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급던전에 들어간 SS급 내 동생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날꺽새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7
최근연재일 :
2021.08.18 18:40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18,434
추천수 :
746
글자수 :
447,712

작성
21.06.26 08:40
조회
98
추천
5
글자
12쪽

empty(2)

DUMMY

스극, 열리는 담뱃갑 사이로 돛대가 보였다. 하진이가 애용하던 브랜드다.

가만히 입에 물곤 손가락으로 끝을 잡았다.


치지직.


열기를 품은 안개가 폐 안으로 번져나간다. 콧가에는 하진이에게서 나던 특유의 냄새가 감돌았다.


【몸을 아끼시는 게 어떤가요?】


명랑한 목소리로 인트가 말을 걸어왔다.


【저와 링크된 이상 해될 건 별로 없겠지만요.】


"후우-"


하얀 연기가 허공에 흩뿌려진다. 그것에는 하진이의 기프트가 서려 있었다.

형체도 알아보기 어려웠던 사체에서 채취한 빛가루.


하진이의 기프트를 인트가 내게 심어주었다. 특별히 부탁했기 때문이다.


【섭취하는 것과 부여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죠. 저한테야 A급 한우처럼 영양가가 좋지만, 당신에게는 별 도움이 안 돼요. 기프트 등급으로 보면 D등급 정도겠네요.】


"안 줄 거야."


하진이의 기프트를 호시탐탐 노리면서도 감정을 공유해서인지 인트는 더 보채지 않았다.


"대신 다른 거 많이 먹었잖아."


뒤를 돌자 이곳저곳 박살 나 있는 건물들이 보였다. 사실상 위병소 말고는 제대로 남아있는 건물이 없다.


사상자에 비해 피비린내는 짙지 않았다. 인트가 대부분 집어삼킨 덕이겠지.


"최면 기관은 얼마나 남았어?"


【다른 던전처럼 유인해야 하는 처지도 아니고. 저는 최면 방식 말고 영양분 보존 및 극대화 방향으로 가려고요. 최면 기관은 만들기 까다롭거든요. 그냥 당신과 같은 소화 방식을 고려하고 있어요.】


수다쟁이가 떠들기 시작했다.


【영양분을 분해해서 필요한 부분은 섭취하고 나머지는 버리는 식으로요. 섭취하는 데 시간은 걸리겠지만 이쪽이 더 효율적일 거 같아요.】


"그래서 그 방식이면 어느 정도 걸릴 거 같은데?"


【여기 수준으로 평균을 때리면···. 한 500명? 그 정도면 얼추 구색을 갖출 것 같아요.】


끼이익-


위병소 앞으로 화물 한 대가 들어왔다.


"32번에서 왔습니다."


고개를 빼꼼 내밀고 외치는 남성.

퍽, 그의 이마를 관통한 붉은빛과 함께 몸이 축 처진다.


"이제 499명이네."


취득한 기록상 적어도 3개월 안에 더 이상 이곳에 올 차량은 없다.


덜컥.


차 문을 열어 남성을 끄집어내자, 손목에서 뻗어 나가는 거대한 아가리가 남성을 삼켜낸다.

남은 거라곤 그가 쓰고 있던 모자와 차트뿐이다.


스케줄 표에는 앞으로 2주 분량의 동선이 표시되어 있다. 확인을 마치며, 화물칸에 있는 열쇠를 부숴버렸다.


끼익, 안에는 잔뜩 겁을 삼킨 아이들이 있었다. 차트에는 '적응 실험용'이라고 적혀있다.


【기프트도 부여받지 못한 인간은 섭취해도 영양가가 없습니다.】


"스물세 살 밑으로는 섭취할 생각하지 마."


【스물세 살도 포함인가요? 당연히 아니겠죠. 무슨 기준인지는 모르지만, 당신의 동생이 딱 스물세 살이니까요.】


"시끄러워."


다시 운전석 쪽으로 가서 주인 잃은 핸드폰을 주워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준이 올라가겠군요? 당신 동생은 나이를 먹으니까 말이에요. 그럼 차라리 몇 년생 이후 이렇게 기억하는 게 좋겠어요.】


소방서 번호를 누르며 인트를 바라보았다.


"던전 밖에서 형태 유지하는 거 아직도 미숙해?"


