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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포 예능의 카메라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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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호미광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2
최근연재일 :
2021.06.23 22:05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20,791
추천수 :
1,623
글자수 :
230,821

작성
21.05.2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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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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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글자
12쪽

17

DUMMY

“ 장우씨, 생일 축하 노래 가사는 다 아시죠? ”

“ 제가 알고 있는 게 맞으면요? ”

“ 한 번 읊어보세요. ”


생일파티를 망치면 다희가 화를 낼지도 모른다는 주의 사항.


이게 제일 신경 쓰였다.


김장우는 빠른 속도로 가사를 웅얼거렸다.


음이 조금 이상한 거 같긴 했지만, 반복되는 가사는 잘 알고 있었다.


“ 좋네요. ”

“ 이걸 모를 리가 없죠. ”

“ 그래도 혹시나 했죠. 준비되면 알아서 시작해주세요. 맞춰서 들어갈게요. ”

“ 예. ”


해봐야 생일파티 노래를 부르는 게 미션의 전부다.


몇 문장 되지 않으니까 미션은 금방 끝날 거다.


그럼에도 다른 미션을 할 때와는 달리 더 긴장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은 김장우.


의자와 이름 적힌 실내화에 자꾸 시선을 주는 게 괜한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근데 그럴 만도 한 게 나도 자꾸만 빈 의자와 그 옆에 이름 적힌 실내화를 보면.


누군지는 특정할 수 없어도 여태 보았던 어린애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나같이 고깔을 쓰고, 뭣 모르는 아기 같은 얼굴로 손뼉 칠 준비를 하는 어린 애들.


그중 주인공 하윤이 자리 옆에 앉아서 바라보는 절친 다희.


어쩐지 다희의 얼굴은 무사히 생일파티를 마치기를 원하는 듯 초조해하면서도.


사뭇 어린아이 같지 않게 진지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괜한 상상이었다.


잡생각을 지우려고 머리를 세차게 저었다.


“ 생일 축하합니다~ ”


김장우가 입을 뗐다.


문제없는 출발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첫 마디를 부르자마자 어디선가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김장우가 빈 의자를 건드렸을 때 났던 삐그덕 거리는 소리.


그게 왜 지금 들리는 거지?


김장우의 두 손은 모두 가만히 있는데.


김장우도, 나도 자연스레 그 익숙한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이 향했다.


소리가 나는 의자를 찾는 건 쉬운 일이었다.


빈 의자는 소리를 내며 좌우로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으니까.


의자의 주인은 유일하게 실내화가 없는 생일이자 오늘의 주인공인 하윤이였다.


마치 생일 축하 노래에 맞춰 기분 좋게 몸을 흔들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카메라로 하윤이의 의자를 확대해봐도 제작진의 손길은 찾을 수 없었다.


의자는 계속해서 삐그덕, 삐그덕 소리를 내며 좌우로 흔들렸다.

“ 새, 생일 축하합니다~ ”


알 수 없는 상황에도 다행히 계속해서 노래를 부르는 김장우.


더듬긴 했어도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노래 부르는 김장우의 시선은 유난히 한쪽에서 오래 머물렀다.


다희자리였다.


김장우도 아마 나와 비슷하게 다희가 화를 낼 수 있다는 걸 신경 쓰는 듯했다.


아무것도 없는 빈 의자를 바라보는데 어쩐지 그 눈빛이 잔뜩 겁에 질린 게.


다희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노래를 부르는 김장우가 틀리나, 안 틀 리나 살벌한 눈으로 감시하는 다희를.


“ 사랑하는 하, 하윤이의 생일을. ”


왠지 모를 긴장감과 부담 때문이었던지.


김장우가 재차 더듬었다. 근데, 그게 하필 하윤이의 이름이었다.


자신도 실수했다는 걸 당연히 의식한 김장우.


눈이 카메라로 향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때 왜 나도 모르게 곧장 다희의 의자를 살폈던 건지.


