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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천재 제작자는 탑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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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씨케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4.22 19:33
최근연재일 :
2021.05.04 19:05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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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글자수 :
75,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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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8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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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포션 제작

DUMMY

“아니. 뭐, 뭡니까?”

“아하하! 요슈아가 저런 표정 짓는 건 처음 보네. 아무래도 제대로 만들어진 것 같지?”


어쩐지 동물을 키우지도 않는 공방에 웬 고양이가 들어 와있나 했더니.

저 뒤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는 트리스탄을 보면 로웬이 처음 내 질문에 제대로 대꾸하지 않은 이유도 다 이것 때문이었나 보다.


“요즘 개발 중인 물약인데, 얼마나 상태가 유지되는지 보려고 성능을 시험하는 중이었어.”


확실히 게임에도 이런 변신 물약이 있었다.

주로 다른 유저들에게 어그로 끌기 좋아하는 플레이어들을 위해 개발한 이벤트성 외형 변경 아이템에 가까운 거였는데.


‘직접 보니까 성능이 엄청나잖아······. 사람이 변신한 거라곤 전혀 생각지도 못했어.’


이자르가 먼저 변신을 해제하지 않았더라면 끝까지 알아차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단순한 외형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동작까지도 똑같이 변신 상대를 카피해놓았는지, 움직임에서도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저거, 잘만 만들면 탑 안에서도 꽤 쓸만하겠는데?


“그런 물약은 대체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겁니까?”

“진심이냐.”


어디선가 허망한 중얼거림이 들려왔지만 이자르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흐뭇하게 웃으며 간이 작업대 앞에 섰다.


“당장 만들기엔 재료가 좀 특수해서 어려울 것 같네. 대신 레시피를 간단하게 적어서 넘겨줄테니까, 오늘은 재료 상태부터 볼까? 부탁한 것보다 훨씬 깔끔하게 잘 채집해왔네.”


호미를 사용한 덕분에 뿌리까지 잘 살린 약초와 버섯의 상태를 꼼꼼하게 살핀 이자르가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며 말을 이었다.


“수고했어. 이 정도 열정이라면 오늘이야말로 꼭 실전 제조법을 알려줘야겠는데? 마침 재료도 있으니 체력 포션을 만들어보자.”


체력 포션 제작이라면 단연코 앞으로의 여정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될 소모품이니 내겐 아주 반가운 소식이었다.

곧장 연금술 제작대로 자리를 옮기자 눈앞에서 각종 재료가 담긴 나무 상자가 열렸다.


“이게 가장 기본이 되는 재료들이야. 이거, 익숙한 모양이지?”


손끝으로 작은 유리병을 집은 이자르가 안에 든 것을 내게 보여주었다.

바짝 말려진 상태였지만 그녀의 말대로 내겐 익숙한 식물이었다.


“오늘 네가 채집해온 핀버라를 말린 거야. 핀버라류는 겨울에도 살아있는 4계절 식물이라 뿌리에 담긴 생명력이 많아. 말리면 효과가 오랫동안 보존되지만 급할땐 그냥 생으로 섭취해도 체력을 어느정도 회복할 수 있어.”


‘병에 담긴 모양을 보니 확실히 기억이 나네. 제조로 만드는 대부분의 포션에 가장 기본적인 재료로 들어가는 거였지.’


이자르의 설명이 이어질 때마다 나는 손에 든 수첩 안에 내용을 빠짐없이 받아적었다.


‘탑 안에도 식물이 자라니까 미리 알아두면 포션 재료를 수급하기가 편할 거야.’


특히 5개의 탑에서 가장 먼저 들어가게 될 탑의 속성이 대지인 만큼 이런 지식은 자세히 알고 있을수록 도움이 된다.

그곳엔 약초를 가장한 독초가 수없이 많이 자라고 있으니, 제대로 구분할 줄 아는 것만이 실수를 막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럼 이제 재료를 다듬어보자.”


기본적인 재료를 모두 둘러본 다음 우리는 채집해온 식물들을 직접 다듬기 시작했다.

버섯을 비롯한 몇 가지 재료는 이미 가공법을 배우면서 다뤄본 적이 있어 어렵지 않았다.


“기초 가공법은 이미 가르쳐줬으니 이것도 충분히 다룰 수 있을 거야. 한번 직접 해봐.”


이자르가 내민 약초는 가장 처음 설명을 들었던 노란 핀버라였다.

생 핀버라를 직접 가공해보는 것은 처음이라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먼저 순서를 정할 필요가 있었다.


‘말린 모양을 보면 뿌리는 가장 중심이 되는 것만 남기고 잘라내는 것 같은데. 우선 잔뿌리부터 떼어 내볼까.’


깨끗하게 씻어 이물질을 닦아낸 단검을 고쳐잡고 가시처럼 뾰족한 핀버라의 잔뿌리를 하나씩 제거해나갔다.

한참 동안 이어지던 손질은 칼날을 세워 굵은 뿌리를 토막 낸 뒤, 건조를 돕기 위한 마도구 안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켜켜이 쌓아주는 것으로 끝이 났다.


