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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천재 암살자는 암살을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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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47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0
최근연재일 :
2021.06.0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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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3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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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북서의 쪽잠(3)

DUMMY

‘대장. 나도 그거 알려줘요. 에젤이 연습하고 있는 거.’

‘뭐. 검망?’

‘아뇨. 그건 기대도 안 하고. 애초에 그건 기술도 아니잖아요. 그냥 마력에 존나 예민한 거지. 에젤은 몰라도 전 그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너 예민하잖아.’

‘아. 성격 말고.’

‘그럼 뭐 알려달라고.’

‘원류源流요. 그거 어떻게 해요?’


‘아. 가로채기? 쉽지. 일로 와봐.’

‘아니, 가로채기 말고 원류. 누가 이름을 그렇게 성의 없이 지어.’

‘이름은 직관적인 게 좋아.’

‘원류도 충분히 직관적이에요. 근데 진짜 알려주게요?’

‘알려달라며.’


‘그래도. 비기잖아요.’

‘그게 뭔 비기야. 그냥 노하우 같은 거지.’

‘대장은 사람이 너무 단순해. 누가 검 들고 오면 눈깔 뒤집혀서 간이고 쓸개고 다···.’

‘알려주지 마?’

‘아뇨.’

‘검 꺼내 봐. 검강 씌우고. 그치. 여기서 살짝 닿기만 하면 돼. 손이 더 쉬운데 그건 위험하니까. 검만 살짝 접촉시켜도 충분해. 검강이든 검기든 상관없어.’

‘···.’


‘검만 살짝 닿아도, 상대 마력과 접점만 만들면 상대의 마력이나 운용 방식이 대충 느껴진단 말이야. 그 상태에서, 그걸 내 거라고 생각하면 내 생각대로 움직여지거든? 그러면···.’

‘네? 뭐라는 거야. 상대 마력을 어떻게 운용해요. 몸 대주고 있는 것도 아니고 전투 중인데. 생각만 해서 그게 되면 내가 이미 전쟁 끝냈지.’

‘옘병. 그럼 지금 지고 있는 게 니 탓이었네.'

'아 농담이잖아.'

'나도야. 아니. 하면 된다니까? 너 아직 안 해봤잖아. 일단 해보고 말해. 넌 검탑의 두즈잖아. 쉬워.’


‘봐봐. 지금 네 검에 있던 검강 저기로 날아갔잖아. 내가 날린 거야. 어때? 대충 느낌 알겠지?’

‘미친. 알긴 뭘··· 근데 저기 게레크 새끼 천막 아니에요?’

‘맞지.’

‘무너졌는데요?’

‘괜찮아. 이제 기습 올 거야.’

‘네? 검망?’

‘어. 북쪽 100미터 지점에 파멸종 출몰했다. 대충 백작급. 딱이네.’



**



“하압!”


등을 향해 검이 내리친다. 시무르트는 등 뒤에 눈이라도 달린 듯, 가볍게 피했다. 검망. 방에 얇게 퍼진 그 탐지법이 시무르트의 뇌에 수많은 정보를 기입한다.


막 사지가 잘린 기사의 몸통을 동료 기사가 벽 너머로 옮기고 있다. 단장으로 보이던 기사는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지켜보던 데반은 쥬이스를 챙겨 창문을 넘는다. 휘익! 지금 막 검 두 개가 교차하여 자신의 정수리를 노리고 있다···.


위로 솟구치는 시무르트의 검이 두 개의 검을 쳐냈다. 아니, 쳐냈다는 표현보다는 달라붙었다는 표현이 옳다. 맞부딪히는 소리가 울리지 않았다.


“어?”


내려치는 쌍검이 시무르트의 검에 달라붙더니 힘없이 이끌려갔다. 기사의 팔뚝이 크게 부풀어 올랐지만, 검은 여전히 제멋대로 움직였다.


“으윽.”


두 개의 검을 엮은 시무르트가 다른 기사를 겨냥했다. 시체의 몸통을 옮기던 기사. 그를 향해 고정된 쌍검의 끝에서 검기가 쏘아져 나간다.


“커억!”


겨냥당했던 기사의 복부에 뾰족한 검기가 박혔다. 새파란 마력. 자바드 기사단의 색이다.


“네가 왜···.”


복부를 관통당한 기사가 불신의 눈으로 쌍검을 응시했다. 시선은 그 두 검끝을 바라보다가, 이내 검의 주인에게로 올라간다.


“아니다! 내가 한 게 아니다!”


