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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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무지개
작품등록일 :
2021.04.23 22:21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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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2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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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시체를 뜯어 먹다. - 6

DUMMY

화영웅은 옆쪽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술병을 발로 툭! 차 올려 공중으로 띄웠다.


그리곤 빠르게 몸을 회전시키며 천지룡을 향해 냅다 술병을 차냈다.


‘일단 이것부터!!’


슈우우우우······.


술병은 빠르게 허공을 가르며 천지룡의 뒤통수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술병이 뒤통수 바로 앞까지 당도했지만 천지룡은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미, 미동도 없다니······.내 생각보다 더 엄청난 고수······.’


퍽!!


화영웅이 식은땀을 흘리며 생각하는 순간 날아간 술병이 천지룡의 뒤통수를 세차게 강타하며 산산 조각나 사방으로 흩어졌다.


‘실수였어······.처음부터 검으로 정면승부 했어야 했는데!’


화영웅은 몹시 긴장하며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제대로 한 번 붙어보자!”


외침과 함께 화영웅은 천지룡의 뒷머리를 향해 맹렬히 검을 찔러갔다.


검이 천지룡의 뒤통수에 막 닿으려는 순간 돌연 그의 뒷머리에서 핏물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그리더니 앉은 자세 그대로 탁자에 이마를 쿵! 하며 처박아 버렸다.


화영웅은 검을 뻗어낸 어정쩡한 자세로 탁자에 얼굴을 처박고 혼절한 천지룡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뭐······.뭐야······.혼절한 거야?”


그랬다.


천지룡은 화영웅이 부하들과 싸우는 동안 이미 기절해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그가 앉아있는 바닥에는 지려진 오줌이 길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화영웅은 어이없어 웃음을 터트렸다.


“풋! 기가 막혀······.”


그때 기절해 있던 점소이가 눈을 떴다.


“끝난 건가······?”


천천히 몸을 일으킨 점소이는 객잔 안의 광경을 둘러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여기저기 처참한 몰골로 기절해 있는 사내들을 비롯하여 객잔 안의 기물들이 대부분 파괴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점소이는 잔뜩 짜증 섞인 얼굴로 중얼 거렸다.


“스벌······. 많이도 싸질러 놨네.”


문득 화영웅이 생각난 점소이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 싸가지 없는 놈은 어딜 간 거지? 잡혀 먹혔나?”


순간 점소이의 뒤통수 위로 화영웅의 목소리가 들렸다.


“니가 찾는 그 놈 뒤에 있다”


화들짝 놀란 점소이는 이내 화영웅쪽으로 돌아서며 머리를 굽실거렸다.


“헤헤헤······.다, 다행이 살아계셨군요! 저 나쁜 새끼들에게 정의를 보여 주시다니 참으로 훌륭하십니다요.”


화영웅은 그나마 남은 깨끗한 탁자에 앉으며 점소이를 향해 말했다.


“치워”


점소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뭘요?”


화영웅은 턱만 까닥해 쓰러져 있는 사내들을 가리켰다.


“저기 있는 쓰레기들 치우라고”


점소이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제, 제가요?”


“그럼 내가 치울까?”


점소이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 그렇게 해 주신다면야······.”


화영웅은 인상 쓴 채 검으로 탁자를 탕! 하고 내리쳤다.


화들짝 놀란 점소이는 서둘러 쓰러져 있는 도끼 사내 한 명을 향해 달려갔다.


“다, 당연히 제가 치워얍죠! 제가 치운다고 말씀드리려 했는데······.헤헤······.성질도 급하셔라······.”


점소이는 기절한 도끼 사내의 양쪽 어깨를 잡은 채 낑낑 거리며 객잔 구석 쪽으로 끌고 갔다.


‘아이고~ 힘들 어라! 대체 뭘 처먹었기에 이렇게 무거워?’


화영웅은 탁자에 발을 올린 채 잠시 눈을 붙였다.


아버지 외에 다른 상대와 싸움을 해본 것이 처음이라 그런지 나른한 피곤함이 몰려왔다.


점소이는 창문을 부수며 튕겨나갔던 철퇴 사내를 객잔 안으로 질질 끌고 들어왔다.


딱! 쿵!


끌려오던 철퇴 사내의 머리가 객잔 문턱에 걸렸다 바닥에 떨어졌다.


“아이고~ 미안해라!”


타닥! 퍽! 쾅!


다시 끌려오던 철퇴 사내의 머리가 객잔 기둥을 비롯하여 엎어져 있던 탁자 모서리 등에 연이어 부딪혔다.


“이런! 아프겠는걸”


“아! 그것 참 미안하네······.”


점소이는 철퇴 사내를 힘겹게 객잔 구석에 데려다 놓고는 긴 한숨을 쉬었다.


“휴~ 겨우 데려왔네······.”


천지룡을 데려오기 위해 돌아서다 점소이는 화들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철퇴 사내의 깨진 머리에서 흘러나온 피로 인해 객잔 입구부터 그를 옮긴 구석까진 긴 핏자국이 나 있었기 때문이다.


“젠장······.저걸 또 언제 닦나? 박살난 기물도 치워도 하고 접시들도 치워야 하는데······.짜증나 미치겠네······.”


투덜거리는 점소이의 소리가 듣기 싫었는지 어느새 깬 화영웅은 객잔 문 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나 잠시 나갔다 올 테니 잘 치워놔”


“예, 옙! 잘 다녀오십시오!”


