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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천재 제작자는 탑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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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씨케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4.22 19:33
최근연재일 :
2021.05.04 19:05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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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글자수 :
75,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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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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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오염 지대 (3)

DUMMY

눈에 들어온 것은 마차의 진로를 방해하는 웜들의 흔적을 치우고 있는 병사들의 모습이었다.


“가뜩이나 제멋대로 움직여서 여간 성가신 게 아닌데. 이 기분 나쁜 액체는 또 뭔지.”


막 사체 하나를 바닥에 던져낸 병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투덜대자, 함께 일하던 병사가 곧바로 대꾸했다.


“저것 때문에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야. 시체 썩는 냄새보다도 훨씬 지독하구만.”


‘오염 지대의 웜은 원래 냄새가 고약하기로 유명하지.’


게임에서도 그 점을 이용해서 온갖 기분 나쁜 물약을 만들어 납품하는 별난 퀘스트가 있을 정도였다.

나는 시답잖은 농담을 하며 작업을 이어가는 병사들의 목소리를 뒤로한 채 그들이 던져놓은 사체로 시선을 돌렸다.

눈길을 끈 것은 딱딱하게 경직된 웜의 머리였는데, 입을 벌린 채로 목이 잘리기라도 했는지 날카로운 이빨들이 전부 드러나 있었다.


뚝, 뚝


이빨 사이에서 천천히 흘러나온 액체가 피와 섞인 채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하자 검은 흙이 척척히 젖어가면서 큰 웅덩이를 이루었다.

나는 그 모습을 통해 줄곧 고심하고 있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떠올릴 수 있었다.


‘웜으로 만든 물약이라면······. 분명 접착제랑 비슷한 성분을 가진 게 있었지. 아까 키트 속에 그 재료가 있던가?’


곧바로 제작 키트 속을 뒤적이자 연금술용 시약 사이에서 뿌연 액체가 담긴 작은 유리병 하나를 찾을 수 있었다.

이후 깨끗한 공병 하나를 챙겨 들고 입을 벌리고 있는 웜의 머리로 다가가 느릿하게 떨어지는 진액을 채취했다.


“음. 이정도면 양은 충분하겠네. 그럼 조금씩 비율을 맞춰볼까.”


빈 플라스크에 유리병 속 유화제와 웜의 진액을 기본 재료로 넣어준 다음 키트 안의 각종 보조 재료들을 첨가해 입구를 봉인한 상태로 잘 흔들어 주자,


[아이템 ‘웜 진액 접착제’ 제작 성공]


얼마 지나지 않아 플라스크 속에서 끈적한 접착력을 가진 액체가 만들어졌다.

금이 간 틈 사이를 접착제로 충분히 채워 준 다음 부서져 나온 파편들을 잘 맞춰 집어넣은 뒤, 다시 빈 곳이 없도록 꼼꼼히 마무리해주자 공기 중에 노출된 접착제가 단단하게 굳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좋아. 성능을 보니 제대로 만들어진 모양인데?’


재빨리 같은 과정을 몇 번 반복한 다음, 다시 바퀴를 이음새 부분에 조립해주고 나자 마차의 수리가 끝이 났다.


“아니, 정말 이걸 고치신 겁니까? 이렇게 빨리요?”


줄곧 옆에서 작업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병사가 막 바퀴의 고정을 끝낸 마차로 가까이 다가와 상태를 살펴보았다.


“수리는 끝났고, 이제 제대로 굴러가는지 봐야겠습니다.”

“예, 예! 그래야죠. 그럼 제가 해보겠습니다.”


병사는 잠시 마차를 몰아보더니, 문제없이 굴러가는 바퀴를 확인하고 얼굴 한가득 안도에 찬 미소를 지은 채 다시 돌아왔다.


“아주 잘 움직입니다. 더는 사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엉망인 상태였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어서 대장님께 상황을 보고드려야겠군요.”


그때, 멀리서부터 들려오기 시작한 보급대 대장의 목소리가 가까워졌다.


“방금 마차가 움직이는 것 같던데. 설마 수리를 한 건가?”

“이쪽 섀넌의 조수분께서 고쳐 주셨습니다.”

“뭐? 하아, 다행이로군. 이거 정말 고맙네! 자네가 아니었으면 계속 여기에 발이 묶일 뻔했어. 그럼 다시 짐을 실어도 되는 상태인가?”

