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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포 예능의 카메라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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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HP1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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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3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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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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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1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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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EP.6 대구 남산동 (3)

DUMMY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돌아서니 웬 한 남자가 보였다.


“ 예? ”


한 십 미터 거리에서 우리를 향해 걸어오는데 뭔가 낯설지가 않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뭐였지, 이 익숙한 느낌은.


그러다 횡성 때의 일이 떠올랐다.


오히려 말을 거는 쪽으로 다가서려는 김장우를 잡은 채 고개를 저었다.


동시에 내 몸은 스스로 뒷걸음질 쳤다.


왜 그런지 알아차린 건지, 본인도 생각이 난 건지 김장우도 멈춰서 침을 삼켰다.


“ 거기 들어가려고 하시냐고. ”


어느새 가까이 다가선 남자.


나는 그의 발 그리고 그 위로 쭉.


머리 위에 특이한 것은 없는지를 살폈다.


어딘가 느낌이 좀 이상하다면 촬영이고 뭐고, 일단은 여기서 도망치려고.


이것 가지고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남자는 평범해 보였다.


좀 꽉 끼는 것 같지만 경비복 같은 단정한 와이셔츠에.


아래로는 그 근무복의 짝인 것 같은 바지.


구두는 발이 불편하니 잠시 신고 다니는 것 같은 부장님 스타일의 올드한 슬리퍼.


머리에 흙이라든지, 지렁이가 있는 이상한 몰골은 아니었다.



그래도 선뜻 마음이 열리진 않았다.


몸집이 워낙 커서 내가 생전 엄청 거대하다고 느낀 김장우랑 견줄 만도 했으니까.


“ 누구세요...? ”

“ 나참... ”


김장우의 물음에 오히려 자기가 물어야 할 걸 묻냐는 듯.


우릴 위아래로 훑어보는 남자.


두꺼운 왼쪽 팔뚝을 보이며 툭툭 쳤다.


시설경비라고 네 글자가 적혀있었다.


“ 아, 여기 관리하시는 분이세요? ”

“ 저기, 여기까지. ”


간판이 빼곡한 꽤 높은 건물이랑, 우리가 가려는 지하상가까지 관리한다고 했다.


저쪽에서 갑자기 둘이 이 아래로 들어가려는 걸 보고 급하게 왔단다.


“ 이 시간이 이 아래에는 왜? ”

“ 저희가 촬영 협조를 받았을 텐데... 혹시 전달받은 게 없으신가요? ”

“ ...촬영? ”


불편할 수도 있겠다 싶어 얼굴은 찍지 않고 있었다.


다행이었다.


촬영이냐 되물으면서 얼굴을 가리는데 한껏 인상을 썼다.


선생님 얼굴은 안 찍었다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했더니, 그제야 얼굴을 가렸던 손은 내렸다.


“ 생각해보니까 촬영 뭐 그런 거 온다고 들었던 것 같긴 하네. 내가 요즘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


경비원 복장에, 시설경비 마크에, 이름 석 자까지 있다만, 지난 경험 때문인지 여전한 의심은 어쩔 수 없었다.


“ 그럼 문제없게 하다가 가요. 나는 절대 찍지 말고. ”


우릴 따라온다거나, 자길 따라오라거나.


뭔가 저번과 비슷한 행동을 하면 좀 더 의심하고 꼬치꼬치 이것저것 캐물을 생각이었는데.


우리가 누군지 알았으니 됐다는 듯.


귀찮은 얼굴로 휙 돌아섰다.


“ 가, 가시는 거예요? ”

“ 그럼, 뭐 내가 그 기계로 찍는 거 도와줘? ”


김장우도 예상하지 못했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더듬었다.


경비는 돌아보지도 않고 건물 뒤쪽으로 사라졌다.


“ 뭐죠? ”

“ 일단 사람은 맞는 거 같은데요. ”

“ ...그쵸? ”


지금 대화만 보면 오히려 우리가 되게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는 시청자들.


멀쩡한 경비아저씨가 대화를 듣고 속마음을 알았으면 실망했을 거란다.


“ 에이, 저번 같은 일 겪으면 여러분들도 저희랑 똑같이 말하고 반응하실 거예요. ”


조금 전 은근 비슷한 상황에 얼마나 심장이 쪼그라들었는데.


대부분의 시청자는 우릴 놀리고 장난치기 바빴다.


“ 됐고, 이제 진짜 가볼게요. ”


다시 우리 발목을 잡을까 봐, 경비가 갔는지 두리번거리는 김장우.


없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미션이랑 수칙 좀 다시 올려달라고 했다.



[ 남산동 인쇄 골목 지하상가 수칙!


전국 그 어디보다 큰 인쇄 골목.


바로 대구 남산동 인쇄 골목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번화한 곳은 바로 여기 지하상가죠?


그런데 말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지하상가는 한순간에 사람의 발길이 뚝 끊겨버렸습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여기 지하상가 행동수칙을 지키지 않는 바람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고 말았기 때문이죠.


결국 그 일이 일어난 뒤로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져 사실 존재 의미가 있을까 싶은 행동수칙이지만.


