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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천재 암살자는 암살을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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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47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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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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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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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지하 연회(1)

DUMMY

드닌 코르그의 수급을 챙겼고, 몸은 삼림 깊숙한 곳에 대충 묻었다. 시무르트는 놈의 소지품을 뒤지다가 주먹만 한 수정구를 발견했다.


“이건 뭐냐?”

“틈새 탐지기네요.”

“이게?”


시무르트의 눈이 동그래졌다.


파멸종의 틈새 탐지기.

틈새의 발현이나 잔재 따위를 읽는 마도구다. 전생에서는 사람 머리 이상의 크기였는데.


“네.”

“아직도 이런 걸 써?”


전쟁은 끝이 났다. 대륙 어딘가에는 파멸종이 숨어있다지만, 틈새는 더 이상 열리지 않는다고 했다.


“어지간한 가문들은 가지고 있대요. 혹시 모르니까.”


20년.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대륙은 아직 파멸전쟁의 여파를 모두 복구하지 못했다. 아직 많은 이들은 전쟁과 파멸종의 끔찍함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긴. 있어서 나쁠 게 없지.”


시무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틈새. 그건 전생의 검망으로도 잡히지 않는, 마력이 아닌 힘으로 구성된 것이었다.


“근데 얘는 가문 없잖아.”

“드닌 코르그는 바라만트 지망생이었으니까요. 있는 게 어색하진 않죠. 거긴 아직 파멸종을 쫓으니까.”

“그런 데가 있어?”


시무르트는 그 탐지기를 품속에 넣고는 되물었다.


“유명해요.”

“쓰레기로?”

“반대 의미로요.”

“이 새끼만 쓰레기였네.”

“제국 사람이니까요.”


제국 황실과의 협약. 제국인을 겨냥한 의뢰는, 엄격한 심사가 이루어진다. 드닌 코르그는 제국 정보국이 살인을 인정한 쓰레기라는 뜻이다.


“제국 새끼들 너무 꿀만 빠는 거 아니야? 뭔가 개새끼가 된 기분인데.”

“서로 좋은 거죠.”


찝찝할 일도 없고. 실적도 쌓고. 데반은 그렇게 생각했다.


“좋기는 개뿔이.”


시무르트가 보기에는 데그라트가 약점이 잡힌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제국은 손 안 대고 코를 풀고 있다. 의뢰자는 제국이 아닌 드닌 코르그의 피해자나 경쟁자이겠다만, 어쨌든.


‘결국 제국은 날로 처먹고 있는 거잖아.’


정보국은 황제의 것.

결국 황제의 총애자들은 안전하다는 소리가 아닌가. 데그라트가 영웅가와 관련된 의뢰를 받을 수 없다는 뜻과 같다.


‘그리고 마음에 안 드는 새끼들 좀 죽이라고 의뢰도 넣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데그라트는 개가 되었다. 황제가 시킨다면 배를 까집는 개새끼.


“안 찝찝하세요?”

“뭐가. 황제?”

“아뇨. 아공간에 대가리 넣어놨잖아요.”


시무르트는 제 아공간에 드닌 코르그의 수급과 그의 소지품을 넣고 있었다. 수급. 뱀들에게는 익숙한 일이지만, 신입은 으레 꺼리는 행위다.


표적의 수급은, 챙긴다면 본가에서 추가 수당을 지급한다. 확실한 증거이기도 하고, 챙길 만한 여유가 있었다는 뜻이니.

소지품은 본가에서 주어지는 수당과는 별개의 보상이다. 개중에는 본가에 도움 될, 신고할 가치가 있는 것들도 가끔 존재하고.


동기와 의욕까지 부여하고자 하는 일종의 격려 수단인 것이다. 많은 뱀들이 마다하지 않는 정책이기도 했다. 의뢰에서의 여유는 실력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니까.


“새삼스럽게. 여기 네 선배 대가리도 있었는데?”

“아. 맞네요.”

