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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천재 암살자는 암살을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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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47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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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7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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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1)

DUMMY

“대체 무슨 생각이었습니까?”


카라드는.

원로원으로 복귀했다. 오르드를 이끌고. 함께 시무르트의 처우를 논의한다고 했다. 이미 시무르트가 사고를 거하게 쳤고, 카라드는 논의라 했지만··· 게겐은 당금의 상황이 긍정임을 안다.


그 증거로 시무르트는 눈앞에, 소파에 여유로이 누워있으니까.


“그랬다가 진짜 죽이려 했다면 어찌하려고 그러셨습니까.”


게겐은 소파에 파묻힌 시무르트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게겐 뒤에 숨으려고 했지. 게겐은 소원권 있잖아.”

“만약 제가 카라드 님의 편을 들었다면요?”

“그러면 내 소원권 써야지.”


모든 시험을 통과하고, 두 개는 만점을 받았다. 게겐과의 내기는 시무르트가 이긴 셈이다.


“그런 소원을 제가 들어줄 것 같았습니까?”

“그럼. 소원권인데. 소원이라는 이름을 남용하겠어? 설마. 그 나이에.”


말은 그렇게 했지만, 게겐을 그리 믿지는 않는다. 고작 3년을 함께했을 뿐이다. 게겐은 여전히, 그리고 죽을 때까지 카라드의 편일 것이다.


시무르트는 카라드의 성미를 안다. 그 정도라면 굽힐 것 같았고, 정말 굽혔다. 물론 확신은 없었지만.

혹시 모를 리스크를 감당하고 싶지 않았겠지. 자하르와 아엘은 그 중요한 직계니까.


애초에 카라드가 엘릭서만 먹으면 쉽게 끝날 문제였다. 참을 생각도 없었고. 감정은 인간이 지닌 최고의 연료다.

감정을 버려야 고도의 경지에 들어설 수 있다는 주장은 이론만 연구하는 학자들의 개소리고.


적어도 엑사는 그렇게 강해지지 않았다. 스승도 그러했다. 본능과 직감. 엑사는 스승이 가장 중요하다고 확신하는 것을 함께 우선시했다.


‘일단 꼴리는 대로 해보거라. 뭔가 싸하다 싶으면 하지 말고.’


엑사가 무언가를 물어볼 때마다, 스승은 그렇게 말했었다. 참전의 이유다.


‘그런 것까지 걱정하고 살면 복수는 어떻게 하라고.’


매사에 최악을 가정하는 인간은 지킬 게 있는 인간뿐이다. 시무르트는··· 아니다. 전쟁은 끝났고, 다시 태어났다. 모든 일을 그렇게 가정하지는 않는다. 한 번 죽었는데 잃을 게 무엇이 있을까.


복수의 기회? 그건 분명 소중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죽을 일은 없었다. 그냥 쫓겨나기만 했겠지.


부대원들? 걔네는 지금 잘 먹고 잘 살고 있을 거다. 그들 역시 전쟁의 주역이었으니까.


‘전생 때라면 몰라도 지금은 없지.’


전생의 엑사에게는 있었다. 지금의 카라드와 같다. 엑사는 병사의 목숨을 아껴야 했고, 카라드는 데그라트의 전력을 보존해야 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방식의 차이다. 카라드가 사릴 때, 엑사는 제 몸을 헌납했다. 병사를 사리고, 스스로가 최전방에 섰다. 파성의 마력으로 적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십시오. 이 노인의 심장이 성치 않을 겁니다.”

“다 잘 됐잖아.”

“운이 좋았습니다.”

“내 능력이 좋았던 거겠지.”

“···.”


오만한 태도에 게겐이 말을 잃었다.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해서이기도 했다.


“내가 소드 마스터가 아니었어도 그랬을까? 아닐걸.”


게겐은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뛰어난 재능이라면 우려했겠지만, 그 재능이 아득한 것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카라드는 시무르트의 가능성을 두려워했다.


‘16살에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한 괴물을 누가 버릴 수 있을까.’


그런 천재를 내칠 가문이 이 세상에 존재할까. 게겐은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제국 황실도 고이 모실 거다.


“···그래서 언제 되셨습니까?”


3년을 함께 지냈다. 그 사이에 도달했을 거다. 설마 만나기도 전에 도달했을 리는 없고.


“올해?”

“···.”


13살에 익스퍼트. 16살에 소드마스터.

갓 안착해 불안한 단계가 아니다. 아직도 시무르트가 보인 검강이 머릿속에 선명하다. 이미 완숙에 가까웠다. 아직 어린 탓에 지닌 마력이 부족하다지만, 그건 큰 문제가 아니다.

평생을 바쳐도 익스퍼트에 도달하지 못하는 인간이 수두룩한 세상인데.

“어떻게요?”

