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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위한 선택 : 오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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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희망의가위
작품등록일 :
2021.04.20 22:52
최근연재일 :
2021.06.07 14:47
연재수 :
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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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6
추천수 :
52
글자수 :
164,961

작성
21.05.28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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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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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4. 죄와 벌 (5)

DUMMY

예상대로 그 기자는 다시 내 앞에 나타났다.


[기자] 오늘은 인터뷰를 할 마음이 들었나요?


다시 나타날 줄은 알았지만, 하루 만에 나타나다니···. 굉장히 널널한 모양이군. 다른 기사는 안 쓰는 건가?


내가 아무 말 하지 않고 그의 옆을 지나치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내 옆에 바싹 다가붙는다.


[기자] 왜 인터뷰를 안 하려는 건지 모르겠군요.


[기자] 자신이 결백하다면 말 못할 게 없을 텐데.


내가 침묵으로 일관하자 그는 내 입을 여는 것을 우선 목표로 정한 것 같았다.


[기자] 그 죽은 학생들 말이죠.


[기자] 매스컴에는 그냥 피살되었다고만 보도되었지만, 사실은 아주 처참하게 살해되었답니다.


[기자] 범인은 아마 굉장한 원한이 있었던 모양이에요.


[민호] ······.


그래. 굉장한 원한이 있었지.


아니. 생각하지 말자. 표정으로 드러날 수 있다.


[기자] 예를 들어 자기 동생이 그 애들한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는 착각을 하고선 굳게 믿고 있다든지 말이죠.


이 인간. 정말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거슬리는데.


[기자] 하긴, 그 성폭행 이야기도 진위는 불분명하지.


[기자] 어쩌면 자기도 즐겨놓고서 성폭행당했다고 써놓은 걸 수도 있으니까.


[기자] 아니면 유서 자체가 전부 망상일지도 모르고.


[민호] 헛소리하지 마, 당신.


무시해야만 했었지만, 그 말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민호] 아무것도 모르면서 생각 없이 떠들어대지 말라고.


[민호] 3류 기자 주제에 뭘 안다고 지껄이고 있어!


계속 쏟아내 버릴 뻔했지만, 간신히 참아냈다. 말을 많이 해서 좋아할 건 이 인간뿐이다.


내 말을 들은 그 인간은 마구 호들갑을 떨어댔다.


[기자] 오! 그렇게 째려보지 마. 무서워 죽겠네!


[기자] 눈을 보니 한 두세 명쯤 죽여본 것 같은데!?


[기자] 어때? 그 애들처럼 나도 죽일 거야?


이 자식이···.


이런 인간이 유명 신문의 기자라니. 이런 형편없는 인간이 쓰는 쓰레기 같은 기사들이 상당수의 국민들 뇌 속으로 여과 없이 들어간다는 말인가.


그런 생각을 하니 암담하기만 하다. 앞으로 신문 기사 따위 하나도 믿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다시 집으로 발을 향했다.


[기자] 이봐. 한 가지만 묻자고.


[기자] 흉기는 뭘 사용했지?


[기자] 망치? 도끼? 식칼?


[기자] 어디서 샀어? 찌를 때 기분은 어때?


그 인간은 더 이상 형식상의 존중조차 하지 않았다.


뉴스에서는 미성년 용의자들에게도 존댓말을 꼬박꼬박 쓰던데, 그건 카메라로 찍고 있을 때만이었나.


[민호] TV 보니까 수많은 사람들을 살해한 힘 있는 인간들한테는 마이크도 제대로 못 들이대더니.


[민호] 경찰 조사조차 받지 않은 나한테는 대단히 무례하게 나오는군.


[민호] 당신네 기자들은 힘없는 개인에게만 강한가 보지?


[기자] 하하! 그야 당연하잖아!


[기자] 그런 놈들 잘 못 건드렸다간 고소당할 수도 있고 보복당할 수도 있다고!


[기자] 그리고 독자들도 <힘있는 사람들은 부당한 짓을 어느 정도 하는 게 당연하다. 나와 관련 있는 일만 아니면 된다.> 라는 멍청한 생각들을 하고 있단 말이야.


[기자] 그러니 그런 것보다 흥미진진한 살인 사건을 훨씬 더 재미있어한다고!


기가 막히는군. 그게 보도를 담당하는 사람이 할 소리란 말인가!


그 이후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녀석은 쉴새 없이 떠들어대며 나를 도발했지만, 나는 상대할 의욕조차 잃은 상태였다.


[기자] 오늘 저녁에 피해자들 가족하고 인터뷰하기로 약속했어.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 그자는 그렇게 말했다.


[기자] 그럼 그 이야기만 넣을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당연히 그쪽 중심의 기사가 써질 테고.


[기자] 독자들은 다 그 가족을 불쌍하다고 생각하겠지. 그래도 괜찮겠어?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오긴 했는데, 집에서 차분히 생각해보니 그 인간의 말이 어느 정도는 맞았다.


이대로 그 가족만 인터뷰를 하면 진실과는 별개로 그쪽이 동정을 사겠지.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나랑은 상관이 없다.


그 가족이 불쌍한 것과 내가 그놈들을 죽인 범인이라는 건 완전히 별개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기자 놈이 가만있진 않겠지.


실컷 그쪽이 불쌍하다는 이미지를 심은 후, <지금 여러 가지 사정을 안고 있는 소년 A가 있다.> 이런 식으로 끌고나가면 영락없이 나만 수상한 사람이 된다.


내가 인터뷰를 하지 않으면 마구 공격하겠지.


즉, 인터뷰를 하면 그 기자 뜻대로 되는 거고.


