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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배우얼굴 그렇게 쓸거면 나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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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기모리야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7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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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9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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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8화 배우가 범죄에 휘말리면(1)

DUMMY

“NG! 지후상. 대사 잊어버렸어?”


유스케 감독이 의아해하며 내게 물었다. 대사를 잊은 건 아니었다. 다만 방금 본 그 신문 기사에 충격을 받은 것뿐이다.


날짜라도 봤으면 좋으련만. 그 일이 언제 일어나는 지라도 알아야 상대 배우에게 경고라도 해 줄 텐데.


생각해 보니 어린 타카코 역을 맡은 소라 유키코는 이번 영화를 끝으로 별다른 작품을 하지 않는 거 같다. 아니, 옆 나라 이야기라 사실 내가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를 수도 있다.


‘제발 영상아, 다시 보여라.’


눈을 질끈 감고 관자놀이를 꾹꾹 눌러보지만 소용없다. 이 기억은 정말 랜덤으로 나타났다. 보고 싶다고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같은 장면이 몇 번 더 나온 적도 없었고.


“괜찮아요?”


동그랗게 눈을 뜨고 내 건강을 걱정하는 소라 유키코. 자신이 앞으로 어떤 일을 당할지도 모르고 순진한 표정을 짓고 있다.


“네. 괜찮습니다. 미안해요. 저 때문에 NG 나서.”

“에이, 그럴 수도 있죠. 저도 대사 잊어버린 적 많은데요, 뭘.”

“지후상! 좀 쉬었다 갈까?”


유스케 감독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아뇨. 다시 한번 가시죠. 이번엔 NG 안 나게 주의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 후 어떤 정신으로 계속 연기를 했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없는 여배우라 앞으로 일어날 일을 장난스럽게라도 경고해줄 수도 없었다.


괜한 말을 꺼냈다가 정신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 혹시 그 일이 오늘 일어나면 어떻게 하지? 알면서도 막을 수 없는 일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일단 친해져 보자. 어차피 나랑 같은 나이라며.


“네!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내일 봅시다!”


유스케 감독의 말을 마지막으로 스텝들은 장비를 접어 정리하기 시작했다. 유키코도 내게 수고했다는 말을 마치고 매니저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저기요, 유키코 상.”


내게서 멀어지는 유키코를 붙잡았다.


“혹시... 스토커 팬이 있지 않으세요?”


내 말에 유키코의 입이 크게 벌어진다.


“어떻게 아셨어요?”

“아. 아까 영화 촬영 현장 근처에 유키코 씨 팬인 것 같은 남자가 왔다 갔다 하더라고요. 집 침입 어쩌고 막 중얼거리던데. 제가 잘못 들은 거면 좋겠지만. 혹시나 해서요.”

“치.. 침입이요?”


이런. 경고해주려 지어낸 말이었는데, 유키코가 오히려 겁을 먹고 말았다.


우리 사이에 작은 소란이 일자 그녀의 매니저가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며 무시무시한 기세로 다가오고 있다.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 거짓말을 잘 지어내야만 한다. 미리 경고해줘야 조금이라도 조심하지 않겠는가.


“유키코. 무슨 일이야?”


짚이는 구석이 있는지 유키코의 안색이 하얘졌다. 그녀는 조금씩 몸을 떨고 있었다. 이를 본 그녀의 매니저는 날 더 노려봤고.


“우리 유키코한테 무슨 말을 했길래, 얘가 이래요?”


함께 영화를 출연하는 배우라 다행이다. 그냥 지나가다 본 사이였다면 당장 내게 주먹질을 할 기세였다.


“지후상이 내 스토커가 이 근처 돌아다니고 있는 걸 봤데.”

“뭐!? 그 자식이 여기 또 왔다고?”


날 위아래로 노려보던 그녀의 매니저는 탐탁지 않은 얼굴로 물었다.


“그 자식 지금 어디 있습니까? 봤다면서요.”

“그게. 뒷모습만 본 거라. 지금 어디 있는지는.”

“근데 그 사람이 우리 유키코 스토커라는 건 어떻게 알았죠? 혹시 괜히 여자 꼬셔보려고 부리는 개수작이면···.”


순간 쫄았다. 무슨 여자 꼬시려는 수작을 이렇게 부린단 말인가. 내게 가까이 다가서는 매니저의 팔뚝을 유키코가 잡았다.


“그 스토커가 집 침입한다고 했데.”

“집을 어떻게 알고. 설마!”


매니저가 짚이는 부분이 있는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네, 저 유키코 매니저입니다. 지금 숙소로 가셔서 둘러봐 주세요. 주변에 이상한 남자 없는지 확인도 좀 해주시고요.”