【네. 복잡한 형태일수록 구현하기 어려워요.】


"예를 들면, 사람의 성대 같은 것도?"


【그럼요. 인체가 얼마나 복잡한데요. 차라리 총 같은 게 더 쉽겠네요.】


"잘 됐네."


뚜르르, 울리던 신호음이 달칵. 연결됐다.


'말해.'


왼팔 쪽으로 휴대폰을 가까이했다.


"구조오오오엑, 요처끼에엑."


인트의 괴이한 음성이 전파를 타고 수하 너머로 전해진다.



+++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별장에 다시 돌아온 것도 꼬박 2달하고도 3주 만이다.


덜컥, 화물차에서 내려 별장에 다가갔다. 처음 봤을 때와 변한 것 하나 없어 보이는 장소.

하지만 명백히 다른 점이 있었다. 던전 입구를 연상시키는 워프가 그것이었다.


문을 열지 않고 서 있는 것만으로도 주위에 풍경이 변해갔다.

내부는 외부에 비해 훨씬 달라져 있었다.


별장 안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넓은 공간. 고풍스러운 느낌의 리조트 로비를 닮아있는 내부는 안진태의 취향을 꼭 닮아 있었다.


【역시 집이 최고군요"


스르륵. 왼손에 감겨있던 팔찌가 모습을 바꿨다. 그와 함께 전해지던 음성도 사람의 것으로 변해갔다.


"너무 뻐근했어요!"


손바닥만한 크기였으나, 그 모습은 명백히 사람이었다.

인트는 스트레칭하듯 몸을 쭉쭉 늘리더니, 폴짝폴짝 뛰어 소파를 향해 엎어졌다.


2달 전, 인트가 그런 말을 해왔다.


「이사해야겠어요.」


자신의 던전 위치가 들킬 우려가 있다며, 송채린의 별장을 거점으로 삼겠다는 말이었다.


처음 들었을 때는 잘 와닿지 않았었다. 지금도 어떻게 한 건지 잘 모르겠다.

기억나는 거라곤 무수히 터져나가는 빛가루와 별장을 감싸는 붉은빛뿐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별장 문은 던전 입구처럼 변해있었다.


그 뒤 녀석은 한동안 다량의 영양분을 요구했고, 나는 그에 응해줬다.

빈 껍데기는 충분히 널려 있었으니까.


「마음에 쏙 들어.」


내부 모습은 전적으로 송채린의 의견이었다. 그녀는 안진태가 디자인했던 공간을 그대로 가져오고 싶어 했다.


충분한 에너지만 있다면 문제없다기에, 그것도 응해줬다.


그리고 그녀의 마지막 부탁.


「오빠가 진태 오빠 자리 대신해 주면 안 될까?」


그건 엄연히 말해,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위한 부탁이 아니었다.

안진태가 노력해서 만들었던 것. 송채린은 단지 그게 유지되기를 바랐다.


그 또한, 마찬가지로 응해주기로 했다.


안진태가 꾸려놓은 인원들은 의리나 정 따위로 움직이는 게 아니었다.

각기 다른 특성과 성질들을 끌어모아 억지로 묶어놓은 것 같은 집단. 이념이나 사상이 대립하는 녀석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그들이 안진태의 말에 따랐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돈'.

그것도 어마어마한 액수였다.


'신념이 부족한 게 아니라 돈이 부족한 거다.'


안진태의 철학이라고 한다. 그는 수완 좋은 사업가였고, 그렇게 깨끗한 인간도 아니었다.

그는 돈이 돈을 벌게 했다. 방법은 많았고 그는 사람을 홀리게 하는 재주가 뛰어났다.


그렇게 유지되는 집단이었다.

차라리 편했다. 별의별 연구를 일삼던 빈 껍데기들은 그런 짓을 멋대로 꾸밀 정도로 돈이 많았다.


52군데. 단서를 쫓으며 2달간 박살 낸 곳의 수다.

전국에 퍼져있는 장소는 하나같이 잭팟이었다. 더러운 자금인지, 혹은 비상용인지. 어딜가나 현물을 보관하는 금고가 널려 있었다.


덕분에 안진태의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자금이 돌아가는 건 송채린을 필두로 '임원'이라는 녀석들에게 맡겨놨다.