쌍검 기사의 목소리가 크게 떨렸다. 그는 막 동료를 꿰뚫은 검기가 자신의 마력임을 인지했다. 쌍검을 푸르게 물들였던 검기가 어느새 사라져있었다.


동료를 관통한 것은, 직전까지 검에 담겨있던 자신의 검기였다. 쌍검의 기사는 그 광경을 직접 보았다. 어떻게? 기사의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


“평소에 쟤가 싫었나 봐?”


시무르트는 히죽 웃으면서 놈의 무릎을 베었다. 기사의 키가 훅 낮아졌을 때, 내려다보이는 정수리를 반으로 갈랐다.


“너어어!”


무너진 오른쪽 벽에서 단장의 지시를 기다리던 기사가 달려들었다. 죽음은 참을 수 있었지만, 동료의 명예를 모욕하는 짓에 이성을 잃었다.


날카로운 사선을 그리던 검이 이번에도 막혔다. 아니, 붙잡혔다. 가로채기. 기사의 검에 맺혔던 검기가 또 엉뚱한 방향으로 쏘아져나간다. 부대원들이 원류라 부르던 그 묘리. 강이 본줄기에 흘러가 합류하듯. 본줄기인 시무르트의 마력에 기사의 마력이 따라간다.


정확히는, 따라가게 만든다. 시무르트의 마력이 상대가 실체화한 마력을 붙잡아, 그 운용을 강제로 조종한다. 접점만 생긴다면, 특유의 마력 지배력과 운용력이 그를 가능케 만드는 것이다.


“커헉.”


복부를 뚫렸던 기사가 이번에는 심장을 관통당했다. 푸른 검기가 제 가슴을 꿰뚫는 것을 본 눈이 생기를 잃었다.


“너도 쟤가 싫었구나?”

“네노옴!”


시무르트가 히죽 웃으며 바라볼 때, 검을 붙잡힌 기사는 온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착 달라붙은 검은 떼어지지 않는다.


“어려울걸.”


기사는 이어서 마력을 끌어올렸다. 전력의 마력이 전신에, 이윽고 검에 담겼다. 방출과 위력을 높여 강제로 떼어내려는 속셈.


“그마아아안!”


그런데 검에 주입된 마력이 또다시 멋대로 방출된다. 심장을 관통당해 이미 죽은 기사의 머리통이 박살 났다. 저 동료의 시신은, 이제 동료의 가족도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그 사실이 기사를 울부짖게 만들었다.


“그렇게 싫었어?”

“악마 같은 놈!”


붉어진 눈이 코앞에서 웃는 시무르트에게 향했다. 검기를 만들 생각도 없었는데, 마력이 강제로 실체화된다. 분명 자신의 마력인데··· 검으로 흘러간 마력에 대한 통제를 잃는다. 보다 강력한 무언가에 강제로 이끌린다.


“네놈! 마법이구나. 흑마법을 익혔어.”


턱없이 강력한 지배력. 타인을 의지와는 무관하게 멋대로 조종하는 술수. 기사가 알기로, 그런 짓을 가능케하는 것은 흑마법밖에 없다.


“흑지 출신이었나!”

“이래서 기사 새끼들은.”


스윽. 무식한 목청에 눈을 찌푸린 시무르트가 기사의 목에 바람구멍을 내었다.


“어떻게 이걸 마법이라 생각할 수가 있지?”


분명 마력이 상대의 마력에 의해 강제로 운용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질 텐데. 후욱! 시무르트는 호흡을 크게 내뱉으며 검을 휘둘렀다. 별안간 날아온 반월 모양의 검강 때문이다.


검과 닿음과 동시에, 검강을 통제했다. 검에 담겼던 파성의 마력이 푸른 검강에 접촉하고, 검강을 구성한 마력과 그 운용 방식을 이해하고··· 이내 잡아먹는다.


시무르트의 검에 푸른 것이 뒤집어 씌워졌다. 잡아먹은 검강을 강제로 운용하여 통제하에 둔 것이다.


“···어떻게 한 거지?”


검강을 날렸던 기사 단장이 입을 열었다. 자바드 기사단의 상징인 푸른 강기를 머금은 검. 모르는 이가 본다면, 시무르트를 자바드 기사라 착각할 터. 놈은, 자신이 날린 검강을 제 검에 담은 것이다. 마치 마력을 물건마냥. 던진 물건을 잡듯이. 아주 자연스럽게. 검기도 아닌 검강을.


“마검인가?”


흑마법 특유의 사이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여, 기사 단장은 확신했다. 저 검은··· 마력을 흡수하는 마검임이 분명하다고. 그렇지 않고서야 당금의 작태를 설명할 수가 없다.


