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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천재 제작자는 탑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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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케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4.22 19:33
최근연재일 :
2021.05.04 19:05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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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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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2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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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메이커의 길 (2)

DUMMY

“보아하니 모두 모인 것 같군. 그럼 시작하도록 하지. 제작에 있어서 이론은 무척 중요하다. 각 소재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그걸 활용해서 어떻게 다룰지를 알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결과물을 얻을 수 없지.”


열 명도 채 되지 않는 얼굴들을 쭉 둘러본 그는 기초적인 소재 가공법에 대해 짧게 강의했다.


“눈빛들을 보아하니 대부분 이 정도는 이미 알고 있다는 눈치로군.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직접 경험해보는 건 또 다르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교관은 갑자기 앞에 놓인 목재를 이용해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저게 뭐지?”


누군가 의문을 던졌지만 남자는 대꾸하지 않고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손에 쥔 연장들이 몇 번씩 교체되는 것을 눈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


‘대단한데. 저게 바로 숙련된 제작자의 실력이군.’


얼마 지나지 않아 온전하게 완성된 형태를 본 사람들이 감탄을 내뱉었다.


“목재 칼자루인가?”

“저게 저렇게 빨리 만들어낼 수 있는 거였나. 보기보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인데······.”


들려오는 소리에도 눈 한번 깜빡이지 않은 장인이 곧 모두에게 선언했다.


“시범은 제대로 봤겠지. 그럼 이제부터 이 재료들로 똑같은 칼자루를 만들어라.”


그때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교관님. 그럼 하나만 만들면 되는 겁니까?”

“제한 시간을 1시간 줄 테니 최대한 많이 만들어봐.”

“네?”


교관은 그 말을 끝으로 교육장의 문을 닫고 나갔다.


“허,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야?”


주변의 반응이 영 좋지 않았다.

단순히 기초 전직을 위해서 잠깐 거쳐 가는 과정인데 이런 미션이 주어지니, 게임 속의 모험가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인가 보다.


‘원래도 이런 퀘스트 방식 때문에 요슈아 유저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확연히 갈리는 편이었지.’


아무리 제작캐라지만 시작부터 이런 퀘스트는 너무하다는 의견 반, 노가다하는 맛으로 제작캐 키우니 이 정도는 당연하다는 의견도 반.

하지만 이 전직 퀘스트의 설계 의도부터가 앞으로 수도 없이 반복할 제작 시스템에 충분히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으니, 지금의 나에게 있어서도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뭐, 어쨌든 지금은 작업에 집중해야지. 껍질을 깎아내는 게 먼저였던가?’


제작대 옆에 산처럼 쌓여있는 나뭇가지 중 하나를 손에 들어보며 교관의 제작방식을 머릿속으로 되뇌어보았다.


‘그립감을 생각하면 약간 두께가 있는 편이 좋겠는데.’


적당한 것을 골라내 작업대 위에 반듯하게 올린 뒤 손잡이의 길이를 가늠해 톱으로 나무를 여러 등분으로 잘라냈다.

그대로 제작대 옆에 나란히 놓인 칼 하나를 약간 짧게 잡고 깎아내자 나무의 껍질이 한 면씩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이제 완전히 벗겨진 건가.’


하얗게 변한 원목을 손에 쥐어보니 적당한 길이에 약간의 매끄러움이 추가된 원목이 잡혔다.

그대로 윗부분의 정중앙 위치를 가늠한 뒤 다시 반으로 갈랐다.


‘칼날이 들어갈 부분을 생각하면······. 이 정도면 되겠다.’


목재 위에 대략적인 모양을 그려 넣은 뒤 교관의 작업방식에 따라서 조각칼을 꺼내 속을 파내기 시작했다.


‘조각칼이라. 몇 년 만이지? 내가 이걸 다시 드는 날이 올 줄이야.’


내 인생에 조각칼이라면 급식 먹던 시절 미술 시간에 판화 그리기를 할 때나 썼던 것 외에는 좀 처럼 다룰 기회가 없었던 일이다.

손재주가 좋다는 말은 종종 들어왔지만 먹고 사는 일은 키보드 두드리는 일이다 보니 어른이 되고 나서는 한 번도 찾아 써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도구 다루는 게 서툰데다 계속 한 자리만 파려니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네. 그래도 딱 하나 내가 자신 있는 게 있지.’


다른 건 몰라도, 밥벌이로 코딩을 하면서 문제가 풀릴 때까지 달려드는 데에는 도가 텄다.

그러니까 이것도 똑같이 인내심을 가지고 하다 보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얼마 뒤.