“너도 여기 안에 구경하고 싶으면 말해.”


데반은 가끔 시무르트의 나이를 잊고는 했다. 저게 16살이라고? 살인을 주저하지 않는 냉정함. 사인을 혼동케 만드는 능숙함. 시체에 대한 익숙함. 살인과 관련된 모든 것에 자연하다.


가끔씩 나이를 잊게 만드는, 섬뜩해지는 평안함이다. 산전수전 다 구른 군인. 내지는 경험이 풍부한 암살자를 보는 것 같아서.

혹은 살인자.


‘아니지. 평소에도 열여섯 같지는 않지.’


아엘이 떠오른다. 본가의 둘째. 시무르트는 우는 그녀를 어르고 달랬었다. 그 과정은··· 단연코 부드럽지 않았다. 적절한 매와 당근. 시무르트는 그 둘을 교묘하게 섞어 그녀를 다뤘다.


‘저 나이에 가치관이 굳기 쉽지 않은데.’


그 말솜씨에도 감탄했으나.

더 크게 감탄한 것은, 그의 가치관에 있다. 시무르트는 벌써부터 고유한 가치관을 설립했고, 그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재능. 노력. 그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 재능에 안주하지 않는 노력파. 스스로가 정한 일종의 선까지.


···누나를 아이 운운하면서 성인까지는 막 살아도 괜찮다고 운운하는 것은 좀 이상했지만.


‘그건 핑곗거리 아닌가?’


성인 되기 전까지는 잘못을 저질러도 괜찮다. 시무르트가 했던 말이다. 문제는, 그 당사자가 성인이 되려면 아직 3년이나 남았다는 것이다.


‘미리 밑밥을 까는 건가?’


문득 든 생각에 데반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태 벌인 짓을 생각해 보면 그럴듯한 가설이다. 만찬장에 만찬 대신 머리통을 장식했다고 했다.


“뭐하냐. 안 와?”


시무르트는 명부를 작성하고 있었다. 어느새 마도 게이트의 줄이 사라진 것이다. 시뮨 아리토. 시무르트는 가명을 작성하고는 신분증을 보였다.


이어서 데반도 명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데반. 그는 본명을 고스란히 적었다. 가명을 사용하는 뱀들이 더러 있지만, 데반은 그에 속하지 않았다.


‘자신감의 방증이라고 했었지.’


가명을 사용하지 않는 데그라트의 뱀이 있다면, 그 뱀은 훌륭한 뱀이라고.

언젠가 카라드는 그렇게 말했었다.


본명을 들켜도 두려울 것이 없다. 물론 그 관념이 제국에 목줄 채워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을 것 같지는 않다만.


‘그랬다면 직계가 가명이 필수가 아니었겠지.’


시무르트 데그라트는 제국에서는 시뮨 아리토가 된다. 나중에는 시뮨이 아닌 또 새로운 가명으로 변할 것이다.

제국 핵심부를 겨냥하는 것이 아니다. 제국 정보국에는 조만간 직계의 사진과 가명이 올라갈 것이다.


‘헷갈리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지.’


가명을 사용하고 그 가명이 주기적으로 변하는 것은, 제국 핵심부가 아닌 다른 이들을 속이기 위함이다.

마도 게이트 보유 영지에 명부 기록이 남는다지만 그건 이름뿐이니까.


데그라트를 원수로 삼는 인간이나 가문은 생각보다 많다. 혹시 모를 위협. 본가와 카라드는 그것을 걱정했다.

여태 안 들킨 암살이 압도적으로 많다지만, 심증까지 가릴 수는 없으니.


암살자는.

유명해서는 안 될 직업이다. 하지만 데그라트는 제일 유명한 암살 집단이다. 그만큼 실력에 자신이 있어서. 과거의 데그라트는 오만할 자격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 시기에는 사릴만하지.’


직계가 보물인 시대다. 가주가 될 후계자를 숨기기 위함도 있지만, 전쟁의 여파에 핏줄이 크게 줄어버린 것이 컸다.

