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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WGC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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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2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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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길 (3)

DUMMY

또 패배했다. 이런 무력한 패배감은 벌써 두 번째로 느껴본다. 이전에 흑귀와 싸울 때도 우린 그의 상대조차 되지 못했다.


그나마 레벨은 지금까지 싸우면서 강해졌는지 앨리스와 비등하게 싸우기까지 했다. 흑귀와 상대했을 때와 비교하면 조금이나마 강해졌다고 볼 수 있을까.


반면에 나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 치즈를 내려다보면서도 이 무력감에 점점 힘이 빠지는 것만 같았다.


"어이, 맥과이어. 정신 차려. 지금 길가에서 벗어나려고 하잖아."


포드가 소리치자 퍼뜩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본다. 그러다가 순간 발을 헛디뎌 뒤로 넘어졌다.


"끄악!"


"이런, 괜찮아?"


"난 괜찮아. 그것보다 치즈! 미안해, 정말 미안해... 너야말로 괜찮아?"


"전 괜찮습니다. 그러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치즈는 뒤집힌 채로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아직 멀쩡한 왼팔로 내 얼굴을 어루만졌다. 차디 찬 인형의 촉감이 느껴지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진다.


"크읍... 큭... 미안해애... 미안...."


백날 의뢰를 해결해서 뭐가 좋단 말인가. 막상 강한 녀석과 싸우게 되면 결국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싸우고, 누군가는 죽거나 다치게 된다.


이런 꼴을 보려고 나는 길드를 다녔던 걸까. 더 강해지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겠다. 매번 마법 두루마리를 사고 남들에게 강한 척을 해보여도, 옆에 있는 포드나 미린 보다도 약하다.


더군다나 아키텍트 놈들은 내가 뒤쫓던 녀석들이다. 그런데 쫓아봤자 항상 이런 식으로 패배하고, 정보를 제대로 얻지도 못한 경우가 대다수다.


옆에 있던 동료들도 묵묵히 날 보고만 있다가 포드가 가장 먼저 다가와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후우, 그래. 네 맘은 알겠지만 일단 여기서 가만히 운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일단 움직이자고. 그 다음을 도모하던가 해야지 여기에 주저앉고만 있으면 어떻게 해?"


그래, 포드의 말이 맞다. 나도 모르게 순간 무기력하게 느껴져서 눈물이 쏟아졌다. 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포드는 내가 안고 있는 치즈에게 물었다.


"치즈. 마차는 어디에 있지?"


"저기서 우측으로 꺾으시면 됩니다."


치즈는 몸통이 날아갔는데도 살아있었다. 이전의 인형을 처치할 때도 단순히 몸을 반 토막 낸다고 해서 죽지 않았던 걸 생각하면 이상하진 않다.


하지만 언제 갑자기 그녀가 멈출까봐 나도 모르게 겁이 난다. 일단 치즈가 말한 대로 향하자 그곳에는 마차가 세워져있었다.


"말들도 모두 무사해. 후우, 미치겠군. 너희들 모두 괜찮지?"


포드는 우리를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며 물었다. 레벨과 미린은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치즈를 묵묵히 내려다보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 그러면 된 거야. 일단 여기서 좀 기다렸다가 가자. 지금 갔다간 바로 공격받을 테니까. 다행히 우릴 쫓아오진 않았으니까 여기로 바로 오지도 않을 테고..."


포드는 본인 스스로 이렇게 이야기하면서도 내심 걱정이 되었는지 말끝을 흐렸다. 사실 앨리스의 강력함만 봐도 우리를 금방 추적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마음 같아선 불을 피우면서 쉬고 싶지만 그랬다가 괜히 위치만 발각되면 곤란하니 잠시 여기서 쉬고 있자고."


레벨과 미린은 그 말을 듣고 마차 근처에 앉아 천천히 몸을 다스렸다. 나 역시 치즈의 몸통을 든 채로 나무에 기대었다.


이게 뭐야. 우리 꼴을 보고 있자니 이전까지 느꼈던 즐거움이 다 날아가는 것만 같다. 분위기가 이렇게 처지는데 치즈의 분홍 머리카락은 쓸데없이 윤기가 있었다.


"자, 다들 이거 마셔."


나는 물약을 꺼내 각자 나눠줬다. 비록 아까 전투 중에 한 번씩 나눠줬다지만 지금 다시 한 번 마셔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쿨럭! 크으으으... 역시 약이라 쓰구먼... 그래도 트레빌의 치료가 그립진 않네."


"하핫, 그러게. 그 주먹을 정통으로 맞는 것보다 이렇게 마시는 게 낫지."


우린 트레빌이 없는 자리에서 그를 실컷 욕하면서 서로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도 잠시, 모두 아무 말도 없이 주저앉은 채로 가만히 있었다.


"한때 너 같은 녀석이 있었어."


포드가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포드를 쳐다봤고, 그는 나와 눈을 마주치더니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능력자였지. 정작 본인 능력은 사용 못하고, 잠재력만 뛰어난 친구였어. 솔직히 아마 모두가 그를 짐처럼 느끼기도 했을 거야. 실제로 하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었거든.