어쨌든 오랜만에 이 지하상가를 찾아주신 당신이.


혹여나 또 과거의 누군가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알려드립니다.


부디, 행동수칙을 지키지 않아서 이걸 준비한 제게 다시는 죄책감을 주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지하상가를 둘러볼 당신이 지켜야 할 행동수칙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지하상가로 향하는 입구는 딱 한 곳이며 BB빌딩의 맞은편에 있습니다. 그 앞에는 약도가 그려진 기둥도 있을 겁니다.


(만약, 약도가 그려진 기둥이 없다면 제발 그 길을 이용하지 마십시오. 그 길은 지하상가로 향하는 입구가 아닙니다.)


2. 계단이 좀 많습니다. 그러나 오 분, 십분 계속 갈 정도로 많진 않습니다.


(가도 가도 지하상가로 통하는 문이 보이지 않는다면 곧장 다시 계단을 올라오십시오. 바깥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절대로 멈추지 말고 죽도록 뛰십시오. 멈추지만 않으면 쫓아오지 못합니다.)


3. 2번 사항 때문에 굳이 계단을 세거나 아래를 쳐다보며 내려가지 마십시오. 당신이 계단에 관심 가지는 것을 좋아합니다.


(계단은 벌어진 틈이 없습니다. 틈 있는 계단을 보셨다면 곧장 눈을 감고 그대로 몇 걸음 내려오십시오. 부디 그 아래에 있던 것과 눈이 마주치지 않았기만을 바랍니다.)


4. 이 지하상가의 명물이자 시그니처인 복사집은 지하 2층에 위치 해있습니다. 지하 1층, 혹은 3층에서 복사집을 보신다면 들어가지 마십시오.


(보는 것까지는 괜찮습니다. 그러나 오래 쳐다보진 마십시오. 그것 또한 괜찮다고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5. 지하 2층에서 청록색 옷에 검은 모자를 쓴 사람을 보신다면 아무런 반응도 하지 마십시오.


피를 잔뜩 묻힌 채로 도와달라고 하거나, 발작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일지도 모릅니다.


(절대로 대답하거나, 신체가 닿는 일을 피하십시오. 오래 쳐다보는 것도 삼가셔야 할 겁니다.)


6. 지하 1층에는 엘리베이터가 하나 있습니다. 문이 열리고 거울에 누군가 서 있는 모습이 비친다면 절대 탑승하지 마십시오. 3분이 흐르고 다시 타십시오.

거울을 통해 당신의 뒤도 잘 살펴야 할 겁니다.


(엘리베이터 안에 지하 4층 버튼이 있다면 그 또한 문이 닫히기 전에 당장 내리십시오. 저는 반드시 말했습니다. 문이 닫히기 전에 내리십시오. 본 건물은 지하 3층이 끝입니다.)


제가 전달해드릴 사항은 여기까지입니다. 모쪼록 유의하시되 지하상가를 즐겁게 둘러보시길 바랍니다.


- 건물 관리 및 경비 김상태 올림.


]




행동수칙을 다 읽어본 김장우가 눈빛을 쐈다.


행동수칙이 오히려 기이한 일을 만들어내는지 확인하자고 했던 말이 여전하냐고 귓속말로 속삭였다.


갑자기 왜 그러냐니까, 이번에 말고 다음에 해보면 안 되겠냐고, 막상 해보려니 3번이 너무 신경 쓰인다고 했다.


기회가 있을 때 시도는 많이 해볼수록 좋고 신뢰도가 높아지니까.


거절했다.


어차피 3번까지는 가지 않아도 될지도 모른다고.


이 앞에 약도가 그려진 기둥이 없으면 수칙을 어겨서 거기로 가면 테스트는 끝이라고.


물론, 약도가 그려진 기둥이 있어 우리가 의도적으로 1번을 어길 수 없다면, 이미 행동수칙을 지켜버린 거니까.


아마도 기이한 일을 마주할 거라고.


그제야 ‘맞네요’ 라면서 김장우 표정이 조금 나아진 것 같았다.


“ 여러분, 이상한 추궁 하면서 몰아가시면 혼내줄 겁니다. ”


둘이 뭘 귓속말로 그렇게 속닥거리냐고, 사귀냐고, 분위기를 이상하게 몰고 가는 시청자들.


김장우가 표정을 굳히고 몸에 힘을 주니까 채팅창이 한순간에 바뀌었다.


그러나 그것도 얼마 가진 못했다.


김장우는 고개를 저었다.


“ 근데 감독님, 이 경비원분 아까 그분은 아니겠죠? ”

“ 네, 아까 그분 성함은 박대욱이셨어요. ”


김장우가 놀라선 쳐다본다.


“ 왜요? ”

“ 아니, 그냥 별생각 없이 물어본 건데, 이름을 아셔서. 그건 또 언제 보셨대요? ”

“ 그냥 눈에 보여서요. ”

“ 관찰력이 대단하시네. ”


원래는 따라온다고 하면 뒤돌았을 때 몰래 이름이라도 불러보려고 했다.


진짜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인지, 아니면 횡성 때처럼...


그런 존재인지 확인하려고.


