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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천재 제작자는 탑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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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씨케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4.22 19:33
최근연재일 :
2021.05.0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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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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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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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3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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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 1 재해의 탑 (1)

DUMMY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새카맣게 변해버린 숲은 죽은 듯 고요했다.

그 한복판에 놓인 주둔지 안, 사다리의 마지막 부분을 밟고 망루 위에 올라선 나는 고개를 치켜들고 모습을 드러낸 탑의 꼭대기 부분을 확인했다.


높은 곳에 올라오니 탑의 윗부분을 겹겹이 가리고 있던 커다란 구름이 걷히며 번뜩이는 것이 땅 위에 반사되는 것이 보였다.

······시커먼 땅 위를 비추는 검초록색 빛.


‘저 모양은······!’


이전까지 탑의 꼭대기에서 희미하게 뻗어 나오던 불길한 빛기둥이 완전한 형태를 갖춘 채로 하늘 위로 뻗어 올라가 있었다.


‘토벌대가 탑 안에 들어가 있다니. 대체 왜?’


내가 알고 있는 것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것은 분명히 탑에 도전 중인 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기둥이었다.

탑 꼭대기에 선명히 떠오른 기둥을 발견한 이후.

보급대는 토벌대의 흔적을 쫓아 방향을 돌려 탑의 입구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둔지에서 몬스터의 습격을 받고 이쪽까지 쫓겨 온 모양인데.’


그리고 그 추측은 탑의 입구에 가까워질수록 점차 확신으로 바뀌어 갔다.

조심스럽게 이동하며 주변을 둘러보니 시커먼 흙 위는 온통 사람들의 발자국 모양으로 가득했다.


어지럽게 흩어진 상태로 말라붙어 있는 흔적들.

무언가에 내쫓기는 도중에 몇 번 싸움이 일어났던 것인지, 그 사이에는 토벌대의 것이 분명해 보이는 깃발과 부서진 무기들과 토벌대의 시체인 것이 분명한 잘려 나간 살점 따위가 아무렇게나 널려있었다.


“이미 완전히 오염된 상태로군요. 함부로 만졌다간 어떤 식의 감염이 일어날지 모르니······. 우선 살아있는 사람들을 찾는 게 먼저입니다.”

“이 정도의 피해를 입힐 정도라면 아주 강한 몬스터였을게 틀림없어. 긴장을 늦추지 말게.”


이럴 때 용병의 말대로 무장한 상태인 토벌대를 습격할 정도로 강력한 몬스터 무리가 근처에 있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토벌대의 시체를 한 구씩 발견할 때마다 짧은 추모 의식을 치를 새도 없이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참혹한 광경을 직접 보고 나니 불안감이 앞서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 정도로 내쫓길 정도라면, 필드의 중간보스라도 나타났던 건가? 아니면 근처에서 표식이 개화하기라도 한 모양인데. 토벌대가 먼저 탑을 오르다 실패했다는 시나리오는 원래부터 정해져 있었다만······. 그건 탑 안에서 일어나야 할 일이잖아.’


아무래도 루카스가 토벌대에 합류한 시점부터 일이 단단히 꼬여버린 것 같은데.

이런 규모의 피해라면······. 빌어먹게도 그가 안전한 상태로 있을 거라는 확신을 할 수 없었다.

다급한 마음에 쉬지 않고 얼마 간을 더 걸어간 끝에, 우리는 마침내 사람들의 흔적이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곳에 당도할 수 있었다.


[새로운 지역 ‘제 1 재해의 탑’을 발견하였습니다]


휘잉!


주변을 맴도는 불길한 마력의 기운에 앞선 기사단원들의 망토가 바람에 나부끼듯 휘날렸다.

이곳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재해의 탑 입구는 마치 지옥의 문을 연상시키는 기이한 형상들이 여러 겹씩 겹쳐진 구조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곳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문은 단단한 가림막에 막힌 게이트의 일종처럼 보였는데, 보통 인간들보다도 신장이 발달 된 엘프 혼혈의 몸으로도 고개를 한참 위로 들어야 그 끝이 보일 법한 크기였다.

시선을 압도하는 탑의 모습에 모두가 잠시 말을 잃은 사이 옆에서 용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토벌대의 흔적이 여기서 끊기다니······. 여기가 바로 그 재해의 탑이라는 곳 아닌가.”

