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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천재 제작자는 탑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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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씨케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4.22 19:33
최근연재일 :
2021.05.04 19:05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1,841
추천수 :
168
글자수 :
75,395

작성
21.04.3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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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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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2쪽

오염 지대 (1)

DUMMY

[스킬 ‘회로분석(Lv.Max)’ 발동]


잡힐 듯 잡히지 않던 무언가가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오르며 입 밖으로 중얼거림이 새어 나왔다.


“에너지 출력을 증폭시키는 회로구나.”


마도 회로를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지만,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을 당연하게 떠올리는 것처럼 이 회로의 용도를 알 수 있었다.

그때 말씨름을 하던 목소리들이 뚝 끊기더니 둘의 고개가 동시에 휙 돌려졌다.


“방금 뭐라고 했어?”

“예?”

“회로가 어떻다고 말하지 않았나?”

“그럴리가. 배우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혼자서 회로를 읽어? 줘봐, 내가 뭔지 알려줄게.”


이자르가 작업대 위의 룬석을 손에 쥔 채로 마력을 불어넣자, 그 속에 새겨진 회로가 빛나면서 표면 위로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으으, 정말 이 느낌은 언제 겪어도 별로야. 마력이 쭉쭉 빠져나가니까 뭘 할 수가 없잖······. 응? 트리스, 여기 새긴 거 증폭 회로 맞지?”


트리스탄은 잠시간의 침묵 끝에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뭐야. 그럼 진짜로 회로를 읽을 줄 안다는 거잖아! 허······. 아니, 이게 말이 돼? 가르치는 대로 척척 제작하는 건 그렇다 쳐도, 마도 회로를 읽는데 어떻게 이렇게 멀쩡할 수가 있지? 보통은 잠깐 읽어 내는 것도 무리인데······.”


글쎄. 나도 이 녀석이 회로를 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나 간단히 읽어 낼 줄은 몰랐다.

게다가 앞선 이자르의 행동을 지켜보니, 원래 회로를 읽으려면 계속해서 마력을 불어 넣어야 하는 것 같은데.


▷ 스킬 상세

<회로분석 (Lv.Max)>

[숙련] -% (패시브)

[소모] -

[상세] 찬란한 마도 문명을 이루었던 고대 엘프의 후예만이 가질 수 있는 특수한 능력. 마도 회로 분석 시 별도의 MP가 소모되지 않으며 제작 등급에 관계없이 모든 회로 구조를 이해할 수 있다.


나에게 회로를 읽는 행위는 일종의 특성에 가까운 패시브 스킬이기 때문에 발동될 때마다 사용에 조건이 붙는 액티브 스킬과 달리 아무런 제약이 없었고, 따로 일정량의 마력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후, 아니다. 이미 본 게 있으니까 의심도 못하겠네. 진짜······.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다니.”


이자르는 처음 보는 생물을 만난 듯 낯선 눈빛으로 날 바라보다 의뢰서를 검토 중이던 로웬의 부름에 자리를 비웠다.

그사이 애매하게 얼굴을 찡그리고 있던 트리스탄이 낮게 여신의 이름을 중얼거리고는 다시 내 맞은편에 앉았다.


“하던 일은 마무리 지어야지. 세공도 끝났겠다, 룬 새기는 법은 간단하게 알려줄 테니까 너도 이걸 해봐.”

“회로 각인 말입니까?”

“정확히 말하면 이건 초벌 작업이야. 스승님이 아이템에 회로를 새기시기 전에, 기본바탕이 되는 것들을 미리 작업하는 거지. 원래는 이만큼 하는데에만 몇 년이 걸리지만········. 너라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사실 회로를 읽는 게 어려워서 그렇지 각인하는 것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거든. .”


마력을 주입하여 날 끝이 푸르게 번뜩이는 세공 칼.

나는 그의 동작을 따라 칼을 바짝 쥔 채로 딱딱한 마석 위에 첫 회로를 새기기 시작 했다.


*


트리스탄을 도우면서 마석을 세공하여 룬을 각인하는 법을 모두 배우고 난 뒤.

나는 남은 시간을 섀넌을 구출해오기까지 오염 지대에서 사용할 활과 화살을 제작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새벽해가 떠오르기 직전까지 계속되던 무기 제작은, 룬석을 세공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익혀둔 기본적인 증폭용 회로를 새기는 과정을 마지막으로 완전히 끝이 났다.


