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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포 예능의 카메라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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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1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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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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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

DUMMY

“ 예? ”


김장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눈동자도 가볍게 떨리는 것이 굳이 말을 해주지 않아도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난 더더욱 김장우를 창고로 데려가고 싶었다.


“ 단순히 촬영하다가 생긴 현상인지, 진짜 뭔가 있는 건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

“ 네. ”

“ 네? ”


그의 대답은 짧고 표정은 단호했다.


“ 저, 진짜 가기 겁나요. 감독님... ”


내가 가자는 듯 손짓하니 김장우가 가까이 와선 속삭였다.


다행히 그 작은 속삭임이 마이크를 통해 잘 담겼다.


“ 제가 있잖아요. ”

“ ... ”


김장우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 ...못 미더우세요? ”

“ 그럼요. 감독님은 저보다 뒤에서 오시잖아요. ”

“ 그렇다고 제가 출연진보다 앞으로 갈 순 없잖아요. 게다가 뒤가 더 무서울걸요? ”

“ 하... ”


이렇게 빼긴 해도 결국 요청을 들어줄 거다.


이미 리얼 호러 예능이란 걸 알고 나왔으니.


그래도 한 번 더 설득하는 척은 필요하다.


“ 장우씨, 만약에 갔는데 단순한 오류 현상이면 더 안심인 거고, 오늘 메인인 폐가 체험도 거뜬히 할 수 있을 거예요. ”

“ 근데 그 반대면요? ”

“ 반대요? ”

“ 그 반대로 진짜 뭔가가 있는 거면 어떡해요? ”

“ ...그건 뭐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을까요? ”

“ 와... 이제 알겠다. ”


김장우의 말소리와 행동이 커졌다. 배신감을 느꼈다는 얼굴이다.


“ 저기 가자고 하는 것도 시청률 때문이죠? ”


순식간에 정곡을 찔리니까 대응할 수가 없었다.


“ 와 진짜, 사악하시네. 제가 무서워서 벌벌 떨고 이런 건 안중에 없으신 거죠? 지금? ”


내가 웃음을 참지 못하니까 김장우의 리액션이 더 커졌다.


“ 파일럿이니까... ”

“ 진짜... ”


김장우가 투덜거리면서도 창고 쪽으로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그도 순간 머리론 생각했을 것이다.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시청률이, 그만한 이슈가 얼마나 중요한지.


마음은 무서워서 가고 싶지 않지만, 그럼에도 머리에 의해 발이 떼지는 그런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까.


이 상황에 진지하게 저항하고 안 가면 예능 분위기는 물론, 편집 점도 이상해진다는 걸 아는 거다.


“ 장우씨, 걱정 마요. 제가 뒤에서 잘 보고 있을게요. ”

“ 됐어요. 싫어요. 따라오지 마세요. ”


다행히도 쪼그라들었던 모습은 사라진 듯했다.


그는 뒤를 힐끔힐끔 보면서 오지 말라 손짓을 하며 도망치듯 거침없이 창고로 향했다.


그러다 점점 창고와 가까워지니 발걸음 속도가 줄어들었다.


막상 다 와 가니 불안한 거다.


“ 감독님, 그냥 없던 일로 할까요? ”


말이 끝나자마자 카메라를 왼쪽, 오른쪽으로 저었다.


“ 물은 제가 바보죠. ”


김장우가 창고를 뒤에 두고 심호흡을 몇 차례 했다.


영상 속에서 그림자가 생겼던 창고의 문 앞까지는 단 몇 걸음.


사실 그 문 앞을 확인하는 것보다 그 문 뒤로 자리 잡은 창고 안쪽이 신경 쓰였을 것이다.


라이트를 비추지 않고서는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짐작조차도 못 할 만큼 깜깜했다.


“ 여러분, 멀고 먼 여정이었네요. 결국 감독님의 자본주의 성향에 이끌려 창고 코앞까지 왔습니다. ”

심호흡을 몇 번 하던 김장우가 카메라를 정면에 두고 멘트를 내던졌다.


불안함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됐던 모양이다.

“ 여기 제 뒤로 창고 보이시죠? 문 앞도 보이실 거예요. 저는 이걸로는 잘 안 보이네요. ”


김장우가 카메라 가까이에 얼굴을 들이밀고 이리저리 움직였다.


무서우니까 나름 머리를 굴려 거울처럼 렌즈를 통해 확인할 모양이었던 것 같다.


“ 근데 제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요. 시청자 여러분들만 보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저는 사실 결과가 알고 싶지 않답니다. 귀신의 장난이든, 단순한 촬영 중 오류 현상이든. ”


김장우가 또 코앞까지 와서는 안 들어가려고 꾀를 부렸다.


분량을 뽑으려고 의도하는 건지, 실제로도 가기 싫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만.


출연진의 이런 머뭇거림이 오히려 좋았다. 내 입장으로선.


“ 아, 감독님도 지금 찍고 계시니까 결과를 아셨겠네요. ”


김장우의 생각과는 다르게 나도 보지 못했다.


