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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WGC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0
최근연재일 :
2022.04.1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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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2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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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2부: 복수귀의 마지막 미소 (4)

DUMMY

테일러가 가장 먼저 검을 뽑으며 누나를 향해 휘두르려 한다. 순간 나도 모르게 누나를 지키기 위해 검을 뽑으며 그의 공격을 막았다.


"방해하지 마, 멍청아...!"

"지금 너야말로 뭐 하는 건데에...!!"


그를 밀어내고, 검을 든 채로 서로를 바라본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대체 무슨 일이냐고.


형이 말을 꺼내기 무섭게 갑자기 서로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언제든지 공격할 기회만을 노리며 대치하고 있다니.


너무 당황스럽다. 나는 여기서 대체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맙소사, 란데일. 정신 못 차린 거냐?"


"너 지금 우릴 향해 검을 겨눈 거 맞니? 너 미쳤어?!"


마르레온 형과 지나는 내 행동을 보고 크게 놀란 듯 보인다. 하지만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잠깐, 잠깐! 무슨 오해가 있는 거 같은데 저 지금 이해 안 되거든요? 왜 우리가 이렇게 싸워야 하는지 모르겠다고요!"


"넌 지금 속고 있는 거야, 바보야. 저 년은 해결사 길드를 와해시킨 쓰레기 같은 년이란 말이다."


누나가? 내가 알고 있던 아비 누나가? 절대 그럴 리가 없어. 그리고 해결사 길드를 습격했을 때, 겨우 빠져나왔다며. 그건 대체 무슨 소린데?


"지나, 보호마법 둘러줘. 테일러, 옆에서 엄호 부탁한다."

"아니, 지금 무슨 상황인지 알려줄 사람 없어요?"

"어이, 넌 전투 중에 떠들면서 싸울 거냐?"

"테일러, 조용히 해! 난 아직 상황이 파..."


말을 잇기도 전에 마르레온 형이 바람을 휘몰아치며 누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누나는 뒤로 물러서면서 형을 향해 쇠뇌를 쏘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형에게 볼트들이 날아가지만, 형은 그 볼트들을 가볍게 베어 넘기며 누나를 밀어붙인다. 누나는 높게 점프해 위로 솟구쳤고, 그 사이 테일러가 누나에게 검을 휘두른다.


누나는 양손으로 그 검을 막아내면서 뒤로 미끄러지듯이 물러섰다. 땅바닥에는 긁힌 자국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대체 무슨 상황인지 알려달라고요! 왜 이렇게 싸우는 건데, 도대체? 엘헨의 미린이라며. 그거면 된 거 아냐?"


"엘헨의 미린이란 사람은 없어."


"뭐?"


형은 다시 고함을 지르며 누나를 향해 돌진했다. 돌진하면서 생겨난 바람이 여기까지 휘몰아치는 가운데, 테일러는 팔로 바람을 막아내며 내게 간단하게 알려줬다.


"엘헨에는 숨기고 수치고 간에 애초에 딸이 없어. 지금 죄다 아들만 있다고. 있다고 하더라도 작년에 갓 태어난 아기라더라! 저 여자는 우리가 이해해준다는 사실에 혹해서 거짓을 고한 것뿐이야."


"해결사 길드에 있던 건 뭔데...!"


"그건 사실이야. 문제라면 그녀는 밀고자라는 거겠지. 모르겠어? 저 여자가 해결사 길드를 와해시킨 주범이라고."


뭐? 말도 안 돼... 누나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단 거야... 설마 누나가 그러겠어 하는 마음에, 다시 전투가 벌어지는 걸 확인하려고 고개를 돌린 순간이었다.


"이런, 온다!"


누나는 뒤로 물러나며 쏘는 것을 여럿 반복하면서 어느덧 우리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온다. 그리고 테일러는 다시 한 번 누나에게 검을 휘두른다.


그리고 그녀는 곧장 뛰어오르며 테일러를 향해 수십 발을 갈긴다. 볼트들이 여럿 박혔지만, 보호마법이 걸려있어서인지 다치진 않는다.


그 때였다. 볼트 몇 발이 내 주변에 다닥다닥 붙더니 이내 내 다리와 어깨를 꿰뚫었다. 나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졌다.


