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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포 예능의 카메라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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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1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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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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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

DUMMY

거뭇한 풀숲 사이의 커다란 나무 기둥 뒤를 가리키는 김장우의 손가락.


“ 저기 사람이 있었다고요? ”


나무 기둥을 뒤로는 절벽 아래다.


올라오는 길도 없어 보이는데 사람이 있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다.


“ 네.. 금방 있었는데 사라졌어요. ”

“ 에이.. 장우씨가 잘못 보신 거겠죠. ”


김장우가 뭔가 꺼림칙한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 하... 그쵸? 제가 잘못 본 거겠죠? ”

“ 캄캄하기도 하고 지금 긴장을 많이 하신 거 같아요. ”

“ 지금 괜히 이것저것 의심되는 거 같기는 해요. ”

“ 일단 계속 갈까요? 해 떠서 밝아지면 내일 재촬영해야 해요. ”

“ 아, 재촬영은 절대 안 되죠. 정신이 확 드네요. 가요. ”


김장우가 피식 웃었다. 한결 나아진 얼굴이다.


편집 소스 많이 못 가져온 것도 모자라 지연된 촬영에 해 뜨고 분위기 망쳐서 계획과 다르게 재촬영까지?


그럼 정규 편성이고, 시청률 땡겨 보고 뭐고 그냥 그 자리에서 우리 프로덕션은 영영 빠빠이다.


밑져야 본전 느낌의 방송 대신 결국 애국가로 대체할지도 모른다.


“ 감독님은 안 무서우세요? ”


나는 그냥 가끔가다 더딘 진행이나 도와주고 싶은데.


김장우가 계속 말을 걸어온다.


내가 방송 욕심을 내는 게 아니라 겁쟁이 김장우 때문이다.


“ 저는 별로... ”


김장우가 큰 눈으로 날 쳐다본다.


난 순간 내 뒤에 무언가가 또 보이나 싶어 카메라를 휙- 돌렸다.


“ 감독님 본 거예요. 근데 어떻게 여기가 안 무서울 수가 있어요? ”

“ 일단 혼자도 아니고... ”

“ 그래도요. 저는 눈으로 직접 보는데 감독님은 카메라로 보니까 시야도 훨씬 좁잖아요. ”


맞는 말이다.


길도 고르지 못해서 김장우의 걸음걸이를 맞추는 데 꽤 노력하는 중이기도 하다.


“ 게다가 그런 얘기도 있던데... ”


김장우가 말끝을 흐린다.


“ 무슨 얘기요? ”

“ 감독님도 들어보셨을 텐데...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눈으로는 못 봤는데 영상 편집할 때는 이상한 게 찍혀있는 거. 아니면 그 반대로요. ”

“ 아... ”


많이 들어본 얘기다.


방송 일을 하다 보면 괴담은 이런 것 말고도 참 많이 듣는다.


특히 혼자 야간에 편집할 일이 있으면 꼭 선배들이 겁주려고 자기가 알고 있는 괴담이란 괴담은 전부 말해주고 퇴근한다.


근데 내게 사실 가장 무서웠던 건 야근을 해도 여전히 끝나지 않은 편집 업무였다.


“ 지금 저를 찍고 있는 와중에도 저는 못 보는데 그 카메라에는 뭔가 찍힐 수도 있는 거잖아요. 감독님은 혼자 막 놀라고 전 무슨 일인지 몰라서 어벙벙하고. ”


김장우가 뒤돌아서서 굳이 온몸으로 어리바리 타는 것을 표현한다.


덕분에 손전등 불빛이 캄캄한 사방을 비췄다.


그의 이런 리얼한 모습을 주위 배경과 함께 담으려 줌을 살짝 풀었다.


그 순간이었다.


“ ...어? ”


김장우의 요란한 몸짓에 손전등이 마구잡이로 이곳저곳이 밝아지는데.


그중 어느 한 곳에서 이상한 형체가 보였다.


난 순간 그곳을 줌을 당겼다.


김장우의 뒤편으로 나무로 만들어진 오래된 창고.


문이 활짝 열린 곳에서 무언가 서서...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카메라에서 눈을 떼고 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평범한 창고였다.


“ ...감독님 왜 그러세요? ”


김장우가 잔뜩 겁먹은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조금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출연진의 겁먹은 모습은 곧 시청률. 시청률은 곧 파일럿의 정규 편성.


미안합니다. 김장우씨.


“ ...방금 저도 뭔갈 본 거 같아요. ”

“ 예? ”

“ 금방 장우씨가 막 손전등 이리저리 비추는데 그때 뭐가 보였어요. ”


김장우가 입을 벌린 채로 순간 넋이 나갔다.


“ ...감독님, 거짓말 마요. 괜히 저 겁주시려고. ”

“ 진짜로 봤어요. 사람 같은 형상. 저기 문 앞에서. ”


내가 오래된 창고를 가리키자 김장우가 조금 쳐다보다가 고개를 휙- 돌렸다.


“ 와... 잠깐만요... 금방 카메라로 찍다가 보신 거죠? ”


내가 대답 없이 카메라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 아니, 이게 말이 안 되는데...? ”


김장우가 한껏 놀란 얼굴로 혼자 중얼거리기를 반복했다.


