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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천재 제작자는 탑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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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씨케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4.22 19:33
최근연재일 :
2021.05.04 19:05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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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6
추천수 :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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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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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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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12쪽

증명 (1)

DUMMY

“글쎄. 보아하니 엘프 혼혈이라도 되는 모양인데, 기본적인 재능만 있으면 뭐하나? 스승님의 제자가 되기 전에 내 제자로 삼기도 어렵겠구만.”


위협적인 덩치를 자랑하며 코앞까지 다가온 남자가 나를 지긋이 내려다본다.

나는 그의 시선을 그대로 맞받아치며 손안에 쥐고 있던 추천서를 꺼내 들었다.


“아직 기초 지식만 익힌 정도지만, 저는 꼭 아이템을 제작하는 기술을 배우고 싶습니다.”


펼쳐진 추천서를 읽어낸 젊은 장인의 눈이 가늘어졌다.

초급자 시절 기초 제작 과정에서 최고점을 기록한 것 정도야, 섀넌의 밑에서 수행하는 제자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일 터.

하지만 아무리 그들이라도 이 추천서가 가진 강제성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루카스가 돌아올 때까지 이들의 눈에 들어두는게 좋지.’


전직과 관련된 퀘스트는 상위 제작 스킬을 배울 수 있는 조건을 달성하는데 필수적인 코스이면서, 제작 스킬의 숙련도를 빠르게 올려준다.

그러니 초반에 혼자서 노가다를 하거나 막대한 AP를 모아 제작법을 습득하는 것과는 성장 속도면에서 확실한 효율 차이가 있다.

하지만, 실력을 증명할 방법이 아무것도 없는 초보자가 가르침을 달라고 해봤자, 바쁜 장인들이 자신의 시간을 내어가며 제작법을 가르쳐 줄리가 없을터.


“······이건 모험가 길드의 제작자가 쓴 추천서잖아. 나 원참, 함부로 거절할 수도 없고..”

“뭐야. 그 레너드가 무슨 일이람?”


대장장이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자리에서 일어난 연금술사가 다가와 종이를 홱 낚아채어 갔다.


“으음······. 그렇구나. 서부의 그분이 쓴 건가? 뭐, 이 정도면 나쁘진 않네.”

“당장 조수로 삼는 건 어려워도, 허드렛일을 할 정도는 되려나.”


마석을 깎던 남자가 힐끔 추천서 안에 적힌 글자를 보고 말을 이어받자 카운터 직원이 묘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역시 미리 이걸 받아오길 잘했어.’


추천장을 받아낸 덕분에 초보 제작자를 보고도 모른 척 할 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이 녀석이 알려주는 걸 제대로 따라갈 수 있는지는 모를 일이지. 안 그래? 당장 저렇게 비실거리는 몸으로 망치나 들 수 있을지 모르겠으니 말이야.”


줄곧 이야기를 듣던 레너드라 불린 대장장이가 말을 이었다.

······아아, 그래. 이 사람은 원래 이런 성격이었지. 공방의 제자 중에서 가장 까다로운 성격을 가진 그에게 인정받으려면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물러날 생각은 조금도 없다.

탑에서 제작될 아이템의 근본적인 기반 기술이 되는 장비제련.


‘그걸 마스터 NPC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눈 앞에 있는데 이대로 돌아설 순 없지.’


그렇다면.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오.”


막 마석 위에 룬을 새기기 시작한 세공사가 슬쩍 시선을 던졌다.

동시에 내 대답을 듣고 얼굴을 굳힌 레너드가 등을 돌리며 툭 말을 내뱉었다.


“그렇게 자신만만하단 말이지. 날 따라와라. 지금 바로 시험해보도록 하지.”


나는 곧장 그의 작업대 앞에 섰다.

단조 작업을 해보는 것은 현실에서나 여기 게임 속에서나 처음이었다.

하지만 모험가 길드에서의 경험을 통해 한 가지 확실하게 깨달은 사실이 있었다.


‘칼자루를 만들었던 때처럼, 하다 보면 길을 알게 되겠지.’


그대로 손을 뻗어 망치를 집어 들었다.

눈앞에 놓인 것은 붉게 달아오른 금속 덩어리.


그것으로부터 뻗어 나오는 뜨거운 열감이 몸을 휘감는다.

나는 그 기운을 느끼며 레너드의 망치로 모루 위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깡! 까앙!


강한 힘을 실은 망치질이 이어진다.

처음엔 단순히 내려치는 것에 불과했던 움직임.

그것을 몇 번 반복하고 나자 알게 되었다.


‘아까 그게 이런 느낌이었구나.’