줄곧 김장우의 뒤만 찍으며 쫓았고, 지금도 김장우를 화면의 여유 없이 꽉 담아내고 있으니까.


“ 감독님, 그냥 저한테 살짝 귀띔해주시는 게 어떨까요? ”


내가 또 주저 없이 카메라를 좌우로 젓자 김장우가 고개를 여러 번 끄덕인다.


“ 역시, 출연진은 안중에도 없고 시청률만 신경 쓰시는 자본주의 감독님은 제가 굳이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시나 봐요. ”

“ 다 좋자고 하는 거죠. ”

“ 네, 잘 알겠구요. ”


김장우가 눈을 감더니 기도하는 척을 했다.


“ 진짜 확인해볼게요...! ”

김장우가 내게 시선을 맞췄다. 신호를 달라는 것 같았다.


뭐, 혼자도 김장우의 행동에 맞춰서 초점을 잘 따라가겠지만.


출연진과 호흡을 맞춰서 나쁠 것도 없었다.


다른 손가락으로 수를 세고, 주먹이 되었을 때 김장우가 돌아서고, 내 카메라도 휙- 그곳을 비췄다.


만약 촬영 중 생긴 단순한 노이즈 현상 같은 것이었다면 잔디밭엔 이상한 흔적이 없을 것이다.


그와 반대라면 영상에 남았던 그림자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카메라에 생생히 담기고 있는 무언가에 밟힌 것 같은 잡초더미의 한 부분처럼.


“ 감독님! 감독님!! ”

“ 예? ”


열심히 찍고 있는데 김장우가 다급하게 불렀다.


“ 어때요?! ”


애타게 부르는 이유는 김장우가 그새 눈을 감아버렸던 거다.


“ 직접 보셔도 돼요. ”

“ 정말요? ”

“ 네. ”

“ 감독님만 믿어요. ”

“ 네. ”

“ 오, 아무것도 없, 왁!!! ”


김장우가 소란스럽게 또 방방 뛰었다.


그가 갑자기 내 쪽으로 달려드는 바람에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카메라도 놓칠뻔했다.


근데 뭔가 좀 이상했다.


김장우는 왼쪽으로 달려들었는데 이상하게 카메라의 오른쪽에서 압력이 느껴진 기분.


단순한 착각이었는지 모르겠다.


의심하고 생각하기엔 카메라맨인 내게 여유가 없었다.


“ 가, 가지 마세요, 감독님! ”


잡초가 밟힌 흔적을 더 가까이서 찍기 위해서 다가섰다.


확실히 이곳에 무언가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한 부분만 잡초가 꺾여져 있는 게 우연이라기엔 딱 들어맞지 않는가.


“ 여기가 그 위치 맞죠...? ”


김장우가 내게 바짝 붙어서 물었다.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위치.


정확했다.


“ 네, 이 부분 뒤가 그림자 졌던 부분이에요. ”

“ 여기 무언가가 서 있었으니까... 이 뒷부분이 순간적으로 그림자에 가려졌다. 이거죠...? ”


무언가 어딘가에서 걸어왔다기엔 주위에 이처럼 또 밟힌 흔적은 없다.


그럼 이곳에 서 있었던 건 어떻게 이 자리에 온 걸까.


하늘에서 뚝 떨어졌을까?


“ 왜 여기만 눌려있는 걸까요? ”


김장우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 글쎄요... ”


왜인지 모르겠지만 대답하면서 자연스럽게 난 창고를 다시 찍었다.


안쪽이 깊숙한 건지 카메라 조명 불빛은 닿지도 않는 깜깜한 창고 내부를.


진짜로 무언가가 있었다는 가정하에 이동 경로는 여기가 아닐까.


걸음에도 자국이 남지 않는 건 잡초가 없는, 창고 안쪽으로 향하는 길밖에 없으니까.


“ 에이... 감독님. ”

“ 예? ”

“ 거기 찍지 마세요. 아니에요. ”


마침 김장우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았다.


“ 확신하세요? ”

“ 안 해요. 안 해. 근데 아니에요. 아닐 거예요. 아니어야 돼요. ”


부정에, 부정에, 부정에, 부정을.


김장우가 쉴새 없이 손사래를 쳤다.


점점 창고와 멀어지는 김장우.


그러다가 혼자는 무서운지 얼마 못 가 멈춰섰다.


“ 장우씨, 어디 가세요. ”


내가 불러 세우기도 전에 몇 걸음 가서 날 쳐다보고 있었다.


“ 이제 가야죠? ”

“ 확인 안 해보세요? 애써 여기까지 왔는데? ”

“ 아니, 또 무슨 확인이요? ”


나와 김장우도 같은 것을 보고, 같은 생각을 했다면.


시청자들도 비슷할 것이다.


그리고 원하고 있을 거다.


“ 창고 안쪽이요. ”


기이한 현상을 파헤치기를.


“ 에이~ 막 들어가면 혼나요. 이거 법에도 위반되는 거 아니에요? ”


맞다.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된다.


근데 지금 우리와는 관계없는 일이다.


