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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포 예능의 카메라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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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1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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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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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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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EP2. 강원도 횡성 (4)

DUMMY

지붕의 모서리에서 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그렇게 하늘이 뚫어진 듯 무진장 쏟아지던 비가 어느새 그쳤다.


한순간 벌어진 일에 찬 돌바닥에서 정신을 다듬기를 몇 분.


우리 앞에 이 난처한 표정을 한 사람은 또 누구인가.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듯 김장우는 머리를 박박 긁었다.


“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죠...? 천천히 다시 설명해주시면 안 돼요? ”


번개가 치는 그 순간에 바닥을 봤는데 우리가 밟은 곳을 제외하고 진흙이 없이 깨끗했다.


우리보다 밖에 있었으면 더 있었을 남자가 밟고 지나간 곳에.


심지어 재차 번개가 쳤을 때는 남자의 발을 포함한 하반신 일부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본 것을 얘기하니 김장우는 머리를 더 세게 붙잡았다.


“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늦는 바람에... ”


심 피디의 소개로 받고 온 우리 앞의 남자가 사과했다.


갑자기 거세지는 비 때문에 도로가 폐쇄되어 돌아오느라 촬영예정시각보다 늦게 도착했다고 했다.


“ 그래도 아주 늦지는 않으셨어요. 밖에서 안 부르셨으면 어쩌면 방에서 영영 못 나왔을지도 몰라요. ”


그때 어쩐지 몸이 얼어붙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마치 가위를 눌린 것처럼,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차를 눈앞에서 마주한 것처럼.


밖에서 들린 소리에 정신을 차린 거니까 제때는 아니어도 큰일은 막은 게 아닐까.


어떻게 된 일이냐는 시청자들의 물음에 김장우는 복잡한 머리를 붙잡고 설명했다.


나는 몸을 내던진 탓에 카메라를 점검하려는데 남자가 가슴팍에서 무언가를 꺼내 보였다.


“ 죄송한데, 혹시 얼굴을 기억하시면 여기 중에 있을까요? ”


꼭 범죄자들의 얼굴을 붙여둔 수배지 같았다.


열댓 명이 넘는 사람의 얼굴이 있었다.


“ 이게 뭐예요? ”

“ 한 번 자세히 봐주세요. ”


흔한 얼굴은 아니었다.


여기에 나온 얼굴과도 다를 게 없었고.


손가락으로 이 사람이었던 같다 가리키니.


“ 아, 역시... ”


차분하고 담담한 반응이었다.


“ 여기 집주인이셨어요. 엄청 오래전 일이죠. ”


자살한 마을 주민 중 한 명이란다.


그 사람이 했던 이상한 얘기에 관해 물었다.


한 사람은 위험하고, 둘은 괜찮다는 이상한 얘기에 대해.


듣자마자 무슨 얘긴지 알 것 같다고 했다.


그 당시 서울 사람들이 이곳에서 한 명씩 죽었다고.


하나같이 우연한 사고로 죽었고, 특이한 건 이 집뿐 아니라 마을 곳곳 집마다 사건이 벌어졌다는 거다.


죽은 서울 사람들의 공통적인 건 다들 땅을 보러온 사람들이었다는 거다.


이맘때쯤 개발용 토지구매 때문에 서울 사람이 올 일이 그것뿐이었으니, 당연한 거였다고 수사상 특이한 점으로 기록되진 않았다고 했다.


그 이후로 출입금지된 이곳을 얼마 전에 촬영 제의를 받았고, 안 된다 거절했지만.


심 피디의 설득에 결국 받아줬다고.


단, 자기가 동행하는 것을 전제로.


그 이유가 하나는 사고 때문에 위험하고 둘은 괜찮다는 이야기 때문이냐고 물으니.


그것도 맞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다 오픈해도 절대로 열면 안 되는 문 때문이라고 했다.


문이라고 하니 떠오르는 건 역시나 방 안 구석에 있던 그 문 하나뿐이었다.


