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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천재 제작자는 탑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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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씨케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4.22 19:33
최근연재일 :
2021.05.04 19:05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1,845
추천수 :
168
글자수 :
75,395

작성
21.04.23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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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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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아이템 공방

DUMMY

“······그렇군. 이게 얼마 만에 보는 재능인지. 자네는 제작자로서 좋은 소질이 있어. 가장 많은 완성품을 만들어낸 손재주도 그렇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제작 과정에서 조금씩 단점을 보완해나가는 인내와 끈기네.”


그게 있어야만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반면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손재주가 좋아도 늘 제자리걸음일 것이다.

기초 제작 과정이 끝나고 나는 그의 마지막 말을 반복해서 입 안에서 읊조리며 부지런히 자리를 정리했다.


‘이것들은 따로 보관해두자.’


작업 중에 여러 번 베여 너덜거리는 손으로 가장 처음과 끝에 만들어낸 칼자루 두 개를 동시에 챙겼다.

곧 나와 손의 상태가 크게 다르지 않은 모험가들이 먼저 작업장 밖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 곧장 그들의 행렬을 뒤따랐다.


“수고하셨습니다. 수료증은 안쪽에 동봉되어 있으니 확인해보세요.”


앞서 줄을 선 모험가들이 한 명씩 차례대로 서류 봉투를 받아 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후의 계획을 떠올렸다.


‘이후엔 곧장 그곳으로 가봐야겠어. 도시 구조가 좀 복잡하긴 하지만 게임에 구현된 것과 같으니까······. 중심가 쪽으로 가면 보일 것 같은데.’


그리고 막 내 차례가 다가왔을 때였다.


“요슈아님, 기초 제작 과정은 어떠셨나요?”


직원의 물음에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재미있었습니다.”


말 그대로였다.

초반에는 만들고 있는 칼자루의 개수를 세면서 남은 시간 동안 완성품을 몇 개나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초조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런 잡생각을 미뤄두고 오롯이 제작에만 집중하자 어느 순간부터 시간의 흐름을 까마득히 잊어버릴 만큼 온전히 그 과정 자체에 몰입하게 되었다.


‘이 정도로 어떤 일에 집중해본 건 정말 오랜만이었지.’


덕분에 빠르게 제작을 이어갈 수 있었고, 최우수 수료장을 받게 되었으니 이보다 만족스러울 수 없었다.

그럼 이젠 보상을 받아볼까.

나는 천천히 내 앞으로 내밀어지는 서류 봉투 쪽으로 곧장 손을 뻗었다.


[퀘스트 ‘메이커의 길’ 완료! 보상이 지급됩니다]

[클래스 ‘메이커’로 전직하였습니다]

[경험치 4160 획득]

[AP 100000 획득]


수료장을 받자마자 내 몸이 일순간 반짝이더니 전직이 완료되었다는 안내 메시지와 함께 클래스 설명 창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이미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니까 더 읽어 볼 것도 없지.’


바로 창을 닫고 나자 전직을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내 앞으로 또 다른 물건이 건네졌다.


“지금까지 이 과정을 수료하신 분 중에서도 한 손에 꼽히는 기록을 세우신 거 아세요? 교관님이 그렇게 즐거워 보이시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저한테 이걸 꼭 건네달라고 하시던데요.”


그것은 고급스러운 파란색 봉투였다.


‘혹시 보상이 바뀔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대로인가 본데.’


나는 그대로 봉투를 열고 안에 들어있는 것을 꺼내 보았다.

다른 것보다 현저히 짧은 크기의 카드가 눈에 보여 자세히 들여다보니 고급스러운 필체로 무언가 적혀있었다.


“그건 우수 수료를 한 모험가 중에서도 교관님이 선정한 특별한 분들에게만 드리는 추천장이에요. 그걸로 기본적인 실력을 인정받은 셈이죠.”


이 추천장은 게임에서 압도적인 성적으로 과정을 수료한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일종의 히든 보상이다.

막 그것을 받아들고 모험가 길드의 건물 밖으로 나선 나는 비죽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할 수 없었다.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리는데.’


우수한 성적을 거둔 덕분에 모험가 길드의 인장이 찍힌 추천서를 얻었다.

이건 모험가 길드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수도의 여러 공방에서 통용되는 일종의 프리패스 권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각 공방의 장인들에게 최소한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약간의 강제성을 가진 아이템이었다.

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있던 내겐 무척이나 값진 수확이었다.