전화를 끊은 매니저가 내게 허리를 숙였다.


“그런 말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느낌이 계속 있었거든요. 집이랑 임시 숙소 쓰레기봉투도 엉망으로 변했고.”


매니저의 말에 의하면 안 그래도 요즘 이상한 남자가 자꾸 유키코에게 집에 언제 들어오냐, 다른 놈이랑 만나니까 좋냐 등 이상한 문자를 보내 사설 경호원을 고용했다고 한다.


“아무 일 없었으면 좋겠네요.”


그 바람과는 다르게, 다음날 유키코는 내게 경찰서에 다녀왔다고 이야기했다.


“지후상이 말해 준 경고가 아니었으면 무서운 일을 겪을 뻔했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에? 그럼 진짜 팬이 숙소에 침입했어요?”

“네. 소속사에선 괜히 알려지면 기사 나고 이미지 안 좋아진다고 비밀로 하라고 했지만. 그래도 지후상에겐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서 말씀드려요. 저희 도착 전에 경호원께서 세탁기 안에 숨어 있는 남자를 발견해서 경찰에 넘겼다고 해요.”

“다행이네요.”


이걸로 된 건가. 이렇게 간단히 해결된다고?


내가 본 과거 지후의 기억에서는 유키코는 이번 영화 이후 안 좋은 일을 겪고 각종 언론에 시달린다. 본인이 칼에 찔린 것 외에는 다른 일을 겪지 않았다고 인터뷰했는데도 불구하고, 사실은 성범죄를 당했을 것이라며 온갖 쓰레기 언론에 추측 매도당한다.

범죄의 피해자임에도 결국 이 일로 이미지가 나빠져 연예인 활동을 그만두는 것이다.


이곳도 한국처럼 기레기가 상상 속 소설을 펼친 기사들이 많다. 심지어 누가 썼는지 알 수 없도록 기자 이름을 밝히지 않는 일도 있다. 이 때문에 일부러 악의적인 보도를 진실인 양 흘리는 경우도 허다했다.


일본 기사의 최대 단점은 정보의 출처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있다. 또한 일본 사람들 역시 그러한 보도를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기사가 진실인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신문사의 입장뿐이다.


괜히 어제 머리에 쥐 나게 고민만 한 것 같다. 이렇게 쉽게 해결될 문제였다니.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 남아있는 복잡한 상념을 떨쳐냈다.


영화 촬영이나 잘하자.


“자- 스탠바이, 액션!”


투덜대며 반납된 책을 정리하던 타카코의 뒤로 다가갔다. 뒤에서 손가락 하나를 들어 그녀의 통통한 뺨을 쿡 찔렀다.


“엄마야! 깜짝이야! 타카시! 일은 안 하고 또 어디서 놀다 왔어?”


타카코가 내게 짜증을 냈지만 난 들은 체도 않고 하고 싶은 말만 지껄였다.


“벚나무 근처에 보물을 묻어놨어. 찾아봐.”


꽤 노골적으로 선물이 어디 묻혀있는지 알려주었다. 옛날부터 둘이서만 하던 보물찾기 놀이. 보통은 상대의 집에 놀러 가 숨기는 식이었지만 특별한 날에는 이렇게 힌트를 줬다.


“됐어. 안 찾을 거야. 괜히 멀쩡한 운동장 파다가 애들한테 더 놀림이나 당할걸?”


자신의 마음을 모른 척하는 타카코에게 괜히 치기가 올라온다. 입술을 피가 맺힐 정도로 베어 물었다. 타카코는 소꿉친구의 마음을 알면서도 괜히 불편해지기 싫은 마음에 일부러 모른 척을 했다.


“그래! 나도 됐다, 흥!”


잔뜩 골이 난 표정을 짓고는 뒤돌아섰다. 괜히 화가 나 반납 도서가 쌓인 카트를 툭 쳐 책들을 떨어뜨리고선 도서관에서 달려 나간다.


“오케이! 캇뜨!”


유스케 감독의 오케이 사인에 조감독이 배우들에게 외쳤다.


“30분 후 교실로 와주세요. 화이트데이 장면으로 넘어갑니다.”


스텝들은 바삐 움직였다. 교실에 조명과 카메라를 설치하기 위해 도서관에 세팅한 장비들을 해체했다.


“유키코. 수고했어. 물 마셔.”


유키코의 매니저가 다가와 그녀에게 물을 건넸다. 나? 난 어머니 민소영이 또 촬영장에 따라오지 않아 혼자 알아서 챙겨 마셔야 했고.


이렇게 촬영장에서 내게 아무런 신경을 써주지도 않으면서, 정작 출연료는 어머니가 다 챙기시니 좀 억울하다.


