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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천재 제작자는 탑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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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씨케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4.22 19:33
최근연재일 :
2021.05.04 19:05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1,840
추천수 :
168
글자수 :
75,395

작성
21.04.29 21:45
조회
102
추천
10
글자
12쪽

징조

DUMMY

“편지가 온 것이 오늘 새벽이라고 하셨죠. 그럼 루카스님은 벌써 탑 안으로 들어가신 겁니까?”

“보급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그쪽도 함부로 움직이지는 못할 거야. 게다가 스승님이라면 아무런 대책 없이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시는 것도 아닐 거고.

대륙을 돌아다니면서 어떤 걸 조사하셨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쯤이면 누구보다도 이상 현상에 대해 잘 알고 계실 테니까 말이야.”


그걸 아는 사람이 안에 들어가려니까 더 미치고 팔짝 뛸 일이다마는, 피곤에 찌들어 다 죽어가는 트라스탄의 모습이 빙의 전 내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여 잠시 잃었던 평정을 되찾았다.


지금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쏘아붙인다고 해서 뭔가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 침착하자.

하지만 당장 아무런 준비도 없이 나 혼자서 자리를 박차고 오염지역으로 가기엔 위험한 변수가 너무 많은데······.


‘듣자 하니 보급대는 내일 아침에 출발한다는 거 같은데. 그럼 남은 시간 동안 뭐부터 해야 하지?’


머릿속에서 급하게 돌아가기 시작한 사고회로가 과부화 되는 바람에 타는 냄새가 다 날 지경이었다.

잠시간의 침묵을 깨고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혹시 지금 기본적인 세공을 가르쳐주실 수 있으십니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최대한 빨리 끝낼 수 있게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마석이 완성되는 대로 바로 보급 부대에 맡기러 갈 사람도 필요할 텐데, 그것도 제가 하겠습니다.”

“네가 간다고?”


어차피 나중에 탑 안으로 들어가야 할 운명을 타고나긴 했지만, 사람이 죽어 나가는 오염지역으로 가는 게 달가울 리가 없었다.


하지만 보급대에 합류하여 이동하게 되면 지금과 같이 무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혼자 근처 몬스터들을 상대해야 하는 부담이 줄어드는 데다,

도착하기 전까지 루카스도 섣불리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하니 지금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이것밖에 없었다.


“예. 그분의 뜻이 완고하시다면 어쩔 수 없지만, 탑 안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데 무턱대고 들어가기엔 너무 위험해 보입니다. 제가 보급대에 합류해서 루카스님을 설득해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이 세계에서 내게 마도 제작법을 전수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그밖에 없다.

만약 여기서 루카스 섀넌이 죽게 된다면 아키텍트로 전직하는 것이 물 건너감은 물론이고, 앞으로의 진행이 꼬여버리는 최악의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아직 메인 스토리가 시작되기도 전인데······. 아무것도 못 해보고 죽는 건 사양이라고.’


“하급 마석을 다루는 것 정도는 가르쳐주면서 작업을 할 수 있으니······. 그래,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할까.”


고개를 끄덕인 트리스탄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나는 바로 연습용으로 쓰던 세공 칼을 가져와 깔끔하게 닦아낸 뒤, 그의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스승님께서 요구하신 마석은 30개 정도인데, 몇 가지는 따로 마법 부여가 필요하니 내가 맡게 될 거야. 그럼 우선 기초적인 세공 시범부터 시작할까.”


트리스탄은 내 앞에 불의 기운을 머금어 약간의 열감이 느껴지는 마석을 내려놓은 뒤, 자신의 칼을 고쳐잡고 세공을 시작했다.


세공 전의 마석은 일반적으로 울퉁불퉁한 돌멩이 모양인데, 트리스탄이 다루고 있는 것은 불그스름한 마석의 중심을 딱딱한 암석이 감싸고 있는 형태를 띠고 있었다.


“기본적인 가공법은 예전에 알려준 순서와 똑같지만, 이것처럼 천연 마석의 경우에는 조금 차이가 있어.”


채굴된 상태 그대로 공급되는 천연 마석의 경우, 본격적인 세공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겉에 있는 암석부터 정리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나는 트리스탄의 시범을 따라 중앙에 박힌 마석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표면의 암석을 제거한 뒤, 분리된 마석을 들어 올려 빛 아래 비춰보았다.


‘······이게 바로 지난번에 배웠던 흠이라는 건가.’