하지만 그 친구는 결국 능력이 발현됐어. 그 당시 일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쉽게 말하자면 그 녀석은 나쁜 길로 들어가게 됐지. 결국 나는 이후로 그 녀석을 만나지 못했어. 물론 지금은 다 지난 일이고, 그 녀석이 살아있나 궁금하지도 않아. 너무나도 오래 전이거든.

가끔 널 보면 그 친구가 떠올라. 하지만 너와 그 녀석의 차이라면 너는 매번 무언가라도 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이야. 그 녀석도 노력했겠지만, 자신의 능력이 발현될 때마다 거만해지기도 했거든. 그러니까..."


포드는 머뭇거리더니 단어를 떠올리려는 것처럼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그리고 한숨을 푹 쉬며 말을 이었다.


"아으, 내가 이런 거에 약해서 말이지. 그래도 이 말은 꼭 전해주고 싶네. 넌 잘하고 있어. 우리 모두 네 노력을 모르는 게 아냐."


"그래, 고마워. 갑자기 그러니까 이상하다 야."


"하핫, 그랬나? 사실 그 친구에게도 이 말을 해줬어야 했던 것 같거든. 하지만 지금은 너무 늦어버렸지. 그래서 네게도 늦기 전에 해주고 싶었어."


이야기하는 걸 봐선 아마 포드가 찾아달라는 친구는 아닐 것이다. 그래도 그가 이렇게 날 생각해주는 걸 보니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해졌다.


"할배, 나한테는 그런 이야기 한 번도 안 하더니!"


"내가 너한테 대체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


레벨과 포드가 서로 티격태격하는 걸 보니 아까보다 긴장이 살짝 풀리는 것 같았다. 나는 숨을 잠시 가다듬은 뒤, 나무에 기대어 하늘을 쳐다봤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우리는 아무도 움직이지도 않고 가만히 앉아 숨만 쉬고 있었다. 아까 전투의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걸까.


고요한 숲 속에 앉아있는데도 온갖 잡생각이 내 머리를 파고드는 것만 같다. 특히 붉은 검기가 내 몸을 꿰뚫었을 때의 느낌이 아직도 선명하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나는 강해져야만 한다. 그런데 어떻게?


이 무력감을 떨쳐내고 일어서야만 한다. 그런데 어떻게?



'나를 느껴봐.'



"너희들 여기서 뭐하니?"


어떤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자 우리는 모두 고개를 돌려 쳐다봤다. 레벨은 벌떡 일어나 곧바로 전투태세를 갖췄다.


"깜짝이야. 안부 좀 물었다고 그렇게 대하는 건 좀 아니지 않니?"


"그냥 가던 길 가는 게 좋을걸."


레벨은 그답지 않게 여성을 경계하며 말했다. 아무래도 아까 전투 때문에 서로 예민해진 상태인 것 같다.


"그만, 레벨. 괜찮아..."


그래, 이럴 때 나라도 정신 차려야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여성과 마주보며 말했다.


"맥과이어라고 해요. 저희는 아까..."


"대충 보니까 알 것 같아. 저기 길가는 완전히 피로 물들어있거든.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까 걱정 말고. 그래도 너희들은 살아남아서 다행이네."


그녀는 온화하게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행색을 살폈다. 하얀 와이셔츠에 안경을 끼고 있고, 붉은 긴 머리를 소유하고 있었다.


이렇게 보니 확실히 그녀는 대륙 사람이 아니란 건 알겠다. 레벨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전히 방망이를 내려놓지 못하고 있었다.


"난 캐시라고 해. 지나가는 길에 발견해서 말이야."


"길가에서 제법 먼 편인데 어떻게 이곳을 알아차린 거지?"


레벨은 퉁명스럽게 묻는다. 나는 레벨에게 나무라고 싶었지만 캐시는 그 말을 듣고는 웃으며 먼저 말을 이었다.


"너희들이 지나간 길마다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는걸? 나는 그저 그 흔적을 따라왔을 뿐이란다."


일단 그녀는 적대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나는 레벨에게 무기를 거두라고 안심시켰고, 그제야 레벨은 방망이를 내려놓았다.


캐시는 주변을 좀 더 둘러보는가 싶더니 내 뒤에 있는 치즈에게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잠시 그 자리에 앉아 치즈를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했다.


"흐음, 그나저나 이거 인형술사의 유품 아니니? 이렇게 망가져서야 원."


"인형술사를 알아?"


"알고말고. 그놈이 행하려던 실험이 얼마나 끔찍했는데. 나도 사실 그것 때문에 여기로 파견 온 거거든.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너희들이 처리했더라고. 너희들 정말 잘한 거야."


마지막 말을 듣고 나니 왠지 모르게 마음 한편에 숨겨놨던 응어리가 풀어지는 것만 같았다. 고작 잘했다는 한 마디를 들었을 뿐인데 이렇게 마음이 편해질 수가 있단 말인가.


