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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천재 제작자는 탑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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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케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4.22 19:33
최근연재일 :
2021.05.04 19:0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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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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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7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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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채집 (2)

DUMMY

[스킬 '기초 채집(Lv.1)'의 영향으로 채집 가능한 대상을 자동으로 탐색합니다]


시스템 창의 안내 메시지와 함께 내 눈에 현재 레벨에서 채집할 수 있는 하급 재료들이 자동으로 표시되기 시작했다.


‘······다 돌덩이인 줄 알았는데, 사방이 채집 거리였잖아.’


일종의 ‘채집용 시야’처럼, 눈을 돌린 곳마다 튀어나오는 아이템 설명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이거, 제대로 조정하지 않으면 돌아다닐 때마다 너무 거슬릴 것 같은데.’


나는 몇 번의 시도 끝에 채집 가능한 물건이 깜빡임과 동시에, 필요한 아이템인지 식별할 수 있게끔 이름만 뜨도록 간략화된 시스템을 띄우는 요령을 익혔다.


“일정 시간 동안 바라보고 있으면 아이템 이름이 저절로 뜬다는 거지. 써먹을 데가 많겠는데.”


채집 시야에 적응하고 나니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가에만 피는 식물들이 시야에 표시되며 일종의 이정표 역할을 해주었다.


‘다음에 채집할 것도 버섯이었던가.’


체력 포션을 만드는 데에는 둥근 버섯 외에도 어린 짐승의 털처럼 생긴 솜털 버섯이 필요했다.

특히나 이 버섯은 표면에 약한 점성이 있기 때문에, 채취할 때 흙과 같은 이물질이 묻으면 포션을 만들기 전 손질 단계에서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대충 채집했다간 아무것도 못 쓰게 되어 버린다고 이자르가 신신당부를 했었지.’


게임에서는 채집 기능을 걸어놓으면 몇 초 만에 알아서 인벤토리 안까지 들어가는데.

실제로 겪어보니 채집은 지금까지 해봤던 칼이나 호미와 같은 장비를 제작하는 것보다도 준비과정에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다.


다행히 채집 스킬의 탐색 기능 덕분에 솜털 버섯들이 자라난 나무를 찾아내는 과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른 곳보다도 유난히 키가 높은 나무들이 들어선 곳에 땅 대신 우둘투둘한 나무 기둥을 바닥 삼아 자라난 솜털 버섯들이 드문드문 모습을 드러냈다.


“꼭대기까지 자라있는 것 같은데, 버섯은 원래 그늘에서 자라는 경우가 대부분 아닌가?”


어떻게 된 건지 햇빛을 받으려 경쟁하는 것처럼 높은 곳일수록 더 많은 버섯이 자라나 있었다.


‘생긴 것도 그렇고······. 회복 성분이 들어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독특하네.’


나는 우선 비교적 땅과 가까운 위치에 자란 버섯을 먼저 채집한 뒤, 사다리가 필요한 부분은 근처에 잘려 나간 나무 기둥을 발판삼아 사용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기 위해 인벤토리에서 꺼낸 기다란 천을 바닥에 깐 뒤 땀이 밴 장갑을 다시 고쳐 꼈다.


이번에 사용할 도구는 내가 처음으로 제작한 검신을 사용한 단검.

기초 제작 과정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만들었던 칼자루와 함께 조립된 뒤 완벽한 단검의 형태를 띤 그것을 손에 쥔 채, 솜털 버섯이 붙어있는 면에 살살 가져다 대었다.


슥, 스윽


조금씩 나무 기둥으로부터 분리되어가는 버섯이 바로 땅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한 손으로 아랫부분을 받쳐주며 계속해서 동작을 이어나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손 위에 버섯 더미가 떨어졌다.


툭!


[아이템 ‘솜털 버섯’ 획득]


아이템은 획득 처리가 되었지만, 아직 일은 끝나지 않았다.

나는 깔끔하게 잘려 나간 아랫부분에서 흘러내리는 회복 성분을 미리 준비해둔 손수건으로 잘 갈무리 한 다음, 칼을 짧게 잡고 표면에 붙어있는 티끌을 천천히 긁어내었다.


‘점성이 있으니 조금만 있으면 딱딱하게 굳어 버릴 거야. 그전에 이런 식으로 털어내면 손질할 때 손이 덜 가겠지.’