“ 그러고 보니 그분, 아니, 그거 아까 거기로 들어가셨는데? ”


김장우의 말에 담담한 남자의 눈이 순간 묘하게 흔들렸다.


그는 조용히 폐가의 옆, 창고 같은 곳으로 가더니 긴 막대기 하나를 들고 나왔다.


“ 감독님, 그러고 보니 그것도 없어졌어요... ”


남자가 들고나온 긴 막대기를 보자 뭐가 떠오른 모양이었다.


김장우가 보고 있는 곳은 아까 그것이 빗속에서 베었던 풀떼기가 담은 소쿠리를 놓은 곳이었다.


근데.


없었다.


없어졌다.


그것이 베었던 풀떼기도, 낫도, 소쿠리도.


전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나와 김장우는 둘만 아는 일에 말없이 서로의 얼빠진 얼굴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엄청 오래전 집주인으로 추정되는 것을 눈으로 보고.


심지어는 대화까지 아무렇지 않게 해버렸다.


애초에 이것부터가 이상한 거니까.


물건이 사라지고, 제자리에 없는 것쯤이야 별일이 아닐 거다.


이렇게 이해해보려고 하는데 남자는 멍한 우릴 보고 잠시 따라와 보라고 했다.


따라오라는 말이 어째 이 남자의 존재에 대해서 잠깐 의심하게 만들었지만.


이런 우리 마음을 이해했는지 심 피디의 이름이 적힌 명함을 내게 건넸다.


뭔가 많이 적힌 명함에서 심 피디의 이름 세 글자만 봤을 뿐인데도 안심이 됐는지.


그제야 바닥에서 발이 떨어졌다.


“ 아까 구석 문 안으로 들어갔다고 하셨죠? ”

“ 예. ”


남자는 긴 막대기를 들고 방안으로 들어섰다.


우리는 천천히 그를 따랐다.


김장우는 남자를 다시 믿지 못하기 시작했는지 언제든 도망갈 준비를 하자고 내게 눈으로 신호를 여러 번 줬다.


옆에 달라붙어선 카메라에 달린 조명으로 남자의 발 쪽을 여러 번 비춰보는 건 덤이었다.


남자가 말하길 그 문은 자기가 매일 와서 잠그고 확인한다는데.


아마 우리가 이런 일이 겪었다면 잠금장치가 풀어졌을 거라고 했다.


난 방 안의 구석, 그것이 아까 들어섰던 문 쪽으로 조명을 비췄다.



...정말이었다.



여러 잠금장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정도의 모습으로 변해있었고.


문 아래로는 온갖 자물쇠들이 박살 난 채로 떨어져 있었다.


“ 뒤로 물러서세요. ”


나와 김장우와는 다르게 잦은 경험이 있는지 평온한 얼굴의 남자.


긴 막대기로 뭘 하려고 들고 왔나 했더니, 이 문을 열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잘 열리지 않는 문을 쿵쿵- 막대로 두들겨서 강제로 열려는 그런 행동을 보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가볍게 톡- 밀어내자 문은 낡은 나무가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작은 틈으로 방안의 어두운 일부분을 드러냈다.


김장우가 다가서려고 하자 남자는 아직 이라며 한쪽 팔로 막아섰다.


그리곤 조심스럽게 막대로 문을 마저 밀었다.



끼이이익.



문이 열리며 동시에 위에서 뭔가 아래로 빠르게 떨어졌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소리의 정체를 본 우리는 쉽게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떨어진 건 낫이었다.


낫의 날카로운 부분이 바닥에 그대로 박혀버렸다.


이래서 막대기로 열려고 했구나, 그냥 손으로 문을 밀었으면 위험했겠다는 생각과 함께 떠오른 건.


아까 그 남자, 아니 그것이 우리에게 했던 말이었다.


따라와.


만약 눈치채지 못하고 이곳으로 그대로 따라 들어왔다면...


