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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천재 암살자는 암살을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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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47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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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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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두 번째 시험(1)

DUMMY

“나쁘지 않은 수다.”


카라드가 14명의 참가자를 보면서 말했다.

6명이 떨어진 것이다. 죄수에게 대화의 주도권을 잃었고, 죽이지 못했다. 감정을 대놓고 호소하는 인간을 죽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면 설명을 부탁하네.”


카라드가 허공의 요정족에게 말했다. 요정은 카라드를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간단하게.”


참가자들은 카라드의 혼잣말이라 생각하겠지만, 시무르트는 알았다. 저 둘은 대화를 하고 있다. 성대가 없는 요정은 의념을 이용하여 그 생각을 직접 전달한다.


<반갑습니다.>


머릿속에서 이질적인 음성이 울린다. 전음과는 다르다. 전생의, 죽기 전에 들었던 음성과도 다르다. 요정의 의념. 시무르트는 요정을 바라봤다. 몸통만 한 키에 곤충을 닮은 눈.

전체적으로 사람의 형상을 갖추었으나 분명 이질적이다.


<설명은 짧게 하겠습니다.>


하지만 익숙하다. 전생에서 요정은 몇 번 접한 적이 있다.


<두 번째 시험은 경호입니다.>


첫 번째가 살인. 두 번째가 경호.


‘마지막은 암살이겠네.’

살인. 경호. 암살. 데그라트 소속의 암살자들이라면 모두 익숙해져야 하는 요소들이다. 시험은 수정되었다지만, 큰 줄기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겠지.


<필요한 물품은 저에게 요구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시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시험은 환상계에서 이루어집니다. 자세한 설명은 시작과 동시에 알 수 있습니다.>


요정은 허공에 손을 쑥 집어넣었다. 마치 가방에 손을 넣듯, 손이 푹 들어갔다. 환상계. 남들이 보기에는 그저 팔뚝을 부근으로 뚝 사라진 것으로 보였다.

요정의 팔꿈치가 쑥 내려갔다. 사라진 팔뚝이 점차적으로 드러난다. 허공이 갈라지면서 통로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면 입장하겠습니다.>


요정족이 만들었고, 살아가는 세계. 환상계로 가는 통로.


‘시험이 공정하긴 하네.’


아마 저 요정은 환상계의 어느 구석에 이번 시험을 위한 장소를 조성했을 거다. 그리고 그 환경은, 출제자들만이 알고 있겠지.


<다 들어오세요.>


요정이 먼저 들어갔다. 카라드와 오르드, 게겐이 뒤를 이었다.


“저건 뭐야···.”

“가도 되는 거 맞아?”

“가주님도 들어갔잖아.”


참가자들은 요정족을 오늘 처음 봤다. 환상계도, 당연히 통로도 처음이다. 안에 무엇이 있을지 몰라 잠시 겁을 먹었다.


“환상계로 가는 통로겠군.”

“그러게. 신기하다.”


가문 어른에 대한 믿음이 확고한 남매가 먼저 통로를 넘었다.


“우리도 가자.”

“별거 없네.”


둘의 모습이 통로 속으로 사라진 것을 본 참가자들이 그제야 통로로 향했다.

시무르트는 그들을 지켜보다가, 마지막으로 통로를 넘었다.


**


<당신은 3구역의 암살자입니다. 경호자가 보호하는 대상을 죽이십시오.>


도착한 곳은 어느 숲의 초입.

시무르트를 포함한 14명의 참가자들은 그곳에 위치했다. 카라드, 오르드, 게겐과 요정은 그들의 앞에 있었다.


요정족의 세계인 환상계는, 요정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세계. 규모나 형태는 지닌 권능과 비례하겠지만, 카라드가 초청한 요정은 상당한 권능을 가지고 있을 터다.


‘이 숲이 시험장이겠지.’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숲이었는데, 중앙에는 직선의 외길이 만들어져 있다. 시무르트는 새삼 놀란 눈으로 요정을 보았다.

이 정도 규모와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요정이라면 아마 환상계에서도 나름 이름있는 요정일 터.


<경호자는 누구입니까.>

“토벤입니다.”


