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유충이 아카데미에 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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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킥
작품등록일 :
2021.04.2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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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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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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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기량 평가(2)

DUMMY

어썰터 훈련장.


원래라면 어썰터 생도들의 기량 평가가 한참 진행 중이었을 테지만, 훈련장 안에는 나밖에 없었다.


“······재가 걔야? 레인저 떨거지?”

“맨손? 총쟁이 주제에 어썰터가 만만해 보이나?”

“냅 둬, 관종인가 보지.”


훈련장에 입장하는 나를 보며, C반 어썰터들이 숙덕거린다.


『흥, 다들 약해빠진 주제에 입만 살았네.』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마. 자신들과 조금이라도 달라 보이면, 배척하려 하려는 게 인간 아니, 생명체의 본능이야. 그러는 어머니도 인간 싫어하잖아.’


『······당연하지. 그러니 어서 우리의 몸을 되찾고 녀석들을 머리/가슴/배로 만들어주자고.』


머리/가슴/배는 곤충의 3등분 아닌가······.


그런 한가로운 생각을 하면서, 나는 훈련장 중앙으로 천천히 발을 뗀다.


‘두들겨 맞든, 두들겨 패든······. 어쨌든 둘 다 강렬한 경험일 테니까, 침식 세포는 얻을 수 있을 거야.’


이윽고 훈련장의 중앙에 도착.

투명한 보호 방벽 너머 이쪽을 지켜보는 C반 생도들이 보인다. 녀석들의 눈빛이 이쪽을 지켜본다.


‘······이왕이면, 패는 쪽이 더 좋겠지만.’


“어썰터 역시 레인저와 마찬가지로 갑각 개미의 AI가 프로그래밍 된 더미를 사용한다. 그러나 레인저와는 다르게 이쪽은 회피기동이 아닌, 공세를 취할 거야. 전방에서 싸운다는 건 그런 거니까.”


더미로부터 1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로베르트가 딱딱한 말투로 조언한다. 나는 그 조언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정말로 맨손으로 평가를 진행하겠나?”

“네.”

“······알겠다.”


로베르트 교관이 기술부에 신호하듯 오른손을 번쩍 들어 올린다. 그러자, 눈앞의 땅이 꺼지더니 그 밑에서 커다란 기계 덩어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쿠우우우웅!


곧 더미에서 변조된 인간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냉각수 삽입 완료.

-쓰러스터 1번에서 8번까지 한정 개방.

-엔진부 마석 장착 완료.

-탑재 AI 구동 재확인, 타입 : 갑각 개미 A 패턴.


기계는 6개의 다리로 땅을 딛으며, 큰 턱은 이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시스템 올 그린. 테스트 더미, 준비 완료.


『호오, 이것이 훈련용 더미? 조잡하게 만든 주제에 디테일은 나쁘지 않은데? 꽤 갑각 개미랑 비슷하게 생겼잖아? 그래서 제 점수는요······.』


호기심 가득한 어머니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어머니는 인간이랑 싸워봤다면서, 이런 더미를 본 적 없어?’


『이런 게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 근데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야. 이런 과학 기술은 우리 세계에 없으니까.』


‘호오, 그래?’


『그러니 이걸 만든 기술자 놈의 몸에 기생해, 녀석의 머리에서 이 녀석의 구동원리를······.』


‘어? 시작한다.’


『야!! 무시하지 마!!』


어머니의 구구절절한 인류 침공 계획이 채 끝나기도 전에.


“훈련 개시!”


패널 조작을 마친 로베르트 교관이 훈련의 시작을 알려왔다.


슈수욱―!


시작하기가 무섭게 테스트 더미가 큰 턱으로 이쪽을 찔러온다.


‘······못 피할 정도는 아니네.’


나는 재빨리 숙주의 몸을 꺾어 휘두르는 턱을 피한다. 동시에 눈으로는 테스트 더미가 찔러온 턱을 끝까지 좇는다.


『원래 갑각 개미라면 머리와 가슴을 잇는 관절부가 약점. 하지만 이 테스트 더미는 어떨까? 인간들이 그 디테일한 약점까지 구현해 놓았을까?』


‘······궁금하면 한 번 때려보지 뭐.’


슈우우욱-!


더미의 두 번째 공격. 나는 꺾여 있는 숙주의 상체를 허리힘으로 다시금 비튼다.


우득, 우드드득-!


최준혁의 뻣뻣한 몸으로는 결코 이 정도의 유연도가 나올 수가 없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강제한다.


코어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관절이 덜컥거리지만 상관없다.


나는 최준혁이 아니니까.

단지, 최준혁을 몸을 조종할 뿐이지.


『마치 꼭두각시 인형 놀이 같네.』


비틀어진 허리로부터 나오는 회전력에 더해, 오른쪽 다리로 더미의 머리를 걷어찬다.


허벅지 근육의 운동 신경을 최대치로 자극해 쥐어짜 낸 일격.


퍼억-!


발차기를 맞은 더미의 머리가 꺾이고, 그 사이 관절의 틈에서.


붉은 파츠가 보인다.


‘아무래도 저게 약점인 것 같은데?’


-우우웅!