김장우도 마침 비슷한 생각을 하는 중이었는지 채팅창을 보며 입을 틀어막았다.


시청자 중 하나가 아까 따라갔으면 어떻게 됐을 거라고 말해준 것 같았다.


“ 이런 거였어요. 서울 사람들 목숨을 뺏어간 우연한 사고라는 게. ”


남자가 입을 열었다.


“ ...그 사람들도 저희처럼 뭔가를 보고 따라간 걸까요? ”


진행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김장우 대신 궁금한 것을 물었다.


“ 제 생각엔... ”


남자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땅의 개발 소식에 하나둘 찾아온 서울 사람들과의 불화에서 비롯된 의도된 살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 당시에는 시골이다 보니 수사가 크게 진행되지도 않았고, 누구 하나 죽는 게 별일이 아니었다고.


물론 자기도 전해, 전해 들은 얘기라 어떻게 보면 떠도는 얘기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이렇게 오늘처럼 서울에서 온 사람이 있으면 낫을 떨어트리는 곳으로 인도하는, 마치 우연 같은 계획 살인의 모습을 보이니.


여전히 자신의 땅을 내주기 싫어하는 기이한 존재가 여기 남아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그런 사람들이 왜 단체로 하나둘 자살하고 심지어 무당까지 죽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이렇게 알 수 없는 일들이 생기고, 여전히 남아서 이것저것 이야기들과 끼워 맞춰지고.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은근 말이 되는 것 같고.


많은 사람의 입과 생각을 타고 다양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결국, 찝찝하거나 허무하거나, 답답하거나, 모호한 것이야말로 진짜 괴담이 아닐까 싶었다.


“ 사장님, 근데 이게 이렇게 실제로 떨어질 정도면 여긴 너무 위험한 곳 같네요... ”


김장우가 박혀있는 낫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아마 진짜 낫인가 확인하는 것 같았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인상을 찌푸리는 게 역시 진짜인가보다.


“ 네, 안 그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


남자는 한동안 사고가 없어서 아예 관심을 끊고자 놔뒀는데.


또 재발한 이상 이제는 그냥 철거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우린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해가 점점 밝아지려는 즈음 폐가에서 빠져나왔다.


내려오며 김장우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러다 올라갈 땐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했다.


계단에 빼곡하던 기괴하게 생긴 고목 나무.


그 나무에 달린 삼색 깃발의 중 빨간 깃발에 묘한 이질감이 있었다.


깃발의 빨간 색과는 다른 톤으로 각 나무의 깃발에 이름 같은 것이 적혀있었는데.


시청자 중 하나가 피 아니냐고, 빨리 빠져나오라고 괜히 겁을 주는 바람에.


김장우가 도망치듯 순식간에 내려갔고, 나도 그런 그를 본능적으로 따라 후다닥 따라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곧장 집에 가서 잠은 못 잘 거 같다는 김장우의 말에 혼자 사는 나도 비슷한 상황 같았다.


결국 우린 근처에서 국밥 한 그릇 먹고 헤어졌다.


난 어쩐지 집에 와서도 해가 완전히 뜨고서야 한낮에 잠들 수 있었다.



#



며칠 뒤.


사무실에서 카메라를 점검하고 있는데 원철이 형이 급하게 날 찾았다.


기사 하나를 내게 보여줬다.


이번에 다녀온 폐가의 근처 무당집에 관한 기사였다.


해당 폐가를 철거하면서 과거 무당집까지 파헤치게 됐는데.


거기서 깊은 곳에 묻혀 있던 항아리 하나가 나왔다는 거다.


고목 나무에 달린 것처럼 삼색 밧줄로 묶인 항아리.


물론 여기까지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근데 그 항아리에서 다량의 옛 종이들이 발견되고 그건 근처 주민들의 혈서였다고.


이에 한 무당은 예전에 숨을 끊기 전 마지막 피로 각오를 남기고 간 것이라고 했다.


