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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포 예능의 카메라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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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HP1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2
최근연재일 :
2021.06.23 22:05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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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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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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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1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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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글자
13쪽

13

DUMMY

내 등 뒤에 무언가가 있다.


볼 수는 없지만 느낄 수는 있었다.


“ 육십! ”


그사이 김장우는 초를 다 셌다.


“ 이제 찾는다~ ”


김장우가 벽에서 이마를 떼어 내고 뒤를 돌았다.


동시에 내 등 뒤에서 느껴지던 이상한 기운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나와 김장우는 자연스럽게 눈이 마주쳤다.


서로가 말을 하지 않아도 지금 기분이 어떤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평소보다 크게 떠진 눈이 요동을 쳤다.


나라고 크게 다를 것이 없을 거다.


“ ...들으셨어요? ”


김장우가 다가와 조용히 속삭였다.


뭘 들은 건지 말해주지 않아도, 묻지 않아도 우린 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김장우는 라이트를 켜고 가장 먼저 소리가 들렸던 천장을 비췄다.


“ 여기였죠? 근데... ”


듣는 귀는 김장우도 나도 비슷했나 보다.


뭔가를 의심하며 갸우뚱하는 김장우였다.


“ 위층보다는 위쪽에서 나는 거 같았죠. 그냥 천장에서. ”

“ 그쵸? 근데 이렇게 얼핏 본다고 찾아질 정도로 허술하게 설치해두진 않았겠죠? ”


그는 제작진이 무언가를 해놨을 거라고 의심했다.


“ 아무래도 티가 나면 몰입감은 한순간에 깨지니까요. ”

“ 역시 그래서 그런지, 못 찾겠네요. 특별한 건 없어 보여요. ”


목을 쳐들고 천장을 살피던 김장우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 장우씨, 일단 숨바꼭질부터 계속해야 할 것 같아요. ”

“ 아차, 네네. ”


김장우와 나는 방안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아까도 봤다시피 방안엔 별 것 없었다.


무언가 들어와 숨었다면, 그 공간도 캐비닛이 유일하다.


생각이 비슷해서 우린 말 없이 자연스레 캐비닛 앞에 섰다.


“ 기억도 잘 안 나려고 그러네. 감독님, 이거 아까 저희가 문 닫았었죠? ”

“ 그랬던 거 같아요. 아니면 미션 종이를 보면 되죠. ”


얼마 되지 않은 일인데도 이상하게 나도 헷갈렸다.


“ 아, 맞네요. 저희가 이 방문이랑 캐비닛 전부 닫았어요. 그게 시작조건이었네요. ”


미션 종이를 살펴보던 김장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관심은 다시 꽉 닫힌 캐비닛으로 왔다.


“ 이제 이걸 문을 열어야 하는데... ”


김장우가 말을 흘리는 이유는 분명했다.


내가 등 뒤로 느끼던 것을 김장우가 몰랐을 리 없다.


게다가 내내 싫다고 말하던 게 싸구려 방식으로 툭 튀어나와 놀라게 만드는 무서운 것이라고 했으니.


그의 머릿속은 지금 여기 꽉 닫힌 캐비닛 안에 뭔가가 들어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가득할 거다.


“ 감독님, 여기서 그냥 게임 끝내보면 안 되겠죠? ”


마음은 알 것 같다만, 내가 해줄 대답은 뻔하고 정해져 있었다.


김장우도 알면서도 괜히 물었나 보다.


내가 대답도 안 했는데 눈빛만 보곤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 게임을 바로 끝내도 장우씨가 생각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어요. ”

“ 아... ”


기껏 뭔가를 준비해놨는데 혹시나 선보일 수 없는 상황이 올 때.


그때를 위해서 준비해둔 플랜 B 같은 것.


내가 제작진이라면 그랬을 거다.


“ 어쨌든 제가 머리를 굴려도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는 거잖아요. 그쵸? ”“ 프로그램을 못 맡겠다고 하고 빠져나가는 게 아닌 이상··· ”

“ 오케이! ”


놀려먹으려는 걸 어떻게 기가 막히게 캐치 해낸 김장우다.