"아으아아악!!"


"이런, 미친... 지나, 란데일에게 보호마법 안 씌워줬어?"


"저 녀석 하는 꼴 보면 모르겠어? 저 자식은 지금 우리에게 검을 내밀었다고! 저 녀석도 적이야, 적!"


"이 바보 같은..."


아프다, 너무 아프다. 다리를 부여잡고 볼트가 박힌 곳을 살핀다. 종아리 부분이 꿰뚫려 있었고, 피가 맺혀 조금씩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나마 어깨 쪽은 다행이다. 급소는 피한 것 같으니 조만간 치료하면 금방 나을 수 있는 상처였다.


테일러는 날 붙잡고 옆에 있는 무거운 상자 더미에 기댈 수 있도록 도왔다. 나는 여전히 왜 우리가 이렇게 싸워야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괜찮겠어?"

"그래... 난 괜찮아..."


다시 한 번 상황을 파악해본다. 아비 누나는 여기저기 날뛰면서 끊임 없이 공격을 가했다. 모닥불은 이미 바람에 꺼져 주변이 어두워진지는 오래다.


마르레온 형과 테일러는 최대한 그녀를 상대하려고 했지만, 누나는 너무나 날렵했다. 애초에 우리 길드가 누나를 받아준 이유도 부족한 스피드를 채우기 위해서였으니까.


"젠장, 이러다간 끝도 없겠어! 어차피 저 여자의 볼트도 한계가 있을 거야!"

"그 때까지 맞기만 할 거야?"

"그럴 순 없지. 지나! 보호마법!"


아비 누나는 잠시 거리를 벌리더니 나무통을 갖다 버리고, 다른 나무통으로 장전하고 있었다. 그 사이, 형은 기합을 하며 이내 검을 높이 치켜세웠다.


"폭풍의 바람이여, 강렬하게 휘몰아쳐라!!"


검을 앞으로 내지르자 엄청난 바람이 휘몰아치며 앞으로 뻗어나간다. 회오리바람은 순식간에 앞으로 날아가 누나가 있는 곳을 덮쳤다.


그러나 회오리바람이 지나가고, 누나가 있던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형은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주변을 둘러봤다.


"뭐야, 어디로 간 거지? 설마 내 힘에 겁나서 도망친 건가?"

"그럴 리가 있겠어?!"


지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뱉는 형을 보며 소리쳤다. 테일러는 상황이 종료된 줄 알고 내게 다가와 다리를 살피며 조심스레 물었다.


"어이, 어깨와 다리는 괜찮아?"

"난 괜찮아... 그보다 누나가..."


"그 여자는 죽었어. 그러니까..."

"아냐... 아니라고... 누나는 지금..."


슈우우욱 하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 우리 눈앞에 갈색 물체가 희미하게 지나간다.


그리고 볼트는 우리 뒤에 있던 지나의 어깨를 명중시켰다. 지나는 눈을 크게 뜨며, 당황한 채로 자신의 보호마법을 뚫은 볼트를 내려다보았다.


"이, 이게 무슨..."

"지나, 안 돼!!"


지나가 어깻죽지에 박힌 볼트를 꽉 부여잡고, 뽑으려는 순간이었다. 더 많은 볼트가 지나를 향해 날아간다.


첫 번째 볼트가 지나의 머리를 정확히 명중시키고, 이후 가슴과 배, 허리 부근을 뚫었다.


지나는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고개를 뒤로 젖히며, 날아온 볼트를 여럿 맞고 뒤로 철푸덕 쓰러졌다.


"지나, 안 돼... 아으아아... 아아아아아!!"


대체 무슨 일이야. 볼트가 날아온 방향을 바라봤을 때, 누나는 언제부턴가 그 자리에 서서 우릴 지켜보고 있었다.


뒤를 보니 마르레온 형이 방심한 사이에 공격을 가했는지, 형 역시 숨을 헐떡이며 겨우 서 있는 정도였다. 지나가 쓰러진 걸 목격한 테일러는 검을 꽉 쥐며, 아비 누나를 쳐다봤다.


"죽여 버릴 거야... 죽일 거라고...!"

"안 돼, 테일러. 그만 둬!"


테일러는 형의 명령을 무시하며 누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누나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고, 그를 향해 사격을 가하기 시작한다.


