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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포 예능의 카메라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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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HP1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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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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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4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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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6

DUMMY

어느새 옆에서 사라진 김장우가 나를 불렀다.


“ 이건 손대지 않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


철문 옆에 부서진 채로 바닥에 떨어져 있는 우편함을 뒤적거리는 김장우.


겁도 많은 양반이 이런 건 잘도 뒤진다.


창고 안 선반을 더듬으면서 갈 때도 그렇고.


지금 보니 겁이 많지만, 행동력은 꽤 있는 듯하다.


“ 이건 얼마 안 된 거예요. ”


김장우가 작은 우편함에서 힘들게 새하얀 종이를 꺼냈다.


폐가의 주인에게 온 우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연출팀이 미리 준비해둔 거였다.


“ 제 말이 맞죠? ”

“ 의외로 눈썰미가 있네요. ”

“ 목적지에 다녀오라고. 무작정 보내진 않았을 거 같았어요. ”

“ 그래서 뭐라고 쓰여있어요? ”

“ 어... ”


김장우의 눈동자가 천천히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인다.


그러기를 여러 번 반복하다가 이내 음성과 함께 멈췄다.


“ ...괜히 읽었어요. ”

“ 왜요? ”

“ 하... 진짜 괜히 읽었어요. ”


김장우가 내버리듯 내게 종이를 건넸다.


[ Mission 1.


건물 뒤에 있는 텃밭에 가서 두 번째 미션 종이를 찾으세요. ]


난 또 뭐라고.


으스스한 얘기라도 쓰여있는 줄 알았다.


“ 별거 아니잖아요. 우편함은 잘만 뒤지셔놓곤. ”

“ 이거랑 그거랑 어떻게 똑같아요. ”

“ 그래도 다른 건 없네요. 막 혼자 어디서 몇 분 동안 무슨 노래를 부르시오. 이런 거 없는 게 어디에요. ”


피디가 조금 더 출연진을 괴롭히려면 충분히 생각해냈을 텐데.


아마도 이것도 대강 만들다 보니 그랬겠지.


“ 왜요...? ”


김장우가 날 빤히 쳐다보고 있길래 물었다.


“ 어떻게 그런 끔찍한 생각을 하시나 해서요. 행여나 피디님한테 그런 말 꺼내지도 마셨으면 좋겠네요. ”

“ 생각해볼게요. ”


당연히 정규편성을 받으면 제안해볼 생각이다.


리액션이 좋은 김장우는 굴리고 더 굴려야 한다.


호러 예능이니까.


“ 생각해보긴요. 절대 그러시면 안 돼요. ”

“ 장우씨가 오늘 하는 거 봐서요. 분량 잘 뽑히면 말 안 할게요. ”

“ 그건 제 노력과는 별개에요. 무서운 걸 어떡해요. ”

“ 무서워해도 돼요. 누가 무서워하지 말랬어요? ”

“ 엥...? 그럼요? ”

“ 무서워해도 되는데 답답하게 쫄진 마세요. 아까처럼 주저앉진 말고 진행은 해달라는 말이에요. ”


나도 안다.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를.


“ 그게 제일 어려운 거 같은데요...? ”

“ 보상이 좋잖아요. 피디님한테 제안 같은 거 절대 안 할게요. ”

“ ...녹음이라도 해주세요. 못 믿겠으니까. ”

“ 농담도 참. ”


김장우 표정을 보니 아닌 것 같았다.


“ 진짜 하라고요? ”


김장우가 말없이 고개를 수차례 끄덕거렸다.


“ 해달라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데... 또 진행 안 하시면 언제든지 삭제해버릴 거예요. 아셨죠? ”


난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꺼내다가 이내 멈칫했다.