“그걸 말하면 안 되지. 여긴 자하르와 아엘이 없잖아.”


시무르트는 게겐을 향해 히죽 웃어 보였다.


**


나흘.

카라드와 오르드는 시무르트에 대한 논의를 마쳤다. 본가의 소란을 막기 위해 소드 마스터라는 성취를 숨기기로 결정한 것이다.


‘일단은 본가 소속으로 받아들인 거지.’


타당한 결정이다. 그 소식에 시무르트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라드는 똑똑한 가주였다. 본인이 회복한다고 해도, 본가의 분란이 종식되지 않을 것임을 예상하고 있다.


아르네아와 쟈냐의 대립 구도. 그를 따르는 본가의 암살자 및 구성원들.

어느 정도 교통정리를 마쳤지만, 본래 완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시무르트의 성취를 둘에게 숨기기로 결정한 이유다.


‘쟈냐는 벼르고 있을 거야. 만약 성취가 알려진다면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겠지. 아르네아는 본가로 복귀하여 상황을 지켜볼 테고.’


꺼진 불도 다시 보는 카라드로서는 숨길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그 치사한 재능은 분명 질투와 사건을 유발할 것이라고.


“무슨 일이십니까?”


기척을 미리 읽었던 게겐이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시무르트는?”

“별채 뒤쪽에 있습니다.”

“음.”


카라드는 게겐을 뒤로 하고는, 별채를 돌았다. 나름 잘 정돈된 잔디밭. 비석 하나. 시무르트는 비석과 최대한 먼 거리를 유지하면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영···전대 가주님?”

“수건은 폼이더냐.”


카라드는 윗옷으로 땀을 닦는 시무르트를 보며 말했다.


“어차피 세탁할 것 아닙니까. 하나로 다 해결하면 좋죠.”

“에잉. 그리 아껴서 쓸 데가 있느냐.”

“전대 가주께서 그런 말을 하십니까. 가문도 직접 운영하셨던 분이.”

“너보다 잘 아니까 하는 말이다. 그깟 수건 아껴서 부질없다.”

“아껴서 부질없다는 건 아시는군요.”

“···.”


카라드의 눈이 가늘어졌다.


“내가 무섭지 않느냐. 그 수준에 도달했으니 어렴풋이 격차를 느낄 수 있을 텐데. 여긴 네가 인질로 삼을 아이들도 없다.”

“할아버지를 무서워하는 손자가 어디 있습니까.”

“할아버지를 협박하는 손자는 있느냐.”


카라드가 무심코 답했다. 듣고 있자니 기가 찼다.


“본래 손자는 툭하면 울면서 협박하는 법입니다. 그게 손자의 매력이죠.”

“···그래. 가자.”


더 이상 말싸움은 의미가 없다. 사실 이 나이 먹고 손자랑 싸우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새삼 어젯밤이 떠오른다. 손자가 무섭다고 내치려 한 할아버지라니. 생각해 보면 꼴이 우습다.


아무리 본가를 위해서라지만, 남들이 보면 평생을 비웃을 터다. 물론 그중 당사자가 되었을 때, 두려워하지 않을 놈들이 몇이나 되겠냐마는.


“어디를 갑니까?”

“보물고. 서로 볼 일이 있지 않느냐.”

“아. 오늘 드시는 겁니까?”

“그래. 하루라도 빨리 먹는 게 좋지.”


시무르트를 받아들인 이상, 카라드는 회복할 필요가 있다.


“하나로 부족하면 제가 하나 드리겠습니다.”


시무르트는 자격의 시험에서 두 번의 만점을 받았다. 보물고를 두 번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은 것이다.


“만점 받아 얻은 걸 나한테 쓰겠다고?”


손자, 손자 하더니 진짜 손자 노릇을 할 생각인가?


“엘릭서는 후계의 것이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면 제 몫도 있겠죠.”

“···하나면 된다.”


그럼 그렇지. 카라드는 새삼 질린 눈으로 시무르트를 바라봤다. 손해 보는 성격이 아니다. 평소 유약한 오르드를 마땅찮아했지만, 이 손자 놈은 제 아비의 성격을 닮을 필요가 있다.


“바로 가자.”

“옷 안 갈아입어도 됩니까?”

“어차피 다녀와서 또 할 것 아니냐. 아껴라.”

“아껴서 부질없는 걸 뭐하러 아낍니까.”

“···.”

“하지만 할아버지 말씀이니 듣겠습니다.”


슬슬 카라드의 얼굴에 붉은 기가 엿보여서, 시무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놀리는 것도 선을 지켜야 놀림이지, 넘어가면 시비가 된다. 손주가 할아버지에게 시비를 걸 수는 없지.


“그런데 바로 가야 합니까?”

“또 왜.”


카라드의 말이 짧아졌다.