베덴을 쉽게 내칠 수 없는 이유다. 본가는 얼른 다시 뿌리를 넓힐 의무가 있다.


“자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시무르트와 데반은 마도 게이트를 통과했다.



**



오후 4시.

시무르트와 데반은 자바드를 벗어나 후이트 영지에 도착했다.

영웅제가 끝났다. 저번과 달리 성문 출입을 기다리는 줄도, 대로를 가득 채운 인파도 없었다.

곳곳에서 들렸던 엿 같은 찬양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 사실이 시무르트를 흡족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후이트는 왜 오신 거예요?”


후이트 자작령. 시무르트의 첫 참관 의뢰지.

열흘 전 시무르트는 이곳에서 안드레 코이트로를, 자바드의 기사들과 쥬이스, 환능의 사내를 죽였다.


“볼 일이 있어서.”


시무르트는 저번에 방문한 여관을 찾았다. 쥬이스와 환능의 사내를 죽였던 여관이다. 까마귀의 여관 북서의 쪽잠은 이제 막 재건을 시작한다고 했다.


“볼 일이 남았어요?”


여관 주인에게 대금을 지불하면서, 데반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 혹시 저번에···.”


은화로 거슬러주는 여관 주인이 데반을 알아보고는 흠칫 놀랐다.


“아. 알아보시는구나.”

“네. 이번에는 그··· 흔적을 좀 지워주시면···.”

“흔적?”

“네···. 저번에 보니 방에 피가···.”


여관 주인은 열흘 전의 302호를 기억했다.

바닥은 물론이요, 침대, 벽, 문고리까지. 곳곳에 핏자국이 낭자했었던 그 끔찍한 방.


“아. 미안합니다.”


데반은 금화 몇 개를 투척했다. 여관 주인은 금세 반색하고는 열쇠를 건넸다.


“이번엔 깨끗할 겁니다.”


열쇠는 두 개였다. 302호와 303호. 가서 선배나 추억해. 시무르트는 303호 열쇠를 집어갔다.


“그래서 볼 일이 뭔데요?”

“그때 한 놈을 놓쳤잖아. 찾을 거야.”


환능의 사내를 말하는 거다.

친구를 데려오라고. 시무르트는 사내를 제압했을 때, 그렇게 말했었다.


“그놈이 아직까지 후이트에 있을까요?”

“없으면 어쩔 수 없지. 너는 같이 안 움직여도 돼.”

“지금부터 찾게요?”

“아니. 밤에.”


쾅. 시무르트는 303호의 문을 닫았다.


**


오후 9시.

바닥에 앉아있던 시무르트는 눈을 뜨고는 소매를 걷었다.


3줄의 파그나.

세 번째 줄을 완성한 시무르트는 마력 회복약을 한입에 털어 넣었다.


“크으.”


사실 맛은 없다.

세월이 지나고, 발전을 거듭해도 포션의 맛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썩은 포도 맛이 난다. 엘릭서는 그래도 나름 맛있다만.


“이런 거나 고치지.”


시무르트는 빈 병을 대충 던지고는 창문을 열었다. 영지민들이 후이트의 특산주를 들이키는 소리가 울린다.

딱히 역겨운 소음은 아니었다. 그들은 이제 술을 먹으면서 영웅을 찬양하지 않는다. 영웅제는 진작에 끝났다.


시무르트는 검은 무복을 벗고는, 아공간에서 꺼낸 정갈한 의복을 입었다.


“진짜 가시게요?”


난간으로 빠져나오자 음성이 들렸다. 데반이 옆방 난간에 앉아있었다.


“그럼. 너도 알고 기다린 거 아니야?”

“말리려고 기다렸죠.”


환능의 사내의 동료 추적. 데반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열흘이나 지났는데 이제 와서 추적을 하겠다고? 이건 상대를 무시한 거짓말이다. 애도 아니고.


“구경만 잠깐하고 올 거야.”