처음 공방에 들어섰을 때 보았던 레너드의 망치질.

쉽게 눈을 뗄 수 없었던 그 일련의 동작들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진다.

나는 온전히 그 장면 속의 움직임에 집중하며 비슷한 형태로 몸을 움직여나갔다.


[스킬 ‘집중 제작(Lv.1)’ 발동]

[작업 성공률이 소폭 상승합니다]


마침 집중 제작 스킬이 자동으로 발동되었다.

두드릴수록 눈앞에 선명해지는 정확한 지점을 찾아 떨어지는 망치 끝.

그것이 점차 속도를 높인다.


까앙! 까앙!


“······저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어디선가 연금술사의 중얼거림이 들려오는 듯했으나 내 귀에 온전히 닿지 못했다.

리듬을 갖춰가는 경쾌한 단조 소리에 완전히 몸을 맡긴 나는 쉬지 않고 망치질을 계속해나갔다.

촘촘하게, 그리고 고르게 모루 위를 때려 나갈수록 조금씩 모습을 드러나는 검의 형태.


‘재밌는데. 꼭 원래 이래야만 했던 것 같은 기분이야.’


동작을 이어갈수록 내 정신뿐만이 아니라 요슈아의 육체까지 즐거운 고양감에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깡!


그렇게 끊임없이 이어지던 망치질 소리가 멈추는 순간.


[아이템 ‘단검용 검신’ 제작 성공]

[레벨이 올랐습니다]


내 손안에서 하나의 아이템이 완성되었다.


‘됐다.’


나는 허공에 떠오른 메시지들을 눈짓으로 날려 보낸 뒤 아래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단검용 검신]

[효과] 공격력 +4

[설명] 가장 기본적인 검신. 초보 제작자의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정교하다. 손잡이를 달아 단검을 제작할 수 있다.

[제작] 요슈아(초급)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잘 만들어졌는데.’


처음 시도해보는 아이템이었으니 제작 성공만 떠도 본전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이템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시스템이 특별히 정교하다고 언급해 줄 정도면 완성도가 괜찮다는 뜻이다.


그러고보니 기초 제작 과정에서도 그렇고······. 마냥 민폐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이 몸엔 생각보다 더 높은 잠재력이 숨겨져 있던 걸지도 모르겠다.


‘계속 이 페이스만 유지한다면 남은 시간 동안 첫 번째 탑 공략 정도는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데. ’


첫 출발치곤 아주 괜찮은 성과였다.

만족스럽게 망치를 내려놓고 나자 그제야 주변의 풍경과 소리가 인식되기 시작했다.


“세, 세상에.”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공방 안의 사람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연금술사의 끓고 있던 솥은 불이 꺼진 지 한참 지난 건지 피어오르던 연기가 멈춰있었다.


“분명 정식으로 제작을 배운 적이 없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정말 놀랍네요. 처음부터 이 정도 검신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아마 이 대륙 어디에도 없을 거예요. 어쩌면 마스터도 불가능하실지도 몰라요. ”


내 옆에 다가온 직원이 연신 감탄사를 내뱉더니, 고개를 빼 들고 완성된 검신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이거, 재미있는 녀석이 나타났잖아.”


이곳에 들어온 순간부터 한 번도 마석을 손에서 놓은 적 없던 세공사는 작업대 끝으로 굴러간 마석을 다시 주워들고 부드러운 천으로 닦아내기 시작했다.


“······”

“근데 레너드는 왜 아까부터 말이 없어?”


연금술사가 산처럼 우뚝 서 있는 사내의 곁으로 다가왔으나 그는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돌려 그의 표정을 살폈다.

그는 콕 집어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오랜 침묵 끝에 레너드가 내뱉은 말은 단 한마디였다.

곁에 선 연금술사는 어깨를 한번 으쓱이곤 말을 이었다.


“뭐어, 알만하네. 다들 이 정도 충격은 스승님 제자가 된 이후로 처음일 테니까. 다른 초보자가 와서 똑같은 걸 만든다고 하면······. 어설프게 따라하는 데만 몇 달이 걸렸을거야.”


곧이어 자신을 이자르라고 소개한 연금술사가 말을 이었다.


“당신, 아까 추천장에 적힌 걸 보니 이름이 요슈아라고 하는 것 같은데 맞나?”

“그렇습니다.”

“스승님은 앞으로 3달 뒤에나 오실 거야. 얼마 전에 대륙에 이상한 탑이 나타난 거 알지? 그거랑 연관이 있어 보이는 현상을 추적하는 조사단에 들어가셨거든.”


이자르의 말이 끝나자마자 카운터 직원의 얼굴에 난감함이 서렸다.