“ 기둥이란 게 이건가 봐요. ”


우리가 서 있는 입구에서 벽 외관의 상단에 BB라고 적힌 건물과 중앙쯤 되는 위치에 기다란 기둥.


위치상 여기가 맞은편이니까.


이 기둥에 약도만 그려져 있으면 이곳이 지하상가로 향하는 입구다.


약도가 없다면 지하상가로 향하는 입구가 아니겠지만, 우린 행동수칙을 테스트해보기 위해 들어간다.


위험할 듯 써놨지만, 오히려 위험하지 않을 거다.


행동수칙을 따르는 게 오히려 기이한 일을 마주하게 되는 거란 전제라면.


처음으로 평범한 촬영이 될 수도 있다.


“ 있다! 있어요! ”


3번을 해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너무 신난 것 같은 김장우.


폴짝폴짝 뛸 것 같았다.


그러다 이내 또 다른 걸 깨달았는지 표정이 돌아왔다.


테스트는 안 하지만, 결국 행동수칙을 따르게 됐고.


그렇단 건 아마 오늘도 기이한 일을 겪게 될 거란 걸 뒤늦게 깨달은 거다.


시청자들은 이런 무서운 촬영을 장우 형 아니면 누가 저렇게 좋아했겠냐고, 속을 모르고 대견스러워만 했다.


우린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일단 얼핏 보기에 내려갈 계단이 많아 보였지만.


그래도 5분, 10분을 걸어 내려가야 할 것 같진 않았다.


“ 감독님, 안 불편하세요? ”

“ 뭐가요? ”

“ 저는 걷는 거에만 집중하면 되는데 감독님은 아니잖아요. ”

“ 아... ”


카메라로 김장우를 찍느라 눈을 떼지 못하니까 계단을 내려가는 게 어렵지 않냐는 그런 말이었다.


“ 괜찮아요. 익숙하니까. ”


그러고 보니 김장우는 유난히 계단을 오르내릴 때 신경을 잘 써준 것 같다.


뜬금없긴 하지만 그간 지켜본 바로는 심성이 착한 것 같다.


“ 죄송해요. 감독님. ”


억지로 시선을 피해 위만 보며 가다가.


김장우가 순간 삐끗하면서 날 잡았다.


카메라를 잡고, 시야라곤 김장우 목선부터 얼굴만 보는 나를 잡았다.


멀쩡하던 나도 계단을 구를 뻔했다.


김장우에 대해 성급한 판단을 내린 건 아닐까, 다시 생각해볼까 싶었다.


이후로 별말 없이 몇 걸음을 더.


김장우가 입을 열었다.


“ 저희 지금 얼마쯤 됐죠? ”

“ 얼마 안 됐어요. ”


엉금엉금.


눈으로 보질 않으니 계단을 조심해서 내려가야 하는 건 맞지만, 너무 느린 것 같았다.


우린 조금 더 속도를 높였다.


계단을 밟는 감각에 신경을 쓰다 보니 나와 김장우는 다시 둘 다 입을 열지 않았다.


온 집중을 발바닥에, 계단의 표면을 느끼면서 조심스럽게.


그렇게 내려오다가.


한순간 허공에 뜬 기분을 느꼈다.


조금만 더 힘을 줬다면, 몸이 한쪽으로 기울면서 계단을 뒹굴었을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것보다, 뒹굴다가 계단 틈에 얼굴을 처박곤.


눈을 마주치지 않았으면 한다는 존재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지 않았을까.


계단에 틈은 없다고 했는데.


그런 틈이 생겼다고 느낀 건.


역시 행동수칙을 따랐기 때문에.


기이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 걸까?


“ 감독님... ”


애타게 나를 몇 번이나 부른다.


김장우도 틈이 있다는 것을 안 모양이다.


“ 저, 지금... 발로 뭘 밟은 거 같아요... ”



벌어진 틈.



허공을 휘젓던 발끝이 뭔가에 닿았다고.


순간 고개를 내리려는 김장우.



“ 보지 마요. ”



그런 김장우의 옷깃을 잡고 끌어당겼다.




우린 한 계단을 내려오고.





계단은 벌어진 틈이 없습니다.





다시 한 계단.





만약 벌어진 틈을 발견했다면 눈을 감은 채 몇 걸음 내려오십시오.





또 한 걸음.





부디 아래에 있는 그것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기를 바랍니다.





다시 또 한 걸음.




평평했다.


계단은 더 없었다.


곧장 참았던 숨을 내뱉었다.


무사히 내려왔다는 안도감.


이런 안도감만 느끼고 있기엔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돌아본 계단에서 틈을 찾을 수 없었다.


이건 단지 우리가 눈을 감고, 이상한 생각에 정신이 팔려서 만들어낸 착각이었을까?


김장우의 발끝에 닿은 것 같다는 건 단지 두려움이 만들어낸 느낌이었을까.


김장우의 머리에 달린 캠은 김장우의 얼굴을.


내 카메라는 그런 김장우의 얼굴을 밑 각도에서 찍었을 뿐이니.


어디에도 계단의 틈이 찍히지 않았다.


김장우의 캠이라도 계단이 찍히게 각도를 틀어둘 걸 후회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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