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한 선택 : 오늘도 명화는 눈을 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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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희망의가위
작품등록일 :
2021.04.20 22:52
최근연재일 :
2021.06.0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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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7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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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너와 함께라면 (2)

DUMMY

그 다음 날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평상시와 다름 없이 수업을 받고 있었다,


큰 아빠가 일은 잘하셨대? 그런 건 물어보지 않았다. 그 일을 잊고 있었기에.


점심 시간. 식사를 마친 뒤 은영이가 나를 불러 교정으로 나왔다. 그제야 어제 일이 떠올랐다.


우리는 매점에서 종이 팩에 담긴 주스를 하나씩 사서 벤치에 앉는다.


은영이는 잠시 말없이 자신의 휴대폰을 이리저리 만지더니 내 눈앞에 들이밀었다.


영문도 모른 채 일단 화면에 시선을 보내고 보니 인터넷 뉴스가 하나 떠 있었다.




O일 오후 9시 40분쯤 서울 A동에 있는 연립주택 2층에서 가스 폭발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학생 4명이 숨졌다.


불길은 50분 만에 진압되었고, 인근 주택으로 옮겨붙지는 않았지만 2층에서 자고 있었던 4명의 학생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신원 확인 결과 4명 모두 같은 학교의 학생으로 확인되었으며 해당 세대는 희생자인 임모(17)군의 집이었다.


부모님이 집을 비운 사이에 친구들을 불러서 놀던 도중 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경찰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이다.




[민호] 이거 혹시···.


이 네 명이 그놈들을 가리키는 건가?


어제 은영이가 큰 아빠가 움직일 거라고 했었고, 만약 그놈들이 아니라면 지금 내게 이 기사를 보여줄 이유가 없다.


차마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지만, 은영이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이해한 것 같았다.


[은영] 맞아.


빙긋이 웃는 은영이를 보고 하마터면 휴대폰을 떨어트릴 뻔했다.


복수해달라고는 했지만, 설마 모두 죽일 줄이야. 소름이 끼쳤다.


[민호] 죽일 필요까진 없었잖아?


내 말을 들은 은영이는 표정이 싹 변한다.


[은영] 뭐?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어?


[은영] 그 녀석들은 죽어도 싼 녀석들이잖아?


[민호] 그렇긴 해도 정말로 죽인다는 건 너무 지나쳐.


[은영] 웃겨! 그럼 넌 회초리로 때려 주기라도 바랐던 거야?


[은영] 아니면 말로 잘 타일러 자수라도 시킬 거라고 생각했어?


[민호] 그건···아니지만.


은영이는 내 태도가 기가 막힌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은영] 정신 차려. 그런 녀석들은 뭘 해도 절대로 반성하지 않아.


[은영] 명화는 죽을 뻔했어. 살인이나 마찬가지인 짓이야.


[은영] 그렇지만, 경찰에 잡혔다면 어떻게 됐을 것 같아?


[은영] 단순한 강간에 미성년자니까 기껏해야 소년원 2년이면 나오게 될걸?


[은영] 범인을 잡아 법의 심판을 받게 한다? 겨우 그 정도로 만족할 거야?


[민호] 그래도 이런 짓을 해서야 그놈들이랑 다를 바가 없어.


내 대답에 은영이는 코웃음을 내쉬며 말한다.


[은영] 당연하지! 똑같이 돌려줘야 하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평생 몰라.


[은영] 너도 실은 예상하고 있었던 거 아니니?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은영] 알고 있었으면서 이제 와서 착한 척하는 거 아니야?


[은영] 나중에 운이 없어 경찰에 잡혔을 때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이걸 바라고 부탁한 게 아니었다. 알았다면 틀림없이 말렸을 것이다!> 그렇게 변명할 생각인 건 아니야?


[민호] ······.


은영이의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럴지도 모른다.


사실 지금까지 은영이한테 과연 큰 아버지가 어떤 식으로 복수를 할 지에 대해 단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다.


궁금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물어보는 걸 잊은 게 아니다. 안 물어본 것이다.


아는 게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은영이가 말한 대로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 나한테는 책임이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던 걸 수도 있다.


비겁하게.


그렇지 않았다면 왜 물어보지 않았지?


착잡한 마음으로 입을 다물고 있으니 은영이가 이번에는 한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은영]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나쁜 짓을 한 사람이 벌을 받은 것뿐이야.


[은영] 그런 당연한 일이 이 사회에서 너무 지켜지질 않으니 당연한 건데도 이상하다고 느끼는 거야.


그렇게 들으니 또 맞는 말 같기는 하지만···.


그래. 이미 일어난 일이니 어쩌겠어.


은영이도 나와 명화를 위해 애쓴 것뿐인데. 나무라는 건 너무 가혹하다.


이 일이 잘된 일인지, 잘못된 일인지는 지금 바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아무튼 지금 이 자리에서 은영이를 더 이상 나무라진 말자.


[민호] 가스 폭발은 어떤 식으로 일으킨 거야?


[은영] 모르지. 그것까진 안 물어봤으니까. 알려주지도 않겠지만.


[민호] 그런 거 잘못 조작하면 누군가가 고의로 한 거라고 들킬 수도 있을 텐데···.


[은영] 괜찮아. 그런 쪽에선 프로들이니까.


