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니 천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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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안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4.19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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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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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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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윤으로 (1)

DUMMY

“안 좋은 이야기는 대부분 들어간 것 같은데?”


HJ 엔터의 허름한 지하 연습실에 모여 있는 도윤을 제외한 비트원 멤버들. 그들은 연습실 가운데 옹기종기 모여 각자 핸드폰 화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응. 확실히 어제 무대가 도움이 된 것 같아.”

“태오 선배님이 올려준 사진도 확실히 효과가 있는 것 같고.”


아이돌 커뮤니티에서 도윤의 여론을 살피는 것이 그들의 일상이 된 지 오래. 그들은 비트원으로 활동할 때보다도 더 열성적으로 여러 커뮤니티를 돌아다녔다. 그들에게 도윤의 일은 곧 자기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근데, 태오 선배가 진짜로 도윤 형한테 형이라고 부르는 건가?”


유심히 태오의 SNS 계정을 살피던 비트원의 서브 보컬, 준수의 목소리였다. 허름한 연습실에 잠시 침묵이 찾아왔다. 모두 저마다의 생각에 빠져든 탓이었다. 이내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서브 래퍼 가람이었다.


“도윤 형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 말에 모두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도윤은 자신들과 서너 살 차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어른스러운 면이 있었다. 연습생 시절 때는 물론이고, 최근 들어 더욱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뭔가 사람이 좀 변한 것 같다고 해야 할까? 그 변화의 방향이 긍정적이긴 하지만 말이다.


“어찌 됐든, 조작돌이라느니 그런 이야기가 더 이상 안 나오는 게 중요한 거지.”

“맞아···, 확실히 그렇긴 한데···.”


지원이 이야기의 요점을 집자, 가람이 말을 늘였다. 안 그래도 낮게 울리는 목소리를 지닌 가람이 말을 늘이니, 한순간에 분위기가 축- 처지고 만다. 지원은 가람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렇긴 한데?”

“···뭔가, 요 며칠 사이 도윤 형이랑 이야기를 많이 못 했던 것 같지 않아?”


질문과는 동떨어진 대답이긴 해도, 가람의 의도는 어렵지 않게 읽혔다. 사실, 요 며칠만의 일은 아니었다. 휴가 기간 도중 덜컥 결정되었던 도윤의 <빗더돌> 출연. 모두가 기쁜 마음으로 도윤을 응원하고는 있었지만, 예전보다 도윤과의 거리가 생기는 것도 부정할 수 없었다.


특히, 파트너 게릴라 콘서트를 준비하는 동안은 그 거리가 더 벌어졌었다. 도윤이 온종일 태오의 소속사 연습실에 가 있는 탓이었다. 단순히 물리적인 거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닌 척해도, 지원을 비롯한 멤버들의 마음속엔 진한 아쉬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백댄서라도 좋으니까, 우리도 같이 무대에 설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질투나 부러움이 아닌 아쉬움. 그들과 도윤 간의 유대가 강한 만큼, 좋은 경험을 함께 나누지 못한다는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었다.


“······.”


지원 역시 너튜브나 아이돌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도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아쉬움을 느끼고 있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빗더돌>은 마지막이 아니잖아. 이제 간신히 출발점에 선 건데, 다들 뭘 그렇게 아쉬워해!? 설마···, 도윤 형이 <빗더돌> 끝나고 우리랑 같이 활동 안 할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지?”


다른 무엇보다도 지원은 도윤을 믿었다. 연습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도윤은 언제나 비트원의 중심이었고, 정신적 지주였다. 그런 도윤이 약속하지 않았던가. <빗더돌> 우승을 거머쥐고 돌아오겠다고.


활기차고 장난스러운 지원의 목소리에, 멤버들이 슬쩍 입꼬리를 올린다.


“···야, 한지원! 우리 중에 도대체 누가 그런 생각을 하겠냐!?”

“맞아! 그냥 지금 같이하지 못하니까 아쉽다는 거 아냐!”

“크크크. 요거, 요거! 며칠 더 도윤 형이랑 붙어 있었다고, 도윤 형 흉내라도 내는 거냐? 막내가 어른스러운 척하니까 막 소름이 다 돋네. 으으.”


“아, 아니···. 형들이 계속 쓸데없는 소리만 하고 있으니까 그러지!”


연습실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왁자지껄해졌다. 막내인 지원을 놀리는 세 멤버와 그 협공에 맞서는 지원. 그 결과는 너무나도 뻔했다.