“이자르씨. 마스터께서 탑과 관련된 이야기는 비밀로 하라고 하셨는데요······.”

“뭐 어때, 로웬 너도 봤잖아? 조금만 가르치면 분명 공방에 큰 도움이 될 거야.”


그녀가 잠시 동료들과 말없는 눈짓을 주고받자, 곧 그들은 약속한 것처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의미에서 요슈아, 당신에게 제안할 게 있어.”


그 말과 함께 이자르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단정하게 묶은 분홍 머리칼이 흩날리며 원래의 자리를 찾아갔다.

그녀는 특유의 장난기가 느껴지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원한다면 스승님이 돌아오시기까지 여기 머물러 보는 건 어때? 그동안 공방 일의 보조를 맡아준다면 하루에 잠깐씩이라도 연금술을 가르쳐줄게.”


이자르의 제안에 다시금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나는 예상했던 것보다 일찍 찾아온 기회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루카스의 제자에게 배우는 연금술이라······.’


이곳에 머물 수만 있다면 공방의 청소를 맡게 되더라도 계속 남아볼 생각이었다.

아키텍트 클래스로 전직하는 것만이 내가 이곳에서 살아남을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


‘그런데 여기에 머물면서 능력을 하나씩 키워갈 방법까지 주어진다니.’


다른 제자들의 생각은 어떨지 모르겠다만, 우선 연금술 하나만큼은 확실히 배울 수 있을 테고.

나머지 분야도 이곳에서 머물면서 어깨 너머로 작업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혼자서 제작 스킬을 올리는 것보다 훨씬 많은 도움이 될 것이었다.


‘따져볼 것도 없네. 이건 거절할 이유가 없잖아.’


나에게 있어선 손해 볼 게 하나도 없는 기회 그 자체.

더 망설일 것 없이 나는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


며칠 뒤, 공방의 모두가 함께하는 점심 식사 시간.


“요즘 몰려드는 주문량이 어찌나 많은지. 밤을 새도 모자랄 정도야.”


레너드가 제 몫의 스튜를 저어가며 말을 꺼냈다.


“아, 나도 그래. 토벌 임무가 느니까 포션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났어. 어제도 로웬이 납품하는 상회에서 물량을 더 늘릴 수 없냐고 했다던데.”

“맞아요. 원래 납품량에서 두 배 정도를 늘릴 수 없겠냐고 하더라구요. 일반 가정에서도 여분의 포션을 구비 해두는 경우가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요.”

“그게 다 이상 현상 때문이지. 자세한 건 스승님이 돌아오셔야 알겠지만, 어쩌면 오랫동안 전투용 아이템만 만들게 될 수도 있겠는걸.”


세공사 트리스탄의 말에 식탁의 분위기가 축 처졌다.


‘본격적인 재해가 시작되면 정말 그렇게 되겠지.’


그게 고작 일 년도 남지 않았음을 알고 있는 나는 말없이 식사를 이어갔다.


“하여간, 무기 제작 의뢰의 비중이 높아지니 다른 주문건에 투자할 시간이 없어져서 곤란해.”


그는 당장 몇 달 전에 받아둔 호미 납품 기한이 곧 다가오는데, 그걸 제때 맞추려니 골치가 아프다며 투덜거렸다.


“레너드. 그럼 요슈아한테 보조를 부탁해봐.”

“뭐?”


이자르의 제안을 들은 레너드가 고개를 들었다.

며칠 전 공방의 보조 일을 시작한 뒤로, 나는 주로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며 이자르에게 연금술에 쓰이는 기초 재료의 가공법에 대해 배우고 있었다.


“호미 날을 만드는 건 네가 해야겠지만, 손잡이 같은 건 요슈아도 충분히 할 수 있을걸? 어제도 혼자서 새벽까지 만들고 있던데.”


왜 갑자기 나를 추천하나 했더니.

일과가 끝난 뒤, 혼자서 기초 제작 과정에서 익힌 칼자루 제작법을 연마하던 모습을 그녀가 보았나보다.


‘납품이라면 최소 백 개 이상인가.’


나는 이미 한 시간 동안 20개가 넘는 완성품을 만들어본 전적이 있었다.

몇 번의 연습 끝에 이제 완성품의 품질도 일정한 궤도에 올랐으니 그 정도 양산은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레너드님이 만들어두신 손잡이 재고도 몇 개 남지 않았는데, 마침 잘 되었네요. 확실히 도움이 될거에요. 그게 제일 기초적이면서도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니까요.”


옆에 있던 로웬까지 말을 보태자, 고민에 빠진 듯한 레너드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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