상대는 고작 열여섯 애송이가 아닌가. 그런데 검당을 감당한다고? 위대한 소드마스터의 영역을?


“과연. 데그라트의 보고에는 훌륭한 무구가 많다더니.”


저 검에 아홉이 당했다. 시선을 돌리면··· 어디에나 시체가 있다. 머리가 갈라지고. 몸이 등분되고. 심장이 꿰뚫리고. 갑옷에는 어떠한 문양도 새겨지지 않았지만, 모두가 자바드의 기사들이다. 자신의 부하들. 보는 시간은 무척 짧았다. 시선이 시무르트에게 향했다. 정확히는, 그 검.


“한낱 애송이가 그리 기고만장하여 날뛰는 것도 이해는 간다만···.”


기사 단장의 눈에 탐욕이 서렸다. 고작 익스퍼트에 도달한 꼬마가 자바드의 기사 아홉을 죽였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검이길래.


“아직 어리군. 주제를 몰라. 무구의 힘이 진정 자신의 힘이라 생각하고 있구나.”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시무르트를, 기사 단장이 비웃었다. 보기 드문 일은 아니다. 강력한 무구를 지니고 사용하다 보면, 그것이 제힘이라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눈앞의 놈도 그러하다. 소드마스터를 마주했음에도 도망치지 않는다. 제 검에 취했다.


“고작 마검 하나 얻었다고 소드마스터를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착각하고···.”

“단장이지?”


얼씨구.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놈을 보며 시무르트는 내뱉었다. 정황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지만, 그래도 입으로 직접 들어야 확증이 생기니까.


“그렇다.”


기사 단장은 여유로이 답했다. 상대는 독 안에 든 쥐. 어린 나이임을 감안하면, 죽기 전 대화에는 어울려줄 용의가 있다. 부하들을 죽였지만··· 저 애송이는 선물을 가지고 왔다. 저 마검. 그것이 기사 단장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자바드 후작가고.”

“맞다.”

“그렇게 다 말해도 돼?”


이미 죽은 아홉의 기사와 눈앞의 기사 단장. 그들의 갑옷에는 자바드를 상징하는 문양이 없다. 지금의 상황이 자바드의 공식 임무가 아님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곳에는 자네밖에 없다. 일행들이 꽤 멀리 빠져나간 듯하군.”

“아. 나만 죽이면 아무도 모른다고?”

“그렇지.”


역시 목표는 자신뿐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어서, 시무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엘까지 건드릴 생각은 애초에 없었겠지. 아르네아가 뒤를 지키고 있으니.


“그러면 쥬이스는?”


시무르트는 심문을 떠올렸다. 데반이 공범일 가능성이 있다고는 해도, 아엘은 안전할 터. 지금쯤 아엘은 앞선 대화로 상황을 대충 유추했을 것이다.


“그게 누구지?”


하지만 기사 단장의 대답은 시무르트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아. 그쪽 암살자 말인가? 우군이 있다고 듣기는 했네.”


아무 정보라도 얻을 요량이었는데. 공범인 쥬이스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꼴이라니.


“너는 쓸모가 없다.”


기대감이 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버리는 패. 쟈냐에게 있어서, 쥬이스는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허탈함이 짜증으로 변했다. 시무르트는 찌푸린 눈으로 기사 단장을 보았다.


“기사 단장이라는 새끼가 보는 눈도 없고. 실력도 없고.”


과거 자바드 후작가는 그래도 꽤 명성 높은 가문이었는데. 검강을 다루길래 기대 좀 했었는데. 하는 짓이 영 아니다. 원류를 마검의 힘이라 착각한다. 검술은 물론이고 마력 관리가 영 시원찮다.


“이제는 개나 소나 다 소드마스터가 되는구나. 세상 참 좋아졌어.”


시무르트는 검을 대충 털었다. 머금었던 푸른 강기가 부스러기처럼 떨어져 나간다.


원류는.

전생에서 사용한 적이 드물다. 어지간한 상황이 아니면 그렇게 애용하지도 않는다. 그러한 싸움은 시무르트의 취향이 아니다. 아직은 마력이 넉넉하지 않아서. 파그나가 있다고는 해도 다 쓸 생각은 없으니까 여태 그런 거지.


지닌 마력을 아끼기 위해 만들었던 잡기술. 애초에 마력이 유난히 부족한, 제 부대원을 위해 고안한 것이다. 위력을 염두에 두고 고안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생의 엑사는, 위력의 극대화를 고심해본 적이 없다.