요정의 의념에 참가자 중 한 명이 손을 들었다.


<나오십시오.>


토벤은 30대로 보이는 듯한 청년이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는데, 자신이 이번 시험의 첫 타자라는 사실을 직감한 것이다.


<이 인형이 당신의 경호 대상입니다.>


요정이 허공에 손짓하자, 사람의 인영이 튀어나온다. 마네킹이다.


<일정한 속도로 숲의 외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인형이 무사히 숲을 빠져나가면 만점. 도중에 인형이 죽으면 탈락입니다. 죽은 구역이 경호자의 점수가 됩니다.>


막 탄생한 마네킹이 시범을 보인다. 걷는 속도는 그렇게 느리지 않다. 딱 성인의 평균 속도다.


<구역은 총 13구역이 있습니다. 다른 참가자들은 암살자 역할입니다. 구역을 배정받았을 겁니다. 구역 당 한 명입니다. 경호자는 인형을 경호하고, 암살자는 인형을 죽이면 됩니다.>


도달 구역과 점수가 같다.

토벤의 인형이 3구역의 시무르트에게 죽으면 토벤은 3점을 획득하는 것이다.


<이번 시험은 상대평가입니다. 참가자의 점수는 시험 결과에 반영됩니다.>


첫 번째 시험이 준비가 덜 된 참가자들을 걸러내는 것이었다면, 이번 시험부터는 참가자의 역량을 확인하는 시험이다.

아마 세 번째 시험 역시 상대평가일 터.


자격의 시험이 끝나면, 선별의 시간이 있다.

뱀의 단장들은 참가자가 획득한 점수와 시험 영상을 통해 참가자의 가치를 가늠한다.

시험에 통과했다고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점수가 낮다면 뽑히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직계는 어지간하면 뽑히지만.’


시무르트는 곁눈질로 게겐의 얼굴을 확인했다. 언뜻 보면 긴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크기가 그리 크지는 않다.


‘아마 내가 여기서부터 망할 거라 확신하고 있겠지. 영감에게서 얻은 소원권으로 나를 백사에 집어넣을 거고.’


점수를 낮게 받으면 게겐은 분명 그렇게 할 거고, 분명 통할 터다. 카라드는 내기에 대해서는 순순히 승복하고는 했으니까. 게겐이 그리 불안해하지 않는 이유다.


<20분 후에 시작하겠습니다. 참가자들은 사용할 물품을 저에게 가지고 오십시오.>


요정의 말에 참가자들이 줄을 섰다. 시무르트도 그들의 뒤에 섰다.


“시무르트. 몇 구역이야?”


뒤에 있는 아엘이 물었다. 그 뒤에는 자하르가 있었다.


“3구역. 너네는?”

“나는 6구역이다.”

“나는 7구역!”


자하르가 6구역. 아엘이 7구역.


“휴.”

“그나마 다행이군.”

“그러게. 6점은 얻을 수 있겠어.”


그 말을 들은 참가자들이 하나같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서운 직계들이 꽤 먼 구역에 배정되었기 때문이다.


“3구역도 직계지 않나.”

“16살에 익스퍼트. 유례없는 성취라지만, 당장이 강하다는 뜻은 아니지.”

“나이를 생각해 보면, 자격을 턱걸이로 맞춘 거야.”


참가자들은 직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는데, 이내 시무르트를 입에 담았다.


“하지만 첫 번째 시험에서 가장 먼저 통과했잖아.”

“죄수가 여간 악독했나 보지. 그런 죄수라면 나였어도 즉시 죽였을 거라고.”

“거기다가 통과지 만점이 아니야. 다른 직계들은 만점을 받았다고.”


웅성이는 소리를 들은 시무르트가 헛웃음을 흘렸다. 참가자들은 이미 자신을 넘어 자하르의 6구역까지는 도달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객관적으로 보면, 그렇게 근거 없는 주장도 아니다. 이쪽이 올해 막 익스퍼트에 도달했다고 생각하겠지.

반면 자기네들은 경지에 도달한 지 몇 년은 지난 상태니까.


‘미쳐가지고.’


이리 무시당한 건 오랜만이다.