점소이는 객잔 문 밖으로 나가는 화영웅을 향해 연신 머리를 굽실대며 말했다.


객잔 밖으로 나온 화영웅은 곧장 말이 묶여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밖으로 나올 때부터 다시 들어갈 생각 따윈 없었다.


왠지 저 객잔에 더 머물다간 골치 아픈 일이 또 생길 것 같은 찝찝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화영웅은 두 갈래 길이 있던 곳으로 다시 말을 움직여갔다.


화영웅이 떠난 것을 알지 못한 점소이가 구시렁구시렁 거리며 객잔 구석 쪽으로 천지룡을 힘겹게 끌고 갔다.


“스벌~ 일 만든 놈은 놀고 힘없고 불쌍한 놈은 뒤치다꺼리나 하고······.에이~더러운 내 팔자······.”


그때 기절해 있던 곽모용이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점소이는 눈을 뜨고 있는 곽모용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


“으악! 노, 놀래라!”


점소이는 곽모용을 보며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일어 나셨으면 말을 하시지······.”


곽모용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깜짝 놀란 점소이를 뒤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으악!”


점소이를 천천히 돌아보는 곽모용의 두 눈은 먹물보다 짙은 검은 색으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화영웅에 의해 잘려진 손목에서는 핏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것은 무척이나 기괴하고 섬뜩한 광경이었다.


곽모용은 신음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크르르르”


점소이는 어색한 웃음과 함께 엉거주춤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피, 피가 많이 나는데······.이, 일단 상처부터 치료하시는 게······.”


“그, 금창약이 어디 있더라······.”


두 눈이 짙은 검은색으로 변한 곽모용은 점소이를 보며 이빨을 드러낸 채 으르렁거렸다.


그러더니 피가 뚝뚝 떨어지는 잘려나간 오른손으로 점소이를 잡으려는 듯 허우적거리며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죽은 시체가 걸어오는 듯 섬뜩한 느낌이었다.


점소이는 창백하게 질린 표정을 한 채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며 말했다.


“가, 갑자기 왜, 왜 이러시는지······.그, 그 놈을 찾으시는 거, 거라면······.방금 밖으로······.”


곽모용의 뒤를 이어 피범벅 상태인 유성추 사내도, 머리에서 핏물이 줄줄 흐르는 천지룡도, 입으로 피를 줄줄 흘려내는 철퇴 사내도, 팔과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도끼 사내도 점소이를 향해 허우적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점소이를 향해 다가오는 사내들의 두 눈은 모두 곽모용처럼 먹물보다 짙은 검은 색을 띄고 있었다.


점소이는 기괴하고도 무서운 상황에 다리를 부들거리며 뒷걸음쳤다.


“왜, 왜들 이래요?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니까요?”


그 순간 무서운 기세로 달려든 천지룡이 점소이 목을 이빨로 콱! 물어 버렸다.


“으! 으아아아아악!!”


이어 달려든 나머지 사내들이 점소이의 팔, 어깨, 다리 등을 미친 듯이 물기 시작했다.


“크아악······.왜, 왜들 이래······.으아아악!”


와작······.와작······.우걱······.우걱······.꽈득······.우드득······.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점소이를 뒤덮은 사내들은 점소이의 살점을 이빨로 마구 뜯어냈다.


“사, 살려 주세······.꼬르르르럭······.”


점소이는 입 안에 가득 메운 핏물로 인해 더 이상 비명조차 내지를 수가 없었다.


의식을 잃어가면서 그는 자신의 가슴이 시원하게 뜯겨지고 뱃속의 뭔가가 뽑혀져 나가는 걸 느낄 수가 있었다.


감겨져 가는 점소이의 눈에 손에 들린 싱싱한 내장을 맛있게 뜯어먹는 악귀 같은 천지룡의 모습이 보였다.



뚜가닥······.뚜가닥······.


한참동안 말을 몰아와서야 화영웅은 두 갈래 길에 도착할 수 있었다.


화영웅은 선택의 여지없이 성도로 이어진 길로 말을 몰아갔다.


말을 달리며 바라보는 화영웅의 눈에 성도의 성(城)위에만 시커멓게 덮여 있는 거대한 검은 구름과 그 사이를 뚫고 간간히 내리치는 번개줄기가 보였다.


‘역시 찝찝해······.뭔가 있단 말이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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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제 8 장 죽음 직전 - 3 21.11.15 27 0 7쪽
36 제 8 장 죽음 직전 - 2 21.11.08 38 0 7쪽
35 제 8 장 죽음 직전 - 1 21.11.02 42 1 8쪽
34 제 8 장 죽음 직전 21.10.27 40 0 7쪽
33 제 7 장 검은 숲 - 6 21.10.04 38 0 7쪽
32 제 7 장 검은 숲 - 5 21.09.28 57 0 7쪽
31 제 7 장 검은 숲 - 4 21.09.20 51 0 8쪽
30 제 7 장 검은 숲 - 3 21.09.13 55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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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제 7 장 검은 숲 - 1 21.08.31 64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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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제 6 장 배신 - 3 21.08.09 68 1 8쪽
24 제 6 장 배신 - 2 21.08.02 64 0 7쪽
23 제 6 장 배신 - 1 21.07.30 69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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