“이 탑에 대해 알고 계신 겁니까?”

“원래 용병 일을 하다 보면 별 이야기를 다 듣는 법이지. 게다가 요즘 이 근방에 파견 임무가 끊이질 않잖는가. 불길한 순백색 탑에 대한 소문 정도야 수도 내에 알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라네.”


그가 최근 모험가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는 탑에 대한 소문들을 막 늘어놓으려 할 때, 허공을 떠돌던 검은 마력의 기운들이 하나로 뭉쳐 문 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무, 문이 움직이고 있잖아!”

“가만히 서 있지 말고 일단 뒤로 물러나게나!”


애석하게도 이미 늦었다.

탑이 우리를 감지해버린 것 같으니까.


입구를 장식한 여러 겹의 구조물들이 가동 준비를 하듯 거대한 소음과 함께 움직이기 시작하자 곧 강한 바람과 함께 마력을 뿜어내는 둥그런 게이트가 완성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게이트 중앙에 밀집된 마력이 폭발하듯 퍼져나가며 우리를 덮쳐왔다.


파아아---!


눈앞이 점멸하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은 게이트에서 뻗어 나온 강렬한 빛무리뿐이었다.


*


케르르륵!


······기분 나쁜 울음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그 소리 위로 다른 목소리들이 겹쳐졌다.


“으윽, 여긴 대체 어디지?”

“대륙 어디서도 이런 곳은 본 적이 없는데. 나무들도 죄다 낯선 것들 뿐이잖아.”


밀려오는 의식을 붙잡고 나자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보급대원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


그것을 인지하자마자 황급히 상체를 일으키고나니, 사방에 온통 굵은 나무가 빼곡히 들어차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걸 배경 삼아 눈앞에 둥둥 떠오른 시스템 창을 미간을 찌푸린 채로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메인] 제 1 재해의 탑, 1F


[조건] 해당 층의 모든 몬스터 섬멸 (23/???)


[보상] 2F 워프 게이트 활성화, EXP 12000, AP 150000, 이형의 수정 조각


[개요] 재해의 탑의 첫 번째 시련을 극복하고 도전자의 자격을 증명하라.


‘결국 이 안으로 들어와 버렸잖아.’


토벌대의 흔적을 쫓으려면 어차피 들어와야 하는 곳이었지만, 게이트의 힘으로 인해 강제로 공간을 이동한 후유증 탓인지 잠시간 속이 뒤집히는 느낌이 들어 몸을 가누기가 어려웠다.


‘하여간 원래 민폐 캐릭터 아니랄까 봐. 능력 가성비 하나는 끝내주게 별로라니까.’


그간 레벨업을 할 때마다 틈틈이 체력에 스탯 포인트를 투자한 탓에 게임 초반의 요슈아보다 훨씬 나은 상황이었지만 워프 한번에 혼이 다 빠질 지경인 걸 보면 앞으로도 이쪽 꾸준히 스탯을 올려가야 할 것 같았다.


‘그나저나 이미 섬멸 개체 수가 카운트 되고 있는 걸 보면, 앞서 들어온 사람들이 사냥을 시작한 것 같은데.’


세자릿수에 맞춰져 있는 1층의 총 토벌 목표 수는 한번 도전이 시작될 때 랜덤한 난수만큼 가감되며, 그 값은 내부의 인원이 몰살할 때까지 고정되는 형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스무 개체쯤 토벌한 걸 봐서는 토벌대의 사람들도 겨우 이쪽 환경에 적응을 마치고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은데.


“제작자 양반. 좀 괜찮은가? 잠깐 정신을 잃은 사이에 숲 한복판에 들어와 있다니······. 보고도 믿을 수가 없네.”

“예. 확실히 밖과는 완전히 다른 곳이군요.”


탑의 1층은 대지 속성의 몬스터들이 등장하는 숲의 초입을 컨셉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여기서 나오는 몬스터가, 딱 한 종류였던가.’


첫 번째 층이니만큼 다른 층계보다 몬스터의 종류도 적고 함정이 없는 편이긴 하지만, 개체 하나하나가 이곳으로 향하는 길에 만났던 몬스터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 주의해야만 했다.


