은 심정지 환자가 쏟아졌으니까. 우리가 간 이유도 단순히 전투 때문은 아니었어.”

“심정지...”

“야, 쓸데없는 생각 그만하고 공부나 해. 뭐할 것도 아니면서...”


그 소문이 정말 사실이라면, 모든 것이 설명이 된다.

군이 왜 희생을 내면서까지 그 몬스터들을 막아세웠는지, 그날... 왜 중령이 그리 필사적이었는지. 왜 군이 나를 포함한 플레이어들을 포섭하려고 했는지.


“나 이만 돌아간다.”

“뭐?!”


그 말이 소문이 아니란 것은, 중심에 있었던 나의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주변을 믿지 말라는 레티시아의 말, 그리고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생각하기도 싫은 결론이 나온다.


“해야할 일이 생겼어!!”


웨이브 디펜스. 이번 사태는, 천재지변이 아니다.

아주 지독한 피웅덩이를 원하는 누군가가 의도한, 인재였다.


“생각보다 빨리 나가시네요.”

“할 말이 있어서.”

“네?”

“...”


카페를 나서고 조금 걸었을까.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기척이, 뒤에서 말을 걸어왔다.

일상복을 입은 이서윤 중령의 말을 짧게 답하고, 나는 그대로 집으로 향했다.


“왜 문을 안닫는 거죠?”

“들어와.”

“...?”

“들어오라고. 할 말이 있다고 했잖아.”

“제게 할말인 줄은 몰랐지만... 그러죠.”


나는 문을 열어둔 채로, 그녀가 안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중령은 군인 특유의 경계심과 함께, 조심스럽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래도 꽤나 깨끗해졌네요.”

“항상 감시당한다고 생각하니 치우게 되던데.”

“그것 때문에 안으로 부른 건가요?”

“그것도 언젠가 이야기해야겠지만 그게 아니야.”

“...?”


좁은 거실에 놓인 좌식 책상에 내가 앉자, 그녀 역시 앉았다.

저번에 그만두겠다고 말했던 이후로, 두 번째인가. 그때에 비하면 꽤나 달라졌네.

뭐, 중령은 내가 또 때려치우겠다고 할까봐 고민하는 모양이지만, 나는 전혀 다른 말을 꺼냈다.


“군이 왜 희생을 감수하고 작전을 하는지. 그걸 물어보려고.”


나도 중령을 괴롭히고 싶진 않았지만, 이번에도 그녀가 머리를 싸맬, 그런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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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10) 21.06.08 12 0 14쪽
17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9) 21.06.02 14 0 14쪽
16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8) 21.05.30 12 0 17쪽
15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7) 21.05.24 14 0 12쪽
14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6) 21.05.19 21 0 15쪽
13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5) 21.05.15 17 0 12쪽
12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4) 21.05.12 18 0 13쪽
11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3) 21.05.10 23 0 16쪽
10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2) 21.05.10 22 0 12쪽
9 Ep.2-천년왕국 크리티아스(1) 21.05.10 45 0 13쪽
8 Ep.1-웨이브 디펜스(END) 21.05.10 41 0 13쪽
7 Ep.1-웨이브 디펜스(6) 21.04.30 68 0 12쪽
6 Ep.1-웨이브 디펜스(5) 21.04.28 62 0 14쪽
5 Ep.1-웨이브 디펜스(4) 21.04.26 70 0 12쪽
4 Ep.1-웨이브 디펜스(3) 21.04.23 72 0 13쪽
3 Ep.1-웨이브 디펜스(2) 21.04.21 81 0 14쪽
2 Ep.1-웨이브 디펜스(1) +2 21.04.19 116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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