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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타마
작품등록일 :
2021.04.27 05:29
최근연재일 :
2021.04.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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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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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비누 손

DUMMY

“드디어! 드디어 우리 샤워 가문의 오랜 염원을 이뤄냈구나, 노아!”


언뜻 보기엔 산적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흉악한 외모의 중년사내가 감격한 눈으로 열 살 남짓의 꼬마 아이에게 말했다.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둘은 부자 관계인 듯했다.


“이제...우리 가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건가요, 아버지?”


“그럼! 그렇고 말고! 네 할아버지 유언에 따르면, 이 비누 손만 있으면 세상 모든 때를 벗겨낼 수 있다고 하셨다! 이크!”


아들의 질문에 아비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하지만 눈물을 훔치다가 손에 있던 비눗물이 눈에 들어갔는지 옆에 있던 대야로 물을 떠서 얼굴을 닦았다.


‘내가...내가 가문을 일으킨다!’


“아버지! 저 힘내서 세계 최고의 때밀이가 될게요!”


“암! 그래야지! 애비가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마!”


“아버지! 지금부터 수련해요! 각성한 이 힘을 어서 시험해 보고 싶어요!”


“오냐! 자, 바로 시작하자!”


부자는 십년 전, 자신의 가게 앞에 대형 목욕탕이 문을 연 이후 나날이 쇠퇴해 가던 지난날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제는 그간의 아픔을 잊고 새롭게 미래를 써 내려갈 수 있게 되었다.


부자가 새로운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된 이유는 칠라의 아들 노아가 가문의 오랜 숙원인 ‘비누 손’을 각성했기 때문이다.


‘각성’이라는 것은 같은 혈통이 수대에 걸쳐 한 가지 일에만 종사할 때 일어나는 현상으로, 무속성인 마나가, 그 행위에 가장 적합한 형질로 변화하는 것을 말한다.


샤워 가문은 선조 때부터 지난 100년 간 대를 이어 사람들의 때를 벗겨주는 때밀이 일을 해왔다.


또한 비누칠이야 말로 때밀이의 핵심이라는 신념 하에, 질 좋은 비누를 만드는 것과 그 비누에 맞는 때밀이 기술을 수련해 왔다.


그리고 이제, 샤워 가문 31대 손, 노아에 이르러 드디어 ‘비누 손’이라는 희대의 사기 기술을 각성한 것이다!


‘이 손만 있으면 할 수 있어!’


노아가 비누 손을 각성한 이후, 칠라는 노아를 실전에 투입하여 사람들의 때를 밀게끔 했다.


“아니! 이 손은!”


“극락..극락이야!”


“숭고해... 가슴 속의 때까지 밀리는 기분이야!”


“이 손은... 분명 물만 묻혔을 뿐인데 도대체...!”


사람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노아가 한 번 때를 밀 부위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면 그 즉시 그 부위에서는 마치 비누칠을 한 것처럼 거품이 일어났다.


노아는 거품이 일어난 부분을 별다른 힘도 들이지 않고 때닦이로 밀어 버렸는데, 그때마다 피부를 제외한 노폐물들만 정확하게 쑥 쓸려 내려갔다.


하지만 그럴수록 샤워 가문과 경쟁하던 클린 가문의 근심은 깊어졌다. 클린 가문의 가주인 고르토는 손님으로 북적이는 샤워 가문의 목욕탕을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그때 때마침 클린 가문의 심복 티치가 가주실로 들어왔다.


고르토는 티치를 보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도대체 왜 요새 손님이 줄어든 겐가!”


“그...그게.. 요 앞의 조그만 가게에 굉장한 꼬맹이가 있다는 소문이...”


“그깟 꼬맹이 하나 때문에! 티치, 잘 듣게. 한 달 내로 저 콩알만한 목욕탕을 내 눈앞에서 치우지 못하면, 자네 목이 날아갈 거야.”


“가...가주님! 그러려면 아무래도....”