노인은 늙으면 애가 된다더니. 어쩌면 마력회로가 손상된 탓일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기억 속 소드마스터들도 다들 어리게 살았었는데.

엑사가 나이차를 극복하고 카라드와 친구 내지는 앙숙 관계를 유지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래도 오셨으니 인사는 하고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이번 건 놀리는 것도, 시비도 아니다. 시무르트는 여태 지녔던 웃음기를 지우고 말했다.


“게겐이라면 이미 만났다.”


카라드의 말에 시무르트는 손을 뻗어, 어느 한 곳을 가리켰다.


“제 어머니 말입니다. 그래도 전대 가주님의 며느리지 않았습니까. 한 번쯤은 해주시지요.”

“···.”


**


카라드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시무르트를 바라봤다.


‘난놈이기는 하지만···.’


타고난 재능. 데그라트라는 이름에 걸맞은 천성. 누가 봐도 시무르트는 난놈이 맞다. 설사 노예로 태어났어도 이내 대성하여 어딘가에 가문을 세울 그릇이다.


‘아직 애라는 겐가?’


가족애를 지니고 있을 줄은 몰랐다. 더군다나 얼굴도 보지 못한 어미가 아닌가. 다른 가족에게는 그러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아비인 오르드는 남처럼 대했고, 자신에게는 협박까지 하지 않았던가.


‘유일한 제 편이었다는 게지.’


환경 탓일 거다. 다들 멀어져서, 아마 일찍 죽은 어미만이 유일한 가족으로 느껴졌겠지. 거인의 천성을 타고났지만, 아직 어리다는 것이다.

가장 가까운 이가 게겐이다. 가족이 아니라지만 가족처럼 생활했었다. 그 세월이 불과 3년임을 감안한다면···.


‘본가도 가능성이 있지 않겠는가?’


카라드는 무심코 머릿속에 미래의 본가를 그렸다. 당연히 가주는 시무르트가 아니다. 자하르 혹은 아엘. 품성은 아엘이 어울리지만 실력은 자하르가 맞다.

아엘이 자하르를 보좌한다면 데그라트는 그 세를 이어나갈 수 있겠지.


‘거기다가 시무르트가 본가에 애착을 가지게 된다면?’


물론 가정이다. 가주직을 탐내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


허나 자하르를 진정으로 형이라 여기게 된다면?

아엘을 누이라 여기고, 오르드를 아비로, 자신을 할아버지라 인식하게 된다면?


‘지키지 않을까.’


지금의 시무르트는 폭탄과 같다.

내쫓고 싶어 했고, 어쩔 수 없이 엘릭서 복용을 결심한 이유가 아니던가. 하지만 나중에 데그라트를 진정 가족으로 생각하고, 가주직에 끝내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더없이 좋은 문지기가 아닌가.’


데그라트의 재목이 아니라고는 하나, 세기의 천재다. 천재보다는 괴물이 어울린다. 어디까지 성장할지 모르는, 괴물.

내치기에는 더없이 매력적인. 지니고 있어 남들에게 주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는.


···그런 괴물이 데그라트라는 가족을 지키는 그림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매일 비석을 정돈한다고 했다.’


게겐이 그리 말했다. 시무르트는 하루 일과를 비석 청소로 시작한다고. 가족애가 각별하다는 뜻이다.

나이가 들어 가족애가 희석되기 전에, 얼른 가족임을 인식시킨다면?


“전대 가주님.”


카라드는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들었다.


“안 가십니까?”


어느새 시무르트는 앞장서서 걷고 있었다. 상념에 빠진 탓에 언제부터인가 걸음이 멈춰진 탓이다.


“크흠! 호칭이 너무 길구나. 할아버지라고 부르거라.”


이미 시무르트를 받아들이고, 지켜보기로 한 바.


카라드는 일단 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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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복귀(1) (5-24 / 오후 10:58 수정 완료..) +4 21.05.24 392 19 18쪽
28 북서의 쪽잠(4) +1 21.05.24 403 22 15쪽
27 북서의 쪽잠(3) +1 21.05.23 386 22 18쪽
26 북서의 쪽잠(2) +1 21.05.23 405 23 14쪽
25 북서의 쪽잠(1) 21.05.22 436 20 21쪽
24 참관 의뢰(4) +7 21.05.22 445 27 13쪽
23 참관 의뢰(3) +4 21.05.21 452 26 12쪽
22 참관 의뢰(2) +1 21.05.21 486 26 15쪽
21 참관 의뢰(1) +1 21.05.20 538 26 14쪽
20 신고식(3) +2 21.05.20 552 31 16쪽
19 신고식(2) 21.05.19 559 27 17쪽
18 신고식(1) 21.05.19 616 2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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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보고(2) 21.05.18 677 36 13쪽
» 보고(1) +2 21.05.17 687 3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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