그 작업을 몇 번 반복하고 나니, 새끼강아지 만한 크기에 솜털이 자라난 독특한 모양을 가진 작은 버섯이 손 위에서 새하얀 자태를 자랑했다.


“후우, 드디어 끝났다.”


단순히 단단한 땅을 거둬내고 나뭇가지로 천천히 들어 올리는 게 다였던 둥근 버섯과는 달리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았지만, 체력 포션에 가장 중요한 회복 성분을 책임지는 재료이니 조금 번거롭더라도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처음엔 좀 귀찮겠다 싶었는데, 하다 보니까 나름대로 재미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할당량을 다 채울 때쯤이 되었을 때는 단검을 다루는 일에도 익숙해져 몇 번 손을 움직이지 않아도 채집을 끝낼 수 있었다.

이어서 몇 가지 간단한 약초들까지 모두 채집한 뒤 고개를 들어 하늘을 확인해보니, 작업을 시작할 때는 머리 꼭대기에 있던 해가 조금씩 서쪽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나. 슬슬 돌아가지 않으면 오늘은 뭘 배우기 어렵겠는데.”


공방 안에서 작업을 할 때는 시작 한지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른 채로 계속 작업만 하기 바빴는데.

밖에 나와 있으니 시간의 흐름이 훨씬 실감나는 기분이었다.

돌아가는 발걸음을 재촉하여 성벽 안에 막 들어서자, 공방으로 향하는 대로변에 모여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무슨 일이지?’


막 웅성거리는 목소리 근처로 다가가니, 그 사이로 익숙한 단어가 들려왔다.

“방금 그 사람들 얼마 전에 성 밖으로 나갔던 기사단 아닌가? 그런데 왜······.”

“어째 갔던 인원에 절반도 안 되는 것 같던데. 맞지?”


‘오염 지역으로 출정했던 토벌대가 돌아왔다라······. 아직 완전히 토벌이 끝나진 않았을 테고. 보급 때문인가?’


고개를 빼 들고 성으로 향하는 대로 끝으로 시선을 던졌지만, 기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일부만 잠시 돌아온 거겠지. 설마 기사단이 그렇게 쉽게 당하겠어?”

“그래. 요즘 안 그래도 이상한 소문이 많은데 괜히 말 얹지 말자고.”


나는 고개를 돌려 막 지나온 성벽 너머로 어렴풋이 보이는 탑을 바라보았다.

오염 지역에 창궐한 몬스터들로 인해 아직 누구도 접근하지 못한 곳.

그 탑의 꼭대기로부터 희미하게 뻗어 나오는 불길한 검초록빛 기둥이 점차 형체를 갖춰가고 있었다.


‘······슬슬 조사단이 돌아올 때가 되었는데.’


그들이 수도로 귀환하게 되면 멸망에 대한 신탁의 내용이 퍼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렇게 되면 이 수도는 삽시간에 공포에 잠식되기 시작할 것이었다.


‘오염 지역 토벌 이후 대륙에 나타날 5개 재해에 관한 신탁을 쫓던 조사단이 돌아와, 멸망을 막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탑을 올라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바로 <아스테리아 사가>의 프로모션 영상에 등장하는 게임의 초반 시나리오다.

5개의 원소를 에너지 삼은 탑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가장 최상층에 있는 ‘코어’를 제거해야만 하는데, 제대로 탑을 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갖춰야 하는 조건이 있었다.


‘지금쯤이면 나머지 주인공들도 어느 정도 사태를 파악하고 있겠지.’


곧 제국의 각 분야에서 뛰어난 두각을 보이는 어린 천재들이 함께 탑을 오르게 될 것이다.

나는 메인 스토리의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실감하며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섀넌이 돌아오기 전까지, 조금 더 강해질 필요가 있어.’


강력한 제국 기사단의 정예부대조차도 손쓸 새도 없이 당해버릴 만큼, 탑의 내부에는 극악무도한 몬스터와 함정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런 곳에 제 발로 들어가야만 하는 이 상황이 빈말로도 좋게 느껴지지 않지만.

내가 이 몸에 빙의한 이상 스스로를 구할 방법은 탑을 모두 없애버리는 것밖에 없다.


‘······그래. 그러니까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 우선은 연금술 부터.’


잠시 복잡한 머릿속을 털어 비워낸 뒤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공방의 문고리를 당겨 안으로 들어섰다.