“ 감독님. 배터리 있으셨네? ”

“ 어... 그러게요? ”

“ 알고 계셨죠? ”

“ 전혀요. ”

“ 아뇨, 알고 계셨는데 아까 일부로 없다고 하신 거예요. 그쵸? ”

“ 자, 나 유은찬은 김장우가 방송 분량을 제대로 잘 만들 시 메인 피디에게 아무런 미션 제안을 하지 않는다. 끝. ”


꼬치꼬치 물고 늘어지는 김장우에게 달아나려 후다닥 녹음하고 재생했다.


[ -자, 나 유은찬은··· ]


“ 감독님, 대답부터 해보세요. ”


[ 김장우가 방송 분량을··· ]


“ 쉬잇! 녹음 들으셔야죠. ”

“ 아뇨, 전 그거보다 이게 더 궁금해졌어요. ”


[ 제대로 잘 만들 시이!!!이이!!!!이이!!히이이이끼!!!!이이이!!!!히이이!!!!!!! ]


그 순간 녹음 파일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난 살면서 이렇게 괴기한 소리는 처음 이었다.


서둘러 정신을 차려 정지 버튼을 눌렀다.


깜짝 놀란 김장우는 내게 몸을 던지듯 넘어와 어느새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서로 소름이 돋은 살끼리 부딪히며 눈을 맞췄다.


너무 놀라면 비명을 지를 수 없다는 말이 뭔지 알 거 같았다.


온몸이 괜히 시리며 심장은 쿵쾅대는데 정작 소리는 나지 않았다.


“ 이게... 뭐예요? ”


김장우가 놀라서 묻는데 나도 할 말이 없었다.


분명 녹음할 때 주위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 ...파일 오류 같은 게 아닐까요? ”

“ 카메라에 이상한 현상이 찍힌 것처럼요? 하필 우리가 이 근처에서 번갈아 가면서 이상한 사람 형상을 본 것처럼? 또 그런 거라고요? 하필? ”


김장우가 잔뜩 의심을 품고 물었다.


나도 이전과 같이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온몸에 돋았던 소름이 식은땀으로 변해 등줄기가 조금 축축한 것 같다고 느끼고 있었으니까.


“ 다시 들어볼까요...? ”


아니요, 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세차게 흔들어댈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빨리 재생하지 뭘 머뭇거리냐는 듯 날 쳐다본다.


“ 재생해요? ”

“ 네! ”

“ 뭔가 좀 달라진 거 같은데요? ”

“ 제가요? ”

“ 네. ”


겁쟁이가 갑자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니까 적응이 되질 않았다.


“ 그냥요. 겁나고 무서운 건 맞는데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이런 일이 발생하니까 흥미도 생기긴 해요. 어차피 이건 녹음이고 갑자기 뭐가 튀어나올 리는 없는 거잖아요. ”


이런 면이 있을 줄은 몰랐다.


뭐 나 같은 제작진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다.


“ 그럼 맘 편히 재생해볼게요. ”

“ 네. ”


김장우가 대답은 선뜻 하지만 꿀렁거리는 목울대가 보였다.


[ -자, 나 유은찬은··· ]


조금 긴장되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 김장우가 방송 분량을··· ]



[ 제대로 잘 만들 시 메이히이이이이이이끼이이이이이히이이!!!!!!!!!!! ]



“ 꺼요! ”


확인되자마자 김장우가 소리를 질렀다.


막상 또 소리가 들리니 듣기를 거부한다.


뭐 나도 다시 확인만 하자마자 꺼버릴 생각이긴 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상태에서 이상한 소리가 녹음되었다는 사실도 꽤 소름 끼쳤지만.


그보다 더한 것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정말 가만히 듣고 있을 수 없는 괴기한 소리였다.


“ 감독님도? ”

“ 예... 이건 좀 무섭네요. ”


김장우가 팔에 돋아난 것을 보여주며 물었다.


옷을 걷어 보여줄 순 없지만 이번엔 나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 녹음 얘기는 없던 거로 해요. ”

“ ...그럴까요? ”

“ 근데 제가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


김장우가 머리를 긁적인다.


건물 뒤 텃밭을 가려니 발이 떨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이해가 갔다.