‘다른 아이들은 부모님께 이거 사달라 저거 사달라 조르는 나이인데. 우리 집은 누가 등골 브레이커인지 모르겠단 말이지.’


날 챙겨줄 매니저가 없는 것 외에는 촬영은 순조로웠다.

숙소에 있으면 심심해서 쉴 때도 대본을 옆에 끼고 읽어대서 그런가.

그 흔한 NG 한번 나지 않았다. 오히려 단역 배우나 유키코가 대사를 씹거나 실수해서 잠깐 쉬어가는 정도?


“레디- 액션!”


감독의 큐사인이 떨어지자 나는 주머니 속 사탕들을 만지작댔다. 레인보우 무늬의 돌돌 말린 커다란 막대 사탕과 함께 챙긴 조그마한 알사탕들이 내 손에 쥐어져 있다.


손바닥 위에 사탕들을 올려놓고선 눈을 질끈 감고 타카코에게 다가가자, 그녀의 옆에 있던 친구들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일부러 옆에 있던 여자 아이에게 알사탕 하나를 건넨다.


“자. 화이트데이 선물.”


그리고 차례차례 알사탕을 나눠준 뒤, 타카코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타카코가 눈으로 간절히 말하고 있다. 그 화려한 사탕을 제발 자기에게 주지 말라고.


결국 난 작게 한숨을 쉬고선 작은 알사탕을 타카코에게. 큰 레인보우 사탕은 타카코 옆에 있던 아야카에게 건넨다. 그리고선 재빠르게 교실을 나가자, 뒤에서 여학생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오오오-! 아야카. 타카시가 너한테 관심 있나 봐!”


이 사건으로 타카코와 타카시는 결국 서로를 어색하게 대하며 멀어지게 된다. 이날 이후 아야카가 타카시를 따라다니며 사귀자고 졸라댔고, 타카시는 이에 아무 반응을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아야카를 거절하진 않는다.


타카코는 괜스레 화가 나 타카시가 자신의 생일 선물로 준비한 보물을 끝내 땅에 묻어둔 채 놔둔다.


누가 그랬다. 놓친 물고기는 더 크게 보인다고.

타카코는 이후 타카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유독 눈에 밟히기 시작한다. 하지만 졸업할 때까지 자신의 마음을 밝히지 못하고 혼자서만 마음 앓이를 하게 된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을 기다릴 무렵, 타카시는 독감을 심하게 앓다 죽는다. 끝내 이뤄지지 않은 첫사랑 이야기.


딱 여기까지가 러브 트레져 주인공들의 청소년기 이야기이다.


“지후상. 인서트 컷 찍을게요. 햇살 가득한 창가에서 책을 읽는 척 포즈를 잡아주세요.”


밖에서 거대한 송풍기로 바람이 날아 들어온다. 하얀 커튼이 나풀대고 내 얼굴이 화사하게 카메라에 잡혔다.


‘하나, 둘, 셋. 지금이다.’


난 카메라를 살짝 쳐다보며 해맑게 웃었다. 마치 타카코가 날 지켜보고 있는 것을 이제 막 알아차린 것처럼.


그 후에도 친구들과 축구를 하며 땀을 닦다 음료수를 마시고 타카코에게 시선을 주는 모습, 그리고 공부에 열중하는 모습 등을 촬영했다.


이날 촬영된 장면은 화사하게 후반 보정을 거칠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한 소녀의 첫사랑처럼 보이게.


오늘 촬영 분량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와 소파 위에 누웠다.


피곤하다. 매니저 하나 없이 혼자 영화판에서 움직이는 것은 체력 소모도, 정신력 소모도 장난 아니었다.


텔레비전을 켰더니 일본 연예 프로그램이 나왔다. 리포터가 얼굴을 손으로 가린 여자 연예인을 집요하게 쫓아가며 마이크를 그녀의 얼굴에 갖다 댔다.


“유키코 상. 스토커 팬이 경찰에서 성범죄를 저질렀다 자백했습니다. 그런 짓을 당했다는 게 사실입니까?”

“아뇨. 저는 감금당하다 겨우 풀려났을 뿐입니다.”

“그럼 지금 범인이 거짓 자백을 하고 있다는 건가요? 괜히 이미지 때문에 피해 규모를 축소하시는 거 아닙니까?”

“... 더는 할 말 없습니다.”


리포터와 기자들은 되려 범죄 피해자에게 잘못이 있는 양 다그치고 있었다.


“유키코 상! 경찰서에 언제 다시 가실 생각이죠?”

“범인에게 할 말 없습니까?”


뭐지? 분명 스토커가 잡혔다고 들었는데.

왜 유키코의 스토커 사건이 다시 터진 것일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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