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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WGC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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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1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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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모래 사이에서 (4)

DUMMY

"흠, 용케 내 의도를 알아줬네."


다시 현재. 나는 그에게 조심스레 물어본다.


"그런데 왜 굳이 최근의 기억을 찾고 싶었던 거야?"


"너도 이전에 봐서 알겠지만 레벨 그 녀석을 만나기 전까지는 진짜 대장간 내에서 똑같은 하루를 보내왔었어."


나도 기억난다. 포드가 처음 과거를 봐달라고 했을 때, 진짜 농담이 아니라 완전히 똑같은 행동만을 주구장창 반복했었다.


기껏해야 달라지는 모습이라곤 이따금씩 찾아오는 의뢰인이 맡겼을 때 정도. 그 때 말고는 늘 잠도 자지 않고 단조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습게도 그 녀석이 오고 나서부터 뭔가 달라지더라고. 바깥 세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나.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그 녀석이 러프텡을 갖고 오기만을 기다렸던 것 같아.

어쨌든 내가 네게 따로 기억을 찾아달라고 한 이유는 간단해. 최근 그 당시의 기억조차 제대로 나질 않는 거야. 아마 겉모습은 이래도 본체와는 멀리 떨어져 있으니 이런 거겠지."


본체와는 멀리 떨어져 있다는 건 또 무슨 소리람. 나는 그의 말에 좀 더 주의 깊게 듣게 되었다.


"다음에 맡길 때는 내 친구를 찾게 될 텐데... 그 때가 되면 내가 누군지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거야. 사실 나도 그 때가 기억날까봐 겁이 나. 그리고 네 능력을 잘 알고 있으니까, 그 친구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알게 되는 것도 겁나고."


포드가 이렇게 진중한 모습을 보인 건 처음인 것 같다. 포드는 가만히 자신의 말을 듣는 날 보더니 웃으면서 내 어깨를 두드려줬다.


"레벨, 그 녀석 정말 좋은 친구야."


"그래, 나도 알아."


"너도 마찬가지고."


그 때, 기체 내가 갑자기 시끄러워진다. 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 방 밖으로 나왔다.


이전에 들었던 알람 소리 비슷한 것이 저 멀리서 들려오기 시작한다.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창밖을 슬쩍 쳐다봤다.


"무슨 일이지?"


"적의 습격이라구! 모두 준비하라구!"


"잠깐, 적이라고? 대체 무슨 적이 있다는 거야?"


"산에는 산적, 바다에는 해적, 그리고 하늘에는 공적이 있기 마련이라구!"


뭐야, 그런 게 있다고? 물론 저 논리대로라면 딱히 할 말은 없다. 나는 옆을 빠르게 지나가는 델리에게 불만인 듯 말을 꺼냈다.


"언제는 세상에서 제일 안전하다더니 지금 이게 뭐야?"


"헤헷, 광고에는 과장이 붙기 마련이죠. 살기 위해선 여러분의 손도 필요하니까 알아두시라고요."


"뭐? 그건 또 무슨..."


선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사이에 루리카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우릴 쳐다보며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소리쳤다.


"너희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구! 지금 발리스타를 다룰 사람이 부족하다구."


역시 이 비행선은 답이 없구나. 제아무리 대단한 비행선이나 무기를 들고 있어도 이런 무기를 활용할 수 있는 인원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런데 그런 중요한 일을 지금 우리에게 맡긴 건가? 나는 한숨을 쉬며 바깥 창문을 내다보는 사이, 내 옆에 로지가 다가오면서 크게 외쳤다.


"맡겨만 다오! 이런 건 내 전문이도다."


"지금 이게 무슨 일인 줄 알고 맡는다는 거야?"


"나도 다 큰 어른이다. 이 정도는 내게 쉬운 일 아니겠느냐?"


그래도 갑자기 이런 일을 맡기려니 왠지 모르게 믿음이 안 간다. 애초에 이렇게 순진해 보이는 눈빛으로 말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을 믿고 맡기라는 거야.


하지만 어쩌면 지금이 기회일지도 모른다. 현재 로지는 사실상 비전투원이었기 때문에 적어도 이런 일이라도 맡겨야 길드 내에서도 말이 없겠지.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우리에게 알려줘."


나는 그녀에게 보호마법 두루마리를 둘러줬다. 그리고 옆에 있던 포드와 빠르게 지나치는 동료들에게도 하나씩 둘러줬다.


선원들 중 한 명은 우리를 부러운 눈치로 쳐다봤다. 아무래도 어디서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두루마리를 쓰는 걸 처음 본 거겠지.


이들은 이미 마법과 동떨어진지 오래다. 아무리 마법 두루마리를 수급하고 싶어도 남부 왕국이 기술 유출을 방지하듯, 다른 왕국들도 남부에 마법 두루마리를 함부로 수출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도 길드원들에게만 사용할 정도만 갖고 있어 이 모두에게 보호마법을 사용하는 건 무리가 있다. 저 눈빛을 보면 미안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고.