나도 이상한 소리를 듣고 나니까 조금 찝찝했다.


“ 감독님, 혹시 저기에 제작진이 귀신 분장하고 숨어있다거나 뭐 그런 거 아니겠죠? ”

“ 그런 식으로는 안 할 거예요. 너무 뻔하잖아요. ”

“ 보는 사람들은 뻔해도, 당하는 사람은 무섭잖아요. ”

“ 그렇긴한데... 아닐 거예요. ”

“ 정말요? ”

“ 그럼요. 들은 바가 없어요. ”


그럴 리가 없다.


“ 감독님도 여기에 저랑 오셔야 하니까 비밀로 했을 수도 있죠. ”

“ 그럴 수는 있지만, 아니에요. ”


내가 확신하는 이유는 제작진은 그냥 이 프로그램에 별달리 노력을 많이 안 했을 거 같아서다.


지극히 찌라시 관점이긴 하지만.


“ 되게 확신하시네요. 어쨌든 저한텐 희소식이네요. ”

“ 없길 바랐던 거죠? ”

“ 그럼요. 있어서 좋을 게 뭐예요. 어차피 제작진이 아니어도 무서운 일 천지인데. ”


우린 천천히 걸음을 떼 폐가의 철문을 넘어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왔다.


“ 꽤 크네요... ”

“ 다르게 말하면 이 넓은 공간에 그만큼 미션이 엄청나게 많을 거란 얘기겠죠. ”“ 오... 그거 참 듣기 좋은 얘기네요. ”


비꼬는 것도 이제는 내려놓은 듯한 김장우의 반응.


에라 모르겠다 하는 체념한 얼굴이다.


가까이서 본 폐가는 모습이 더 흉하고 불쾌했다.


쓰레기들이 주위에 널브러져 있고.


깨진 유리는 괜히 바닥에서 간혹 반짝반짝 달빛을 반사하며 시선을 끌었다.


한 층에 커다란 창문이 어찌나 많은지.


밖에서 보이는 건물 내부는 칠흑같이 어두워 보였다.


안쪽에서 창문을 통해 우릴 훔쳐보고 있다고 해도 모를 것 같았다.


이 묘한 분위기를 눈으로만 볼 수는 없었다.


카메라를 들쳐 멨다.


확실히 눈으로 보는 것보다 카메라에는 꺼림칙한 분위기가 더 잘 담겼다.


배경 온도를 조금 더 내리니 더욱 음침했다.


난 왼쪽 끝의 창문부터 찍기 시작했다.


지붕도, 창문도, 벽의 페인트도 다 부서지고, 벗겨진 붉은 넝쿨이 삼킨 폐가.


폐가의 바로 앞에 버려지듯 시들고 죽어버린 식물들.


창문 안쪽으로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미지를 삼킨 것처럼 검은 폐가의 내부.


한쪽 창가를 크게 확대해서 몇 초를 찍다가 이내 다시 건물 전체를 잡았다.


건물의 많은 창문 어딘가에서 느껴지는 이질감.


꼭 무언가 나를 쳐다보고만 있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이럴 수도 있겠다 상상했기 때문이었을까.


나는 묘한 기분에 카메라를 확대해서 다시 창문 하나하나를 찍었다.


왼쪽 끝 창문부터 하나, 또 하나.


“ 또 찍으세요? ”

“ 아, 네. ”


괜히 상상이 만들어낸 기분이었나보다.


오른쪽 끝에 있는 창문까지 다시 찍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살펴본 건데 착각이었나 봐요. ”

“ 무슨 기분이요? ”

“ 글쎄요... 뭔가 창문이 많아서 그런지. 누군가 안쪽에서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 ”

“ 와... 소름. 저도 조금 전에 그 생각 했는데? ”


김장우가 양팔을 손바닥으로 슥슥- 빠르게 비벼댔다.