‘파성식이 있는데 뭐 하러.’


멕테라의 초대 가주가 대륙을 양분하고 멜켄의 초대 황제가 해와 달을 분리했다고? 가당찮은 소리다. 그러한 전설은 파성식에 어울리는 것이다. 그래야 신빙성이 생기지.


단언컨대, 엑사는 파성식을 넘는 위력의 무언가를 본 적이 없다. 검술도, 마법도. 그 어떠한 비기도.


시무르트는 검을 높게 들어 올렸다. 무복의 소매가 흘러내리면서 팔뚝이 엿보인다. 파그나의 줄이 하나 사라진다. 파그나에 보관했던 마력이 허전해진 심장을 가득 메운다. 뿌듯한 충족감.


변환된 마력이 회전한다. 거듭하며 배로. 또 다시 그 배로 불어난다. 이윽고 4번의 회전이 끝났을 때. 백색의 검강이 여관을 집어삼켰다.


“맙소사.”


그 광경에, 건너편 지붕에 있던 데반과 아엘의 입이 쫙 벌어졌다.



**



“그렇게 보지 마. 나도 최대한 노력한 거라고.”


일행은 장소를 옮겼다. 뒤처리는 까마귀에게 맡겼다. 북서의 쪽잠의 2층과 지붕이 사라진 까닭이다. 하얀 폭죽이 건물을 폭사했다며 영지민들이 잔뜩 몰려오기도 했고.


마력이 여관의 상층부를 모조리 뜯어버리고 이내 하늘로까지 솟구친 광경. 아엘은 그 광경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새하얀 강기. 언젠가 시무르트가 협박할 때 보였던 힘이다.


“아니. 상대가 소드마스터였다니까? 내가 어떡하냐. 뒤져, 그냥?”

“누가 뭐래?”

“네 눈빛이 그래.”

“그런 눈빛 아니거든.”


아엘의 눈빛이 더욱 얇아졌다. 암습을 알아챌 정도로 눈치 빠른 놈이 제 걱정하는 건 모른다.


“나도 한 명 정도는 맡을 수 있었을 거야.”


더욱 큰 것은 무력감이다. 함께 있는 시무르트가 습격을 당했는데 자신은 겨우 대피만 했다.


정확히는.

시무르트가 아홉의 익스퍼트와 소드마스터 한 명을 죽이는 것을 그저 구경만 했다···.


“아니. 너는 안 돼. 아직이야.”


시무르트는 단호했다. 아엘은 입술을 삐죽였다. 늘 그렇듯이, 투정을 들어주지 않는다.


“왜. 나도 재능 있다며.”

“지금은 안 된다는 거야. 그놈들이 나이를 얼마나 처먹었다고 생각해?”

“···.”

“암살도 아니고 정면이야. 너는 이제 첫 의뢰고.”

“···알았어.”


너도 첫 의뢰잖아. 아엘은 그 말을 삼켰다. 순간 자하르가 떠올랐다. 만약 오빠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시무르트의 말을 따랐을까. 아니면 옆에서 도왔을까. 어려운 문제다. 아엘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시무르트와의 격차가 너무나 크다. 그건 자하르가 와도 마찬가지다.


“몸은? 괜찮아?”

“아니. 별로 안 좋아.”

“정말?”


그 시무르트가 약한 소리를 내뱉는다고? 좁아진 눈이 단번에 커졌다. 아엘은 시무르트를 훑었다. 무복을 입은 신체에서는 티가 나지 않는다. 다만 안색이 창백하다. 핏기가 없어 보였고, 입술은 다소 보라색을 띠었다.


“정말. 지금 기습 당하면 못 막겠는데?”


시무르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데반을 바라봤다. 데반은 사지를 제압한 쥬이스를 끌고 다니고 있었다. 그는 눈이 마주치자 방긋 웃었다.


“경호할까요?”

“아니. 일단 들어가자.”


아엘이 나서서 방을 잡았다. 북서의 쪽잠과 그리 멀지 않은 여관이었는데, 창백한 시무르트를 생각한 탓이었다.


“그···.”

“일행입니다. 정신병이 있어서.”


여관 주인이 묶인 쥬이스를 보고는 난색을 표하자, 데반이 말을 끊었다.


“옷에 피가 있는데···.”

“이 사람 피입니다.”

“그게 더 문제 아닌가···?”

“들어가서 회복약을 쓸 겁니다.”


데반이 금화 몇 개를 건네자 여관 주인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계단을 오르다가, 시무르트가 발을 헛디뎠다. 무너지려는 몸을 아엘이 부축했다.