베덴과는 경우가 다르다. 저들은 이쪽의 능력을 무시하고 있다. 실력으로 무시당한 적은 정말이지 드물었는데.


“근데 시무르트. 너 16살이지?”


다들 3점을 주어야겠다고 다짐한 순간, 아엘이 말을 걸었다.


“아니. 18살인데.”


무언가 느낌이 오는 질문에 시무르트가 사전에 차단했다.


“거짓말. 너 16살인 거 본가 사람들이 다 아는데?”

“출생 신고를 늦게 했어.”

“누가?”

“아버지?”

“뭐래. 빨리 누나라고 해봐.”

“싫어. 가서 베덴한테나 들어.”


전생을 포함해서 마흔여덟. 남매의 어미보다도 나이가 많을지도 모른다는 소리다.


“이제 걔랑은 안 놀 거야. 너랑 놀래.”

“왜. 걔랑 놀아.”

“싫어. 그렇게 막돼먹은 놈인 줄은 몰랐어.”


베덴을 떠올린 아엘은 미간을 찌푸렸다. 어느 정도 죽이 잘 맞아서 같이 놀기는 했는데, 이제 보니 영 별로여서. 그렇게 경우 없을 줄은 몰랐다.

패드립도 그렇고. 덜 배운 티가 나는 놈은 싫다. 여태껏 잘 지내왔던 것은, 자신의 어머니가 귀한 가문의 출신이어서였다. 아엘은 그렇게 확신했다.


하지만 시무르트는 다르다. 유배되었다면서, 배운 티가 난다. 외모도 그렇고, 성격도 그렇고. 베덴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 첫 번째 시험에서 봤던 모습은 또 어떻고.


아엘은 그렇게 과감하고 섬뜩한 장면은 본 적이 없다. 보고 가슴이 뛰었다.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은 했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친해지고 싶은데.’

“형이라 불러다오. 나는 베덴과 논 적이 없다.”


오빠인 자하르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베덴한테는 지적만 했었으면서.’


항상 스스로의 정진밖에 관심이 없었던 자하르가 저 정도의 관심을 내비치다니.


‘안 뺏길 거야.’


상대가 그만큼 매력적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아엘은, 시무르트와의 관계에서 자하르보다 높은 위치를 가지고 싶었다

.

“아. 싫어. 나는 나보다 약한 애한테는 그런 거 안 해.”

“이기면 해주는 건가?”

“그러면 내가 이기면 누나라 하는 거야?”


시무르트의 말에 아엘과 자하르의 눈이 빛났다.


“해보든가.”


시무르트의 말에, 남매는 주먹을 쥐었다.


**


요정이 손짓하자, 공간이 변했다.


“편하긴 하네.”


시무르트는 주변을 둘러봤다. 외길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양옆에는 숲이 울창하다.

요정의 권능에 의해 3구역으로 이동한 것이다.

시무르트는 우선 자신의 구역을 살폈다. 외길을 따라 쭉 걸었는데, 일정 부분을 기준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마치 투명한 벽이 가로막고 있는 것 같았다.


“100미터쯤 되네.”


반대 방향의 끝을 보고는 거리를 가늠했다.

구역 하나에 100미터. 이번 시험의 거리가 1.3킬로미터 정도라는 소리다. 성인 평균 걸음이라면 20분 정도면 당도할 수 있는 거리.


<인형이 출발했습니다.>


다시 구역의 중간지점으로 돌아왔는데, 의념이 들렸다.


“2분?”


아마 그보다 짧을 터다. 경호 대상자는 인간이 아닌 인형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일정한 속도로 걷는다고 했다.

2구역 쪽을 바라보다가, 시무르트는 양쪽의 숲을 바라봤다. 저 울창한 숲은 은신을 위한 용도일 터다. 경호를 주제로 한 시험이지만, 결국 데그라트의 의의는 암살이니.


출제자는 인형을 암살해, 경호자를 방해하기를 원한다. 경쟁을 더욱 불타게 만드는 방식이다.

일부로 적을 같은 참가자로 지정해서, 의욕을 심어준 것이다.


“어차피 들킬 텐테, 뭐.”