고르토의 위협에 티치가 말끝을 흐리자 고르토는 그 뜻을 이해했는지 씨익 웃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티치에게 말했다.


“티치, 자네가 우리 가문에서 일을 한 지도 어느새 40년일세. 자네 옆엔 내가 있잖나. 자네 하고 싶은 대로 하게.”


“가... 가주님! 반드시 한 달 내로 해결하겠습니다!”


“그래. 내 자네가 있어 항상 든든하네. 이만 나가 보게.”


“예! 가주님!”


티치는 티치대로 음흉한 표정을 하고는 가주실을 나갔다. 10년 전 클린 가문이 세릴 영주성으로 이주하기 전에도 티치는 이런 식의 일처리를 수없이 해본 적이 있었다.


“이런 식의 일은 내 전문이지...우선은 염탐부터...”


티치는 셀 수 없이 많은 방안들 중 한 가지를 택한 후 어두운 골목 거리로 바쁘게 발을 놀렸다.


“저...손님. 오늘 영업시간은 끝났습니다.”


티치가 무언가 모략을 짜는 그날 밤, 칠라는 한밤에 찾아 온 손님 때문에 난처해하고 있었다. 그녀는 푸른 갑옷을 입고 있었고 허리춤에는 여인이 휘두르기에는 조금 길어 보이는 장검을 차고 있었다.


“잠깐이면 돼요. 값은 후하게 드릴게요.”


“그것도 그렇지만, 저희 목욕탕엔 여탕이 없습니다.”


“그건 괜찮아요. 영업이 끝났다니 마침 아무도 없겠군요.”


“그건...”


다른 손님이었다면 그의 험악한 인상을 활용하여 냉큼 가게 밖으로 쫓아버렸겠지만, 상대가 척 봐도 방랑기사로 보이자 칠라도 강하게 거절하지는 못했다.


“아버지! 무슨 일이세요!?”


그때 노아가 두 부자가 숙식하는 작은 방문을 열고 나왔다.


“이 분이 오늘 꼭 씻고 싶다고 하시는구나.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영업시간도 끝났고 우린 여탕도 없으니...”


“아드님이신가요?”


“네, 맞습니다! 요새 요녀석 덕에 아주 살맛이 나죠!”


“참 귀여운 아이에요. 아드님이 일을 잘 도와주나봐요?”


“그러믄요! 이 녀석이 저희 가문의 오랜 염원을 이뤄줬죠!”


“염원이란 건?”


“아, 요녀석이 비누 손을 각성했지 뭡니까!?”


칠라는 아들 이야기가 나오자 그 험악한 인상에서도 감출 수 없는 기쁨이 떠올랐다.


손님은 그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칠라에게 물었다.


“각성...이라구요?”


“예! 요녀석이 때를 밀면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하지 뭡니까! 비누를 쓰지 않아도 이 녀석의 손에 닿으면 때가 술술 벗겨집니다!”


“아버지...”


노아는 초면부터 자신을 자랑하는 칠라가 조금은 부담스러워 칠라를 한 번 불렀지만, 그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낯선 손님이 노아에게 말을 걸었다.


“네가 그렇게 때를 잘 미니?”


“네? 네! 저는 세계 최고의 때밀이가 될 거에요!”


다정한 여인의 목소리에 노아가 당차게 대답했다. 손님은 노아가 맘에 들었는지 웃으면서 노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면 내 때를 좀 밀어주겠니?”


“소..손님!”


그 말에 칠라가 화들짝 놀라 손님을 불렀다. 삽시간에 노아의 얼굴이 화끈 달아 올랐다.


“아직 꼬마잖아요. 괜찮지 않나요?”


“그..그건.. 그리고 아직 들어오셔도 된다고 얘기도..”


“욕탕은 저쪽인가요? 이 꼬마는 괜찮지만, 사장님은 들어오시면 안 된답니다?”


“그..그럴 리가요!”