‘좋아. 이제 이것만 있으면 일이 훨씬 쉬워지겠지.’


서류를 단단히 고쳐 잡은 뒤 그 길로 곧장 중심가로 향했다.

제국 수도의 정중앙이라서 그런지 얼마 전 큰 지진이 일어난 상황 속에서도 많은 인파가 몰려있었다.


그 속에 섞여 주변을 둘러보며 길을 찾아가던 도중, 멀리서부터 말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뭐지?’


나는 곧장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제국의 상징이 새겨진 제복을 입은 기사단원들과 신전의 성직자들이 어디론가 출정을 나서는 듯 기다란 대열을 이룬 채 나타나자, 도로를 걷던 사람들이 옆으로 밀려나면서 바다를 가르듯 둘로 나누어졌다.


“무슨 일이길래 저렇게 짐을 잔뜩 싣고 가는 거죠?”

“그거 못 들었어? 이번에 나타난 탑 주변이 출입 금지 구역으로 변했다고 하잖아. 땅이 불길한 색으로 변하고 있다나 뭐라나. 아마 거길 정찰하러 가는 모양인데.”

“아, 나도 술집에서 용병들이 떠드는 걸 들은 적 있네! 몬스터들도 전보다 사나워져서 길 가다 당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라고 하더라고.”

“지진도 그렇고 악재가 끊이질 않네. 대체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그러는 건지.”


귀에 꽂힌 사람들의 말소리를 뒤로 한 채로 막 그곳을 지나치려 할 때, 하얀 정복을 걸친 성직자들 사이로 기시감이 느껴지는 얼굴이 보였다.


‘······피네?’


거리가 먼데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세계에서 고귀함을 뜻하는 보라색 눈동자를 가진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눈처럼 하얀 백발의 머리칼까지.

훗날 나와 함께 탑을 오르게 될 성기사 피네임이 틀림없었다.


‘내가 빙의하기 직전에 지진이 일어났다고 했지. 피네가 나선 걸 보면 이쪽이 바로 첫 번째 선발대일 테고······. 신탁이 실행되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겠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전에 모든 준비를 마쳐야 한다.

곧장 발걸음을 옮겨 계속 나아가자 여러 크고 작은 아이템 공방들이 무리 지어 있는 상업 지구가 보였다.

나는 그 길에서도 한참을 더 가서야 줄곧 머릿속으로 떠올리던 그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이템 공방 섀넌]


매끄러운 금속판에 멋스럽게 새겨진 이계의 문자가 보인다.

공방의 안쪽에서는 한참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지붕에 달린 굴뚝으로부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굳게 닫힌 문 앞에 서자 새로운 알림이 나타났다.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나는 퀘스트 창을 호출해 천천히 스크롤을 내려가며 꼼꼼하게 내용을 확인했다.


[히든] 아키텍트의 공방


[목표]

아이템 공방 섀넌에 방문 1/1

대장장이에게 제련법을 배운다 0/1

연금술사에게 연금술을 배운다 0/1

룬 세공사에게 세공법을 배운다 0/1

루카스 섀넌에게 마도 제작법을 배운다 0/1


[보상]

AP 500000

EX 클래스 ‘아키텍트’ 전직 연계 퀘스트 해금


[개요]

당신은 궁극의 마도 제작 기술을 다루는 아키텍트 루카스 섀넌의 공방에 방문했다. 최고의 아이템 제작자들이 모인 이곳에서 가르침을 받을 수만 있다면, 새로운 힘을 다룰 수 있는 단서를 얻게 될 것이다.


이제 막 모험가에서 메이커로 1차 전직을 마친 참에 새로운 클래스를 노리는 건 빠른 감이 있어 보이겠지만, 여기에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

이게 바로 지난 일주일간의 고뇌 끝에 찾아낸 답이었으니까.


‘이대로 일반적인 전직 루트를 탔다간 초반 성장의 한계가 너무 명확해져.’


메이커의 상위 전직으로는 연금술사, 스미스 그리고 인첸터가 있지만, 그것들은 모두 한 가지 분야에 치중된 스킬 트리를 가지고 있었다.

탑을 제대로 등반하려면 장비를 제작하는 스미스의 능력뿐만 아니라 아이템을 강화하는 인첸트, 포션을 제작하는 연금술까지 모든 제작 기술이 필요한데, 이런 식의 성장을 위해서는 메이커 계열의 유일한 EX 클래스인 아키텍트로 전직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엇나가게 되면 앞으로가 골치 아파져.’