딸랑!


“요슈아님? 일찍 오셨네요.”


가장 먼저 나를 반겨준 로웬이 앞으로 다가와 두 손에 들린 재료들을 넘겨받으려는 듯 손을 뻗어 왔다.


“이건 제가 정리하면 되니 괜찮습니다. 그보다 다른 분들은······.”


어쩐지 공방이 조용하다 싶어 안을 쭉 둘러보니 모루와 연금술 작업대가 휑하니 비어있었다.


‘레너드랑 이자르는 어디 간 건가.’


물론 두 사람이 매번 공방 안에만 붙어있는 건 아니었지만, 하루 내내 연금술을 배울 생각에 들떠있던 내게는 이자르의 부재가 아쉽게 느껴졌다.

그때 세공용 작업대 앞에 앉은 트리스탄이 처음 보는 고양이와 씨름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 자꾸 이러면 곤란하다고.”


그는 작업대에 펼쳐놓은 설계도 위에 앉아 턱 하니 앉아 딴청을 피우고 있는 고양이를 옆으로 밀어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못 보던 고양이네요.”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동네를 떠도는 고양이인가?


의문 섞인 시선으로 로웬을 바라보자 그녀가 어쩐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더니 다른 말을 해왔다.


“아, 그러고보니 요슈아님. 외출하신 사이에 카밀라님에게 연락이 왔어요. 이번에 납품하신 호미가 아주 잘 팔린다는데요?”

“예? 며칠 되지 않았는데 벌써······.”

“저렴한데 내구도가 높아서 사용해보신 분들 사이에 호평이 끊이질 않는데요. 특히 손잡이 끝이 둥글게 파여 져 있어서 어디든 걸 수 있는 게 반응이 좋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처음으로 단검용 검신을 제작했을 때, 아이템 설명에 적힌 완성도가 미숙하다는 표현이 줄곧 신경 쓰였다.

그래서 처음 제작한 호미가 대성공 판정을 받은 이후로, 나는 그때의 감각을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해 단조 과정에 특별히 많은 공을 들였다.


아무리 동일한 재료를 사용해 동일한 방식으로 제작한다고 하더라도, 하늘 아래 똑같은 아이템은 있을 수 없었다.

제작 당시에 노출될 수 있는 여러 외부요인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까.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일정한 망치질 패턴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이었지.’


단조 작업에서 망치를 내려치는 위치와 힘의 세기, 부위별로 두드리는 속도와 횟수까지 철저하게 계산하여 일정한 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기계 같은 방식이긴 하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한 내게는 잘 맞는 방법이었고, 그 덕에 완성품의 내구성 또한 덩달아 높일 수 있었다.


‘과정이 좀 복잡하긴 했지만, 신경 쓴 보람이 있네.’


언젠가 제작에 더욱 익숙해져 장인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면 특별한 계산이 없어도 최고의 아이템을 만드는 날이 오지 않을까.

어서 그런 날이 오기를 바라며 채집해온 재료들을 정리하기 위해 간이 작업대 위에 짐을 풀어 나갔다.


“아침에 나가실 때까지만 해도 텅텅 비어있었는데······. 가방 크기를 보니 안이 심상치 않을 것 같네요. 제가 분류를 도와드릴게요.”


자신 있게 다가온 로웬은 곧 가방에서 끊이지 않고 나오는 재료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세상에. 엄청 많이 캐오셨네요? 특히 이 솜털 버섯은 다루기가 까다로워서 이만큼이나 채집하기가 쉽지 않으셨을 텐데.”

“지난번에 만들어둔 칼과 호미의 성능 실험도 해볼 겸 넉넉하게 캤습니다.”


어느새 온갖 종류의 버섯과 약초들이 간이 작업대를 가득 메우게 되었다.

근처의 세공용 작업대에서는 여전히 고양이와 옥신각신하던 트리스탄이 힐끔 이쪽을 보고 입을 열었다.


“의욕이 대단한데. 봤냐? 너도 이제 일 좀 하라고.”

“······고양이가 무슨 일을 합니까?”


의아함에 막 그런 말을 던졌을 때.


“애옹.”


펑!


작업대 위에서 짧은 기지개를 한 뒤 아래로 뛰어내린 고양이가 모습을 바꾸었다.


작가의말

후원금을 보내주신 태위. 님과 위버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함께해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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