[아이템 ‘목재 칼자루’ 제작 성공]


첫 번째 칼자루의 제작이 끝났다.


“후.”


쉽지는 않았지만, 막상 제작에 성공하고 나니 금방 다음 걸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다 되면 알아서 이야기해 주겠지. 일단 계속하자.’


두 번째 작업을 시작하니 아까보다는 수월한 느낌이 들었다.

아까 했던 단순 작업에 점차 요령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윽.”


물론 중간에 손가락이 좀 베이기도 했지만, 잠깐 숨을 돌린 뒤 바로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는 과정까지 거치자 두 개의 조각을 하나로 합쳐 단단히 고정하는 일은 금방 마무리할 수 있었다.

제작 성공을 알리는 메시지가 눈앞에 나타났으나 무시한 채 바로 새로운 칼자루를 만들기 위해 잘라둔 목재에 손을 가져다 댔다.


“젠장, 이건 왜 이렇게 안 파이는 거야?”

“껍질 깎다 시간 다 가겠다. 날이 무뎌지니까 잘 되지도 않아. 답답해 미치겠네.”


사방에서 들려오는 짧은 욕설과 탄식을 배경음악 삼아 흘려들으며 오직 칼자루를 만드는 데에만 몰두했다.

그렇게 완성품을 몇 개쯤 더 만들었을 때.


[아이템 ‘목재 칼자루’ 제작 성공]

[아이템 ‘목재 칼자루’······.]


똑같은 안내가 반복해서 쌓여있는 메시지들 사이로 새로운 텍스트가 나타났다.


‘벌써 이 스킬이 열렸다고?’


나는 다음 목재를 고르던 손을 잠시 멈추고 눈으로 메시지를 읽어내렸다.


[스킬 ‘집중 제작(Lv.1)’ 습득]


*


<아스테리아 사가>의 주인공 캐릭터들은 기본적으로 각자의 고유한 스킬 트리를 가지고 있으나 그 스킬을 획득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전직 시에 주어지는 기본 스킬 트리에 따라 AP를 소모하여 습득하는 방법.

다만 이 경우에는 소모되는 AP가 많아 초반에는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두 번째는 간혹 탑의 공략이나 퀘스트의 보상으로 주어지는 스킬 북을 통해 얻는 방법.

또는 마스터 자격을 갖춘 NPC에게 지속적인 가르침을 받는 방법도 있으나, 이 경우엔 해당 NPC와 관련된 퀘스트를 깨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불했을 때만 가능했다.


마지막 방법은 획득할 스킬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환경에 노출된 상태에서 랜덤한 확률로 일정한 숙련도를 쌓아 자연 습득 하는 것.


서걱! 서걱!


이런 시스템은 내가 빙의한 요슈아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 나는 마지막 방법에 의해 새로운 스킬을 얻을 수 있었다.


‘제대로 숙련도가 쌓이려면 원래 한참은 더 있어야 했을 텐데. 운이 좋았네.’


나는 톱으로 나뭇가지를 빠르게 절단하는데 완전히 몰두한 채로 작업을 이어갔다.


“······간이 얼마 남지 않았······”

“············해서는 할 수가······”


조금 전까지 무의식적으로 흘려듣던 말소리들은 이제 더이상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반복되는 작업에 요령이 붙을 무렵 스킬이 발동하면서 속도도 배로 늘게 되었다.


‘이쪽을 좀 더 매끄럽게 만드는 게 좋겠어.’


몇 번째인지도 모를 목재 칼자루가 막 완성을 앞두고 있을 무렵 그 집중은 최고조에 올라 나는 거의 무아지경의 상태에 빠졌다.


“······됐다.”


탁!


완성된 칼자루가 먼저 쌓여있던 것 위로 놓이면서 마찰음을 냈다.


끼이익!


그리고 동시에 앞문이 열리며 교관이 돌아왔다.


“제한 시간이 끝났다! 동작 멈추고 손은 제작대 아래로 내리도록.”


연륜과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제작자의 지시에 눈치를 보며 마지막 마무리를 하려던 앞 사람이 급히 손을 내렸다.


“다들 얼마나 만들었는지 볼까.”


그는 맨 앞에 놓인 작업대를 시작으로 천천히 작업장 안을 돌며 완성품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교관의 발소리만 들릴 만큼 조용해진 실내.

예비 제작자들은 경쟁자들이 만들어낸 결과물과 자신의 것을 비교해보려는 듯 각자 눈을 굴려 가며 작은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내가 목재를 몇 개나 썼더라? 중간부턴 개수를 세지도 않고 만들었던 것 같은데.’


그제야 나도 스스로가 제작한 칼자루가 몇 개나 되는지.