"어서 2인 1조로 움직이라구! 적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구!"


"아으아! 이래서 비행선 타기 싫었던 건데!"


이전부터 이 비행선에 탄 걸 극도로 싫어했던 라니는 벌써부터 패닉에 빠진 것 같다. 하긴, 우리도 갑자기 이런 일을 당할 거라곤 생각 못했으니까.


"거기 숨어만 있지 말고 밖으로 나와. 내가 쏠 테니까 옆에서 장전이나 도우라고."


선글라스 남자는 라니의 팔을 붙잡으며 끌고 가고 있었다. 라니는 어떻게든 저항하려고 했지만 남자의 힘에 못 이겨 질질 끌려갔다.


"하늘에서 맞이하는 죽음은 어떨까. 생각해본 적 있어?"


미린이 쇠뇌를 손보면서 내게 나지막하게 묻는다. 나는 어깨를 으쓱일 뿐 그녀에게 답하지 않았다.


다만 확실한 건 우리는 반드시 이 비행선을 지켜야 한다. 안 그러면 화물칸에 둔 말들도 모두 잃을 테니까.


마리아는 다가오고 있는 비행선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가볍게 물었다.


"마리아, 오늘 상태는 어때? 비행선 하나 부술 수 있겠어?"


"별로 좋지 않아. 그리고 컨디션이 좋다고 해도 저렇게 큰 비행선을 상대하긴 쉽지 않다고."


역시 마리아에게는 약간 무리이려나. 그래도 마법이 있다면 상대의 비행선을 처리하는데 용이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면 지금 상황을 좀 더 즐기려는 심산일 수도 있다. 그녀는 이전에도 본인의 즐거움을 위해 우릴 쉽게 돕지 않은 적도 있었으니까.


"너 설마 우리 다 죽는 걸 바라는 건 아니지?"


"미쳤니? 당장 널 통구이로 만들어주기 전에 꺼져!"


마리아가 내게 마탄을 쏘려고 하는 걸 보고는 후딱 반대편으로 도망쳤다. 하여튼, 농담 하나를 못하겠다니까.


나는 포드와 함께 가까운 발리스타를 붙잡았다. 포드는 능숙하게 어떤 구조인지 알아내고는 거대한 화살다발을 장전시켰다.


"방아쇠를 당기면 바로 날아갈 거야. 그리고 내가 옆에서 장전을 도울 테니까 잘 하라고."


"잘 알고 있어."


아직 시야에는 공적의 비행선이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반대편에서 우릴 향해 오고 있는 것 같다.


"휘유우... 그래도 바깥바람을 이렇게라도 맡게 되니까 기분 좋지?"


"여기서 낙사할 걸 생각하면 별로 좋진 않은 것 같은데."


"어이, 레벨! 거긴 괜찮나?"


레벨은 로지와 함께 있었고, 걱정 말라는 표시로 손가락으로 오케이 표시를 했다. 로지는 발리스타를 붙잡은 것만으로도 신나보였다.


"그나저나 정말 저 녀석에게 맡겨도 괜찮은 건가 모르겠네."


"그래도 너희들에게 다 보호마법을 둘러줬으니까 괜찮을 거야."


끼기긱 거리는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아래에서 위로 비행선이 솟아올랐다. 그렇다면 지금 양쪽으로 공적이 오고 있다는 건가?


"앞이야! 발사해!"


방아쇠를 당기기도 직전에 내 옆에 거대한 화살이 쏜살같이 박히면서 나뭇조각들이 이리저리 튀었다. 나는 순간 움츠러들면서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거대한 화살은 곧장 앞쪽의 비행선의 기낭을 뚫고 들어갔다. 하지만 구멍도 크게 난 것 같지도 않고 큰 타격을 주진 못했다.


"빠르게 갈겨! 내가 옆에서 바로바로 장전해줄 테니까."


이번에는 날개 쪽을 향해 조준해본다. 우리 비행선도 상당히 요동치고 있었으므로 생각보다 조준이 쉽지 않다.


방아쇠를 당겼지만 이번에는 너무 욕심을 부렸던 탓에 완전히 딴 곳으로 날아가버린다. 그 사이, 위쪽에서 큰 소리가 나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바보야, 그냥 쏘지만 말고 불을 붙여!"


뒤를 지나가던 선원이 내게 소리쳤다. 나는 뭔 소리인가 싶어 당황한 사이, 선원이 곧장 옆에 붙어 있는 붉은 막대기를 세게 당겼다.


그러자 화살 끄트머리에 화륵 소리가 나면서 불이 붙었다. 나는 곧장 공적의 비행선을 향해 조준하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그 화살은 빠르게 날아가더니 정확히 기낭에 명중했다. 확실히 불은 붙었지만 불에 연소되기 쉬운 기체가 아녔는지 여전히 큰 피해를 주진 못한 것 같다.