아주 제대로 겁을 먹었다. 이게 진짜 호러 예능이지.


난 이런 그의 얼굴을 더 가까이서 일부로 삐딱하게 찍었다.


“ 감독님, 우리가 금방 카메라에만 이상한 거 찍히면 어쩌냐 뭐 그런 얘기 하고 있었잖아요? ”“ 그랬죠. ”

“ 근데 어떻게 그 말 하자마자 뭔가를 보셨다고 할 수가 있죠? 이건 두 가지에요. 하나는 감독님이 장난을 치신 거죠. 그게 아니면... ”

“ 아니면...? ”


말을 잃은 그 순간 김장우의 목젖이 꿀렁거리는 게 보였다.


“ ...귀신이 우리 말을 듣고 장난친 게 아닐까요? ”


김장우가 1초 동안에도 눈을 여러 번을 깜박인다.

아마도 어이없다는 듯 담담한 내 표정을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이건 아닌 거 같아요? 제가 너무 갔어요? ”

“ 귀신이 방송 욕심 있는 것도 아니고요. ”

“ 그냥 카메라 보고 반가운 마음에 뭐 장난치고 싶은 걸 수도 있잖아요. ”

“ 지극히 귀신이 있다는 가정하에 가능한 일이네요. ”


김장우가 멀뚱멀뚱 날 바라본다.


“ 아니, 감독님은 귀신이 없다고 생각하세요? ”

“ 글쎄요... ”

“ 어떻게 이런 분이 공포 예능을 찍고 계시지? ”

“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못 찍고 있을 걸요. 장우씨처럼 무서워하느라. ”

“ 아... 계속 가실까요? ”


김장우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앞으로 향했다.


달까지 구름에 가려지니 빛이라곤 오로지 카메라에 달린 작은 조명과 김장우의 작은 손전등이 끝이었다.


얼마 들어오지도 않은 것 같은데 산 한 가운데에 들어선 것처럼 음식점들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김장우도 더욱 어두워진 분위기에 고개를 숙이곤 바닥만 비추며 앞으로 걸었다.


그러다 갑자기 고개를 팍 들었다.


“ 감독님, 우리 확인 한번 해보면 안 돼요? ”

“ 확인이요? ”

“ 네, 아무리 생각해도 감독님이 장난 치신 거 같은데 아니라고 하시니까... ”


아까 내가 무언갈 보았다고 하는 거에 대해서 말하는 것 같다.


관심을 끊은 줄 알았는데 고개를 푹 숙인 게 이거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 영상 돌려보자는 거죠? ”

“ 네. ”

“ 근데 그럼 장우씨를 찍을 수가 없는데... ”


카메라는 내가 들고 있는 거 이거 하나가 전부다.


우리가 이걸 돌려보는 장면도 자료로 남으면 좋으련만 그럴 수가 없다.


“ 이걸로는 어떻게 안 될까요? ”


김장우가 주머니에서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보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아니다.


당연히 기능이야 떨어지지만, 잠깐 정도야 뭐.


게다가, 혹여나, 정말로, 아까 내가 본 무언가가 찍혀있다면.


이걸 우리 둘이서 확인하는 과정이 핸드폰으로 찍은 거래도 시청자들의 관심사는 다른 쪽으로 쏠릴 거다.


설령 아무것도 찍히지 않고, 내 장난으로 결론이 난대도 출연진과 vj가 진지하게 영상을 돌려보는 과정은 좋은 편집 소스다.


“ 진짜 보고 싶어요? ”

“ 네! ”


김장우의 해맑은 얼굴을 끝으로 전원을 껐다.



#



“ 네, 아아, 마이크 테스트. ”


김장우가 자신의 핸드폰을 캠 마냥 들고 자세를 잡았다.


“ 음... 이게 어째 역할이 뒤바뀐 거 같네요. ”


캠을 다룰 줄 모르다 보니까 출연진인 김장우가 vj인 나를 찍는 상황이다.


“ 뭐 어때요. 감독님이 제2의 출연진이신 거죠. ”

“ 빨리 확인해볼게요. ”

“ 천천히 하세요. 천천히. 진짜 괜찮으니까. ”


저장 파일로 들어가서, 영상을 찾고, 시간대를 이전으로 돌렸다.


“ 자, 여러분. 이제 확인 들어갑니다. 과연 감독님이 저를 놀리시려고 장난치신 건지. 아님 말도 안 되지만 제 말대로 귀신이 장난을 친 건지... ”


-와씨, 말하면서도 소름돋···


여기다.


“ 감독님, 재생해주세요. ”


김장우도, 나도 영상에 몰두했다. 김장우는 핸드폰으로 카메라 속 영상을 찍었다.


영상 속에서 김장우가 요란법석 몸짓을 하고, 그 바람에 손전등의 불빛이 이리저리 사방으로 튄다.


그러다가 저 멀리 있는 창고에도 닿는다.


내 목소리가 나오고.


창고 입구가 확대된다.