아마 김장우를 감시하는 것 같았던 다희의 반응을 보고자 했던 것 같다.


의자에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앉아 아까보다 인상을 쓴 다희의 얼굴이 그려졌다.


작은 주먹이지만 양쪽에 불끈 힘을 준 것 같은 게, 금방이라도 비명을 지르며 우리에게 화를 낼 것만 같았다.


그래도 아주 잠깐 버벅거린 것밖에 없으니 괜찮을 거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이상하게 다음 가사가 들리지 않았다.


여전히 흔들리는 동공, 서로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다희의 의자에 멈춰있는 김장우의 시선.


무슨 상상으로, 머릿속에서 뭘 만들어 보고 있는 건지.


잔뜩 넋이 나간 얼굴에 노래 부르는 걸 잊어버린 그였다.


괜찮다고, 일단 계속하라고 머뭇거리는 그에게 수차례 신호를 줬다.


다행히 약간 정신을 차린 것 같은 김장우.


“ 축하합... ”


자연스럽게 마무리만 하면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 거다.


아직 아무런 일이 없다.


큰 실수도 아니었다.


그 찰나에 또 다른 일이 생겼다.


어딘가의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더 커진 게 아닌가.


노래에 맞춰 리듬을 타듯 소리를 내던 하윤이의 의자가 아니었다.


그 옆에 다희의 의자에서 소리가 나고 있었다.



삐그덕.



그렇게 강조를 했는데.


몇 번이나 더듬은 걸 용서해줬고.




삐그덕.




근데도 또 틀려?


또 더듬어?




삐그덕.





하윤이는 오늘을 최악의 생일로 기억할 거야.


이 모든 걸 준비한 날 싫어하게 되겠지.




삐그덕.




너가 문제야.


너가 이 생일을 망쳤어.


하윤이의 생일을 너가 망쳐버린 거라고!!




삐그덕. 삐그덕. 삐그덕. 삐그덕. 삐그덕. 삐그덕. 삐그덕. 삐그덕.




혼자 미친 듯이 흔들리는 다희의 의자.


화가 난 다희가 있는 힘껏 비명을 지르며, 삿대질하고, 우리에게 짜증을 내는 것만 같았다.


넘어질 듯 과하게 흔들리는 의자의 다리는 바닥도 두들겼다.


화가 나는 건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가만있던 나머지 의자들도 조금씩 흔들리고, 소리를 내더니.


이내 다희만큼이나 요란하게 흔들렸다.


얼어붙은 김장우.


의자가 흔들리는 그 세기에 발바닥까지 진동이 전해져왔다.


그때 바깥에서 쾅- 하고 큰 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손으로 벽을 세게 내리친 것처럼.


단단하고 묵직한 소리였다.


무섭다기보다는 정신을 깨워주는 고마운 소리였다.


이 생일파티는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끝난 게 눈에 보였다.


조금 더 있다간 뭔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다.


대책이 필요했고, 해결해야만 했다.


떠오른 건 주의 사항 5번.


문제가 생겨 다희가 화를 낼 때 참고하라는 내용이 있었다.


케이크.


벽면에 그렸던 케이크를 지우면 이전 시간으로 돌릴 수 있다고 했었다.


“ 장우씨! ”


주의 사항이 생각나자마자 김장우를 불렀다.


넋이 나가 여전히 다희를 바라보는 김장우.


다가가서 어깨를 세차게 흔드니 그제야 날 쳐다봤다.


“ 케이크를 지워요. ”


정신을 못 차리는 김장우를 대신해서 내가 가서 지울까 생각했지만.


노래를 부르고 미션을 하던 건 김장우니까.


내가 하는 것보단 김장우가 하는 게 맞지 않나 싶었다.


강제로 끌고 오다시피 김장우를 그림 앞으로 데려왔다.


애초에 지우개는 본 적도 없으니 대충 바닥에 떨어진 크레파스를 아무거나 주웠다.


김장우에 손에 들려주고는 벽면을 바라봤다.