“아주 깔끔하게 잘했는데? 굵은 뿌리는 건조한 다음에 환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포션 재료로 쓸 때는 가루를 내서 물에 섞어 사용하는 게 보통이야.”


내가 핀버라를 다듬는 동안 이자르는 작은 솥 두 개에 세공수를 담아준 뒤 불을 올려놓았다.


“마침 온도도 적당하게 오른 참이네. 지금부터 재료를 넣어주면 돼.”


물이 가득 찬 솥에 말린 핀버라 뿌리를 넣고 끓이자 검은 솥 안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핀버라는 꽃 색깔이 종류별로 다양하지만, 끓는 물과 만나면 무조건 붉은색으로 변화하는 성질이 있어. 그래서 체력 회복 포션은 주로 붉은색인 거야.”


‘······그러고 보니 그런 설정이 있었지.’


이후로는 잘게 잘라낸 둥근 버섯 조각을 솥 안에 하나씩 빠트리며 정확한 시간 간격을 세는 작업을 했다.

꽤 많은 재료를 투하하고 나자, 본격적으로 끓어오른 물로 인해 솥에서 김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더 늦어지기 전에 서둘러 무르게 가공한 문스톤을 잘라 불 위에서 녹인 뒤, 흐물흐물해진 것을 솥 안으로 부어 넣어주었다.


“이건 합성률을 높여주는 재료라고 들었는데.”

“맞아, 그러고 보니 요슈아는 은근히 재료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단 말이지. 혹시 옛날에 따로 배운 적이라도 있나?”

“배운 적은 없지만, 관련된 책을 여러 번 읽었습니다.”


뭐, 기획서는 사실상 책이나 다름없으니까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구현에 필요한 설정이라면 검토할 때 한번, 스크립팅 할 때 한번, 버그 픽스 할 때 또 한번······.

본의 아니게 질리도록 봤으니 빙의를 하고 나서도 몇 가지 정도는 바로 어제 읽은 것처럼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었지.


“자, 그럼 이제부터 바짝 집중해야 해. 문스톤을 넣은 후로는 꾸준히 저어주지 않으면 안에 있는 것들이 그대로 굳어버릴 수 있거든. 처음 젓기 시작한 것과 똑같은 방향으로 저어주는 게 핵심이야.”


그 순간부터 나는 끓어오르는 솥 안을 일정한 속도로 반복해서 저어주는 데 온 신경을 집중시켰다.

얼마 정도 시간이 흐르자 장비를 단조할 때와는 또 다른 팔의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지만, 한 바퀴씩 저어줄 때마다 재료가 골고루 섞이며 원래 알고 있던 포션의 형태가 잡혀가는 것이 보이자 마음을 다잡았다.


‘완성이 코 앞인데 여기서 멈출 수는 없지.’


똑, 똑


마지막으로 증류 과정까지 거친 액체를 스포이드에 담아 유리병으로 옮기는 데까지 성공하자.


[아이템 ‘초급 체력회복포션’ 제작 성공]

[스킬 ‘기초 연금술(Lv.1)’ 획득]


반가운 메시지와 함께 붉은빛이 오묘한 체력 회복 포션이 완성되었다.


“우윽, 이거, 맛이 원래 이렇게 이상합니까?”


······물론 맛은 더럽게 없었지만, 체력회복 효과만큼은 확실했다.

나는 첫 번째 포션 제조에 성공한 것과 기초 연금술 스킬을 습득하게 된 것에 의의를 두기로 하며,

최대한 빨리 포션에 새로운 맛을 추가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이자르의 재료 상자를 계속해서 뒤적거렸다.


*


다음 날 이른 아침.

공방의 2층에 있는 방에서 눈을 뜬 나는 젖은 머리를 털어내며 하급 마석들 사이에 가지런히 놓인 책상 달력을 확인했다.


‘조사단의 귀환은······. 어림잡아서 다음 주 정도인가.’


어제 이자르에게 체력 회복 포션의 제조법을 배우면서 하급 연금술 스킬을 얻게 되고 나니 어느새 남은 목표는 룬 세공술과 마도 제작법, 이렇게 두 가지로 좁혀졌다.

하지만 섀넌의 마도 제작법은 그가 돌아오기 전까지 혼자서 유의미한 숙련도를 올리는 게 불가능했다.


'우선 룬 세공술부터 제대로 익혀두는 게 먼저인데.'


마석을 세공해 룬 문자를 새긴 룬석은 마도 제조법에서 사용되는 핵심 에너지원이다.

그렇기 때문에 룬 세공술은 마도 제작법을 익히기 전에 일종의 선행 과정으로 반드시 익혀야 할 중요한 과정 중 하나다.


기초적인 마석 가공법은 얼마 전 트리스탄을 통해 짧게나마 배우게 되었으나, 직후 그의 의뢰 주문량이 평소의 배로 뛰는 바람에 도통 진도를 나갈 수가 없었다.