“ 아무것도 없는데요? ”


김장우가 어쩐지 없길 바란 것처럼 안심하며 말한다.


난 한 번 더 이전으로 돌아가 재생했다.


낡은 창고의 입구에 비친 불빛. 분명 여기서 어떤 형태를 봤는데.


...없다.


“ 와, 감독님이 장난치신 거 맞네요. ”


김장우가 제대로 속았다는 듯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려서 할 말이 없었다.


난 실제로 뭔가를 봤다.


굳이 말한 건 김장우를 겁주기 위해서였지만.


“ 와, 진짜. 확인 안 했으면 감독님한테 감쪽같이 속을 뻔했네요. ”


김장우가 가슴에 두 손을 얹곤 내게 투정을 부린다.


난 괜한 오기가 생겼다.


“ 아니, 감독님. 그만 돌려보세요. ”


영상을 돌려봤는데 괜히 안 찍혀있으니 아쉬운 마음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 어? ”


나는 불빛이 창고에 닿는 그 짧은 순간을 계속 돌려보았다.


3초 간격.



2초 간격.



1초 간격.



그러다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 장우씨, 이거 보여요? ”

“ 뭐가요. 또 왜 그러세요. ”


난 창고에 불빛이 닿는 순간을 짧게 끊어 김장우에게 보여주었다.


“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

“ 여기 잘 봐봐요. 이상한 거 못 느끼겠어요? ”

“ 뭐가 이상하다는... ”


창고 입구에 불빛이 생기는 그 짧은 순간.


영상엔 확실한 형체가 없지만 묘한 이질감이 남아있었다.


창고 앞 그림자 지는 부분이 짧은 순간에 변한다.


보이지 않았던 잡초가 단숨에 휙- 하고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순간, 그 자리 앞에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무언가가 있었다가 사라진 것처럼.


“ 와... 와... 와... ”


김장우가 말을 잇지 못했다.


김장우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속으론 놀랐는지 팔에 소름이 돋은 것 같다.


“ 이게 뭐죠? 진짜 사람이라도 보신 거예요? 그냥 바람 때문에 그런 거 아니에요? ”

“ 그렇다기엔 너무 주위가... ”


흔들림 없이 잠잠했다는 거다. 바람이 문 앞에 잡초에만 불 리도 없고.


“ 와아아악! 소름 끼쳐! ”


김장우가 양쪽 팔을 미친 듯이 비비며 감탄사를 연달아 내뱉었다.


카메라맨은 순간을 포착하고 그 순간 포착은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어째서인지 난 이 소름 돋은 순간에도 저 장면을 놓칠 수가 없었다.


재빠르게 카메라를 들쳐메고 녹화 버튼을 눌렀다.


방방 뛰는 김장우는 다행히도 자신의 핸드폰을 놓지 않은 상태였다.


저대로 무사히 저장만 된다면 아마도 시청자들에게 김장우의 소름 끼친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질 거다.


김장우가 녹화 버튼을 다시 눌러버렸다든지 하는 대참사만 피한다면 말이다.


“ 장우씨, 진정하세요. ”


일단 확인하기 전에 날뛰는 김장우부터 말려야 했다.


3대 650은 거뜬해 보이는 친구가 저런 리액션이라니.


진작 호러 방송에 섭외했어야 했다.


“ 와... 감독님 이거 봐요. 아직도 소름이 끼쳐서... 느껴지시죠? ”


말리러 다가가니까 어마어마한 둘레의 팔뚝을 내보이며 만져보란다.


최강해병이라고 문신이 새겨져 있는데 어찌나 내가 다 부끄럽던지.


“ 해병대 나오셨어요? ”

“ 예? 아, 예. ”

“ 귀신도 때려잡는 게 해병대 아니에요? ”

“ 젊은 해병이나 그렇죠. 나이 먹으면 해병대도 귀신 무서워요. ”


침착해지려고 애쓰는 김장우. 머쓱한 얼굴이 고스란히 티가 났다.


근데 이 발언 요즘 같은 시국엔 좀 마음에 걸렸다.


“ 아니, 사실 제가 그냥 귀신을 좀 무서워해요. 전국의 해병대분들 최강해병입니다. 필승! ”


김장우에게 손짓으로 대충 눈치를 주니 다행히도 곧잘 알아들었다.


편집으로 끊어도 되지만 리얼 예능에 자꾸 영상이 잘려서 들어가면 몰입도가 떨어질 거다.


“ 워낙에 겁이 많으신 거죠? ”

“ 네... 사실 무서워서 몸을 이렇게 키운 거예요. 덩치보고 누구든지 애초부터 찾아오질 말라고... ”


재차 걸음을 떼려는데 뭔가 김장우에게 하나 제안을 하고 싶어졌다.


아직 밝아지려면 시간도 좀 남았고, 분량도 순조롭게 뽑히고 있다.


근데 아쉬웠다.


분량을 뽑은 이상한 현상의 창고를 그냥 지나쳐 목적지로 가기에는.


“ 장우씨, 창고에 한 번 들러서 확인해볼까요? 영상 속 그림자가 뭐였는지?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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