이번엔 아예 중간에 말을 끊어버렸다.


“ 열게요, 감독님. ”


김장우는 캐비닛 손잡이를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뻔하지 않나.


당연히 뭔가 튀어나오겠지.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도.


이상하게 오히려 긴장됐다.


제작진이 무언가를 준비했을 거라는 생각이 절반이라면.


그간의 이상한 일들이 겹쳐지면서 괜히 불안한 생각이 남은 절반이었다.


모든 일을 제작진이 준비한 것이 아니라는, 절대 확신할 수 없다는 의심은 오히려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 와. ”


자동반사적으로 문을 염과 동시에 소리치는 김장우.


그는 한껏 찌푸렸던 눈을 가늘게 떠서 확인했다.


“ 너무 호들갑이었고, 일단 가장 왼쪽 캐비닛에는 아무것도 없네요. ”


내가 제작진이었어도 모든 캐비닛에 준비하는 일은 없었을 거다.


어차피 다 열게 될 거 뭔가 튀어나오는 공포는 한 번이면 땡이다.


더 해봐야 원하는 그림을 얻기도 힘들 거고.


물론, 김장우는 아닐 수도 있겠다.


보지도 않고 놀라면서 몸부림을 치니까.


“ 두 번째 캐비닛 갈게요. ”


처음 열어본 캐비닛에 아무것도 없다는 건.


다음 캐비닛에 뭔가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김장우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지 조금 전보다 더 떨고 있는 것 같았다.


“ 장우씨, 손이... ”

“ 아, 괜찮아요. 어제 이두삼두를 너무 빡세게 해서 그런 거예요. 시청자분들. 오해하지 마세요. 제 팔은 절대로 무서워서 그런 게 아닙니다. ”


누가 옆에서 막 흔들고 있는 것처럼 떨림이 너무 선명하게 카메라에 잡혔다.


해명하면서 다른 팔로 붙잡는데도 여전했다.


남들의 두 배는 되는 팔뚝으로 이러는 걸 보고 있자니 긴장감은 금방 사라져버렸다.


“ 아니, 감독님. 저는 지금 심각한데 웃으시면 어떡해요. ”


내가 입으로만 웃고 있는 걸 어떻게 용케 잘도 봤다.


“ 죄송해요. 계속해주세요. ”

“ 아, 여러분. 감독님 때문에 이거 쉬었다가 가야겠는데요. ”

“ 이상한 소리는 하지 마시고요. ”

“ 예. ”


김장우는 머리를 쓸어올리고 다시 손을 뻗었다.


그리고 두 번째 캐비닛의 손잡이를 휙.


이번엔 소리 없이 놀라는 김장우.


또 아무것도 없다는 걸 확인하니 마음이 편해진 것 같았다.


“ 감독님, 이거 별거 아닌 거 같은데요? 아니, 의외로 아무것도 안 튀어나오는 거 아니에요? ”

“ 그럴 수도 있죠. ”


가벼운 행동과 가벼운 입.


김장우는 곧장 세 번째 캐비닛의 문을 잡아당겼다.


“ 이게 뭐야. ”


캐비닛이 많이 찌그러져 있다 싶었는데 그래서인지 문이 쉽게 열리지 않았다.


김장우가 이마에 핏줄을 만들어가며 있는 힘껏 잡아당기는데도 끄떡하지 않았다.


“ 뭐예요? 이거? 갑자기 자존심 팍 상하네. ”


괜한 거에 발끈하는 김장우는 이내 주먹으로 캐비닛을 가볍게 퉁퉁- 쳤다.


“ 원래 이런 기계 같은 건 몇 대 때리면 잘 돼요. ”


김장우는 이어서 손잡이 부근을 몇 차례 더 두드렸다.


가볍게 두드리다가 이내 점점 열이 오르는 건지 그 강도가 세졌다.