테일러는 날아오는 볼트를 이리저리 피하며, 옆으로 빙 돌면서 빠르게 아비 누나 곁으로 다가와 검을 휘두른다. 누나가 몸을 돌려 회피하자, 이에 끝내지 않고 검을 여러 번 휘둘렀다.


그러나 우위를 뺏기란 쉽지 않았다. 누나는 테일러의 공격을 손쉽게 피했고, 테일러는 공격을 가하면 가할수록 점점 힘을 잃는 것만 같았다.


마침내 테일러가 중심을 잃었을 때, 누나는 뒤로 공중제비를 돌며 날아간다. 테일러가 자신이 실수한 걸 눈치 채고, 당황하여 앞을 바라본 순간이었다.


누나는 이미 방아쇠를 당긴 직후였다. 볼트 하나가 테일러의 목을 정확히 노렸고, 아래턱 아래에 명중하여 살을 그대로 뚫고 말았다.


"테일러!!"


"끄훕! 경동맥... 존나 잘 맞추네...!"


테일러는 목에 볼트가 박힌 상태로 최대한 버텨보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그의 노력과 무색하게도, 아비 누나가 팔을 당기자 마치 실에 연결된 것처럼 볼트가 그만 뽑히고 말았다.


"카흐아악...!! 꺼흑...! 끄윽...!"


볼트가 뽑히자마자 목에서 검붉은 피가 주우욱 일자로 흘러나온다. 테일러는 애써 목을 감싸며 울먹이는 표정을 짓는다.


그는 목에서 새어나오는 피를 막으려고 애썼지만, 붉은 피는 그의 마음도 모른 채 끊임 없이 흘러내려 옷을 적시고 있었다.


이윽고 테일러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며 무릎을 꿇었다. 이제는 손에 힘이 안 들어가는지 바닥을 짚었고, 목에서는 다시 피가 주르르륵 쏟아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결국 그대로 엎어지면서 나와 눈을 마주친다. 그의 눈빛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었으며, 목에서는 여전히 피가 울컥울컥 쏟아지고 있었다.


"끄으윽...! 끅... 꾸우으으... 끅... 꾸흐으으으으..."


그는 고개를 천천히 내리며 숨을 거두자, 마침내 눈에 빛이 사라지고 말았다. 나는 이 모습을 모두 지켜보면서도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테일러!! 이런, 빌어먹을!"


마르레온 형은 용서할 수 없다는 듯 아비 누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형은 무기를 누나에게 던졌고, 누나는 대검을 피하면서 여전히 형을 향해 쇠뇌를 쏘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형은 맨손으로 볼트들을 막으며 부서뜨렸다. 그리고 땅에 박힌 검을 들면서 다시 몸을 돌려 충격파를 날린다.


누나는 그 모습을 보고는 피식 웃으며 위로 뛰어올라 충격파를 피한다. 그러면서 다른 볼트를 갈아 끼우며 조용히 읊었다.


"그래, 이것도 한 번 막아보라고."


"뭐든지 다 막아낼 테니까 어디 한 번 쏴 봐!!"


한 쪽 쇠뇌로 끊임없이 공격을 가한다. 형은 대검으로 이리저리 막더니, 다시 한 번 누나를 향해 대검을 던진다.


그러나 누나는 지금을 노렸다는 듯, 대검을 피하면서 다른 쪽 쇠뇌를 발사했다. 아까 갈아 끼웠던 볼트가 형의 왼손에 정확히 명중했다.


그러나 형은 아랑곳하지 않고, 볼트를 뽑기 위해 오른손으로 볼트를 꽉 쥐며 소리쳤다.


"이깟 볼트는 흐웁...!"


형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왼손을 쳐다본다. 볼트는 검은 무언가를 만들면서 점점 빨아들이고 있었다.


"커흑! 끄아아아아아아아악!!!"


볼트를 쥐고 있던 오른손은 검은 구체를 향해 점점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형은 어떻게든 오른팔을 빼내려고 했으나 소용없었다.