철이 맞물리는 듯한 끼기깅 소리를 내며 눈앞의 비행선이 잠시 뒤로 빠진다. 나는 숨을 가다듬으며 잠시 옆을 쳐다봤다.


로지는 적이 눈앞에서 사라졌음에도 신나게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아까 나를 보고 나무라던 선원이 그녀에게 탄약 낭비하지 말라며 소리치자 그제야 행동을 멈췄다.


일단 양옆으로 공격을 가하던 비행선은 잠시 뒤로 빠진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을 쓰러뜨리기 전까지는 아마 계속 쫓아올 것이다.


"아직 끝난 게 아니라구! 지금 놈들은 잠시 후퇴한 것뿐이라구."


"우리도 뭔가 준비해야 되는 거 아냐?"


나는 그에게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했지만, 루리카는 안심하라면서 여유만만한 표정과 함께 팔짱을 끼며 말했다.


"훗, 우리 비행선의 회피기동을 보면 알 수 있다구. 저 정도 공격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구!"


"네? 선장님, 회피기동은..."


"떠들 시간 없다구! 각자 자리에 맞춰 움직이라구!"


루리카는 델리의 말을 막으며 선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윽고 다시 큰 소리를 내며 우리 쪽에 비행선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또 뭐야. 아무래도 아예 갈고리를 걸어 들어올 생각인가보다. 상대는 기존의 화살촉과는 다른 갈고리 모양새의 화살촉으로 갈아 끼우고 있었다.


"뭐해! 당장 날려버리라고!"


포드가 옆에서 소리치자 나는 공적의 발리스타를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날아간 화살은 그대로 발리스타를 망가뜨림과 동시에 공적의 몸을 그대로 직격했다.


"까으아아아악!!"


저 멀리서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공적 중 한 명은 거대한 화살은 벽과 함께 박혀버렸고, 그는 몸을 부르르 떨다가 축 늘어졌다.


이윽고 공적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듯 발리스타를 발포하기 시작했다. 그 화살촉은 외벽을 뚫어버림과 동시에 갈고리에 걸려 꽉 붙잡았다.


그리고 공적들은 재빠르게 줄을 타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포드는 갈고리의 줄을 몇 번 살피더니 가장 약한 부위를 찾아내 단검으로 있는 힘껏 내리쳤다.


"어으아아아아아아아악!!!"


줄을 따라 타고 오려던 공적들은 줄을 제대로 붙잡지도 못한 채 하늘 아래로 떨어진다. 내가 다시 발리스타를 발포하자 이번에는 프로펠러를 정통으로 맞췄다.


그리고 경보음을 울리면서 비행선은 결국 저 멀리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날개 하나가 폭발하면서 점점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봤어?"

"그래, 봤다고. 잘했어!"


내가 포드와 함께 환호성을 지르는 사이, 뒤쪽에서 델리가 급하게 소리친다.


"선장님! 큰일이에요! 좌측의 비행선이 충각을 시도하려는 것 같아요!"


"걱정 말라구! 드디어 우리 비행선의 본모습을 보여줄 차례라구!"


루리카는 조종석에 앉아 레버를 세게 당겼다. 그리고 때를 기다리는 듯 점점 다가오는 비행선을 보고 있다가 마침내 크게 소리쳤다.


"지금이라구! 메테오리튼 호의 회피기동, 발동!"


"선장님!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회피기동장치가 고장났다고 했었잖아요!"


순간 정적이 흐른다. 루리카는 델리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머쓱 웃으면서 말한다.


"아참, 깜빡했다구. 헷."


그리고 우리가 타고 있는 비행선은 상대 비행선의 충각에 그대로 들이받았다.

하늘 (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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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 3부 Epilogue: 레벨 137 22.04.13 140 5 12쪽
269 3부 Epilogue: 레벨 3? 22.04.12 78 6 12쪽
268 3부 Epilogue: 레벨 2 22.04.11 109 6 13쪽
267 3부: 현자의 탑 22.04.08 93 5 13쪽
266 3부: 빌디어의 성 22.04.07 93 6 12쪽
265 3부: 흑요석 성 22.04.06 105 6 12쪽
264 3부: 에델리우스 성당 22.04.05 104 6 12쪽
263 3부: 순환의 산 22.04.04 86 5 12쪽
262 3부: 무인 초원 지대 22.04.01 85 6 12쪽
261 3부: 나르칸 늪지대 22.03.31 116 6 12쪽
260 3부: 허무의 도시 22.03.30 95 6 12쪽
259 3부: 인고의 숲 22.03.29 88 6 12쪽
258 3부 Prologue: 해결사 22.03.28 81 6 2쪽
257 2부 Epilogue: 잠식의 끝에서 22.03.22 84 6 12쪽
256 2부: 어제여, 다시 한 번 (6) 22.03.21 89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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