철로 된 캐비닛이 내구성이 좋다면 얼마나 좋다고.


김장우의 주먹질에 손잡이 근처가 안쪽으로 움푹 파인 것 같았다.


“ 장우씨... 그거 찌그러진 거 같은데요? ”

“ 곧 열린다는 거죠. ”


간단하고 무식한 대답이었다.


김장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앞, 뒤 할 거 없이 사방을 쳐댔다.


“ 오, 열렸다. 그쵸? 이렇게 하면 열린다니까요. ”

“ 열었다기보다는 부순 거 같은데... ”


잔뜩 찌그러진 캐비닛은 손잡이 부근의 틈새가 약간 벌어졌고.


김장우는 그 부분에 손가락을 껴 넣어서 강제로 벌려버렸다.


열 받은 김장우한테 겁이라곤 없어 보였다.


“ 아무것도 없네요. ”

“ 화나니까 안 쪼시는 거 같아요. ”

“ 그래요? 어우, 갑자기 승부욕이 빡 생겨서. ”


얼마나 진지하게 임했는지 목에서 땀방울 떨어지는 게 보였다.


식은땀보다는 힘을 쓰는 활동에 열이 나다 보니.


“ 감독님, 지금 제가 딱 감이 왔는데요. 나머지 이 두 개에도 아무것도 없을 거 같아요. ”


사실 뭔가 들어있다고 하면 다섯 개중 두 개가 남은 시점에선 더 확률이 커지는 건데.


믿음이 안 가는, 말도 안 되는 김장우의 특이한 직감이었다.


“ 어째서요? ”

“ 괜히 쫄 게 한 거죠. 아무것도 없는데. 뭔가 있을 듯하게 해놓고선. ”


뭔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너무 뻔하니까 역으로 이용했을 거란 거다.


틀린 소리는 아니다.


“ 그럼 나머지 두 개도 얼른 열어보세요. ”

“ 네. 어우, 힘쓰니까 기분 좋네. 그래서 그런지 무서웠던 것도 싹 달아난 거 같고. ”


김장우가 또 안 열리면 이번엔 진짜로 아작을 낼 것처럼.


고작 캐비닛을 여는 것에 팔을 돌리며 스트레칭을 했다.


“ 근데 어떻게 남은 두 개는 멀쩡하게 생긴 게 없네요. ”

“ 그러게요. ”


조금 전 게 찌그러져 있었다면.


남은 두 개의 캐비닛은 김장우가 이미 손본 것처럼 종이 마냥 구겨진 상태 같았다.


어떻게 속이 보이지 않는 건지 의심이 들 정도로 찌그러진 곳이 많았다.


“ 어쨌든 열어볼게요. ”

“ 네. ”


생긴 대로 역시나.


가볍게 손잡이를 당기니 캐비닛은 반응이 없었다.


김장우도 예상했다는 듯 자연스럽게 툭툭- 치기 시작했다.


한번 두 번.


다시 손잡이를 철컥철컥-


더 세게 몇 번을.


그리고 철컥철컥-


“ 좀 팅길 줄 아는데요? ”


김장우는 슬슬 또 열이 오르는 모양이었다.


이마고 손등이고 핏줄이 선명하게 도드라졌다.


“ 요놈 진짜 잘 버티네. ”


이게 뭐라고 한참을 씨름하던 김장우.


“ 아이 씨. 못해 먹겠다. ”


캐비닛에서 두 손을 떼더니 항복한다는 듯 높이 들었다.


“ 진짜 안 되겠어요. 감독님, 아까는 열리지 않았어요? ”

“ 그러게요. 아까는 잘만 열렸던 거 같은데. ”


분명히 미션 종이를 찾을 때만 해도 문제없이 열렸었다.


“ 아까도 상태는 이랬죠? ”


갑자기 찌그러진 안 좋은 거로 바뀐 거 같다는 김장우.


“ 아까랑 똑같아요. ”


찌그러진 캐비닛 세 개.


잔뜩 찌그러진 건 두 개.


