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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위한 선택 : 오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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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희망의가위
작품등록일 :
2021.04.20 22:52
최근연재일 :
2021.06.07 14:47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693
추천수 :
52
글자수 :
164,961

작성
21.05.28 19:24
조회
6
추천
1
글자
7쪽

4. 죄와 벌 (6)

DUMMY

그 남자가 다시 나타난 것은 그로부터 이틀 후였다.


얼굴이 보이지 않았던 이틀 동안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던 기분이 완전히 무너져버린다.


[기자] 오. 잘 지냈어?


나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으려 애쓰며 걸음을 서두른다.


그렇지만, 이런 인간의 말은 듣고 싶지 않은데도 꼭 들리기 마련이다.


[기자] 그렇게 긴장하지 마. 오늘은 금방 갈 테니까.


그는 히죽거리며 들고 있던 가방을 열고 안을 뒤적거린다.


[기자] 받아. 이것만 건네주려고 왔어.


그가 꺼낸 건 흰색 종이 다발이었는데 별로 받고 싶지도 않았다.


아무튼, 이 남자가 뭘 생각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냥 안 엮이는 게 가장 좋다.


내가 제대로 보지도 않고 지나쳐가자 그는 재빨리 설명한다.


[기자] 그 피해자 유가족들의 인터뷰랑 이것저것 정리해둔 거야. 너에 대해서도 적어놨고.


[기자] 이걸 요약해서 기사로 쓸 생각인데 아무래도 너한테 먼저 보여줘야 할 것 같아서.


[기자] 아마 네가 아는 사실이랑은 다른 부분도 있을 거야.


[기자] 유가족들인데 피해자들에게 나쁜 말을 할 리가 있겠어? 아무래도 진실을 그대로 말하지는 않았겠지.


[기자] 물론 내가 조사한 내용이 사실과 다를 수도 있고.


[기자] 그걸 그대로 실었을 때 나중에 사실과 다르다며 항의하지 말고 기사화되기 전에 미리 알려달라고.


[기자] 나중에 정정기사 내보내 봤자 사람들은 처음에 본 것만 믿어버리고 정정기사는 보지도 않으니까.


[민호] ······.


나는 일단 종이 묶음을 낚아챈다.


이 인간이 원하는 대로 끌려가는 건 분명히 기분 나쁜 일이지만, 그런 걸 따질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되었다.


일단 확인해둬야 한다. 이러다가 진짜로 나를 범인으로 몰아가는 기사가 만들어지면, 나는 제대로 항변하지도 못하고 범인으로 낙인 찍히고 만다.


그 남자도 내가 받아 들자 만족스러운 모양이었다.


그야 이 인간도 나중에 귀찮은 일이 생기는 것보다 지금 확실하게 해두고 싶겠지.


[기사] 다음 주 즘에 기사로 내보낼 생각인데, 내용에 문제가 있거나 할 말이 있다면 이쪽으로 연락줘.


그는 품속에서 명함을 하나 꺼내 내게 건넨다.


그것을 받으니 그도 더 이상은 볼일이 없다는 듯 휑하니 가버린다.


저 태도를 보아하니 분명히 내가 항의 전화를 할 거라고 믿고 있는 모양이군.


그렇다는 건 내게 있어 상당히 불만스러울 만한 글을 써놨다는 말이 된다.


쳇. 벌써부터 읽기가 싫어지는군.


일단 빨리 집에 가서 읽어봐야겠다. 읽어야 대책을 세우든 말든 하지.


제한 시간은 불과 며칠.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처음엔, 제대로 정리하지도 않아서 뒤죽박죽 나열된 인터뷰로 시작되었다.




[A군의 어머니] 정말 착한 아이였어요. 친구도 많았고.


[A군의 어머니] 커서 남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었는데 이렇게 될 줄은···. (눈시울을 붉힌다.)


[기자] 어머님. 혹시 A군이 다니는 학교에서 얼마 전에 같은 학년 여학생이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며 자살을 시도한 일은 알고 계십니까?


[A군의 어머니] (갑자기 왜 그걸 묻느냐는 듯 어리둥절한 태도로) 네. 아들이 다니는 학교 일이라 저도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기자] 그 여학생의 오빠가 A군을 포함한 죽은 4명의 학생들을 성폭행범이라며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다는 건 알고 계시나요?


[A군의 어머니] (깜짝 놀라며) 아니오! 전혀 몰랐어요. 그런 일이 있었나요?


[기자] 네. 물론 신고는 묵살되었지만 말이죠.