시무르트는 양쪽의 숲을 번갈아 보다가 마음을 접었다. 다른 참가자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겠지만, 이쪽에게는 의미가 없다.

어디에 숨어있든, 제 존재감이 빛을 발할 터다. 파성식의 계승자는 그러한 숙명을 지녔다.


아마 토벤은 자신이 숨은 곳을 정확하게 발견하겠지. 데그라트의 기술로는 태양을 가릴 수 없다. 데그라트의 비기는 아직 접하지 못했지만··· 글쎄. 그렇게 긍정적인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암살하라는 말은 없었으니까.”


출제자는 암살을 기대한다. 당연한 것이다. 그러한 가문의 시험이다. 그렇기에 암살만을 허용한다는 규정은 없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어서.


“되겠지.”


시무르트는 외길의 한가운데에 털썩 주저앉았다.


“오.”


두 개의 인영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3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한 명과 하나의 인형은, 정말이지 갑자기 나타났다. 아마 다른 구역을 볼 수 없도록 설정한 듯했다. 배정된 구역에서만 활동하라는 뜻이겠지.


“···거기서 뭐하는 거지?”


동공이 보이는 거리까지 다가온 토벤이 말했다. 옆에서는 인형이 꾸준히 걷고 있다. 적을 만났음에도 멈추지 않는다.

토벤이 암살자 역할의 시무르트를 조우했음에도 멈추지 못하는 이유다. 그는 인형의 옆에서 걸음을 맞추어야 했다.


“인형 기다렸지.”


시무르트는 웃으면서 토벤을 바라봤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숲에서 기회를 엿봐야 하는 암살자가 길 한가운데 떡하니 앉아있어서.


“앞에는 어떻게 뚫었어?”

“···둘 다 시작하자마자 숲에서 달려들더군. 같은 은신법을 익힌 덕분에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인형은 이제 지척에 도달했다. 시무르트는 자리에서 일어나 검을 뽑았다. 검에는 녹색의 빛이 씌어 있었는데, 사람에게 상처를 입힐 수 없도록 요정이 의념을 새겨놓은 것이다.


토벤의 반응이 살짝 늦었다. 검을 꺼낼 때. 여유롭게 굴 때, 선수를 쳤어야 했는데. 토벤이 뒤늦게 후회했다.

일어나고, 검을 뽑고, 자세를 잡고. 그 일련의 과정이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느껴진 탓이다.


슬슬 인형이 지나가려 한다.

토벤은 시무르트의 눈치를 보면서 인형 앞을 슬그머니 가렸다. 아직 검이 닿을 거리는 아니다. 시무르트는 움직이지 않는다.


토벤은 오른손에 검을 쥐고, 왼손으로는 품속을 더듬었다. 독사굴표 하급 독이 섞인 연막탄을 엄지와 검지의 손톱으로 붙잡았다.

살짝 힘만 주면 터질 수 있게끔. 그를 위한 해독약은 오른쪽 아랫어금니에 고정되어 있다. 살짝 힘을 주고, 동시에 깨물면 되겠지.

시무르트가 움직이면, 연막탄과 해독약을 깨트리고, 그와 동시에 검을 휘둘러 놈의 검을···.


“다치진 않을 거야. 아프긴 하겠다만.”


인형의 앞을 지키는 토벤이 한 발자국 더 내디뎠을 때. 그러니까, 아직 토벤이 생각한 검의 사정거리까지 네 발자국이 더 남았을 때.


시무르트는 파성식을 운용했다.

파성식의 상징은, 그 아득한 힘과 속도.

마력은 파성식의 운용과 동시에 두 바퀴의 회전을 마쳤고.


“아파도 참아.”

“뭔···.”


휘릭!

토벤이 첫음절을 내뱉을 때, 검 끝으로 길게 뻗어 나온 검기가 토벤과 인형을 함께 훑었다.


“어?”


이미 검은 회수했건만, 토벤은 멀뚱한 눈으로 시무르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검이 한차례 휩쓴 것도 몰랐고, 손톱은 연막탄을 누르지도 못했다.


툭.


“아악!”


인형의 상체가 땅에 떨어진 후에야, 토벤이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1번 경호자, 토벤. 3점.>


**


“···.”