무조건 해낸다.

각오와 함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넓은 공방 한쪽에서 한참 작업 중인 장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깡-! 깡!


용암처럼 붉게 달구어진 검신을 판 위에 올린 채 연신 망치질 하는 남자.

그의 손안에서 훅 허공을 가른 망치가 쇳덩이와 부딪힐 때마다 그 아래에서 조금씩 검의 형태가 갖추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 과정을 한참 동안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그 옆으로도 연금술사로 보이는 장인이 솥에서 무언가를 뭉근히 끓이고 있었고, 어떤 이는 손에 쥔 마석을 천천히 돌려 깎으며 모양을 잡고 있었다.


누가 들어와도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자신의 일에 완전히 몰입하고 있는 장인들.


‘제대로 찾아왔네.’


이 세계관 최고의 아이템 제작자가 운영하는 공방다운 풍경이다.


“어서오세요. 의뢰를 맡기러 오신 건가요?”


그때 공방의 안쪽 카운터에 서 있던 직원이 내게로 다가왔다.


“아닙니다. 루카스님을 뵈려 하는데요.”

“루카스님은 당분간 자리를 비우셔서 뵙기가 어렵습니다. 무슨 용건이신지 말씀해주시면 따로 전달해드릴게요.”

“저는 그분께 제작 기술을 배우고 싶습니다.”

“네?”


깡!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장인의 망치질이 멈췄다.


“······.”


순식간에 정적만 흐르게 된 공방.

그 무거운 침묵을 깨고 플라스크 속 시료를 흔들고 있던 연금술사가 입을 열었다.


“방금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스승님께 기술을 배우겠다는데.”


마석을 돌려 깎던 남자가 심드렁하게 대꾸하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작업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제자들이 모두 남아있는 걸로 봐서는 루카스가 떠나고 며칠 되지 않은 시점 같은데······. 오히려 좋아. 정확히는 이들에게도 제작법을 배워야 하는 상황이니까.’


스승과 공방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이 장인들을 도발하려면 지금이야말로 이 방법이 가장 잘 먹힐 타이밍이다.

덤덤한 얼굴로 대답을 기다리고 있으니 앞에 선 카운터 직원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혹시 한 분야 이상의 제작자 인증서가 있으신가요?”

“아닙니다. 정식으로 제작을 배우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렇다면 죄송하지만, 저희 마스터께서는 고급 제작 기술을 연구하시는 분인지라 일정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분은 제자로 받지 않으십니다.”

“받아만 주신다면 어떤 일이든 하겠습니다.”


까앙!


크게 한번 망치를 휘두른 남자가 완성된 칼날을 한쪽으로 던져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막 새끼 모험가 딱지를 떼서 뭘 모르는 것 같은데. 스승님의 마도 제작법은 아무나 배울 수 있는 게 아니야. 타고난 재능은 둘째치고 기본적인 제작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지.”


“알고 있습니다.”


아이템에 마도 회로를 새겨 기능을 강화시키는 아키텍트의 마도 제작법은 그야말로 모든 제작 기술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마도 회로는 읽어내는 것과 새겨지는 작업 모두에 막대한 마력이 소모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마력을 보유한 사람은 그 과정을 단 몇 분도 버티지 못하고 마력 고갈 상태에 빠지게 된다.

게다가 장비 제작이나 연금술과 같은 여러 분야의 제작 분야에 능통하지 않으면 아이템의 특성에 맞춘 회로를 다루기 어렵다는 까다로운 조건까지 있다.


그러니 현재 시점에서 이 기술을 다룰 수 있는 경지에 이른 자는 오직 이 공방의 주인이자 극강의 마력을 소유한 루카스 섀넌 뿐.

공방의 제자들도 궁극적으로 섀넌에게 이 마도 회로를 다루는 방법을 배우려고 모여든 자들이지만, 이들 중에서도 아직까지 제대로 된 기술을 전수한 사람이 없었다.


‘그나마 저 세공사가 조금 두드러지는 정도였던 것 같은데. 이것도 결국 타고난 재능의 영역이니······. 노력만으로는 쉽게 극복할 수 없었던 거겠지.’


하지만 내가 빙의한 이 요슈아의 몸이라면 해볼 만했다. 그 모든 악조건을 뚫고 마도 기술을 다룰 방법이 있으니까.


작가의말

후원금을 보내주신 Splash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찾아주신 독자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다가오는 주말 편안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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