은영이는 자신 있는 태도로 말한다.


나로서는 솔직히 조금 불안했다.


그 조직이 단순한 깡패 집단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실제 조폭이라도 <프로>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살인을 많이 저지르진 않을 것이다.


미성년자가 네 명이나 죽었으니 당연히 수사도 철저히 이루어질 터. 과연 사고가 아니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고 넘어갈 수 있을지.


[은영] 그리고 누가 조작한 거라고 의심한다고 해도 큰 아빠네가 했을 거라곤 어떻게 알겠어?


[은영] 원래 알던 사이도 아닌데 그럴 이유가 없잖아.


[은영] 그냥 질 나쁜 고등학생이랑 조직 폭력배가 얽힐 일이 어디 있어? 아마 걔들 평소 원한관계부터 조사할걸?


[은영] 같은 학교에 다니는 우리라면 의심받을 수도 있겠지만, 어제 행방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고.


[민호] 하긴. 그것도 그렇네.


분명히 은영이가 말한 대로였다.


그런데 왜 계속 불안함이 남아 있는 걸까? 역시 살인이라는 특수한 경험 때문에 불안한 걸까?


[은영] 그러니까 좀 웃어. 그렇게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지만 말고.


[민호] 그래. 알았어.


아무리 그래도 너무 충격적인 일이라 웃음이 나오진 않았다.


[민호] 오늘 병원에 가 봐야겠어. 명화에게 알려주러 가야지.


그러자 은영이가 정색을 하며 반대했다.


[은영] 안 돼. 그만두는 게 좋아.


[민호] 왜?


[은영] 지금 우리는 그 가스 폭발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되어야 해.


[은영] 평소와 똑같이 행동해야지, 필요 없는 짓을 했다간 의심받을 수 있어.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물론 동생의 병문안을 가는 것 자체는 특이한 일이 아니지만, 사실 요즘에는 병문안을 가는 빈도가 2~3일에 한 번 정도로 줄어들었으니까.


특별한 일도 없는데 2일 연속으로 가는 건 조금 <이상한> 일이다.


지나치게 생각하는 걸 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선 조금이라도 특이하게 보일 행동은 피해야 한다.


[은영] 그리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명화가 잠들어 있다고 해도 이 사실에 대해 말하면 안 돼.


[은영] 누군가 엿들을 수도 있을 테니까.


[민호] 걱정 마. 그야 당연하지. 정말로 말로 하겠다는 게 아니야.


[은영] 그럼 다행이고.


은영이는 남은 주스를 빨대로 쭈욱 빨아들이고는 종이 팩을 납작하게 짓누른다.


[은영] 아직 학교에는 소문이 퍼지지 않은 모양이야. 1학년 애들은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은영] 우리 반에까지 소문이 퍼지기 전에는 인터넷으로 괜히 검색해보지 않은 게 좋겠어.


[민호] 하긴, 검색 기록 같은 게 남을 수도 있으니까.


[은영] 소문이 퍼져도 인터넷 기사 같은 거 너무 열심히 찾아다니지 마. 그런 것도 조심해야 할 테니까.


[민호] 알았어.


은영이가 놀랄 만큼 상세하게 지시하는 걸 보고 있으면 이미 몇 번이고 경험했던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오싹해진다.


지나친 생각일 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나도 남아 있는 주스를 입속에 밀어 넣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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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 죄와 벌 (11) 21.06.02 20 1 8쪽
43 4. 죄와 벌 (10) 21.06.02 20 1 7쪽
42 4. 죄와 벌 (9) 21.05.31 24 1 7쪽
41 4. 죄와 벌 (8) 21.05.30 19 1 8쪽
40 4. 죄와 벌 (7) 21.05.29 20 1 8쪽
39 4. 죄와 벌 (6) 21.05.28 19 1 7쪽
38 4. 죄와 벌 (5) 21.05.28 21 1 9쪽
37 4. 죄와 벌 (4) 21.05.26 36 1 7쪽
36 4. 죄와 벌 (3) 21.05.25 31 1 8쪽
35 4. 죄와 벌 (2) 21.05.24 19 1 8쪽
34 4. 죄와 벌 (1) 21.05.23 29 1 8쪽
33 3. 명화가 눈을 뜨면 (3) 21.05.22 28 1 7쪽
32 3. 명화가 눈을 뜨면 (2) 21.05.21 30 1 7쪽
31 3. 명화가 눈을 뜨면 (1) 21.05.20 28 1 7쪽
30 2. 너와 함께라면 (4) 21.05.19 24 1 10쪽
29 2. 너와 함께라면 (3) 21.05.18 22 1 10쪽
» 2. 너와 함께라면 (2) 21.05.17 24 1 8쪽
27 2. 너와 함께라면 (1) 21.05.16 39 1 8쪽
26 1. 후회 (2) 21.05.15 22 1 11쪽
25 1. 후회 (1) +2 21.05.14 24 2 8쪽
24 5. 너를 위해서 (2) 21.05.13 31 1 8쪽
23 5. 너를 위해서 (1) 21.05.12 35 1 8쪽
22 22회 21.05.11 28 1 8쪽
21 21회 21.05.10 35 1 8쪽
20 20회 21.05.09 37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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