점점 빨려 들어가는 오른팔. 그리고 팔 부근의 옷이 찢어지더니 이내 살갗도 찢겨나가 붉은빛의 근육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침내 오른팔과 어깨가 분리되고 말았다. 형은 크게 비명을 지르며, 무릎을 꿇었으나 찢어진 오른팔은 검은 구체를 향해 빨려 들어갔다.


"크아으아아아!! 안 돼애애애...!! 안 된다고오오오!!!"


형은 애처롭게 비명을 지르며 왼팔도 뽑으려고 했으나 소용없었다. 왼팔을 하나씩 집어삼키는가 싶더니, 갑자기 왼쪽 다리가 함께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다.


"허윽...! 끄아아아아아아아악!!"


몸이 붕 뜨더니 활처럼 온몸이 꺾여 Ↄ자 모양으로 말리기 시작한다. 그의 옷은 이미 다 찢겨져 검은 구체 안으로 들어간 지 오래다.


이제는 살점들이 완전히 뜯겨나가 더 이상 인간의 몸이라고 보기 힘든 형체가 되고 말았다. 왼팔과 왼다리를 모두 집어삼킨 이후, 나머지 몸통과 머리가 마저 빨려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형의 비명소리도, 전투 소리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은 채 그저 모든 것이 고요했다.


이윽고 쇠뇌를 조정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모든 것이 끝났음을 직감하자 비로소 아까까지 못 느꼈던 다리의 통증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듯하다.


"아윽... 아아아아..."


"쉬이이, 괜찮니? 이제 다 끝났어."


나는 아비 누나를 쳐다보고 헛웃음을 자아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옆을 바라봤다.


이미 꺼진 장작, 쓰러져 있는 시체 두 구, 그리고 당나귀 한 마리가 앞서 벌어진 일을 전혀 모르는지 풀을 뜯어먹고 있는 게 전부였다.


"끄... 끝이라고...? 나, 난 누나를 믿고... 믿고 있었는데..."


모든 게 부정당하는 느낌이다. 누나는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도 그저 아름답게 보일 뿐이었다. 어쩌면 다 죽어가는 터라 환상에 잠긴 걸 수도 있겠지.


"하, 하핫... 하하하... 하... 하하하하하..."


끊임없이 자아내는 헛웃음. 웃기 싫어도 이를 막을 수가 없다. 그저 반사적으로 나오는 웃음일 뿐이었다.


"하하! 하아! 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 하... 하흐흐어어... 흐허어어허어어..."


이제는 억지로 웃을 수밖에 없다. 나도 안다. 전혀 웃기지도 않는 상황일뿐더러, 지금 내는 이 웃음소리도 이질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이렇게 웃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다. 그저 지금처럼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누나... 하나만 물어봐도 돼...?"


"그래."


누나는 날 쳐다보지도 않고, 그저 다른 볼트로 장전하고 있었다.


"누나는... 날 사랑했었어...?"


그리고 팔을 내게 향하고, 쇠뇌가 내 머리를 향해 조준하고 있었다. 누나는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물론이지."


푸슉 하는 소리와 함께 온몸의 신경이 쪼그라드는 느낌.


아프다고 인식하는 순간, 모든 게 마비되는 느낌.


그리고 순식간에 주위가 어두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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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 3부 Epilogue: 레벨 137 22.04.13 140 5 12쪽
269 3부 Epilogue: 레벨 3? 22.04.12 78 6 12쪽
268 3부 Epilogue: 레벨 2 22.04.11 109 6 13쪽
267 3부: 현자의 탑 22.04.08 93 5 13쪽
266 3부: 빌디어의 성 22.04.07 93 6 12쪽
265 3부: 흑요석 성 22.04.06 105 6 12쪽
264 3부: 에델리우스 성당 22.04.05 104 6 12쪽
263 3부: 순환의 산 22.04.04 86 5 12쪽
262 3부: 무인 초원 지대 22.04.01 85 6 12쪽
261 3부: 나르칸 늪지대 22.03.31 116 6 12쪽
260 3부: 허무의 도시 22.03.30 95 6 12쪽
259 3부: 인고의 숲 22.03.29 88 6 12쪽
258 3부 Prologue: 해결사 22.03.28 81 6 2쪽
257 2부 Epilogue: 잠식의 끝에서 22.03.22 84 6 12쪽
256 2부: 어제여, 다시 한 번 (6) 22.03.21 89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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