“예! 그렇습니다.”

“곧 사체 정리도 끝이 날 테니 최대한 빨리 진행하도록.”


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짐마차에 실려있던 짐들이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허, 완전히 새것처럼 고쳐놨잖아! 제작자 양반, 괜히 섀넌 공방의 조수가 아니었구먼. 오가면서 들으니 글쎄 자네가 아니었다면 각자 짐을 든 채로 걸어가야 할 판이었다지 뭔가.”


보급대 대장이 자리를 떠난 뒤, 섀넌의 마차를 호위하는 용병이 옆에서 호들갑을 떨어대는 사이 나는 표식의 개화 시간이 얼마나 남아있는지를 확인했다.


‘아, 다행히 아직 시간이 좀 남아있는 것 같은데.’


다시금 주변을 돌아보니 도로를 막고 있던 상황도 정리가 끝나가고 있어, 나는 약간의 여유를 가지고 마차에 올라탔다.


‘그래도 오염지역 앞까지 들어오는 데는 성공했으니, 이제부터 도착까지는 금방이겠지.’


곧 보급대의 대열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자 나는 고개를 돌려 양옆으로 지나치는 풍경들을 바라보며 앞으로의 일을 계획했다.

그 사이 마차는 오염 지대의 초입에 들어서, 온통 칙칙한 색으로 변질한 나무와 풀들이 바스러진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탑이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제국의 곡창 지대 중 하나로 황금빛 밀밭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던 평원.

하지만 더는 이곳에서 과거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대륙에 나타난 첫 번째 탑을 중심으로 조금씩 땅을 오염시키던 마기는 어느 순간부터 나타난 오염 표식과 함께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었다.

마기에 물든 땅이 불길한 색을 머금은 순간부터 그 흙 위에서 자라던 동식물은 물론이요, 이전에는 본 적 없는 형태의 몬스터들이 이성을 잃은 채로 나타나 마구잡이로 날뛰기 시작했다.


‘직접 겪어보니 상황이 훨씬 심각한 것 같은데······. 이런 광경을 보고도 탑에 들어가겠다고 하다니. 대체 루카스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결심을 한 거지?’


원래 스토리 흐름대로라면 조사단의 임무가 끝나자마자 바로 수도로 돌아와 공방에 복귀했어야 할 그가 어째서 무모한 선택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보조 제작자로 들어온 나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했다는 트리스탄의 말을 듣고 나니 그가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에는 정해진 스토리를 훌쩍 뛰어넘은 내 행보가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천장이 없었더라면 섀넌 공방에 가서도 무조건 문전박대당했을 테니, 지금쯤 다른 서브 퀘스트나 깨면서 겨우 스킬을 습득하고 있었을 테지.’


첫 번째 탑에 들어가기 전 미리 제작 스킬을 얻고자 했기에 추천장을 받은 상태로 공방에 방문했고, 결과적으로 나는 원래의 스토리 진행보다 훨씬 빠르게 공방에 입성하게 되었다.

덕분에 모든 분야에 대한 제작 스킬을 습득할 수 있었지만, 그런 행동이 루카스의 마음을 돌리는데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


‘이 게임에 대해서라면 모든 걸 다 알고 있지만······. 그런 미래 지식을 잘 써먹으려면 스토리가 내가 아는 흐름대로 쭉 진행되어야만 해. 이번 일만 마무리 지으면 앞으로는 좀 조심할 필요가 있겠어.’


물론 그 루카스 섀넌이라면 이런 위험한 곳에 있다 하더라도 몬스터에게 호락호락 당할 일은 없겠지만, 그가 탑 안으로 들어간다고 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금이라면 피네가 옆에 있으니 더 안전하겠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야.’


5개의 탑은 모두 동일한 규칙 한 가지를 공유하고 있는데, 특정 층 이상부터는 오직 선택받은 이들에게만 등반을 허락한다는 것이었다.

만약 자격 없는 자가 등반을 시도하기 위해 무리하게 탑을 오르게 되면, 탑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워프 포인트가 활성화되는 층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로 영원히 갇혀버리는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그나마 보급이 필요한 시점이라 다행이었지. 적어도 우리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알려준 자리에 그대로 대기하고 있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던 사이.


아우우우우!


저 멀리, 우리가 지나온 곳에서부터 몬스터들의 울음소리가 메아리쳤다.