여인이 매력적인 미소를 보이며 칠라에게 말하자 칠라가 손사래 치며 대답했다. 여인은 풋 하고 웃고는 먼저 욕탕으로 들어가 버렸다.


“노아, 어떻게 할 테냐.”


“아버지... 가게를 더 키우려면 여성 손님들도 받아야 해요. 어쩌면 이건 기회일지도 몰라요!”


노아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칠라에게 말했다.


가문을 위한 노아의 순수한 마음이 칠라에게까지 전해지자, 칠라도 더는 뭐라고 할 수 없었다.


“너도 사내아이라면 다른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겠지만, 전문가는 오직 일에만 집중하는 거다, 아들아.”


“네, 그럼요! 걱정하지 마세요!”


촤아악, 촤아악


똑똑,


“저, 손님. 들어가보겠습니다.”


노아는 욕탕으로 들어가기 전, 물 뿌리는 소리가 들리자 침을 꼴깍 삼키며 문을 두드리곤 자신의 출입을 알렸다.


“그래, 들어오렴.”


드르륵,


노아는 허락이 떨리자 조심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렇게 입으니 정말 때밀이 선수 같구나!”


여인은 머리에 수건을 쓰고 상의를 탈의한 후, 하체에는 통이 넓은 반바지만 입은 노아의 모습에 싱긋 웃으며 말했다.


“가...감사합니다! 저, 손님! 그럼 이리로...”


노아는 여인의 말에 수줍어하면서도 때를 밀기 위한 탁자를 손짓하며 여인을 불렀다.


스르륵,


“소...손님!”


노아는 여인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으로 욕탕에서 나와 노아를 향해 걸어오자 다급히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아직 2차 성징도 제대로 오지 않은 노아가 보기에도, 여인의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는 아름다웠고 또 괜히 노아의 두 귀까지 발갛게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어머? 너도 남자 아이라 이거니? 음흉하구나! 그래서야 내 때를 밀 수 있겠어?”


여인은 노아가 어떻게 행동하든 당당한 걸음으로 돌로 된 탁자를 향해 걸어 왔다.


“어..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다만 여자의 몸을 살면서 처음 보는 거라...”


“이런, 어머니가 안 계시는 모양이구나.”


“제가 어릴 땐 계셨다곤 하는데, 재가 세 살 때 병으로 돌아가셨대요.”


“딱하구나. 자, 그럼 날 너희 어머니라 생각하고 때를 밀어 보렴.”


“네? 네..넵! 알겠습니다!”


노아는 여인이 등을 보인 채 탁자 위에 눕자, 심기일전 하여 때밀이를 시작했다.


“자, 손님. 가볍게 터치가 있더라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래, 그 비누 손이란 걸 한 번 보여주렴.”


“네, 그럼!”


“으..으흥..”


노아가 본격적으로 비누 손을 활용하여 때를 밀기 시작하자 여인은 그 시원함에 야릇한 소리를 흘렸다.


그 소리에 처음엔 노아도 조금은 당황했지만 점점 때밀이에 집중하다보니 잡념은 날아가고 오직 장인 정신만이 남았다.


“자, 손님 뒤집으세요!”


뒷면이 끝나자 노아가 테이블을 팡팡 치며 여인에게 몸을 뒤집기를 요청했다.


“흥...시원하구나.”


여인은 조금은 거친 숨소리로 몸을 뒤집었다.


그러자 붉게 상기된 볼과 여인의 아름다운 몸매가 노아의 눈에 들어왔다.


‘이...이건 일이야! 세계 최고의 때밀이 노아! 다른 생각은 하지 말자!’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흣...흐읍”


노아는 또 다시 잡념을 잊고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모든 때밀이 과정이 끝이 났다.


“끝났습니다, 손님!”


“너...너 정말 대단하구나! 정말 다시 태어난 기분이야!”


“감사합니다!”


“너, 이름이 뭐니?”


“노아. 샤워 노아입니다!”