"이거 고치기 쉬워. 다만 여기서는 쉽지 않고... 흠. 초면에 미안한데 내게 맡기지 않겠어?"


"뭐? 그게 무슨..."


"말 그대로야. 빠른 시일 내로 고쳐서 돌려주도록 할게."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초면이라 쉽사리 주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처음에 생각한 건 란셀 경에게 가서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도 알다시피 그는 결국 치즈와 같은 인형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그마저도 인형술사의 트릭이었다.


그 때, 포드가 마치 그녀를 믿어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레벨과 미린도 포드의 태도를 보고 의아하다는 눈빛을 보였다.


비록 그녀를 단번에 믿을 순 없지만, 그렇다고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아마 포드도 이런 의미로 저러는 거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여 허락했고, 옆에 있던 포드는 치즈를 담을 배낭을 준비했다.


보기는 흉하지만 우리가 주워온 파편과 다리 부품을 배낭 안에 넣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치즈의 몸통과 머리 부분을 맨 위에 올려놓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미안해, 치즈. 좀만 참아."


"괜찮습니다, 주인님. 나중에 뵙도록 하죠."


이를 마지막으로 나는 배낭을 닫았다. 그리고 캐시에게 건네줬고, 그녀는 배낭을 받으면서 말했다.


"얘, 호퍼니움의 장점이 뭔지 아니? 다루기는 정말 힘들지만 다룰 수만 있다면 그 어떤 힘에도 굴하지 않고 버틸 수 있다고. 그런데 단점이라면 그 호퍼니움을 다룰 수 있는 녀석에게는 모든 힘을 허용해준다는 거겠지."


캐시는 영차 소리를 내며 치즈가 들은 배낭을 멨다. 그리고 그녀는 가볍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쉽게 말해 너희들이 싸운 흑귀나 앨리스도 호퍼니움 정도야 손쉽게 다룰 수 있는 녀석들이야. 그러니 여기 있는 이 친구도 버티지 못한 거겠지."


"저기... 고마워. 너무 고마워서 그런데 혹시 필요한 건..."


"그런 건 필요 없어. 만약 내가 안경을 벗었더라면 뭔가를 요구했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럼 이 녀석 금방 고쳐줄 테니까 기다리고만 있으라고."


캐시는 마지막으로 웃어 보이며 숲을 떠났다. 우리는 그녀의 뒷모습을 묵묵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대체 캐시는 누구였을까. 정말 갑자기 나타나서는 이렇게 우릴 도와주면서 떠난다니. 그리고 안경은 또 무슨 이야기람.


사실 곱씹어보면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녔다. 특히 그녀는 우리가 흑귀와 싸웠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여러 의문을 가진 채로 나는 뒤돌아 다시 동료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트레빌의 치료처럼 확실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전보단 나아보였다.


"어때, 다들 괜찮아졌어?"


"으, 응..."

"허리 쪽이 뻐근하긴 한데 이 정도면 양호하지."


우리는 마차에 올라타고는 이동할 준비를 마쳤다. 포드가 운전석에 앉아 고삐를 흔들자 말들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숲을 빠져나와 길가에 들어섰다.


그리고 전투가 벌어진 곳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속에 불안함이 다시 퍼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고 앨리스가 갑자기 습격할까봐 겁까지 났다.


나는 천천히 창문 바깥을 살폈다. 진득한 시체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으며, 지나갈 때마다 피비린내가 진동을 한다.


시체를 넘어갈 때마다 마차가 덜컹인다. 바퀴에는 피가 묻어 길을 지나갈 때마다 핏자국을 길게 남겼다.


철벅철벅 소리를 내면서 핏물을 지나치는데 모르고 들었으면 그냥 평범한 물웅덩이를 지나가는 거라고 생각했으리라. 하지만 우리는 학살극의 결과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살아남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조용히 길가를 따라갔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곳은 엘랑크 성이었다.

집으로 (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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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 3부 Epilogue: 레벨 137 22.04.13 140 5 12쪽
269 3부 Epilogue: 레벨 3? 22.04.12 78 6 12쪽
268 3부 Epilogue: 레벨 2 22.04.11 109 6 13쪽
267 3부: 현자의 탑 22.04.08 93 5 13쪽
266 3부: 빌디어의 성 22.04.07 93 6 12쪽
265 3부: 흑요석 성 22.04.06 105 6 12쪽
264 3부: 에델리우스 성당 22.04.05 104 6 12쪽
263 3부: 순환의 산 22.04.04 86 5 12쪽
262 3부: 무인 초원 지대 22.04.01 85 6 12쪽
261 3부: 나르칸 늪지대 22.03.31 116 6 12쪽
260 3부: 허무의 도시 22.03.30 95 6 12쪽
259 3부: 인고의 숲 22.03.29 88 6 12쪽
258 3부 Prologue: 해결사 22.03.28 81 6 2쪽
257 2부 Epilogue: 잠식의 끝에서 22.03.22 84 6 12쪽
256 2부: 어제여, 다시 한 번 (6) 22.03.21 89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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