그 땅이 주민들에게 무슨 의미였는지, 무당은 왜 죽었는지 모르겠지만.


주민들의 집단 자살에 관한 떠도는 이야기에는 해답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가 겪은 기이한 일에 대해서는 여전히 설명할 수 없다.


라이브 방송엔 모습이 보였지만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옛 주인이 편집 때는 사라졌던 것도.


나와 김장우는 허공에 대고 알 수 없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것처럼 방송에 나갔다.


다행히 증명은 라이브 방송 시청자들이 했지만, 안 본 사람들에겐 그저 또 하나의 괴담이 만들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하루가 지나고 그날 새벽.


한적한 시골도 아닌, 그렇다고 지난번처럼 한 대학교의 앞도 아닌.


방송사 건물 앞에서 ‘괴담속으로’ 오프닝이 시작됐다.


카메라가 켜지자마자 오늘 감독을 만나자마자 투덜거렸던 김장우가 처음인 것처럼 슬슬 시동을 걸었다.


“ 여러분, 반갑습니다. 괴담속으로 진행 김장우입니다. 이번 촬영에 앞서 촬영 환경 실태에 관한 고발을 하고 가야겠습니다. ”


고발 대상은 심 피디고, 신고처는 시청자들이었다.


방송을 봐서 알겠지만, 저번처럼 몰래카메라식으로 진행하는 건 너무하지 않았느냐 하는 등의.


오프닝을 채우기 위한 심각하지 않은 말들이었다.


심 피디와 자신이 나누는 대화가 꽤 반응이 좋았다는 걸 신경 쓴 것 같았다.


진짜로 심각하게 따지려는 거였으면 낫을 말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저번 촬영 때 위에서 떨어진 낫에 대해서는 아무렴 출연진을 다치게 하겠느냐, 믿고 따라오라고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그게 다냐면서, 뭐라고 꽤 오래 둘이 대화를 나누긴 했는데 정작 기억에 남진 않고, 설득은 당해버렸다고.


시청자들의 걱정에 직접 인터뷰를 남겨 괜찮다고 해명까지 한 김장우다.


끝난 얘기를 다시 꺼내는 건 좋지 않아 보였는지 오프닝 주제는 온통 몰래카메라 진행에 관한 것뿐이었다.


방법은 알 수 없지만 심 피디에게 완벽한 설득을 당한 것 같았다.


“ 장우씨, 먼저 이것 좀 봐주세요. ”

“ 뭘요, 또. ”


카메라에 대고 쉼 없이 말하는 김장우를 말리는 심 피디.


작은 종이 하나를 그에게 건넸다.


종이를 받고 확인한 김장우는 허탈하고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 아니, 이게 뭐요. 뭘 말하고 싶으신 거예요. ”

“ 일단 시청자분들도 궁금하실 테니까 그게 뭔지 보여주세요. ”


김장우가 애매한 얼굴로 주저하다가 결국 카메라에 종이 하나를 들이밀었다.


영수증이었다.


지난 회식, 아니 몰래카메라 촬영 때 먹었던 고깃값이 적힌.


“ 제가 굳이 말을 안 해도 시청자분들은 아실 거예요. ”

“ 좋은 거 먹였으니까 밥값 해야지 뭐 이런 거예요? ”

“ 그렇게 말하려고 한 건 아닌데, 그렇게 보면 괜찮은 것 같기도 하네요. 프로그램은 매번 똑같이 해선 살아남을 수가 없어요. 매회 변화하고 발전해야죠. ”


심 피디의 당당한 말을 들은 김장우의 어벙한 얼굴이 몇 대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혔다.


“ 그래요. 변화와 발전을 좋아하시는 우리 심 피디님. 그래서 혹시 오늘도 또 뭘 준비하셨어요? 설마? ”


의미심장한 얼굴의 심 피디가 어딘가에 손짓했다.


작가의말

잡설 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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