하지만 그것은 찰나의 순간.

이내, 더미의 부러진 내부 프레임이 들러붙으며 손상을 회복한다.


금세 멀쩡해진 더미가 다시 턱을 이쪽으로 향한다.


『호오, 자가 회복 금속이라는 게 저건가 봐. 금속이 저절로 들러붙다니 신기하네.』


더미의 금속 머리를 걷어찬 숙주의 오른쪽 다리에서 얼얼한 통증이 느껴진다.


멀쩡히 서 있을 수 있으니, 대충 부러지진 않았겠지.


‘······통각, 멈춰.’


그렇게 명하자, 내 본체로 전해지는 통각이 차단된다.


“저거 레인저 맞아? 움직임이 서커스라도 보는 거 같은데?”

“좀 치긴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맨손 맨발인데 더미를 어떻게 잡아.”

“맞아. 방금 것도 실제 데미지 판정은 몇 점 안 들어갔을걸?”


보호 방벽 너머 생도들이 뭐라 지껄인다.


“······.”


반면, 로베르트는 팔짱을 낀 채 가만히 이쪽을 노려보고 있다.


우우웅-! 위우웅-!


테스트 더미의 턱이 연달아 두 번 허공을 가른다.


‘······대충 패턴이 눈에 익기 시작했어.’


더미는 공격할 때는 두 번 연달아 몰아치고, 빠질 때는 연속해서 두 번 빠진다.


패턴 자체는 맥빠질 정도로 단순.

그러나 기량 평가에서 평가 기준은 단순히 테스트 더미를 쓰러트리는 것이 아니다.


‘물론, 득점 같은 거야 아무래도 좋지만······ 그래도 이왕 하는 거.’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우웅-! 우웅-!


예상했던 패턴대로 녀석이 뒷걸음질 친다.


『가라, 지금이 기회야.』


‘······나도 알고 있다고.’


나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건성으로 답하며 더미와의 간격을 단숨에 좁혔다.


위잉-!!


나의 행동에 반응해, 더미는 갑자기 패턴을 바꿔 한 걸음 더 물러나려 한다.


하지만 어림도 없지.


우웅-!?


‘약점을 핀포인트로 공략하기 힘들다면······.’


나는 그대로 테스트 더미의 허리를 끌어안는다.


비릿한 쇠냄새와 최준혁의 땀 냄새가 뒤섞여 후각을 자극한다.


“으리야아아!!”


그리고 그 상태로. 나는 더미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려 등 뒤로 넘긴다.


‘······더미의 무게째로 짓눌러주마!’


『오, 나 이거 알아. WWE에서 봤어. 백 수플렉스 맞지?』


‘······대체 그런 건 어떻게 아는 건데?’


콰아앙―――――!!


700kg에 육박하는 고철 덩어리가 반으로 접히며 지면을 강타한다.


우득-! 우드득!!


동시에 과도한 무게를 견디지 못한 최준혁의 몸에서도 여기저기 부러지는 소리가 나지만.


‘······뭐, 이 정도면 견딜만하네.’


끼긱-! 끼긱-!


나는 반으로 접힌 채, 파르르 다리를 떨어대고 있는 테스트 더미에게 향한다.


‘자가 회복 금속이라고 하니까, 조금 있으면 회복하겠지. 그 전에······.’


몸통과 머리 사이의 틈, 붉은 파츠.


‘여기가 약점이라고 했었지?’


그곳에 추가타를 넣어, 더미를 완전히 정지시킬 생각이었다.


탁-!


그때, 누군가가 내 손을 낚아챈다.


“그만하지?”


***


콰아앙―――――!!


커다란 충격음과 함께 지면에 테스트 더미가 꽂힌다.


“우와, 저걸 저렇게 들어 올린다고?”

“최준혁이 저렇게 힘이 셌었나? 방학 동안에 무슨 훈련을 한 거야?”

“바보야, 잠깐 훈련해서 갑자기 저렇게 강해질 수 있을 리 없잖아. 엘릭서라도 빨았나 보지.”


······호기심. 놀람. 당황. 의심.


방벽 너머, 소란스러운 목소리들이 뒤섞인다. 그러나 그중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로베르트 교관이었다.


‘······저 녀석, 대체 뭐야?’


마도구 없이, 기량 평가를 진행하겠다고 했을 때부터 이상하다고는 생각했다.

그러나 테스트 더미를 상대하는 최진혁의 모습은 단순히 이상하다고 넘어갈 수준이 아니었다.


‘······더미의 머리를 공격했던 첫 발차기부터 묘했어.’


포지션 때문에 남들보다 감각이 예민한 로베르트였다. 그렇기에 아주 작은 소리였지만 들을 수 있었다.


-뿌득.


금속과 뼈가 부딪히며, 한쪽이 부러지는 소리를.


로베르트는 당연히 부러진 쪽은 최진혁의 다리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 달리 부러진 건 테스트 더미의 내부 프레임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야. 방금 더미를 번쩍 들어서 내다 꽂았을 때도······.’


-우득-! 우드득!!