“그래. 한 번씩 찾아 와서 또 때밀이를 부탁해도 되겠니?”


노아는 여인의 말에 또 다시 얼굴이 화끈 거렸지만 자신의 실력을 여인이 알아준 것 같아 기쁜 마음이 더 컸다.


“그럼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럼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그래, 조심히 가렴!”


드르륵,


“아버지, 끝났습니다!”


노아는 여인에게 인사한 후 욕탕의 문을 열고 나왔다.


욕탕 앞에는 칠라가 노심초사한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다.


“노아! 잘 해냈느냐?”


“그럼요! 다음에 또 오신다고 하시던 걸요!?”


“다행이구나! 다행이야! 혹여 만족하지 못하신다면 네게 무슨 일이 생길까 염려했단다.”


“제겐 가문의 힘이 있는 걸요!”


“그래, 노아! 대단하다, 대단해! 이제 어서 들어가 보렴. 내일을 위해서 얼른 자야지!”


“네, 알겠습니다!”


칠라는 노아를 방으로 돌려보낸 후 손님들의 계산을 해주는 가판에 앉았다.


‘그 문양... 분명 신살단(神殺團)의...’


드르륵,


“끝나셨습니까?”


“덕분에요. 아드님 솜씨가 대단하더군요!”


칠라가 고민하고 있을 때 여인이 목욕을 마치고 나왔다.


“그렇습니까? 이거 다행입니다. 그럼 이만 나가 주시길 바랍니다. 아들을 알아봐 주셨으니, 돈은 됐습니다.”


“아니에요! 덕분에 묵은 때가 싹 벗겨졌는걸요! 돈은 제가 꼭...”


“나가셔도! 나가셔도...됩니다..”


칠라는 여인의 말에 한 순간 언성을 높였다가 이내 평정을 찾은 듯 다시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여인은 자신이 목욕을 하고 나온 고작 몇 십 분 사이에 칠라가 이렇게 변한 걸 이해할 수 없었지만 우선은 칠라의 말에 따랐다.


“네? 네, 그럼 알겠어요.”


여인은 탈의실로 돌아가 자신의 옷을 챙겨 입고 나왔다.


“다음에 또 올게요!”


좀 전의 칠라의 태도가 조금은 신경 쓰였지만, 여인은 다시 웃으며 칠라에게 말했다.


쾅!


하지만 칠라는 어서 나가라는 듯 여인을 떠밀고는 문을 쾅 하고 닫아 버렸다.


“아버지...어째서 그렇게 화나신 거에요?”


“이런... 봐버렸니? 어서 자야지. 자, 들어가자.”


“아버지답지 않아요..손님을 그렇게 박대하고.”


“나중에, 나중에 설명해 주마. 오늘은 이만 자렴. 아비도 곧 들어가마.”


“네, 아버지.”


노아는 칠라의 표정이 못내 마음에 걸렸지만, 다시 방으로 들어 가 잠을 청했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칠라는 자러 들어오지 않았다.


아침이 밝았다.


“으음...”


노아는 따스한 햇살에 눈을 부비며 잠에서 깨어났다. 그때 밖이 유독 소란스러운 것이 들렸다.


‘무슨 일이지?’


“아버지...”


“오, 노아! 여기 널 보려고 아침부터 손님이 오셨다! 자, 인사해라. 우리 영주성의 영주님 세릴 데 미터 자작님이시다!”


칠라는 아침부터 직접 가게에 찾아 온 미터 자작을 소개했다. 그는 뚱뚱한 몸에 간사한 수염을 기르고 있는 중년 남성이었다.


“네가, 노아구나? 오늘 네 솜씨를 볼 수 있겠느냐?”


“아...안녕하세요, 영주님! 영광입니다!”


“오구구, 그래그래. 반갑구나. 듣자하니 솜씨가 대단하다지?”