“아, 그만, 그만! 언제까지 떠들고 있으려고 그래! 연습실에 나왔으면 연습이나 시작하자고!”

“크크크. 암. 당연히 그래야죠, 막내님!”

“으으으-.”


지원은 자신의 핸드폰을 들고 벌떡 일어나 연습실 구석의 블루투스 스피커로 향했다. 오늘 하루 아주 빡센 연습 루틴을 잡으리라 생각한 지원의 표정은 투지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끼익-.


그때, 허름한 연습실의 문이 열렸다.


“아, 아직 연습 시작 안 했구나?”

“어? 도윤 형? 오늘 쉰다고 하지 않았어?”


도윤을 팔을 붕붕 돌리며 연습실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음, 그러려고 했는데···. 어째 몸도 좀 찌뿌둥하고, 너희들이 다 연습하러 나갔는데 나 혼자만 집에 있기도 좀 그렇더라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멤버들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번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 같이 연습 안 한 지 꽤 됐잖아. 또 다 같이 활동하려면, 미리미리 좀 맞춰놔야 하지 않겠어?”


“···당연히 그래야지!”

“역시, 하루라도 연습을 쉬면 도윤 형이 아니라니까?”

“지원아! 아직 연습곡 못 골랐냐? 빨리 좀 골라 봐. 몸이 근질근질하니까.”


강렬한 투지로 불타오르던 지원 역시, 어느새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미소는 이내, 장난기 가득한 웃음으로 변했다.


“크흠. 그럼, 오늘은 특별히 도윤 형에게 선곡을 맡겨볼까?”


순간, 도윤과 지원을 제외한 세 멤버의 안색이 급변했다.


“아, 아니. 잠깐만. 굳이 도윤 형한테 선곡을 맡길 필요는···”

“그래! 괜히 또 무리하다가 도윤 형 촬영에 무리가 가면 안 되니까···.”

“크···크크, 지원아. 재미없으니까 장난 그만치고 얼른 연습곡 골라, 응? 빨리!”


그러나 지원은 성큼성큼 연습실 중앙으로 되돌아와, 도윤에게 자신의 핸드폰을 건넸다. 그 핸드폰을 받아 든 도윤의 얼굴에는 해맑은 미소가 걸렸다.


“오오-, 좋아! 이렇게 된 거, 오늘 <빗더돌> 3화 본방하기 전까지 열심히 연습해 보자! 내가 돌아가면서 치킨 사 줄 테니까, 다들 이제 얼른 일어나!”


···그날 저녁. HJ 엔터의 허름한 지하 연습실을 빠져나오는 준수, 가람, 재범은, 마치 모든 생기를 잃은 좀비와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



지난주, <빗더돌> 2화가 끝난 뒤 풀렸던 떡밥은 총 두 가지였다. 하나는 2차 경연 중간 점검 프리뷰, 그리고 다른 하나는 파트너 게릴라 콘서트.


이 두 가지의 대형 떡밥은 각종 아이돌 커뮤니티에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으며, <빗더돌> 3화에 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었다.


그 기대감의 주요 원인은 바로 참가자들 간의 케미. 두 떡밥을 통해 드러난 2차 경연 파트너 간의 케미가 시청자들의 덕심을 아주 제대로 자극했던 것이다.


그러니, 본격적인 2차 경연의 내용을 담은 3화에 관한 기대감이 커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고.


3화 본방이 끝난 순간, <빗더돌> 공식 홈페이지를 비롯한 여러 커뮤니티가 터져나간 것 역시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흐음, 예상대로의 반응이긴 하네요.”


덤덤한 나유나의 목소리에 유한열이 작게 웃는다.


“지금까지 <빗더돌>은 큐넷 방송치곤 너무 착한 편집이었으니까.”

“그렇긴 했죠.”


본래 큐넷은 악마의 편집으로 악명이 높은 방송사였다. 있지도 않은 다툼을 편집으로 교묘하게 만들어 낸다든지. 음 이탈 같은 실수를 몇 번이고 반복 재생하는 편집을 한다든지. 시청률과 화제성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방송사.


그게 바로 대다수 시청자의 머릿속에 각인된 큐넷의 이미지였다. 하지만, 그런 큐넷에도 지켜야 할 선은 있는 법.


“<빗더돌>이니까 이 정도에서 그친 거지. <아이돌 프로듀싱>같은 프로그램이었다면, 매화마다 악마의 편집이 들어갔을 거야.”