요정이 송출시켜주는 화면을 바라보면서, 카라드는 황당함을 삼켰다.


“상대의 대책을 따라준 것일 수도 있습니다. 힘의 차이를 보여주기 위해서.”


옆에 있던 아들, 오르드가 답했다.


“음.”


그 말에 카라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타당한 지적이다.


“그럴 수 있다. 경호의 기본도 모르는 놈이었어.”


세간에 알려진 경호와 데그라트의 경호는 다르다. 전자의 경호는 방지의 역할을 겸한다.

경호 대상자의 주위에서 일부로 제 존재감을 발하며 사건의 발생을 막는 것이다.


하지만 데그라트 경호의 목적은 색출.

데그라트의 경호인이 제 존재를 숨기는 이유다. 경호 대상자의 주위에 은신하여, 적을 기다리고. 나타나면 잡거나 죽이고. 도주한다면, 추격한다.

범인 색출을, 사건 방지보다 우선시한다는 것이다.


“저놈은 본가에 들어오지 못하겠군.”


그런 관점에서, 토벤은 3점이 아닌 0점이 마땅하다.

인형의 주위에서 은신하여, 적의 공격을 기다려야 했다. 만약 적이 공격할 틈을 찾지 못해 접근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구역을 통과하고.


“맞습니다.”


이번 시험은 그러한 취지의 시험이다. 철저하게 데그라트의 관점에 맞춰진.

암살자 역할의 참가자는 인형이 통과할 때까지 틈을 찾고, 토벤은 그 틈을 지워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토벤은 대놓고 인형의 주위를 지켰다. 두 번의 습격을 이겨냈으나, 데그라트가 아닌 세간의 경호를 성공한 것이다.


“게겐이 교육을 잘 시켰어.”


카라드는 시무르트의 심리를 예상했다.


‘일부로 같은 방식으로 상대한 게다.’


시험이 시작되기 직전, 카라드는 다른 참가자들이 시무르트를 입에 담은 것을 들었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제 실력을 보여준 것이다. 감히 직계를 넘보지 말라고.


“마음에 드는군.”


마음에 쏙 드는 행동이고 대처다.


‘그게 아닌데···.’


유일하게 진실을 알고 있는 게겐은 말을 삼켰다. 시무르트는 하지 않는 게 아니라··· 하지 못 하는 거다. 은신을 하면 시야에서 숨을 수는 있겠지만, 기감에는 그 존재감이 확연하게 잡혀서.


아마 상대의 경지가 시무르트보다 낮아도, 상대는 시무르트를 알아차릴 수 있을 터다. 시무르트의 마력은 정말이지 강렬한 존재감을 지니고 있으니까.


‘말할 타이밍을 놓쳤다.’


본래 원로원에 도착하자마자 말할 생각이었다. 카라드에게 말해, 해답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시무르트 때문에 타이밍을 놓쳤다. 그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타이밍까지 모조리 빼앗겼다.

폭탄을 터트린 탓에 카라드에게 보고할 시간이 나오지 않았다.


‘어찌 해야할꼬···.’


그렇게 지금 이 순간까지 와버렸다.

진실을 말하지도 못하고. 더군다나 이제는 이상한 오해까지 하고 있지 않은가.


<2번 경호자, 크리스. 3점.>


이번에도 길 한가운데 서서 기다리더니, 다가오는 경호자와 인형을 그대로 벤다. 수준의 차이가 극심하다. 어지간한 참가자들은 시무르트를 이길 수 없다.


게겐이 생각하기에··· 시무르트는 천재가 아닌 괴물이다. 저 막내 괴물이 저렇게 정면 대결의 구도를 잡는다면 답이 없다.

정면에서 이기려면 참가자가 아닌 현역 암살자들을 데리고 와야 한다.


‘제발 숲에 숨는 척이라도 하십시오···.’


게겐은 또 정면 구도를 만들어 승리한 시무르트를 보면서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저 도련님은, 자신에게 암살자의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어 환장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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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유배 저택(2) +2 21.05.12 1,031 39 16쪽
2 유배 저택(1) +1 21.05.12 1,216 41 19쪽
1 프롤로그 +7 21.05.12 1,570 5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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