안진태가 있을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잘 돌아가는 모양이다.


「최대 주주의 지시를 최우선으로 한다.」


여기서 '최대 주주'란 안진태를 뜻하는 거였으며, 지금은 나를 가리킨다.

필요에 따라 그들을 움직일 수 있다. 어떠한 더러운 일이나, 사소한 것도 개의치 않고 해낼 것이다.

충분한 금액만 있다면 누구라도 하려는 사람은 있다.


「죽으라면 죽을게.」


그게 송채린의 조건이었다. 무슨 일이든 나를 돕는다. 그룹과 별개로 그녀가 다짐하듯 맹세했다.

당연히 믿음이 가지 않았다. 그 마음을 읽기라도 한 건지, 싱긋 미소 짓던 그녀가 수성이에게 친근하게 굴었다.


「수성이가 위험해지면 대신 죽어서라도 지켜야지~♬」


뱀 같은 혀를 어찌나 능숙하게 놀렸는지 수성이랑은 금방 친해진 눈치였다.

일단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 자리를 비우는 동안 수성이를 지킬 사람이 필요했으니까.


우웅-


소파에 몸을 파묻은 채로 입구를 바라보았다. 누군가 들어오고 있었다.


"어? 최 대표님! 오랜만."


몸에 딱 들어맞는 오픈숄더 사이로 보랏빛이 흩날렸다. 웨이브가 들어간 머리는 못 본 새 꽤 길어져 있다.


"갑자기 대표는 무슨."


"그럼 최대 주주님?"


생글생글 웃어대는 그녀가 소파 쪽으로 다가왔다.


"오빠라고 안 불러주니까 서운하지?"


매번 질리지도 않고 개소리를 해온다.


"그것도 아니면··· 자기야♡?"


눈을 마주하면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주제에 표정 하나 안 바뀌고 그런 말을 해댄다.


뚝.


상체를 숙인 그녀의 옷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미안. 오늘은 임원들이 너무 열정적이었거든."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원래 무슨 색이었을까?

비린 냄새와 함께 오픈숄더는 붉은 선혈들로 얼룩져 있었다.


"걱정 마. 잘 해결했으니까."


말하며 물러나는 그녀가 뒤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입구에는 무표정한 남성 하나가 서 있었다.


인트의 작품이다. 일종의 몬스터인 셈이다.

사람처럼 생겼지만 인체와는 전혀 다른 구조로 되어 있다. 충격을 받으면 피를 흘리는 대신 대리석처럼 부서진다.


「몬스터라기엔 깡통에 가까운 조잡품이죠. 다른 던전에서 만들어내는 거에 비하면 형편없는 수준이네요. 개수도 몇 개가 고작이에요.」


인트가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말했었다.


「사람의 피부조직보다는 단단할 거예요. 말 잘 듣는 로봇쯤으로 생각해 주세요. 이 정도가 한계네요.」


혹시 모를 상황에 두 개 정도 만들어 송채린에게 붙여놨었다. 수성이한테 허튼짓을 하지 못하도록 만든 감시 겸 보호용이었다.


"왜 하나밖에 없어?"


"하나는 부숴먹었어."


혀를 삐죽 내민 그녀가 슬쩍 눈치를 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대신 짜증나게 하는 임원 하나 치워버렸어. 자꾸 신경을 건드리잖아."


저걸 변명이라고 하고 있다.

그녀에게 잔뜩 소리치던 안진태의 모습이 괜스레 떠오른다.


"계속 수성이에 대해서 물고 늘어지더라고."


한 마디 하려고 벌어졌던 입이 도로 다물어졌다.


"그래서 그냥 수성이 아는 애들은 싹 다 죽여버렸어. 혹시 앞으로 알게 되는 애들이 있다 하더라도 눈치가 있다면 모르는 것처럼 행동해야겠지."


붉은 하이힐을 남성에게 건네며 그녀가 해맑게 웃었다.


"나 잘했지?"


대답하는 대신에 그저 소파에 몸을 기댔다. 송채린은 만족하는 얼굴이었다.


"오빠도 잘 진행되나 봐? 들어오는 길에 앞에 있는 화물차 봤어. 두둑하던데."