“ 비슷한가 보네요. ”

“ 둘 다 그렇게 느낀 거면 진짜 누가 보고 있던 거 아니에요? ”

“ 착각이 아니면 되게 무서운 상황인데 괜찮으세요? 그냥 사람이 생각하는 게 비슷해서 그런 거겠죠. ”

“ 그런가요? ”


김장우의 말에 괜히 두 눈으로 다시 폐가를 살폈다.


조금 전 느꼈던 그 기분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찾을 수 없었다.


“ 감독님, 이쪽이 텃밭인가 본데요? ”


종이에 쓰여있던 건물 뒤 텃밭.


이곳이 맞는 거 같았다.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다른 분위기지만.


딱 봐도 열 개가 넘는 모종삽이 흙 곳곳에 파묻혀있었다.


얼핏 보면 작은 무덤에 비석들이 박혀있는 것 같았다.


“ 거참, 종이 찾으려면 삽질하라는 거 같은데 제 직감이 맞나요? ”

“ 삽이 여러 개니까 박힌 부분 부분을 파셔야 할 거 같네요. ”

“ 좋네요. 여러분, 제가 삽질이란 무엇인가. 군필 삽질 한 번 몸소 보여드리겠습니다. ”

“ 모종삽으로요? ”

“ 얘라고 다를 거 있나요. 모종삽이나 군용삽이나 흙 퍼내는 같은 삽인데. ”


김장우는 쪼그려 앉아 삽질을 했다.


흙에 박힌 모종삽을 꺼내서 그 주위를 파냈다.


다섯 개쯤 허탕을 치니 열이 받았는지 모종삽을 옆으로 내던졌다가 이내 웃으며 카메라를 의식했다.


“ 고작 다섯 개 파시고 안 나와서 화나신 거예요? ”

“ 그럴리가요. 삽질학개론의 가장 중요한 점이 꾸준, 성실, 끈기와 인내에요. 화 안 났어요. ”



팍-



팍-



김장우가 열 받는 걸 삽질로 풀기로 했는지 시원시원하게 파내기 시작했다.


“ 아악! ”


그러다 짧은 비명을 질렀다.


“ 왜 그러세요? ”


손목을 살살 돌리는 김장우.


어느 순간 얼굴이 일그러졌다.


원망하듯 바라보는 흙더미엔 얼핏 돌덩이가 같은 것이 보였다.


살살 그 주위를 파내니 큰 돌덩이가 모습 일부를 드러냈다.


재수 없게 이런 큰 돌이 왜 하필 여기에.


“ 괜찮으세요? ”

“ 네... 괜찮아요. 그냥 살짝 삔 거 같아요. ”


기분 나쁜 일이었다.


제작진이 일을 참 대충했다.


이런 건 준비해둘 때 출연진이 다치지 않게 검사하는 건 기본일 텐데.


“ 제가 팔까요? ”

“ 아뇨, 아뇨. 감독님이 왜요. 할 수 있어요. 뭐 이런 거 가지고. ”


괜히 김장우가 더 열심히 한다.


사뭇 진지한 얼굴을 보니까 뭔가 짠했다.


“ 해 뜨면 안 되니까. 제가 좀 도와드릴게요. 이게 뭐 출연진만 해야 하는 중요한 것도 아니고. ”

“ 그럼 그러실래요? 그럼 저야 일거리 주니까 뭐 감사하죠. ”


억지로 좋은 얼굴을 보이려는 게 티가 나는 김장우였다.


“ 어, 찾았다. 찾았다!! ”


김장우가 신나서 방방 뛰었다.


꼭 산삼이라도 캐낸 것처럼.


“ 이제 뭐 하래요? ”

“ 하... 감독님, 드디어 올 게 왔어요. ”


김장우가 종이를 카메라에 대고 보여준 미션 종이.



[ Mission 2.


본 폐가의 지하실로 들어가십시오.


입구 위치 : 텃밭의 초록색 모종삽 기준으로 11시 방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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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EP1. 대학교 방송실 (3) +7 21.05.31 531 4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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