“ 감독님... 이거 원래 이렇지 않았죠? ”


어딘가 바뀐 것 같은 그림.


뭔가, 어딘가 낯설어진 것만 같은 그림.


“ 감독님, 저 쟤들은 안 그렸잖아요.”


벽면의 그림 속 아이들의 얼굴에 눈, 코, 입이 그려져 있는 게 아닌가.


그것도 하나같이 검은색으로.


흰자가 없이 검기만 한 게 꼭 깊게 파인 것만 같았고.


코는 이상하게 크기가 다른 네모 두 개를 겹쳐놨다.


입은 다물고 있었지만, 입꼬리가 볼의 양 끝까지 이어져 있었다.


게다가 원래 제각각 다른 곳을 보고 있었는데.


어쩐지 목은 더 돌아가고 파인 검은 눈은 우릴 보고 있는 것 같았다.


“ 감독님, 여기도... ”


김장우의 손가락이 떨리며 가리키는 곳.


케이크를 들고 있는 다희였다.


다희는 김장우가 얼굴을 신경 써 그려줬었다.


근데 지금의 다희는 아까 김장우가 그려줬던 그 얼굴과 다른 모습이었다.


잔뜩 화난 것처럼 꼬리가 올라간 눈썹.


웃음이 사라진 밋밋한 입.


무엇보다도 다희의 마음을 고스란히 나타내주는 건 접시 위 케이크 같았다.


촛불까지 흔들리게 그려줬건만, 어느새 촛불이 꺼진 건 물론.


촛대가 꺾이고 비틀어져 뭉개진 케이크 위에 죽은 벌레들처럼 떨어져 있었다.


그릇을 잡은 다희의 손에 덕지덕지 묻은 크림.


망친 생일파티에 두 손으로 케이크를 짓누르기라도 한 걸까.


뒤바뀐 그림에 해야 할 걸 까먹은 채 놀라고 있다가.


더욱 선명하게 귀를 두들기는 안쪽 의자의 삐그덕 소리와.


둥둥거리는 베이스 같은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 빨리 지워요! ”


김장우는 노란색 크레파스로 케이크 위를 덧칠했다.


색이 섞이면서 케이크의 모습이 더 망가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안쪽에서는 소리가 더욱 거세게 들렸다.


꼭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처럼.


김장우의 손이 더 빨리 움직였다.


덕분에 얼마 되지 않아 케이크는 노란색과 여러 개가 합쳐져 형태를 알아볼 수 없었다.


동시에 안쪽에서 들리던 소리가 뚝 끊겨 사라졌다.


우린 그대로 힘이 빠져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벽면에 등을 기대고 멍하니 안쪽을 쳐다봤다.


어둡지만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적막이 흐르는 고요한 모습뿐이었다.


그렇게 우린 잠시 말을 잃었다.



#



먼저 침묵을 깬 건 김장우의 한숨이었다.


여전히 머리가 아픈 것처럼 머리를 부여잡았다.


“ 괜찮으세요? ”“ 예? 예, 아니, 아뇨. 그렇지않아요. ”


알아듣기 힘든 말이 그의 상태를 대신 말해주는 거 같았다.


“ 전 이제 좀 괜찮아졌어요. ”

“ 되게 금방 괜찮아지시네요. ”


금방이라고 하기엔 사실 시간이 10분은 넘은 것 같았다.


꽤 충격적이긴 했지만, 어차피 그래도 연출된 것이라고 계속 합리화를 하니 조금 나았다.


물론 그 합리화가 완전 통한 건 아니었다.


이젠 정말 뭐가 뭔지 모르겠으니까.


“ 좀 더 쉬세요. 이제 천천히 가도 될 거 같아요. 어차피 괴담 미션은 끝났으니까. ”

“ 어디 가시게요? ”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김장우를 대신해서 미션 종이를 찾아볼 생각이었다.


괴담은 끝났더라도 마지막으로 어디로 나오라는 그런 미션은 있을 거니까.