분명, 최진혁의 몸 이곳저곳에서 뼈가 부러지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녀석은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툭툭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로베르트는 이 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소리만 들었을 땐, 분명 어딘가 부러진 게 확실해. 그런데 저렇게 멀쩡히 일어난다고?’


단순히 정신력?

아니면, 무통각?

그것도 아니라면, 이능력 각성?


머릿속에 여러 가지 가정이 떠올랐지만, 로베르트는 쉽사리 결론을 낼 수가 없었다.


‘······애초에 기량 평가부터 왜 저렇게 몸을 혹사 시키는 건데?’


하지만 뭐가 됐든, 교관이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로베르트는 단숨에 최진혁이 있는 곳까지 뛰어올라.


탁!


“그만하지?”


더미에 추가 공격을 넣으려는 최진혁의 손목을 낚아챘다.


“······?”


최진혁이 이쪽을 바라본다.


순간, 로베르트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눈에는 살기도, 고통도 그렇다고 기쁨도 담겨 있지 않았다.


······품고 있는 건 순수한 의문.


‘왜 여기서 멈춰야 하는 거지?’


마치, 그렇게 말하는 듯한 눈빛.


하지만 로베르트는 교관.

생도의 문제점을 지적해줄 필요가 있었다.


“그만하라고. 최진혁 생도.”


가까이서 보니, 더욱 확연히 알 수 있었다.


신체 강화 능력이라면, 보통 근력은 물론 그 근력을 버틸 수 있는 몸의 내구까지 강화되기 마련이다.


그러니 이것은 이능력 같은 게 아니었다.


‘아니, 이능력이라고 하다면 너무나도 부조리한 능력이겠지. 어쩌면······.’


그때, 최진혁이 입을 열었다.


“왜요? 저 아직 더 할 수 있는데?”

“장난하나? 이런 몸으로 뭘 더 할 수 있다는 거지?”


로베르트가 보기에 최진혁의 몸은 만신창이였다.


더미를 걷어찬 오른쪽 다리는 두껍게 부풀어 올랐고, 로베르트가 쥐고 있는 손 역시 손가락 몇 개가 기묘한 방향으로 뒤틀려 있었다.


“아, 이거요? 아까 더미 넘겼을 때, 깔렸는데 괜찮아요. 잘리지는 않았으니까.”


뚜둑-. 뚜둑-.


뒤틀린 손가락을 맞춰가며, 최진혁이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답한다.


로베르트는 그 미적지근한 반응에 경악하며 말한다.


“그걸 말이라고 하나!? 제때 치료하지 못하면 영구적인······.”


그때.


-삐빅-!


“아! 시간 끝났다.”


더미에서 기량 평가의 종료를 알리는 알람이 울리며 패널에 데미지의 총량이 표기되었다.


“에이, 아쉽네요. 코어만 한 대 더 때렸으면 더 좋았을 텐데.”


딱 봐도 알 수 있다.

말만 그렇게 하지, 그다지 아쉬워하는 투가 아니었다.


무심코 로베르트는 생각했다.


‘대체 어떻게 되먹은 녀석이지······.’


이내, 최진혁이 뚜벅거리며 그대로 훈련장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로베르트는 다급하게 그를 불러세웠다.


“야, 임마! 최진혁!!”

“네?”

“너 어디가?”

“예······?”


정말로 난처하다는 듯한 표정.

최진혁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한다.


“평가 끝났으니까, 비켜줘야죠. 다른 애들 기다리고 있는데······.”

“······따라와, 아무래도 머리를 다친 거 같군. 정신 병원부터 가봐야겠다.”


로베르트는 최진혁의 귀를 낚아채, 훈련장 바깥까지 질질 끌고 나갔다.


‘이 녀석, 뭔가 분위기가 좀 달라진 거 같긴 한데······.’


그보다도 로베르트는 최진혁이 받은 점수를 먼저 떠올렸다.


[4120점]


C반 레인저 상위권인 오유나가 꼬박 5분 동안 시위를 당겨 만들어낸 점수보다, 막 포지션을 바꾼 최진혁이 더 높은 점수를 낸 것이다.


그것도 맨손으로.


‘······대박이야. C반에 이런 녀석이 있었다고?’


아무도 모르는 원석을 발견하여, 그것을 아름다운 보석으로 만드는 것.


한때 잊고 있었지만, 그것은 로베르트가 늘 동경하고 있던 일.


그가 교관을 선택한 이유였다.


‘잘만 다듬으면, B반 승급은 물론 A반도 문제없겠어.’


로베르트는 그렇게 생각하며, 최진혁을 데리고 의무반으로 향했다.


작가의말

『여기가...... 어디요?』



아, 작가의 말이에요. 안심하세요.



『아랫쪽에 댓글이 없는데 어떻게 된 거요?』



어...... 하필이면...... 조회수가 반 토막이 나버렸어요.



『그건 무슨 소리요.』



어...... 어느정도 선작이 나온 후에 말해주려고 했는데...... 잘 알아 두세요. 아...... 선생님은 앞으로 독자들한테 관심을 받을 수가 없다. 이 말입니다.



『뭐요?? 이보시오, 이보시오!! 작가양반!! 아유ㅠㅠㅠㅠ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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