브로커 중에서도 꽤나 윗단에 있는 인물을 알아냈다. 꼬리를 잡은 느낌이다. 이제 서서히 수면 아래의 있던 녀석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수성이는?"


"안 그래도 가려던 참인데, 같이 가자."


계단을 오르던 그녀가 빼꼼 나를 내려다보았다.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어. 거기 있잖아. 오빠가 오픈한데."


퇴사 후에 개업하려던 카페. 위치를 잘 잡은 덕일까? 매출이 나쁘지 않은 모양이다.

인테리어 또한 원하던 대로 꾸며졌다. 마음에 들었는지 수성이도 자주 들르는 것 같았다.


"됐어."


가기가 꺼려졌다.


일부로 눈을 감고 있었는데, 송채린은 이미 마음이라도 읽은 듯 답했다.


"일 잘하나 직원도 한 번 보셔야죠. 사장이 돼서 그렇게나 방치하면 되겠어?"


카페에서 일하고 있을 직원을 상상하니 자연히 미간이 구겨졌다. 그곳이 꺼려지는 명백한 이유였다.


"수성이가 보고 싶어 해."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내가 동의할 때까지 움직일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당신 동생이 보고 싶어 한다고!"


수성이.


미묘하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송채린은 놓치지 않고 소리쳤다.


"거기 그러고 있지 말고 오빠도 빨리 씻고 와. 피비린내 나."


옷까지 말끔하게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그새 화장까지 새로 한 송채린이 멋들어진 차에 탄 채 내게 손짓했다.


그녀의 운전은 퍽 과격한 편이었다.


끼익-


마침내 도착한 카페.


「당신의 행복을 기프트」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분홍빛 글귀. 나름 오랜 시간 고민했었던 이름이었다.


딸그랑, 손님을 알리는 종소리와 갈색 벽을 타고 은은하게 퍼지는 나무 냄새.


"형!"


놀람과 반가움이 뒤섞인 수성이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그의 앞에는 얼마 마시지 않은 아인슈페너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너무 오랜만 아니에요?!"


계산대 너머에서 장난 섞인 불만을 토로하는 이가 있었다.


"이상하게 급여를 높게 준다 하더라니."


주홍빛 형광등에 비치는 붉은색 꽁지머리.


"이렇게 다 맡기려고 그런 거였어요?"


하진이가 그 자리에 있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초급던전에 들어간 SS급 내 동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장기 휴재 관련 공지입니다. 21.09.14 26 0 -
공지 연재 시간 변경 공지입니다.(수정) 21.06.25 46 0 -
공지 21.07.22) 후원 감사 공지 입니다. 21.06.09 98 0 -
81 시작 21.08.18 32 2 12쪽
80 즐거운 파티 21.08.16 27 2 12쪽
79 서툰 표현 21.08.14 32 2 13쪽
78 전환되는 것들 21.08.13 29 2 12쪽
77 단말마의 총성 21.08.12 33 2 13쪽
76 자만하지 않는 의심 21.08.11 35 2 12쪽
75 안진태 21.08.09 37 3 12쪽
74 작별 인사 21.08.07 38 2 12쪽
73 거북한 인사 21.08.06 38 2 12쪽
72 세 번째 작전 21.08.05 40 3 12쪽
71 송국 21.08.04 39 3 13쪽
70 정리되지 못한 것들 21.08.02 43 3 12쪽
69 또 다른 루트의 연장선 21.07.31 44 3 12쪽
68 퀘스트형 던전 21.07.30 46 3 12쪽
67 완벽한 오답 21.07.29 50 2 13쪽
66 기류 +2 21.07.28 58 3 12쪽
65 관계정리 21.07.26 50 3 13쪽
64 소풍이었던 것 21.07.24 50 4 12쪽
63 소풍 21.07.23 48 4 12쪽
62 곰과 너구리(3) 21.07.22 56 3 12쪽
61 곰과 너구리(2) 21.07.21 55 3 13쪽
60 곰과 너구리(1) 21.07.19 56 3 12쪽
59 또 다른 루트 21.07.17 61 4 12쪽
58 팀 활동(3) 21.07.16 61 4 13쪽
57 팀 활동(2) 21.07.15 65 4 13쪽
56 팀 활동(1) 21.07.14 73 5 12쪽
55 송채린(2) 21.07.12 75 5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