원석의 표면에 선명한 하얀 줄이 나타나 있었다. 이런 경우 마석 안에 응축된 마력이 제멋대로 새어나가 사고를 일으키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고 했다.


‘한마디로 방치했다가는 귀한 마석이 그대로 불량품이 되어버린다는 건가······. 그나마 잘 갈아내면 문제없이 쓸 수 있다니 다행이네.’


나는 마석의 표면을 여러 번 꼼꼼히 갈아 하얀 줄의 흔적을 지워나갔다.

얼마간 그 작업을 반복하다가 후 바람을 불어내자 마석 가루가 흩어지며 깔끔해진 모습이 드러냈다.


“가르쳐준 지 얼마 되지 않은 걸로 기억하는데. 이제 가공은 제법 익숙해진 모양이로군.”


내가 가공한 마석을 가볍게 살펴본 트리스탄이 이대로 세공을 진행해도 좋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동안 지겹도록 연습했으니 당연하지. 그래도 보람은 있네.’


처음 가공을 배울 때는 흠을 없애려다 손을 잘못 놀리는 바람에 마석을 반으로 갈라 버리기도 하고, 무의식적으로 천의 거친 면으로 가공된 표면을 닦아내었다가 상처를 내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후로 매일 밤, 잠들기 전 방에서 혼자 마석 가공법을 복습해온 끝에 이제는 가공 과정까지는 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럼, 지금부터는 본격적으로 마석을 깎아 낼 테니까 잘 봐둬.”


나는 그의 손끝에서 조금씩 형태가 잡혀가는 마석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눈에 담았다.

가장 먼저 마석의 최종 형태를 대략 그어 표시한 트리스탄의 세공 칼은 어느 부분에서는 깊게 들어갔다가, 다시 다음 부분에서는 얕게 밀어내듯 표면을 긁어내기를 반복했다.


‘특정한 각도를 맞춰가는 것 같은데.’


내가 그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는 것을 눈치챘는지, 트리스탄이 마석에서 눈을 떼지 않은 상태로 설명을 덧붙였다.


“마석 세공은 중간에 수정이 불가능하니까 여기서 어느 만큼의 힘을 줄지 매 순간 판단을 내려야 해. 그러니까 한번 작업을 시작하면 다른 생각 같은 건 다 비우고, 오직 여기에만 집중해야 하는 거지.”


몇 분 정도 더 그 과정을 지켜보던 나는 내 몫의 마석을 깎아내기 위해 세공 칼을 단단히 쥐었다.

모양을 잡기 위해 마석의 표면 위로 칼을 그으니 손이 잘게 떨려왔다.


‘이거······. 생각보다 훨씬 긴장되는데.’


한번 작업을 시작하면 잘못되어도 멈출 수 없다고 생각하니, 쉽게 손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근데 언제까지나 이러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나는 트리스탄의 가르침을 십분 활용해, 천천히 머릿속을 비워내기로 했다.


최대한 빨리 배우고 나머지 일도 끝내야만 내일을 대비할 수 있다.

가서 섀넌을 무사히 데려오려면 당장 닥친 일부터 해결하는 게 먼저다.

그러니 지금은 이것만 생각하자.


몇 번 같은 문장을 속으로 되뇌자 아까보다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후우······. 좋아. 그럼 중심 각도부터 시작해볼까.’


죽 선이 그어진 마석 표면 위를 손의 압력을 조절해가며 세공해나가자, 잘게 갈린 마석 가루가 작업대에 깔린 하얀 천 위로 천천히 떨어져 나갔다.


과정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강한 힘을 주어 연마되는 부분은 혹시나 잘못하면 깨질 수도 있기 때문에 도중에 눈을 떼선 안된다.

나는 곧 마석 안으로 빨려 들어갈 듯 온 신경을 집중한 채로 계속해서 형태를 잡아갔다.


각각의 면이 균일한 비율로 일정하게 깎여나간 마석.

그 위로 그어 놓은 예비 선이 모두 사라졌을 때였다.


[아이템 ‘하급 화염 속성 마석’ 제작 성공]


처음엔 중심에 박힌 붉은 부분을 제외하면 흔한 돌멩이에 불과했던 마석에서 은은한 빛이 새어 나왔다.

맞은 편에서 힐끔 완성품을 확인한 트리스탄의 얼굴이 일순간 오묘해지더니 곧 원래대로 돌아갔다.