“아직은 아버지께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허허허, 기특도 하지. 그래, 아이야. 오늘 저녁에 영주성으로 와 내 때를 밀어주겠느냐?”


“여..영주님!?”


미터 자작의 말에 칠라가 너무나 황송한 듯 미터를 불렀다.


“내가 이런 곳에서 씻을 순 없는 노릇 아닌가. 아들을 좀 빌리지.”


“네? 저는...”


“뭐 하는 거냐, 노아! 영주님의 부름이시다. 어서 승낙하지 않고! 이건 다시없을 기회야!”


노아가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자 칠라가 노아를 재촉했다.


“네? 알겠습니다. 오늘 저녁에 꼭 찾아 뵙겠습니다!”


“그래그래,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구나. 네 귀여운 얼굴을 보았으니 말이다. 벌써 오늘 저녁이 기대되는구나.”


“반드시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냐오냐, 그럼 칠라. 나는 이만 가보겠네. 저녁에 아이를 좀 보내주게나.”


“여부가 있겠습니까!”


“허허허, 그럼.”


미터 자작은 사람 좋은 미소로 칠라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들 긴 후 가게를 나갔다.


“노아! 정말 대단하구나! 대단해! 우리 아들, 한 번 안아보자!”


“아버지!”


“그래! 하하하하! 이런 영광이 있구나! 내 아들이 영주님의 때를 밀다니!”


칠라는 정말로 감격한 듯 노아를 끌어안고 빙그르르 돌았다.


노아도 칠라의 행복한 표정을 보며 오늘 저녁에 반드시 최고의 실력을 보이겠노라고 다짐했다.


“아버지! 시간이 없어요! 제게 조금 더 많은 기술을 가르쳐 주세요!”


“오냐! 오늘 손님들은 모두 네가 맡아라! 이 애비가 지도해주마!”


“네!”


노아가 열성적으로 가르침을 청하자 칠라는 그런 노아가 예뻐 죽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맹훈련을 약속했다.


“자, 다음 손님!”


“아니지, 노아! 너무 마나에만 의존해선 안 돼! 조금 더 네 육체를 믿어라!”


“옳지! 근육의 움직임을 잘 보고 사이사이에 집중해라!”


“그렇지! 좋은 때밀이는 좋은 눈을 갖는 법이다! 조금 더 근육에 집중해!”


목욕탕에선 하루 종일 칠라가 노아를 가르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노아를 가르치면서도 거의 날아갈 듯한 표정을 짓는 칠라를 보고 간혹 사람들이 이유를 물으면, 칠라는 당당히 어깨를 펴고 콧대를 조금 세운 뒤 이렇게 말하곤 했다.


“우리 아들이 오늘 영주님의 때를 밀어드릴 기회가 생겼잖소! 이건 정말 가문의 영광이오! 으하하!”


그 태도가 너무나 당당하고 또 행복해 보여서 사람들은 노아의 볼을 한 번 꼬집고는 기특하다며 칭찬을 해주었다.


“노아, 잘 할 수 있겠지?”


그날 밤, 칠라는 노아를 데리고 영주성 입구에 도착했다.


“네, 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장하다 우리 아들! 자, 애비와 함께 갈 수 있는 곳은 여기까지다. 이제부턴 혼자 가야 한다.”


“네, 아버지! 반드시 잘 해내고 올게요!”


“그래!”


칠라는 노아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안아준 뒤, 노아의 등을 가볍게 밀어주었다.


노아는 아버지에게 걱정 끼치지 않기 위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영주성으로 향했다.


조그만 길을 조금 지나자 미터 자작의 영주성문이 보였다. 노아는 성문을 지키고 있는 병사에게 다가가 용건을 밝혔다.


“네가 오늘 오기로 한 손님이구나.”


“네! 맞습니다!”


“저런... 자, 들어가 보렴. 귀엽게 생겼는데 말이다.”


“네? 네, 그럼!”