“요슈아! 잠시만 기다려.”


그리고 이른 새벽.

잠깐 눈을 붙인 뒤 탑으로 향하는 보급대 일행에 합류하기로 한 시간에 맞춰 공방 문을 나서려는데, 뒤에서 이제는 익숙해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자르씨? 무슨 일이십니까.”


위층 방에서 급하게 달려 내려온 것인지, 평소엔 질끈 묶고 있을 때가 더 많은 머리칼을 흩날리며 다가온 이자르가 내게 무언가를 건넸다.


“후, 늦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제 막 나가려는 참이지? 오염 지대로 간다면서. 가는 동안 필요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챙겼어. 자, 이거 받아.”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건."


[아이템 ‘휴대용 아이템 제작 키트’ 획득]


“간단한 포션 정도는 여기 있는 장비들로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거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상황에 놀란 것도 잠시, 받아든 상자 안쪽에서 물건들끼리 둔탁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뭐가 많이 들어있는 것 같은데. 휴대용 키트가 맞나?’


의문이 서린 내 표정을 읽은 건지, 이자르가 잠기운이 가시지 않은 얼굴 위로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덧붙였다.


“아래 칸엔 레너드가 준 휴대용 수리 장비랑······.아, 그리고 책도 한 권 들어 있을 거야. 트리스탄 말로는 심심할 때 읽게 던져주라던데, 아마 룬 관련된 책이 아닌가 싶어. 귀한 것들이니까 잘 다뤄야 한다?”

“네, 망가지지 않게 조심히 쓰겠습니다.”

“후후, 농담이야. 그냥 막 써도 돼! 스승님이랑 무사히 돌아오라는 뜻에서 주는 선물이니까. 아, 그런데 나 때문에 늦는 건 아니지? 얼른 가봐야겠네.”


이자르의 배웅을 받으며 밖으로 나선 뒤.

공방에서 조금 멀어졌을 무렵, 머릿속에 조금 전 대화가 스쳐 지나갔다.


‘돌아올 곳이라.’


섀넌에서 그리 많은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니지만, 생각해보니 이곳은 빙의 후에 처음으로 정착하게 된 장소였다.


‘루카스가 돌아와서 마도 기술까지 배우게 되면, 나는 곧 탑에 들어가 봐야 할 테니······. 더는 이곳에 머물 일은 없게 되려나.’


문득 든 생각에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잘 다녀와!”


공방 문 앞에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에 잠시 손을 마주 흔들어 준 뒤, 나는 한 손에 제작 키트를 챙겨 든 채 오염 지대로 향하는 보급대에 합류했다.

아침 해가 뜨기 전 수도를 출발한 보급대는 오염 지대를 앞둔 길목이 나타나자 잠시 멈춰선 채로 정비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오랫동안 마차를 탄 탓에 뻐근해진 몸을 이리저리 돌리며 풀어주려는데, 누군가 내 옆으로 다가와 말을 건넸다.


“섀넌 공방의 조수라고 했나? 그렇다면 싸우는 건 무리겠는데. 내가 주변을 지키고 있을 터이니 몬스터가 나타나면 마차 밖으로 나오지 말도록 하게나.”


‘이 사람, 모험가 길드의 용병이라고 했던가.’


커다란 도끼를 등에 지고 있는 우락부락한 인상의 남자가 내 등에 장비된 활과 화살을 보더니 이를 드러내며 거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막 그의 말에 대꾸하기 위해 입을 열려는 순간, 문득 용병이 서 있는 땅 아래에서부터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 기운은······. 이런, 피하십시오!”


카아아악!


동시에 오염 지대의 흙을 뚫고 튀어나온 거대한 웜의 몸체가 우리를 덮쳤다.


‘슬슬 나타날 때가 되었다 했지.’


나는 빠르게 등 뒤의 활을 낚아채 웜을 향해 겨누었다.


“으악!”


자신의 바로 뒤에서 나타난 웜이 해괴한 울음소리를 토해내며 꿈틀거리자, 용병이 짧은 비명과 함께 급하게 도끼를 꺼내 들며 몸을 휘청였다.