인터뷰를 하지 않아도 그 기자 뜻대로 되는 거다.


정말 짜증 나는 상황이군.


젠장. 그때 바보같이 신고 전화만 하지 않았어도!


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늦은 일이지만, 너무 안타까웠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 신고했던 것 외엔 특별한 증거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 기자도 끈질기게 달라붙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말실수라도 하길 바라는 거겠지.


그 남자의 목적은 나를 범인으로 몰아 감옥으로 보내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단지 <여동생의 복수를 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고등학생!>이라는 흥미로운 기사 타이틀을 필요로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


어느 쪽이든 내게 좋을 건 없다.


역시 인터뷰를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말실수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그 정도 증거만으로 인터뷰에 응한다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만약 내게서 먼지 하나 안 나왔다고 해도 그 인터뷰를 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용의자 A의 인터뷰>


이런 식으로 실린다면 처음부터 색안경을 쓰고 볼 수밖에 없다.


아무튼, 요즘 사람들은 그런 말에 한 번 혹하면 걷잡을 수 없이 폭주할 때가 있다.


<경찰에 재수사 요청이 빗발>


<신상 털기>


<사건이 커지자 대통령이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직접 나서서 경찰을 질타>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


지금까지 몇 번인가 있었던 이런 수순들이 진행된다면 그야말로 끔찍한 일이다.


확실하게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만한 무언가를 찾아낸다면 모를까, 그전에는 그와 섣불리 이야기해선 안 될 것이다.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다음 날 학교에 가자 먼저 와 있었던 승원이가 곧바로 나를 불렀다.


[승원] 너 불안해 할까 봐 얘기할까 말까 망설였는데.


[승원] 요즘 기자가 네 뒤를 캐고 다니는 것 같더라.


[민호] 뭐!? 그걸 어떻게 알았어?


[승원] 날 찾아왔었어. 너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더라.


소름이 확 끼쳤다.


단지 나만 뒤쫓아 다녔던 게 아니었단 말인가.


승원이가 내 친구라는 건 어떻게 알았을까? 내 교우 관계에 대해서도 조사를 한 건가?


아니면 그냥 같은 반 애들에게 마구잡이로 물어보고 다니는 중인가?


그렇더라도 문제다. 무작위로 조사했는데도 승원이가 대상에 들어간 거라면, 상당히 폭넓게 헤집고 다닌다는 말이니까.


[민호] OO 일보 기자였지?


[승원] 알고 있었냐?


[민호] 그래. 나한테도 왔었으니까.


[민호] 너한텐 뭘 물어봤어?


[승원] 그 1학년 애들이 죽었을 때 그 시간에 네가 뭘 하고 있었는지를 아는지, 최근에 갑자기 태도가 변하지는 않았는지 뭐 그런 것들.


[승원] 이런 말 하면 기분 나쁘겠지만. 그 인간 완전히 널 범인 취급하고 있더라.


[승원] 내 참. 기기 막혀서.


그야 그런 질문이 뭘 뜻하는 건지는 명백하다.


나는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지만, 혈압이 오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 인간. 이대로 둬선 안 되겠어.


[민호] 그래. 나한텐 내가 죽였냐고 대놓고 물어보더라.


[승원] 뭐 그런 아저씨가 다 있어?


[승원] 앞으로 OO 일보는 평생동안 절대 안 본다.


[민호] 너는 뭐라고 대답했었어?


[승원] 그냥 대충 아무렇게나 대답했어. 모른다. 알아도 말할 생각 없다. 뭐, 그렇게.


[승원] 너도 말려들지 않게 조심해. 그런 인간들은, 누가 범인이든 간에 상관없을 거야.


[승원] 자기 손으로 범인을 잡아냈다는 환상에 빠지고 싶은가 보지.


[민호] 그래. 알았어. 조심할게.


승원이는 내 친구니까 이렇게 말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나와 별로 친하지 않은 애라면 별 생각 없이 기자가 유도한 대로 대답해버릴지도 모른다.


젠장. 뭐라도 하나만 걸려라. 라고 생각하는 인간에게 조금이라도 정보가 들어갔다간···.


휴-. 이거야 원. 대체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넘길 수 있을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만큼 곤란한 상황은 처음이다.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면 파멸은 틀림없다. 빌어먹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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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 죄와 벌 (11) 21.06.02 7 1 8쪽
43 4. 죄와 벌 (10) 21.06.02 9 1 7쪽
42 4. 죄와 벌 (9) 21.05.31 10 1 7쪽
41 4. 죄와 벌 (8) 21.05.30 7 1 8쪽
40 4. 죄와 벌 (7) 21.05.29 8 1 8쪽
39 4. 죄와 벌 (6) 21.05.28 7 1 7쪽
» 4. 죄와 벌 (5) 21.05.28 9 1 9쪽
37 4. 죄와 벌 (4) 21.05.26 8 1 7쪽
36 4. 죄와 벌 (3) 21.05.25 10 1 8쪽
35 4. 죄와 벌 (2) 21.05.24 7 1 8쪽
34 4. 죄와 벌 (1) 21.05.23 8 1 8쪽
33 3. 명화가 눈을 뜨면 (3) 21.05.22 11 1 7쪽
32 3. 명화가 눈을 뜨면 (2) 21.05.21 11 1 7쪽
31 3. 명화가 눈을 뜨면 (1) 21.05.20 14 1 7쪽
30 2. 너와 함께라면 (4) 21.05.19 12 1 10쪽
29 2. 너와 함께라면 (3) 21.05.18 9 1 10쪽
28 2. 너와 함께라면 (2) 21.05.17 10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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