게다가 룬 세공의 재료가 되는 마석의 경우 몬스터를 토벌하여 전리품으로 얻는 경우가 일반적인 데다, 자연 발생 하는 경우도 특정한 원소의 힘을 품고 있는 곳에서 드물게 이뤄지는 고급 재료이기 때문에 연습용으로 쓸 하급 마석을 구하는 값도 만만치 않았다.


‘공방에서 숙식을 해결할 수 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지금쯤 길바닥에서 자고 있을지도 모르겠네. 탑에 들어갈 수 있게 되면 수급이 좀 수월해질 텐데······.’


마도 회로를 새기려면 무조건 매개가 되는 룬이 있어야 하는데, 이곳의 룬 세공사인 트리스탄이 취급하는 마석의 경우 최고급 마석이 대부분이라 다른 재료들처럼 마음대로 꺼내다 쓰기엔 무리가 있었다.

덕분에 호미를 납품하면서 번 돈의 대부분을 연습용 마석을 구매하는데 쏟아 붓고 있는 상황.


생각에 잠긴 채로 방 옆의 창고에서 빗자루를 챙겨 들고 2층의 복도부터 1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쓸어내고 있으려니, 아래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로웬이 출근하기엔 이른 시간이고······. 다들 부지런한 편이긴 하다만, 벌써 나와 있을 이유가 없는데 웬일이지?’


난간에 기대어 아래를 내려다보니 작업대 앞에 앉아있는 트리스탄의 모습이 보였다.


“이렇게 일찍부터 뭘 만들고 계신 겁니까?”

“아, 요슈아. 좋은 아침······이라고 하기엔 문제가 좀 있네.”


잠깐 고개를 들고 내게 대꾸한 트리스탄은 이내 고개를 돌려 다시 다듬고 있던 마석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얼핏 본 얼굴이 그다지 좋지 않아 보이는 데다, 어제 하루 일과를 끝내고 공방을 정리하던 무렵까지 별다른 말이 없었던 걸 보면 원래부터 잔업이 있었던 것 같지도 않았다.


‘간밤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본데.’


계단을 타고 1층으로 내려오자 세공 작업대 옆에 한가득 쌓인 붉은 마석 꾸러미가 보였다.


“이건 불속성 마석 아닙니까?”

“맞아. 급하게 구하느라 대부분은 하급이지만.”

“갑자기 왜 이렇게나 많이······.”


······갑자기 불마석을 잔뜩 세공하는 데다, 새벽부터 움직일 만큼 급한 일이라고? 말을 이어가는 도중 느껴지는 불길함에 잠시 멈춰섰다.

뭔가······.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것 같은데?


“새벽에 스승님으로부터 전보가 왔어. 불속성 마석을 세공해서 토벌대의 보급 마차 편으로 보내달라고 하더군.”

“예? 그, 그게 정말입니까? 하지만 루카스님은 토벌대가 아니라 조사단에 들어가셨다고 들었는데요.”

“조사가 거의 끝나갈 때쯤 토벌대를 만났는데, 마침 막혀있던 탑의 입구까지 토벌이 끝나서 그 길로 내부에 합류하기로 하셨다는데.”


아···왜 불길한 예감은 항상 빗나가는 법이 없을까.


‘미치겠네. 그럼 지금 루카스 섀넌이 탑에 들어가겠다는 건가?’


원래 스토리에 따르면 1차 조사를 마친 상태로 곧장 공방으로 돌아왔을 그가 갑자기 노선을 튼 이유가 납득 되지 않았다.


“내부라면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는데, 너무 위험한 거 아닙니까? 왜 갑자기 그런 선택을.”

“평소 같으면 공방 운영 때문에라도 일찍 돌아오셨을 분이지만······. 쓸만한 제작자가 보조로 들어왔다는 말을 듣고 생각을 바꾸신 모양이야. 워낙 완고히 말씀하셔서 나로서도 말릴 방법이 없었어.”


그럼 내 존재 때문에 전개가 달라졌다는 건가? 섀넌의 소식을 듣고 나니 도무지 평정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젠장, 지금 모인 인원만으로 재해의 탑을 깰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원래 시나리오에서도 아주 극소수만 제외하면 죄다 죽어 나왔던 곳인데!’


그걸 확신할 수 있는 건 빌어먹을 설정이 이미 그렇게 잡혀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선택받은 자들만이 그 탑을 오르게 된 배경엔, 자격을 갖춘 이가 아닌 이들은 결코 탑을 완주할 수 없게끔 설계된 내부 구조의 문제가 있었다.


‘루카스를 구해와야 해.’


그가 가진 능력이라면 탑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외부로 통하는 게이트가 있는 홀수 층까지는 어떻게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뭣도 모르는 그들이 그대로 상위층에 도전했다가는, 클리어 조건을 달성하지 못한 상태로 그대로 죽게 될텐데······.

머릿속에서 상황을 정리하는 동안 침묵을 유지하고 있던 나는 잠시 후 트리스탄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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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이템 공방 21.04.23 178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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