“이건 대체······. 이런 몬스터가 있다는 말은 없지 않았나!”


무작정 휘둘린 도끼가 웜에게 닿지 못한 채로 허공을 가르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그의 외침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열을 유지해라.”

“알겠습니다!”


기사단을 포함한 모든 보급대원들이 동시에 나타난 웜들을 상대하고 있는 사이,

얼굴이 하얗게 질린 용병의 뒤로 이빨을 쩌억 드러낸 웜의 머리가 다시 한번 그를 향해 뻗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줄곧 팽팽히 당기고 있던 활시위에서 막 화살이 떠나려는 순간.


[스킬 ‘래피드 애로우(Lv.1)’ 발동]


퍼퍼퍼퍼퍽!


연속으로 같은 부위에 발사된 3개의 화살이 웜의 두꺼운 피부막에 그을린 자국을 남기며 빠르게 몸통을 반으로 갈랐다.


크아아아!


바닥으로 고꾸라진 웜의 몸통이 둘로 분리된 채 사납게 꿈틀거리며 흙을 뒤엎었다.


퍼억!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머리를 완전히 관통시키고 나자 격렬한 움직임이 완전히 멎게 되었다.


“아니, 방금 그건······”


용병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하지 못한 듯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웜의 사체를 확인하고는 식은땀이 주륵 흐른 이마를 슬쩍 소매로 닦아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하, 하하. 자네. 꽤 하는구만! 그런데 대체 몬스터가 나타나는 건 어떻게 안 건가?”


나는 치켜 올라간 그의 엄지손가락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못 본 척 넘기며 대꾸했다.


“······단순한 직감입니다. 언제 몬스터가 나타날지 모르니,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게 좋습니다.”


확실히 그건 단순한 직감이라고 하기엔 강렬한 기운이었지만, 아직까지는 우연일지도 모르니 나는 말을 아끼기로 했다.

그나저나, 이 사람은 분명 로웬의 소개로 공방 마차의 호위를 계약한 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뭐든 똑 부러지게 일을 처리하는 그녀가 이런 허술한 용병을 고용했다는 게 영 믿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이젠 확실히 싸울 만하다는 걸 알겠어. 단순히 활을 잡는 자세도 그렇지만, 느낌이 훨씬 가벼워진 것 같은데?’


주변이 거의 다 정리되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 옆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그나저나, 엘프 혈통이라 그런가? 활을 다루는 자세가 정확한 것이 실력이 상당한 것 같은데. 이 일을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났지만 자네 같은 제작자가 무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건 또 처음 보네.”


그는 흥미가 가득한 얼굴로 내 귀와 활을 번갈아 보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듣자 하니 나한테 공격 포지션 한쪽을 슬쩍 넘길 생각인가 본데······.


‘출발하기 전에 미리 스킬도 찍고, 무기를 만들어 둬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꼼짝없이 기습당할 뻔했잖아.’


나는 손에 들린 단단한 활을 내려다보며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증폭된 롱보우]

[효과] 공격력 +29, 공격력 +2%

[속성] 불

[설명]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형태의 롱보우. 출력 데미지를 증폭시키는 회로가 새겨진 화염 마석을 매개로 사용하여 성능을 상승시키는데 주안점을 두고자 한 제작자의 의도가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일반 제작품보다 훨씬 높은 공격력을 자랑한다.

[제작] 요슈아(견습)


하급 룬석 하나를 매개로 하여 위력을 높이기 위한 회로가 새겨진 이 활은, 이곳으로 출발하기 전 새벽까지 제작에 몰두했던 나의 첫 번째 제작 활이다.

트리스탄에게 룬 세공과 증폭 회로를 배운 뒤 곧장 제작에 들어가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한 끝에 얻게 된 결과물.


‘덕분에 공격력 증폭 효과에 불 속성도 추가로 붙게 되었고.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좋은 성능이 좋아졌어.’


특히 동일한 제작 레시피로 만든 장비들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의 공격력을 가지고 있으니 명중만 제대로 한다면 사냥 효율이 훨씬 증가될 터.

하지만 내가 보급대원들의 도움 없이도 웜을 혼자서 처리할 수 있는 무력을 갖출 수 있었던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나는 정면에 띄워놓은 시스템 창을 다시 한번 살피며 천천히 스크롤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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