“저 소리, 아까 우리가 머물던 곳에서 들리는 것 같은데······. 그럼 근처에 다른 몬스터들이 있었던 건가?”

“저게 여기까지 들릴 정도면 떼로 모여 있는 것 같은데. 저 놈들이랑 마주치기 전에 출발해서 정말 다행이구먼.”

“아아, 그러니까 말이야. 섀넌의 조수가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날 뻔 했네.”


다행히도 이미 거리가 상당히 떨어진 상태라, 표식에 이끌려 튀어나온 몬스터들도 이곳까진 따라오지 못할 게 분명했다.

그렇게 몇 시간을 더 달린 끝에, 어느새 약속된 지점에 도착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마차가 완전히 멈추자 정면에 토벌대가 임시 주둔지의 입구에 꽂아 놓은 표시용 깃발이 바람에 흩날리는 것이 보였다.


수도에서 파견된 보급대에 합류해 막 성 밖을 나설 때까지만 해도 지평선에 희미하게 걸려있던 탑 또한 이제는 정말 가까워졌는지 내내 모습을 숨기고 있던 생김새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것을 자세히 관찰하기도 전에, 선두를 지키고 있던 기사단원들이 술렁거리며 주변을 살피는 것에 의문이 들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겁니까?”


그러고 보니 지금쯤이면 보초를 서는 자들이 보급대의 접근을 눈치챘을 법도 한데, 주둔지 입구에 들어섰는데도 안쪽에서는 어떤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뭔가 문제가 생긴 모양인데. 내가 상황을 보고 올 테니 여기서 기다리고 있게.”


용병은 기사단원들이 있는 선두를 지나쳐 안쪽으로 사라지더니 곧 잔뜩 굳은 얼굴을 한 채로 달려왔다.


“이, 이럴 수가. 안이 텅텅 비어있잖아! 짐이고 뭐고 그냥 내 버려둔 채로 아주 쑥대밭이 다 되어 있네.”

“그게 정말입니까?”

“뭔가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해. 불을 피운 흔적을 보니 최소한 자리를 비운 지 하루는 지난 것 같은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그의 목소리가 저주받은 평야 위에 울려 퍼지는 순간.


파앗!


나는 반사적으로 천막을 급히 열어젖힌 뒤, 그대로 타고 있던 마차에서 뛰어내려 앞을 향해 나아갔다.


“아니, 자네! 혼자서 안에 들어가면 위험하네!”


뒤에서 용병의 외침이 들려왔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주둔지 안쪽으로 들어서니 앞서 정찰을 나섰던 이의 말대로, 주둔지 안은 태풍에 휩쓸린 것처럼 혼잡한 상황이었다.


불에 타 검게 그을린 장작 몇 개만 남긴 채 여기저기가 찢겨 나간 천막과 기사단의 것이 분명한 검이 널브러진 땅.

갑자기 텅 빈 주둔지와 엉망이 된 내부.

도통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원인을 짐작하는 것 정도야 쉬웠다.


‘······몬스터 떼가 습격해 온 건가.’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 만났던 몬스터들의 규모와 의도적으로 마차 아래를 노리고 튀어나오던 행동을 생각하면, 오염 지대의 몬스터들은 어느 정도의 지능을 가진 채로 행동하는 것이 분명했다.

게임에서는 주인공들이 탑을 등반하는 과정을 메인 스토리로 다루다 보니 그 사이에 바깥의 대륙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깊게 다루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하나의 탑을 등반한 뒤 다음 탑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런 식의 습격이 점차 빈도를 높여가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이야기가 연계 퀘스트로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섀넌 공방이 본격적으로 무기를 양산하고 바빠지기 시작하는 시점도 이때와 맞물리니까,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 게 분명해.’


“이곳에서 전투가 있었나 본데. 아직 놈들이 남아있을 수 있으니 경계를 늦추지 말게.”


기사단의 병사들이 주둔지 안쪽을 자세히 수색하는 도중, 멀지 않은 곳에 멍하니 서 있는 병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 저게······. 대체 뭐지?”


의아함에 그의 행동을 지켜보자니, 그는 공포가 서린 얼굴로 중얼거리며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그의 시선이 향한 곳으로 눈을 돌린 찰나.


‘역시나.’


자리를 박차고 방향을 돌린 나는 급히 주둔지 안의 가장 높은 곳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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