출연자 대다수가 막강한 팬덤을 지닌 <빗더돌>은 악명 높은 큐넷 조차 조심스러운 편집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그렇긴 하죠.”

“그러니까, 나 작가도 자기가 만들어 낸 결과에 좀 더 자부심을 가져도 돼.”


유한열의 말에 나유나가 웃기지도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흥. 제가 만들어 낸 결과라고 하기엔 딱히 제가 한 게 별로 없는데요, 뭐.”

“하하, 3화의 편집구성안을 쓴 게 나 작가인데, 한 게 별로 없다니?”

“그것도 결국, 도윤 씨하고 태오 씨가 없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거예요.”


<빗더돌> 3화에 적용된 편집. 그것은 쉽게 말해 ‘절단 신공’이었다. 본래 한화에 들어갔어야 할 도윤과 태오의 무대를 각각 3화와 4화에 나누어 배치하는 것.


중간 점검 프리뷰 영상과 파트너 게릴라 콘서트를 통해 폭발적인 케미를 만들어 낸 두 사람이 있었기에 의미가 있는 편집이었다.


“···음. 그건 확실히 부정할 수가 없네. 두 사람이 유독 좋은 모습을 보여줬었으니까.”


유한열이 도윤과 태오를 칭찬하고 나서야, 나유냐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중간 점검 프리뷰도 그렇지만···, 게릴라 콘서트는 정말 엄청났었죠.”


이미 두 사람이 무엇을 준비했는지 알고 있었던 그녀조차 놀랄 수밖에 없었던 퍼포먼스. 그것은 홍대의 야외무대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던 수많은 관객 모두의 말을 잃게 했었다.


유한열은 나유나의 모니터에 떠오른 커뮤니티 게시글들을 보며 답했다.


“그래, 그 덕분에 여론도 한순간에 뒤집혔고 말이야.”


<빗더돌> 3화가 방영된 지금. 도윤의 1차 경연 투표 조작에 관해 이야기를 꺼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논란이 발생한 지 채 1주일도 되기 전에 완벽하게 사그라든 것이다.


대부분의 조작 논란이 프로그램이 끝난 이후에도 당사자에게 꼬리표처럼 붙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나유나가 뿌듯한 미소를 지우지 못한 채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냥 여론이 뒤집히기만 한 것도 아니죠.”


도윤의 조작 논란은 단순히 <빗더돌> 내부에서만 화제가 되었던 게 아니었다. 논란의 힘을 키우는 가장 쉬운 방법이 공론화인 만큼, 도윤의 조작을 주장하는 무리 역시 빠르게 사건을 공론화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공론화 덕분에, 조작이 거짓으로 밝혀진 지금 도윤에겐 오히려 역대급의 팬 유입이 발생하고 있었다. 각종 커뮤니티에 업로드되는 도윤 입덕 인증 글. 나유나는 그 게시글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역시, 유 피디님 말이 맞았네요. 저희는 저희에게 주어진 일만 잘하면 되는 거예요.”

“그럼 역시, 나 작가도 지금 자기가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거지?”

“하아, 그래요. 그렇다고 할게요, 그냥.”

“그래. 그럼, 일 잘하는 나 작가에게 다음 일을 맡길 때가 됐군.”


유한열은 자신이 들고 있던 태블릿 PC를 나유나에게 건넸고. 그 태블릿 PC에 담긴 기획안을 확인한 나유나의 표정은 미묘하게 변했다.


“···이거 진심이세요, 피디님?”

“당연하지. 참가자들이 이렇게 예상외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만큼, 우리도 예상외의 뭔가를 보여줘야 할 때 아니겠어?”

“하지만···, 이건 너무 공정하지 못한 경쟁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걱정스러운 말투로 이야길 꺼내면서도, 나유나의 얼굴엔 옅은 기대감이 번져있었다. 그 기대감을 확인한 유한열은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하하, 애초에 팬덤 경쟁을 기반으로 기획한 <빗더돌>에 공정함을 이야기하기엔 많이 늦은 것 같은데, 나 작가?”

“···확실히 그렇긴 하네요. 그럼 이걸 기반으로 3차 경연을 조금 수정할게요.”

“그래. 이번에도 잘 좀 부탁할게.”


유한열이 돌아간 뒤. 키보드 위에 놓인 나유나의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퇴근할 시간을 훌쩍 넘긴 상황이었지만, 야근이야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그녀였다.


‘···3차 경연을 보러온 시청자 평가단에게 좋은 무대를 보여줄 수 있겠어.’


기분 좋은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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