“ 가지 마세요. 제가 여기서 어떻게 혼자 쉬어요. ”

“ 그럼 5분만 더 쉴까요? 곧 밝아질 거 같아서. ”

“ 아뇨, 지금 같이 가요. ”


김장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털었다.


“ 5분 정도는 더 쉬어도 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

“ 네, 진짜 괜찮아요. 이런 걸 겪고도 얼마 안 돼서 미션 종이 찾으러 가신다는 감독님 덕분에 어이없어서 나아졌어요. ”

“ 제가 사람 하나 살린 거예요? ”

“ 자꾸 겁줘서 죽이려고 몰아가기도 하시죠. ”

“ 종종 살려드려서 만회해볼게요. ”


김장우가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다행이었다.


촬영을 이어서 해도 될 것 같았다.


“ 감독님, 괴담이 세 가지랬으니까 다 끝났을 거 아니에요. 그냥 이대로 건물 밖으로 가도 되지 않을까요? ”


어차피 시간상 김장우가 말했던 것처럼 또 건물 내에 어디로 이동해서 또 뭔가를 하라는 특별 미션은 없을 것 같았지만.


“ 최종 목적지가 어딘지 모르잖아요. ”

“ 아... 제작진들 아까 짐 싸서 이동했죠...? ”


제작진이 우릴 버리고 가는 척했다가 다시 오프닝 장소에 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마지막 미션 종이를 찾아서 봐야 한다.


“ 속에 괜찮겠죠? ”


안쪽으로 들어서기 전, 당연히 망설여졌다.


의자들이 그렇게 시끄럽게 흔들려댔으니 뭔가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고.


“ 감독님이 먼저 가실래요? ”


말없이 카메라로 문만 찍었는데 김장우는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 어림도 없는 제안이었구나. ’ 하는 얼굴이었다.


계획대로 김장우을 앞세워 다시 안쪽으로 들어왔다.


“ 와... ”


벽으로 된 코너를 돌아서 안쪽으로 들어서자마자.


김장우의 감탄사와 함께 카메라에 담기는 건.


바로 앞에 가득 몰려있는 의자와 주위에 정신없이 놓인 이름 적힌 실내화들이었다.


우리를 노려보듯 각을 맞춰 잘 정렬된 의자.


그와 반대로 정신없이 놓인 주위의 실내화들.


“ 감독님, 대체 이것들이 왜 여기까지 와 있는 거예요? ”


김장우가 머리 한쪽을 부여잡았다.


“ 저라고 알 리가 있나요. ”


점점 더 크게 들려오던 소리에 혹시나 다가오고 있는 건 아닐까 했는데.


정말로 가까이 오고 있었던 모양이다.


서둘러서 생일파티를 중단하지 않았더라면 달밤에 움직이는 미친 의자랑 추격전을 찍지 않았을까 싶었다.


계단에서 홀린 듯한 경험을 하고선 이게 감히 연출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괴담이라는 게 괜히 생긴 건 아닌 것 같았다.


누군가는 경험할 수 있고, 그게 하필 오늘 여기 온 우리일 수도 있다는 것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작가의말

선호가 꽤 늘었네요. 
신기합니다.

곧 길고 긴 파일럿 파트가 끝납니다.
지루하셨다면 작가의 노련함부족이고, 
볼만했다면 독자님들의 인자함덕분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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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EP2. 강원도 횡성 (2) +6 21.06.03 463 33 14쪽
24 EP2. 강원도 횡성 (1) +6 21.06.02 502 37 13쪽
23 EP1. 대학교 방송실 (4) +7 21.06.01 510 42 13쪽
22 EP1. 대학교 방송실 (3) +7 21.05.31 518 40 13쪽
21 EP1. 대학교 방송실 (2) +10 21.05.28 570 47 13쪽
20 EP1. 대학교 방송실 (1) +6 21.05.27 613 44 13쪽
19 18 (파일럿 끝) +12 21.05.26 627 5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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