“어디서 열리는지도 모르잖아요.”


데반에게는··· 짐작 가는 것이 있다. 단언컨대, 그 짐작은 정답이 맞을 것이다. 안드레 코이트로의 별장을 기억한다. 카난과 메이. 태워버린 초대장.


카난은 바하브 어딘가에서 열리는 연회에 대리 결투자로 참석한다고 했다. 날짜가 딱 들어맞는다. 당시의 카난은 열흘 뒤의 연회라고 했다. 지금이 딱 그 시점이다.


정확히, 앞으로 2시간.


“못 찾겠다 싶으면 포기할 거야.”


들켰음에도, 시무르트는 당황하지 않았다. 예상한 결과다.


‘들키려고 한 거지.’


데반을 속이는 데에 열중한 적은 없다. 애초에 데려갈 생각이었다.

카난이 알고 있는 정보가 많지 않다. 바하브 영지. 오후 11시. 자세한 시간. 하지만 포괄적인 위치.


그게 끝이다. 자세한 초대 장소는 직접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데반이 있다면 분명 단축될 것이다.


“바하브는 아리토 출입 금지 구역이에요.”

“알아.”


이 또한 황실과의 협약이다.

황실과 영웅가. 데그라트는 그에 대한 출입을 금지당했다. 까마귀들이 그들의 정보를 취합하지 못하는 이유다.


“어떻게 가시게요?”

“몰래 넘어가면 되지.”

“시무르트 님이? 들킬걸요.”

“네가 안내해주면 되지.”


시무르트는 씨익 웃었다.

잠입 능력이 없으면, 있는 놈이 안전한 루트로 안내해주면 된다.


“저는 걸리면 큰일 나요. 바로 제명당할걸요. 아니지. 그걸로 끝나면 다행이지.”


데반은 몸을 떨었다.

황실과의 협약은, 고작 1급 뱀이 어길 수 없는 지엄한 것이다. 본가에서 알게 된다면 죽음을 면치 못할 터다. 직계인 시무르트와 달리 자신은 단순한 부품이니.


“내가 살려줄게.”

“어떻게요?”


시무르트는 직계라고는 하나, 후계자가 될 생각이 없다.

본가에서의 위치가 그리 높지 않다는 소리다. 제일 어리기도 하고. 지닌 무력이면 몰라도, 권력은 많은 편이 아니다.


그가 청사에 오길 바라고, 그를 위해 잘 하겠다고 하기는 했다만···.


데반의 의심쩍은 눈빛에 시무르트가 검을 뽑았다.


“지금 따라오면 살려준다고.”

“···.”


**


“저는 몰라요. 협박해서 따라가는 거예요.”

“알지.”


바하브는 그렇게 멀지 않다.

다른 영지들 사이의 거리를 생각해 보면 턱없이 짧은 거리. 후이트가 바하브를 따르는 여러 이유 중 하나다.


“만약 들키면 도와주셔야 해요.”

“당연하지.”

후이트 영지를 벗어난 시무르트는, 그저 달렸다. 가깝다지만 도보로는 몇 시간은 걸어야 한다.

마력이 가미된 신체가 그 시간을 급격하게 줄이고 있었다.


“데그라트는 어때?”

“좋죠. 일단 차별이 없어요. 뱀굴 간에는 있지만요. 특급이 되면 본가의 기술도 익힐 수 있고. 금제가 걸린다지만··· 뭐. 독립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청사는 왜?”


시무르트는 데반에게 계속 질문을 던졌다. 평소라면 입에 담지 않을, 쓸데없는 것들이었다.

배신자 바하브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이 기분을 들뜨게 만든 탓이다.


이렇게 현생을 나누지 않는다면, 현재의 자신이 시무르트임을 잊고 흥분할 것 같아서.


“청사가 제일 자유로워요. 다른 곳은 간섭이 심하거든요.”

“가보진 않았지만, 그렇대요. 모이트 1급이 백사와 흑사를 모두 경험했었거든요.”