‘하지만 돌파할 방법이 완전히 없는 건 아니지.’


공략법 정도야 이미 훤히 알고 있으니 이왕이면 서둘러서 토벌대와 만나는 편이 좋을 텐데.

게다가 지금 이 탑엔 반드시 구조해서 돌아가야만 하는 루카스가 있으니, 우선 한시라도 빨리 그들을 만나야만 했다.

다행히 탑에 들어온 모두에게 나와 같은 퀘스트 창이 보이는 건지 우왕좌왕하던 보급대의 사람들도 대강 돌아가는 눈치를 파악한 것 같았다.


“이곳에 토벌대가 먼저 들어와 있는 게 분명하군. 그렇다면 우선 그들의 위치를 알아낼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끝을 흐렸다.

끝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넓은 공간과 몬스터가 득시글거리는 숲.

뉘엿뉘엿 서쪽으로 지고 있는 탑 내부의 해까지.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을 찾아낸다는 건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

보급대장의 말이 떨어지자 기사단원들을 포함한 모두가 난감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우선 높은 곳에 올라가 보는 게 어떻습니까?”

“나무들의 키가 높은 편이니, 누군가 올라가 주변을 둘러보면 근처의 지형을 익히기가 수월할 겁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오염 지대에서 웜이 나타나기 직전 느껴졌던 불길한 직감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 느낌이 정말 사실이라면.


“뭔가가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쿵! 쿵!


지면을 울리는 육중한 소리가 빽빽하게 들어찬 나무들 사이로 울려 퍼진다.

아직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상대가, 강력한 기운을 뿌려대며 정확히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소리가 심상치 않은데. 모두 몸을 숨기도록 해라!”


보급대장의 명령이 떨어지고 우리는 경계를 유지하며 바로 앞에 보이는 숲 안으로 들어섰다.

그것을 자각함과 동시에 나는 재빨리 머릿속에 1층과 관련된 모든 지식들을 나열해보며 녀석의 정체를 떠올렸다.


‘이곳에서 저렇게 덩치가 큰 몬스터라면······. 젠장, 그 녀석이 분명하겠는데.’


그리고 동시에 저 멀리서 거대한 엔트의 몸이 모습을 드러냈다.


“······세상에. 여신이시어.”


누군가 탄식하듯이 근심 깊은 한숨과 함께 여신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허, 엘프들은 자연에 동화되어 삿된 것들을 일찍 알아차린다는 소문이 정말인가 보구먼.”


가까운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용병이 이쪽을 향해 놀라움이 담긴 시선을 던졌다.

나는 본능적으로 치켜 올라간 귀를 손끝으로 짚으며 생각에 잠겼다.


‘요슈아에게 전투 예지 같은 스킬은 없었는데.’


공방에서 평화롭게 제작이나 하던 때엔 몰랐는데. 미래를 예지하는 거창한 스킬까진 아니지만, 이 몸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는 엘프의 기운은 고대의 마도 기술을 분석하는 능력 외에도 다른 힘을 가진 것 같았다.


‘본능적으로 불길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던 건가?’


그렇다면 이것 또한 계속해서 숙련도를 올리면 스킬화 할 수 있는 걸까.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꽤나 유용하게 쓰일 법한 능력인데.


“모든 몬스터를 섬멸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지금처럼 전력이 모여 있을 때 공격을 시도해보는 것이······.”

“저렇게 큰 엔트를 어떻게 이긴단 말인가? 대륙 북쪽에 사는 엔트들 중에서도 저만한 덩치는 본 적이 없네. 오히려 숲 안쪽으로 더 들어가는 편이 안전할 수도 있어.”


그때 엔트의 등장 이후 숨을 죽이고 있던 보급대원들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해대며 입씨름을 하기 시작했다.


‘놈은 지금 전력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야.’


저 자이언트 엔트는 이 1층의 보스 몬스터로, 웬만큼의 공격은 모두 튕겨내는 극도로 단단한 몸을 가진 까다로운 상대다.


‘적어도 토벌대 정도의 규모라면 모를까, 지금 저 녀석에게 덤볐다간 몰살할 가능성도 있어. 그렇다면 역시 더 안쪽으로 들어가서 조금이라도 빨리 합류해야······. 아, 그러고보니.’


머릿속에 쓸만한 정보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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