[A군의 어머니] (화가 난다는 듯) 왜 그랬을까요? 우리 애한테 무슨 원수라도 졌나 보죠?


[기자] 글쎄요. 아드님이 평소에 그런 말은 하지 않았나요?


[기자] 누군가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거나 자기한테 원한을 품고 있는 사람이 있다거나 하고 말이죠.


[A군의 어머니] (잠시 생각한 뒤) 글쎄요. 들어본 적이 없어요.


[A군의 어머니] 하지만, 우리한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서 말하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원래 그런 애니까요.


[기자] 그렇다면 평소에 그 학생이 아드님을 미워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군요.


[A군의 어머니] 그렇겠죠.


···중략.




[A군의 친구] (어두운 표정) 아직도 믿을 수가 없어요, 그 애가 죽었다는 게.


Q : A군은 평소에 어떤 학생이었는지?


[A군의 친구]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스스로 떠맡아서 하는 친구라서 인기가 많았어요.


[A군의 친구] 축구도 잘하고 무엇보다 어떤 상황에서도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애였어요.


Q : 누가 그랬는지 짐작되는 사람은?


[A군의 친구] (고개를 저으며) 없어요. 성격이 좋아서 애들한테 원한을 살 만한 애가 아니었으니까요.


[A군의 친구] 아마 정신병자가 그랬을 거에요. 적어도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그런 놈 없어요.


Q : A군에게 하고 싶은 말은?


[A군의 친구] (눈물을 글썽이며) 보고 싶다 A야. 천국에서도 건강히 지내길 바랄게.




Q : A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A군의 친구 2] 솔직히 공부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여기서 쓴웃음을 짓는다.), 힘든 일이 있어도 남보다 먼저 웃는 모범적인 학생이었어요.


[A군의 친구 2] 한 마디로 짱 멋있는 애였죠. 아마 걜 아는 애들은 다 좋아했을 거에요.




거기까지 읽은 나는 기사를 구겨 던져버린다.


[민호] 이런 XX X X같은 인터뷰는 뭐야!?


뭐?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떠맡아서 한다고?


웃기고 있네. 남들이 싫어할 일을 앞장서서 하는 거겠지.


천국에서 지내? 지옥에서 떠돌고 있겠지!


A군이 그 네 놈 중 어떤 새끼를 가리키는 건지는 몰라도 이런 설명에 어울리는 놈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런 지저분한 범죄자를 이딴 식으로 미화하는 걸 보니 구토가 치민다.


그리고 뭐? 모범적인 학생? 짱 멋있는 애?


고등학생이 무슨 이따위 표현을 써? 어느 나라 고등학생이야?


기자 놈이 맘대로 갖다 붙인 표현 아냐? 아니. 이 인터뷰 자체가 있지도 않았고 모조리 기자가 쓴 소설 아닌가?


모든 게 다 이상하다. 마치 짜고 친 것 같은 부자연스러운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화도 그렇고···.


마음이 가라앉을 때까지 한참이 걸렸다.


조금 진정이 된 뒤에 다음 기사를 읽었다.


이런 거지 같은 내용이 신문으로 나오면 끝장이니, 마음에 안 들어도 어느 정도는 읽어 두지 않으면 안 된다.


다음 것은 바로 나에 대한 메모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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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 죄와 벌 (9) 21.05.31 10 1 7쪽
41 4. 죄와 벌 (8) 21.05.30 7 1 8쪽
40 4. 죄와 벌 (7) 21.05.29 7 1 8쪽
» 4. 죄와 벌 (6) 21.05.28 7 1 7쪽
38 4. 죄와 벌 (5) 21.05.28 8 1 9쪽
37 4. 죄와 벌 (4) 21.05.26 7 1 7쪽
36 4. 죄와 벌 (3) 21.05.25 9 1 8쪽
35 4. 죄와 벌 (2) 21.05.24 7 1 8쪽
34 4. 죄와 벌 (1) 21.05.23 8 1 8쪽
33 3. 명화가 눈을 뜨면 (3) 21.05.22 10 1 7쪽
32 3. 명화가 눈을 뜨면 (2) 21.05.21 10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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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 너와 함께라면 (3) 21.05.18 9 1 10쪽
28 2. 너와 함께라면 (2) 21.05.17 10 1 8쪽
27 2. 너와 함께라면 (1) 21.05.16 19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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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회 21.05.11 15 1 8쪽
21 21회 21.05.10 13 1 8쪽
20 20회 21.05.09 15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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