“ 피디님이 이 근처 전부 허락받았다던데요? ”

“ ...대단하신 분이었네요. ”


미팅 때 담당 피디가 말하길 법적인 문제는 그 주마다 미리 해결하고 장소를 섭외할 거라고 했었다.


땜빵 방송이 구설수라도 나면 안 되니까.


이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쓰지 않았을까 싶다.


“ 피디님이 장우씨를 위해서 많은 준비를 하셨죠. ”


김장우가 빤히 쳐다봤다.


“ 감독님, 혹시 피디님한테 저 몰래 뭐 지령 같은 거 받으셨어요? ”


김장우가 순수한 얼굴을 들이밀며 물었다.


“ 그럴리가요. ”

“ 아니, 근데 무슨 미리 준비한 것처럼 자꾸 유도하시지. 그리고 말하는 것도 막힘없고. 혹시 연예인 준비하고 계세요? 지금 이거로 눈도장 찍고 계신 거 아니에요? ”


이게 뭐 대단한 거라고. 호들갑은 무명의 관점이라 그런가.


“ 다 시청률을 위해서... ”


원철이 형을 위해서, 내 월급을 위해서.


김장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가 웃으며 반응하지 않으면 괜히 김장우에게 불편한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요즘 워낙 이것저것 태클이 들어오는 예민한 시기니까.


“ 그래서 결국 제가 저길 안 들어가면 안 움직이실 거죠? ”


김장우가 다 포기한 듯 물었다.


정말 가기 싫어하는 얼굴임을 읽었지만 난 곧장 카메라를 위아래로 저었다.


“ 그래요. 아직 뭐 가기로 한 흉가도 안 들어갔는데... 여기서 이렇게 주체하면 욕하시겠죠? 답답하니까 공포 예능 싫으면 하차하라면서? ”


김장우가 칭얼대듯 물었다.


“ 잘 아시네요. ”


그가 짓는 실소의 입꼬리 부분을 확대해서 찍었다.


“ 하, 애초에 이런 컨셉으로 할 생각이 아니었는데... ”

“ 장우씨는 어떤 걸 생각하셨는데요? ”

“ 제가 해병대 출신이잖아요. 귀신 잡는 해병. ”


불끈불끈한 핏줄의 알통을 내보이는데 사실 크게 와닿지 않았다.


시청자들도 비슷할 것 같다.


“ 그러니까 귀신을 전혀 안 무서워하고 폐가의 모든 곳을 가장 빨리 둘러보고 나오는 사람. 이런 걸 원했죠. ”

“ 폐가 타임 어택 뭐 이런 건가요? ”

“ 어, 음. 그런 느낌인 거죠. ”

“ 아니어서 다행인 것 같아요. ”

“ 왜요? ”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공포를 이겨내는 건 재미가 없으니까.


내가 시청자였어도 안 봤을 거다.


찍는 입장에서도 그런 컨셉보다는 지금의 김장우를 따라다니는 게 훨씬 재밌다.


“ 노코멘트할게요. ”

“ 아니, 왜요? ”

“ 나중에 방송 나가고 댓글 보시면 아실 거예요. ”


난 편하게 들고 있던 카메라를 다시 어깨 위로 고쳐 들었다.


김장우는 이에 번뜩 정신이 들었는지 다시 촬영에 집중했다.


“ 자, 여러분... 확실히 여기는 뭔가 이상해요. ”


김장우가 눌린 잡초 쪽에 빛을 비췄다.


“ 이곳 말고 주위에는 눌린 자국이 없어요. 감독님 생각처럼 누군가 혹은 뭔가가 움직였다고 하면... ”


김장우가 창고 안쪽을 가리켰다.


“ 숨은 곳이던, 나온 곳이던. 이쪽인 것 같네요. 이것 말고는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죠? ”


보고 싶지 않은지 시선은 재빨리 카메라 쪽으로 도망쳐왔다.


“ 이 찝찝함을 해결하려면 일단 여기를 확인해봐야 해요. 전 사실 찝찝해도 되는데. 감독님이 그래야만 한다네요. 그쵸? 참... ”


날 보는 김장우의 한숨 소리가 아주 컸다.


“ 사실 들어가서 본다고 깔끔하게 해결될까 싶기도 한데... ”


김장우가 삐딱하게 서서 안쪽으로 빛을 이리저리 흔들며 쏘아댔다.


“ 여기 몇 걸음 떨어져서 보면 창고 안이 참 깜깜해요. 이렇게 빛을 비춰도 아무것도 안 보이죠? 아예 빛이 닿질 않아요. ”


말이 줄질 않는 걸 보니 딱 봐도 들어가길 꺼리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헛기침을 하니 김장우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요. 감독님이 자꾸 재촉하시네요. 아주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싸나이답게! 해병대답게! 들어가 보겠습니다. ”


이번이야말로 마음을 굳게 먹었는지 발걸음이 시원시원했다.


나도 빠른 걸음으로 재빨리 그의 뒤에 바싹 붙었다.


한 걸음.


두 걸음.


김장우의 발끝이 창고 안쪽 어둠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 어, 어? ”


김장우의 이유 모를 반응과 함께.


그의 묵직한 몸이 내 쪽으로 기울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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