경비병은 뜻 모를 말을 하며 문을 열어주었다. 노아는 경비병의 말이 조금 신경 쓰였지만, 우선은 당차게 걸음을 옮겼다.


“오! 노아!”


“영주님, 안녕하세요!”


“그래,그래. 오는 길이 힘들진 않았니?”


“아버지께서 데려다 주셔서 어렵지 않았어요!”


“그래그래, 우선은 식사부터 하자꾸나.”


영주성 내부로 들어오자 미터 자작이 이미 기다리고 있다가 노아를 반겨 주었다.


“식사요?”


“먼 길을 왔는데 밥부터 먹어야 하지 않겠니?”


“아! 그럼 감사히 먹겠습니다!”


“허허, 그래그래. 볼수록 귀엽구나!”


미터 자작은 노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노아는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미터의 손길을 느끼며 함께 식당으로 이동했다.


“와!”


“자, 들거라. 마음껏 먹어도 좋으니 체 하지 않게 조심하렴.”


미터 자작과 함께 식당으로 들어선 노아는 살면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고급 음식들이 차려진 식탁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미터 자작은 노아를 자리에 앉힌 후 수저를 들었다. 그러자 노아도 허겁지겁 음식들을 집어 먹었다.


“욘석.허허허”


그런 노아를 보며 미터 자작은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푸후, 잘 먹었습니다, 영주님!”


“그래, 그래. 입맛에 맞았는지 모르겠구나.”


“정말 최고였어요! 이런 음식은 제 생에 다시는 못 먹을 거에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나. 자, 그럼 이제 용건을 보러 가야지?”


“네! 오늘 제가 꼭 시원하게 때를 밀어드릴게요!”


“그래, 기대가 되는구나! 자, 가자.”


“네, 영주님!”


미터 자작은 식사를 마친 노아와 함께 어디론가 향했다. 영주의 방이라거나 영주의 욕실로 향한다기엔 조금 으슥한 느낌이었지만, 노아는 그저 미터 자작의 말대로 따라 걷는 수밖에 없었다.


“자, 여기다.”


노아가 마침내 도착한 곳은 두꺼운 철문을 열어야만 들어올 수 있는 어두운 지하방이었다.


“저...영주님? 여긴 때를 밀기에는 여러모로...”


“허허, 정말 내가 네게 때나 밀어 달라 할 줄 알았느냐?”


“네? 그럼 어째서...”


노아는 좀 전의 친절했던 표정을 지우고 음흉한 탐욕만이 가득 찬 미터 자작의 표정을 보았다. 노아는 돌연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슬슬 약 기운이 돌 때도 됐는데, 말이다.”


“네, 무슨....”


툭,


“으히히히히!! 귀엽구나, 노아야! 귀여워!”


미터 자작은 노아가 픽 쓰러지는 것을 보고 입을 귀까지 벌리며 실실 웃었다.


미터 자작에게는 남 모를 비밀이 있었는데, 그것은 그가 남색을 밝힌다는 것과 한 발 더 나아가 어린 남자 아이를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그 산적같이 생긴 놈 밑에서 어찌 이런 아이가 나왔을꼬! 으히히히히히!”


미터 자작은 칠라와는 달리 너무도 귀여운 외모를 한 노아를 보며 옷을 훌렁훌렁 벗어 던졌다.


“자, 그럼...!”


그리고는 방 한 켠에 덩그러니 놓인 침대 위로 노아를 들어 옮겼다.


“으히히...이게...이게 얼마 만이야!”


미터 자작은 소름 끼치게 더러운 표정으로 침대에 뉘인 노아의 몸 구석구석을 바라보았다.


쾅!


그때 철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부서진 철문의 잔해 사이로 누군가 터벅터벅 걸어 들어왔다.


“자, 자네...어떻게...”


“실례하겠습니다, 영주님. 제 아이를 데리러 왔습니다.”


엄청난 힘으로 철문을 통째로 부수고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칠라였다.


작가의말

꾸준히 하면, 빛을 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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