그는 곧 다시 시선을 돌려 복잡한 룬어를 마석 위에 새기기를 계속하다 불쑥 대꾸했다.


“이럴 줄 알았지. 매번 손대는 것마다 금방 익혀버리니 이젠 놀랍지도 않아. 넌 대체 지금까지 뭘 하다 이제서야 제작을 시작한 거지?”


그의 목소리가 진심으로 의아함을 담고 있어서, 나는 세공 칼에 묻은 마석 가루를 닦아내며 자연스럽게 대답을 회피했다.


“완성은 했지만, 품질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내가 열 몇 살쯤 세공한 것보단 나은 수준이야.”

“······예?”

“난 다섯 살 때부터 세공을 시작했어. 아버지가 세공 장인이셨거든. 대충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으면 다음 것도 계속해. 빨리 끝내면 룬 새기는 것까지 가르쳐줄 테니까.”


오, 이건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수확이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언제 룬 세공을 다 배우나 걱정했었는데.


‘좋아, 30개라고 했지? 얼른 해치워버리자.’


곧 호기롭게 30개의 마석을 세공하기 시작했다.

딱딱한 하급 마석의 경우에는 처음 익힌 내용을 계속해서 반복한다는 느낌으로 무리 없이 세공할 수 있었지만, 중급 마석은 까다로운 면이 있었다.


‘똑같은 마석인 줄 알았는데, 확실히 차이가 느껴져.’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단단함의 정도와 마석의 중심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열기의 세기였는데, 화염 속성 마석의 특성상 마석 안의 마력이 다하기 전까지는 임의로 열기를 조절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보호용 장갑을 낀 채로 작업을 진행해야만 했다.


하지만 등급이 한 단계 높은 재료인 만큼 세공을 진행할 때마다 누적되는 숙련도가 하급보다 많았기 때문에, 나는 곧 반가운 메시지가 떠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스킬 ‘기초 세공술(Lv.1)’ 획득]


그렇게 마지막 마석의 세공을 끝내갈 무렵이었다.


탁!


작업대 위에 놓인 커다란 마나 회복 포션.

그것이 유리병 속에서 출렁이는 것을 보며 인기척이 느껴지는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트리스탄이 룬 세공을 가르친다는 게 진짜야?”

“그럼 가짜겠냐.”


아. 세공하는 데만 집중하느라 몰랐는데, 그러고 보니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았다.


깡! 깡!


심지어 레너드의 망치질 소리까지 들리는 걸 보면······.

퍼뜩 고개를 들어 눈을 굴리던 나는 투닥거리는 이자르와 트리스탄의 뒤로 카운터를 지키고 있는 로웬을 발견했다.


“요슈아님. 일은 잘 끝내셨나요? 너무 집중하고 계셔서 아침에 인사도 못 드렸어요. 이제 곧 점심시간이니까 쉬엄쉬엄하세요.”


로웬의 상냥한 인사에 가볍게 대꾸한 나는 뒤늦게 시간의 흐름을 자각하며 뻐근한 손목을 가볍게 돌려주었다.

정면을 보니 내가 마석을 세공하는 족족 트리스탄이 룬을 새겨넣고 있던 것인지 작업대 한쪽에 룬어가 새겨진 붉은 룬석들이 쌓여 있었다.


그런데 딱 하나.

트리스탄의 바로 앞에 놓인 룬석에는 일반적인 룬어와는 다른 더욱 복잡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아직 마나 다루는 것도 능숙하지 않은 사람한테 그걸 가르쳐준다는 건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니야? 마력 고갈이라도 일어나면 어떡하라고.”

“하? 룬 세공할 때 드는 마력은 이 마도 회로에 비하면 애들 장난 수준이잖아. 이 정도도 못 따라오면 스승님한테 뭘 배울 생각은 하지도 말아야······.”


나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그 룬석을 시야에 담기 시작했다.

마도 장비의 동력으로 사용되기 위함인지, 한가운데에 새겨진 룬어를 중심 삼아 여러 개의 줄기가 밖을 향해 뻗어나가는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게 바로 그 마도 회로란 말이지.’


이 세계에 현존하는 최고의 마도 제작자, 루카스 섀넌에게 배워야 할 궁극의 강화 제작법.

단순히 보기만 해도 눈이 돌아갈 것 같은 복잡한 모양새였다.

그것을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서 미간을 좁힌 채 손끝으로 회로를 더듬고 있으려니,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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