“그래?”

“네. 특히 개인 의뢰는 일절 터치가 없거든요. 어때요? 끌리죠?”

“어차피 난 직계라 다른 데서도 터치 안 할걸?”

“아마 백사는 할걸요.”

“아.”


백사 단장 나오르는 게겐의 후임이다. 게겐을 쏙 빼닮은. 자연스럽게 그림이 그려진다.


아마 게겐처럼 굴겠지. 어쩌면 더 심할지도 모르겠다. 게겐과 달리 그는 아직 현역이니까.


“흑사는 못 가실 거 아니에요.”

“아직 몰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안 될 것 같다. 나중에는 혹시 모르겠으나, 당장은 무리다. 뱀굴에 대한 중요성이 퇴색되기도 했고.


파성의 마력을 숨길 방법도 찾지 못했다. 굳이 숨겨야 할까? 그러한 생각도 종종 든다.


“알 것 같은데.”

“···내일 대련이나 할까?”

“내일 말고 기분 좋으실 때 하시는 건 어대요?”

“난 지금 너무 좋아.”


데그라트에 들어오는 의뢰에 배신자들과 관련된 것이 있을까? 시무르트는 없다고 확신했다.

부관을 제외한 배신자들은 하나같이 높은 위치에 있다. 흑사를 가도, 배신자와 관련된 의뢰는 없을 것이다.


황제의 정보국이 그런 종류의 의뢰를 통과시킬 리가 없지. 뱀굴이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된 이유다.


‘상관없어. 어차피 복수는 혼자 할 거였으니까.’


“청사가 승급이 제일 빠르다고?”

“네. 아마도? 백사나 흑사는 내부 규정이 깐깐하다고 했어요. 승급 심사 전에 자체적으로 솎아낸다고.”

“내가 여기서 청사를 고르면, 바로 의뢰를 시작하나?”

“그렇죠. 이미 정했으면 다른 뱀굴에서 참관할 필요가 없죠. 시간만 아깝지.”


시무르트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데반의 말에 공감해서. 어느 뱀굴을 가든 똑같아졌다. 그렇다면 가장 빠른 길을 택해야 한다.


백사와 흑사의 참관 의뢰를 건너뛰고.

청사의 동반 의뢰를 수행하고.


이내 1급으로 승급을.

그게 제일 빠른 길이다.


“사아나 단장은 어때?”


대연무장 중앙 게시판의 의뢰지는 청색이 제일 많다. 중복한다면 바깥에 오래 머무를 수도 있다는 소리.

굵직한 의뢰는 없다지만, 그리 큰 문제는 아닐 터다. 여차하면 의뢰를 빨리 수행하고 남은 시간을 몰래 활용해도 되겠지.


‘안 들키기만 하면 돼.’


“쿨하시죠. 자유로운 청사. 엄격한 백사. 무심한 흑사. 유명하잖아요?”

“저희 청사 대표 호사가인 모이트 1급이 그랬는데, 개인 의뢰만 할 거면 청사만 한곳이 없대요. 기간도 팍팍 주고. 직계는 더 주지 않을까요?”

“너. 말이 길어졌다?”


시무르트의 눈이 가자미처럼 변했다.


“당연하죠. 지금 영업치고 있는 건데.”


하지만 데반은 오히려 당당하게 굴었다. 무엇이 잘못되었냐는 듯, 뻔뻔하게.


“사아나가 뭘 준다던?”

“청사의 창고 이용권을 준다고 하긴 했어요. 별로 좋은 건 없지만, 어차피 저도 원하는 바라. 좋은 게 좋은 거잖아요. 어떠세요?”

“너 오늘 하는 거 보고.”

“따라오길 잘 했네요.”


바하브의 성벽.

시무르트는, 전생과 달리 더 웅장하게 보수된 성벽을 보며 히죽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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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북서의 쪽잠(2) +1 21.05.23 403 2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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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신고식(2) 21.05.19 559 27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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