“아니.”


몸이 맞닿은 아엘이 축축함을 느꼈다. 식은땀에 머리는 물론이고 무복의 등이 축 젖어있었다.


“너···!”

“일단 들어가.”


등을 받친 손바닥이 땀으로 흥건해졌다. 깜짝 놀란 아엘이 아공간을 열려고 하자, 시무르트는 그 손을 붙잡았다.


“그래도···.”

“빨리.”

“도와드릴까요?”


뒤에서 지켜보던 데반이 말했다.


“아니. 얘면 돼.”


시무르트는 데반을 한 번 흘겨보고는 앞을 바라봤다. 아엘의 몸에 무게를 넘기고는,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302호. 앞에 도착한 아엘이 열쇠를 꽂아 문을 열었다. 아엘과 시무르트가 가장 먼저 들어섰고, 이내 쥬이스를 끌고 온 데반이 문을 잠갔다.


“무복.”


읊조린 아엘이 시무르트의 무복을 벗겼다. 자하르보다 두껍고 탄탄한 신체. 흥건한 식은땀. 팔뚝 세 줄의 문신···.


“뭐야. 너 문신도 있었어? 수도원에 출가라도 하려고? 아니지. 이게 아니지. 몸은? 왜 그래?”


아엘은 처음 보는 동생의 문신에 미간을 찌푸렸다가, 이내 머리를 세게 털었다.


“괜찮으세요?”


쥬이스를 방 중앙의 기둥에 묶은 데반이 곁에 다가왔다. 시무르트는 그러한 데반의 반응을 살피다가 말했다.


“괜찮아. 마력 탈진이야. 내상도 조금 있고.”


살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숙련된 암살자고 쥬이스보다 여러모로 뛰어난 놈이다. 살기를 숨기는 것에도 능하겠지.


“그러면 얼른 포션을···.”

“잠깐 비켜봐.”


이대로는 시간만 끌린다. 시무르트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함을 느꼈다. 곁에 있는 아엘을 밀어 공간을 만들고는 누워있는 몸을 일으켰다.


“쿠웨에에엑.”


고개를 숙이고. 입을 벌리고. 시무르트는 바닥에 한바탕 피를 쏟아냈다. 각혈 따위가 아니다. 묵직한 핏줄기가 바닥을 강타하는 소음에 아엘은 순간 가짜 피가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어? 야!”

“시무르트 님?”


아엘과 데반의 경악과 동시에. 별안간 천장에 검은 응어리가 생기더니, 이내 인간의 머리가 튀어나왔다.

머리가 빠져나오고, 어깨가. 상체에 이어서 하체가. 그 과정은 순식간이었다. 시무르트가 입가를 거칠게 닦을 때, 사내는 이미 전신을 온전히 드러내고 있었다.


전신을 검게 칠한 듯한 사내는··· 천장에 붙어있었다. 천장에 거꾸로 서서, 흰자위 없는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덕분에 눈높이가 딱 맞았다. 거꾸로 선 사내의 눈과 앉아있던 시무르트의 눈이 같은 높이에서 마주쳤다.


“아니. 시발.”


그 검은 동공을 마주한 시무르트가 욕을 뇌까린 순간. 사내가 들고 있던 단검이 쭉 늘어나더니 시무르트의 안면을 향해 쇄도한다.


“너 말고.”


하지만 그 단검이 안면에 다다르기도 전에. 그보다 빨리. 시무르트의 왼손이 쭉 뻗어 나간다. 대충 펴진 손이, 정돈되지 않은 손가락들이 창졸간에 사내의 안면을 관통했다.


후욱!

이어지는 격풍에 아엘의 긴 머리가 크게 날렸다.


“어?”


얼빠진 아엘의 눈에, 시무르트의 팔뚝이 보였다. 세 줄이었던 문신이 두 줄로 변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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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두 번째 시험(1) +3 21.05.14 787 37 17쪽
8 자격의 시험, 첫 번째(2) 21.05.14 806 37 14쪽
7 자격의 시험, 첫 번째(1) +2 21.05.13 853 37 12쪽
6 데그라트(3) 21.05.13 847 37 14쪽
5 데그라트(2) 21.05.12 874 34 17쪽
4 데그라트(1) +1 21.05.12 955 39 21쪽
3 유배 저택(2) +2 21.05.12 1,031 39 16쪽
2 유배 저택(1) +1 21.05.12 1,216 41 19쪽
1 프롤로그 +7 21.05.12 1,570 5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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