위치까진 기억하지 못하지만, 상태가 안 좋았던 건 확실히 기억난다.


주위를 둘러볼 때 봐둬서 확실히 기억한다.


“ 장우씨, 안 되면 굳이 열지 마요. ”

“ 예? 왜요? ”


한 가지가 떠올랐다.


“ 아까 주의 사항이 신경 쓰여요. ”


6번 주의 사항엔 분명 적혀있지 않은 상황엔 어떤 행동도, 어떤 반응도 하지 말라고 쓰여있었다.


캐비닛을 왼쪽부터 열라고 했지만, 열리지 않는 문을 어떻게 하라고 구체적으로 일러주진 않았다.


“ 어, 맞네요. 이런 상황에 대한 설명은 없었죠? ”

“ 네, 아무 행동도, 아무 반응도 하지 말라고 적혀있었죠. ”

“ 근데 이미 선 넘은 거 같긴 한데 괜찮겠죠? ”


처음보다 더 찌그러진 것 같은 캐비닛.


이것 말고도 손맛을 보여준 건 세 번째 캐비닛도 있지만, 아직 아무 일도 없는 거로 보아선...


“ 아직은 괜찮은가 봐요. 그 선이라는 게 꽤 관대한 편인 거 같네요. ”

“ 그럼 얘는 어떡하죠? ”


김장우가 난처한 얼굴로 바라보는 건 다섯 번째 캐비닛.


상태가 안 좋아서 자태만 봐도 ‘ 나도 쉽게 안 열림 ’ 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 혹시 모르니까 열어보긴 해야죠. ”


여는 것까지는 미션에서 시키는 괴담의 조건이니까.


“ 후, 그럼 마저 한번 열어볼게요. ”


악착같이 문을 열려고 하다 보니까 이제는 안쪽에서 뭔가 튀어나온대도 전혀 무섭지 않을 거 같았다.


김장우도 이미 안쪽의 무언가를 걱정하는 것보다는, 어째서인지 캐비닛을 여는 것 자체에 더 관심 가지는 것 같았다.


-탕탕.


“ 아, 맞다. ”


김장우가 캐비닛을 열다가 한 번에 안 열리니 자연스럽게 또 손잡이 부근을 두드렸다.


자기도 순간 아차 싶었는지 치고 나선 민망한 얼굴로 카메라를 쳐다봤다.


“ 금세 습관이 됐나 봐요. ”


머쓱하게 웃는 김장우.


그러다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 쉿! ”


김장우가 꽤 심각한 얼굴로 캐비닛에 귀를 가져다 댔다.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꽤 오랜만이었다.


난 말을 걸려다 말았다.


얼굴을 찌푸리며 뭔가에 집중하던 김장우는 캐비닛을 다시 통통- 하고 건드렸다.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김장우는 계속해서 캐비닛을 두드리고 귀를 가져다 대고, 두드리고 귀를 대고, 꽤 반복했다.


뭐 때문에 저러는 건지. 뭘 원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 장우씨, 왜 그러는 거··· ”


통통-


그 순간이었다.


캐비닛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근데 김장우가 만들어낸 것은 아니었다.


소리는 분명 캐비닛 안쪽에서 들려왔다.


자기가 장난을 치는 게 아니라고, 이 소리는 자신도 믿기지 않는다고.


그걸 증명해 보이듯 내게 양손을 들어 보여주는 김장우.


“ 다시... 해볼까요? ”


김장우가 구긴 얼굴로 물었다.


우리가 잘못 들은 걸 수도 있으니까.


카메라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목울대가 꿀렁이는 김장우.


떨리는 손으로 다시 캐비닛을 통, 통 두드렸다.





통.





통.



마치 김장우의 두드림에 반응해주듯 안쪽에서 들리는 알 수 없는 소리.


김장우는 순식간에 뒷걸음질 쳤다.


너무 놀라서 악 소리는 나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김장우의 벌어진 입 아래로 입술은 비명을 대신해 파르르 떨리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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