또 완성품이 어떻게 보이는지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대로 고개를 돌려 한쪽에 쌓아둔 완성품들을 보려는데, 작업대 위로 그림자가 졌다.


“우선 개수부터 확인해볼까.”


그대로 고개를 들자 내 옆으로 다가온 제작자가 직접 손을 뻗어 쌓여있는 칼자루를 치워내며 하나씩 수를 세기 시작했다.


“······23······24개. 완성품의 수만 따지자면 자네가 가장 많이 만들었구만.”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서로를 탐색하고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맨 뒷줄로 옮겨졌다.


“뭐? 20개가 넘었다고?”

“그, 그게 가능한 일이야? 10개만 만들어도 엄청 빠른 걸 텐데······.”

“무조건 빨리 만들기만 한다고 되겠어? 대충 나무만 잘라서 다 했다고 내놓으면 나도 20개가 아니라 40개까지도 만들 수 있다고.”


조금 전까지 조용하기만 했던 주변이 웅성거리는 소리로 점차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옆에 선 제작자는 그것을 제지하지 않고 가만히 침묵을 지켰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한동안 같은 자세를 유지한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있던 그는 조금 전에 개수를 세면서 옆으로 치워놓은 칼자루 중 하나를 들고 자신의 눈앞으로 가져갔다.


‘초반에 완성한 몇 개 외엔 완성된 물건을 자세히 살펴본 적 없는 것 같네. 바로 계속해서 다음 나무를 다듬기만 했어······. 뒤에 만들었던 건 제대로 만들어졌으려나?’


내게 주어진 과제는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칼자루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그러니 만듦새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문제가 되지는 않을 터였다.


하지만,


‘확실히 아무리 아이템을 빨리 제작한다고 하더라도 결과가 형편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지. 이번엔 빨리 만드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서 그 사실을 놓쳐버렸어.’


처음 접해본 제작의 즐거움에 빠져 깊은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결과물을 노련한 제작자 앞에 내보이게 되니 기분이 영 불편했다.


‘어설픈 완성품을 내보인다는 게 이렇게나 신경쓰이는 일이었구나.’


어쩌면 누구라도 달갑지 않을 일이었다.

그의 입에서 어떤 평가가 나올지에 대한 기대감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머릿속에 긴장감이 퍼졌다.


“······.”


하지만 잠시 기다린 후에도 그에게서는 어떤 말도 들려오지 않자 나는 그대로 제작대를 바라보던 눈을 돌려 그의 표정을 살폈다.

그의 눈빛은 어째서인지 알 수 없는 감상을 담고 있었다.


그것에서 느껴지는 어떤 직감이 막 형태를 만들어내려 할 때였다.


“자네가 만든 이 칼자루는 그냥 보기에도 아주 형편이 없구만.”


교관의 짧은 중얼거림에 저 멀리 떨어진 제작대로부터 짧은 비웃음이 들려왔다.

나는 그의 손끝이 가리키고 있는 완성품을 바라보았다.


‘저건, 제일 먼저 만들었던 칼자루구나.’


나무의 껍질을 벗겨내는 과정부터 마지막으로 표면을 다듬는 과정까지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다른 것보다 조금 더 어색하게 깎인 모습.

막 그것을 제대로 분석해보려는 찰나 교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하지만.”


그리고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조금 전부터 어렴풋이 느껴졌던 직감의 형태가 명확해짐을 느꼈다.


“제작을 반복하면서 눈에 띄게 발전하는 모습이 보여. 특히 이건 마무리가 아주 깔끔하군. 공을 들여 만들었다는 것이 느껴져. 초심자가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야.”


그의 눈은 아주 오래전의 과거를 떠올리듯이 아득하게 멀어져 있던 것이다.

교관은 내가 가장 마지막에 만들어낸 칼자루를 손에 쥐고 빛 아래에 비춰가며 만듦새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아.’


안도와 함께 초조했던 감정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대신한 뿌듯함이 고개를 들었다.


‘내가 만든 물건에 대해서 칭찬을 받는다는 건 이런 느낌이구나.’


집중해서 아이템을 제작할 때와는 또 다른 기쁨이 느껴졌다.

그 찰나의 순간을 마음껏 즐기고 있던 사이 교관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던 수강생들이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뭐하던 사람이지? 솜씨를 보니 처음 제작해본 사람 같아 보이진 않는데······. 어디 공방에 조수라도 되는 건가.”

“심지어 대부분 그럭저럭 괜찮은 수준으로 만들었잖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결과물이 나쁘지 않은가 본데.’


하지만 그보다 내 주의를 끈 것은, 이어진 교관의 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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